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おそ松さん 2F/[유메마츠] 카라마츠 사변 후 카라마츠 Girl

[오소마츠상 소설(おそ松さん Novel )/유메마츠] 카라마츠 사변 후 카라마츠 Girl 5

※ Just F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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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츠 사변 후 카라마츠 Girl 5

 

 

 

 

카라마츠는 그저 잠에 빠진 것뿐이었다. 간간이 코까지 골아대는 그 얼굴이 평온한 이유는 소중함과 동시에 버거운 기억이 사라졌기 때문일까. 카라마츠의 곁에 앉아 가만히 그를 바라보는 메이를 보며 류이치는 생각을 정리했다.

 

소중한 것을 잊는 약. 어째서인지, 언젠가 메이가 만든 그것을 발견한 카라마츠는, 왠지 그것을 스스로 먹어버렸다. 그 후로 쓰러져 잠에 빠져든 상태인가. 벽에 기대서있던 류이치는 팔짱을 꼈다.

 

메이는 카라마츠가 잊은 것이 형제들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카라마츠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것은 형제들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래서 그녀는 심란하고 혼란스러웠다. 돌아가겠다는 카라마츠의 말에 형제들에게도 카라마츠가 깨어났고 몸이 점점 나아지고 있으니 조만간 데리고 오겠다 약속했다. 그런데 카라마츠가 그들을 잊는다. 그 약을 왜 먹은 거지? 어째서 그것을 스스로 먹은 거야? 분명 어떤 약인지 보고 알았을텐데. 돌아가겠다고 했으면서.

 

일그러지는 메이의 얼굴을 살폈지만 류이치는 생각이 달랐다.

 

과연 카라마츠가 형제들을 잊었을까?

 

과연 카라마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그들일까?

 

어쩌면…

 

 

"…으―음."

 

 

카라마츠가 크게 뒤척거리며 눈을 뜨자, 메이가 몸을 일으켰다. 거칠게 뒤로 밀려난 의자가 덜컹거렸다.

 

하고싶은 말들을 꾸욱 눌러담으며 메이는 일단 카라마츠를 먼저 살폈다. 잠에서 깨어날 때마다 표정이 좋지 않은 카라마츠는 아침에 약했다. 그가 형제들을 정말 잊었는지 확인하는 게 먼저였다. 그 약은 만든 지 꽤나 시간이 지났으니, 약효가 없을지도 모른다.

 

 

"카라마츠."

 

 

넌지시 들리는 이름에 찡그린 채로 깜박거리던 눈이 서서히 옆으로 돌아갔다. 아직 초점이 선명히 맞지 않은 그 눈에 담긴 제 실루엣이 점차 또렷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구겨졌던 미간이 펴지고 눈이 두어번 크게 꿈벅거렸다.

 

 

"…괜찮아? 아픈 곳은… 이제 막 몸이 나았는데 바닥으로 쓰러지면 어쩌자는 거야, 다시 아프고 싶어? 내가 함부로 연구소 들어가지 말랬잖아. 거기엔 네가 모르는 위험한 것들이 많으니까…"

 

"에, 저기,"

 

 

괜찮냐고, 아픈 곳이 있냐고, 그렇게만 물어보고 끊으려던 말은 한번 나오자 걷잡을 수 없이 터졌다. 막을 수 없이 새어나오던 말은 카라마츠의 목소리에 막혀버렸다.

 

메이가 균열이 생긴 얼굴로 카라마츠와 눈을 맞추는 그 찰나에, 류이치는 분명 느꼈다. 단 한 마디였지만, 같은 목소리였지만 분명 달랐다. 흔들리지 않는 저 눈동자도, 치켜올라간 저 눈썹도, 그들을 둘러싼 저 공기마저도.

 

아, 설마.

 

어쩌면,

 

 

"걸은 누구인가…?"

 

 

숨이 멎었다. 이불을 꼭 쥐던 주먹의 떨림이 멎었다. 요동치던 눈빛이 잠잠해졌다. 그녀를 이루는 모든 것들이 바로 지금, 멈춰버렸다.

 

충격을 받은 건 류이치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 편으로는 예상하고 있었다지만, 직접 마주한 상황은 머릿속으로 그리는 것보다 훨씬 막막했다.

 

멈춰있던 어깨가 오르락내리락하나 싶더니 구겨진 이불이 손에서 빠져나왔다. 몇번 깜박거리던 눈이 류이치를 향하고, 그녀를 이루는 모든 것들이 다시 재생되자 류이치는 벽에서 등을 떼어냈다.

 

 

"류이치."

 

"으, 응?"

 

"기절시켜줘."

 

 

작은 목소리의 부탁에 류이치는 지체하지 않고 카라마츠에게로 저벅저벅 다가갔다. 두리번두리번 방 안을 살피는 카라마츠의 뒷목을 팍 내려치자, 윽, 하고 카라마츠가 풀썩 이불로 쓰러졌다.

 

 

"…괜찮아?"

 

"응. 괜찮아."

 

 

류이치가 조심스레 물었지만 메이는 정말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 어디 가게?"

 

"데려다줘야지, 그 녀석."

 

"에?"

 

"약속했잖아. 다 나으면, 원하면 데려다 주겠다고."

 

"…지금?"

 

"카라마츠는 네가 옮겨줘. 가자."

 

 

자동차 열쇠를 챙겨들고 메이는 끼익 문을 열었다. 의식을 잃은 카라마츠와 둘이서만 남은 류이치는 메이가 나간 문을 한참동안 바라보다 카라마츠를 등에 업었다.

 

 

 

 

.

 

 

 

 

.

 

 

 

 

.

 

 

 

 

오소마츠는 뜬금없이 카라마츠를 돌려보내주겠다는 메이의 연락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형제들은 저마다 할 말을 정리하고 마음을 가다듬는데 여념이 없었지만 오소마츠는 그런 그들을 바라보면서도 왠지 모를 찝찝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메이가 말한 날짜는 아직 많이 남은 상태였고, 아무리 예상이라고는 하지만 이건 너무 갑작스럽고 빠르다.

 

 

"실례합니다."

 

"엑, 카라마츠 형, 왜…"

 

"잠든 것뿐이니까. 류이치, 카라마츠 넘겨줘."

 

 

류이치가 형제들에게 등을 보이며 문간에 앉았다. 등에 업혀있던 카라마츠를 이치마츠가 조심히 제 몸쪽으로 끌어안았다.

 

메이는 카라마츠를 바라보지 않았다. 초점없는 눈동자, 허공을 떠다니는 시선. 그 얼굴을 살피던 오소마츠는 쵸로마츠에게 말했다.

 

 

"쵸로마츠. 카라마츠 위에 눕혀두고 다들 곁에 있어줘."

 

"에, 형은… 응, 알았어."

 

 

오소마츠의 시선이 메이에게로 고정되어있는 것을 보고 쵸로마츠는 군말없이 몸을 돌렸다. 이치마츠의 도움으로 카라마츠를 등에 업은 쥬시마츠가 걸음을 옮겼다. 토도마츠와 이치마츠가 그 뒤를 따라가고, 마지막으로 오소마츠를 한번 더 돌아본 쵸로마츠도 2층으로 자리를 옮겼다.

 

 

"나 이 애랑 잠시 얘기 좀 해도 되지?"

 

 

오소마츠가 메이의 곁에 서있는 류이치에게 물었다. 류이치는 메이를 힐끔 바라봤다. 싫다면 싫다고, 안 된다고 얘기했겠지. 메이의 침묵을 이해하고 류이치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집을 나섰다. 현관이 닫히고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얼굴이 왜 그래? 설마 이제와서 카라마츠를 돌려주기 싫다던가?"

 

 

고개를 기우뚱 기울이며 오소마츠가 장난스럽게 물었다. 메이는 그 말에 어떠한 답변 대신 손을 뒷목으로 돌렸다. 꼼지락거리던 손이 앞으로 돌아왔을 때, 그 손은 목걸이를 쥐고 있었다. 메이는 그것을 오소마츠를 향해 내밀었다.

 

 

"에, 이거 뭐?"

 

"카라마츠에게."

 

 

오소마츠는 일단 그것을 받아들었다.

 

 

"직접 전해주면 되잖아?"

 

"안돼."

 

"왜?"

 

"벌 받은 거야."

 

"에?"

 

"마음에 틈이 생겨서, 벌을 받은 거야."

 

 

오소마츠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늘어놓는 메이를 보며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어이, 너 괜찮은 거?"

 

 

메이가 고개를 들었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이었다.

 

카라마츠를 돌려보내는 걸 후회하는 거냐 물었지만 그건 장난이지 진심이 아니었다. 메이는 카라마츠가 원하는 것을 해주겠다 말했고, 오소마츠를 비롯한 형제들은 여섯쌍둥이라는 기적과도 같은 운명으로 엮인 특별한 유대관계의 가족이었다. 메이는 그것을 자신이 끊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도 얘기했었다. 설령 메이가 카라마츠를 돌려보내지 않았다고해도, 그들이 카라마츠에게 죄를 지었다해도, 결국 네가 나고 내가 너인 여섯쌍둥이 중 일부인 상냥한 카라마츠는 남겨진 형제들을 그리워할 거고 메이는 그런 그를 보며 완전히 행복할 순 없을 일이었다. 그녀 스스로도 그걸 잘 알고 있겠지.

 

그리고, 그냥 이전처럼 마츠노 가에 살던 카라마츠와 연인으로 지내면 되는 거잖아? 그럴게, 이제 형제들도 전부 알게 됐고, 더 편하게 만날 수 있게 됐다고? 물론, 카라마츠는 마음대로 신품라인을 벗어난 것에 대해 제대로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안 되겠지만 말이야?

 

괜찮냐고? 오소마츠의 질문은 뻔했고, 그 물음에 나갈 답도 뻔했다.

 

괜찮지 않아. 괜찮을 리가. 내 얼굴 안 보여? 이렇게 고통스러워하는 얼굴이 보이지 않냐고? 하지만 대답할 수 없다. 괜찮지 않다고 대답하기에는 스스로가 이기적이었다.

 

죗값이라는 걸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저 견뎌야 했다. 카라마츠가 상처를 받기 전에 상처를 받을 것을 아예 없앤 것 뿐이다. 그건 그에게 잘된 일이고, 내게도 잘된 일이야, 그렇게 메이는 스스로를 타일렀다. 괜찮아야해, 괜찮은 거야, 넌 괜찮아. 그렇지?

 

하지만, 하지만 말이야?

 

 

"…나는, 똑같이 했을 거야."

 

"아?"

 

"똑같이 그 녀석을 좋아했을 거고, 똑같이 그 녀석을 구했을 거야. 아파하고 힘들어하고 너희에게 화를 내고, 약을 만들었겠지."

 

"약?"

 

"…진작, 버렸어야 했는데…. 그러니까… 카라마츠가 그런 생각을 하게끔 만든 것도, 결국 지금을 만든 것도 나야."

 

"…카라마츠에게 뭔가 문제가 있는 거야?"

 

"…아니, 없어."

 

 

그 녀석에게 문제 따위는 없다. 문제는 나였고, 해답도 나였다. 그것을 이렇게 강제적으로 실감하고서야 알게 되다니, 정말 멍청해.

 

 

"너희들의 차례야. 다시는 카라마츠를 다치게도, 아프게도 하지마. 이제 기회같은 건 없으니까."

 

"저기 말이야? 알아듣게 좀 얘기해주면 안 될까?"

 

 

머리를 긁적이며 불평하는 오소마츠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더이상 함께할 수 없는 그 얼굴 대신, 이라는 마음이었지만 그에게서는 카라마츠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카라마츠는 좀 더 눈썹이 짙고, 좀 더 눈이 깊은데.

 

기회같은 건 없다. 아니, 있을지도 모른다. 그 녀석은 상냥하고 누구에게나 사랑받아 마땅한 멋진 사람. 굳이 자신이 아니어도 그를 좋아해줄 사람은 많을 것이다.

 

 

"그 목걸이는 카라마츠가 선물로 준 거야. 그 파란 목걸이를 차고 있으면 늘 나와 함께 하는 듯한 마음이 들 거다, 라면서."

 

"아, 나 방금 약간 허리가 아팠어. 랄까, 어쨌든 카라마츠가 선물로 준 거면 너에게 소중한 거라는 거잖아? 그걸 왜 카라마츠에게 다시 돌려주는데?"

 

"이제 의미 없거든. 파란 색이 꼭 그 녀석을 닮았어. 대충 둘러대면서 전해줘. 예를 들면 뭐, 파칭코 경품이라던가."

 

"뭐? 어이, 잠깐!"

 

"잘 부탁해."

 

 

붙잡을 새도 없이 메이가 등을 돌려 문을 벌컥 열었다. 문 바로 앞에서 기다리던 류이치가 고개를 돌렸다. 메이의 얼굴을 보고 인상을 와락 구겼던 류이치는 열린 문 너머로 오소마츠와 눈을 마주치고는 시선을 피했다. 닫힌 문 밖의 실루엣이 점점 희미해지다 완전히 사라졌다.

 

현관에 가만히 서있던 오소마츠는 목걸이를 쥔 손을 들어올렸다. 허공에서 달랑달랑 흔들리는 파란 펜덴티프는 각도가 바뀔 때마다 반짝반짝 빛이 났다. 이런 걸 살 돈은 어디 있어서 여자친구에게 선물이라고 해준 거냐고. 죽어라, 리얼충, 랄까 그 리얼충이 내 동생이라니! 흥 콧방귀를 뀌며 오소마츠는 계단을 올랐다.

 

문을 드륵 열고 일어나있던 카라마츠와 딱 마주쳤다. 오―, 카라마츠! 일어났네! 불안한 마음 반, 벅차는 마음 반으로 오소마츠가 방으로 들어섰다. 하지만 그의 곁에 둘러앉은 형제들은 자신마냥 들뜬 얼굴이 아니었다. 그 얼굴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혼란으로 가득 차있어서 오소마츠는 의아해하며 카라마츠의 앞에 쪼그려앉았다.

 

 

"오소마츠."

 

"아, 이거. 그 애가 전해달래. 너희 싸웠냐? 소중해보이던데, 이젠 의미없다고 그냥 휙 던지고 가버렸다구.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카라마츠. 너 그렇게 널 좋아해주는 애 만나기도 어려…"

 

"오, 오소마츠 형…."

 

"아?"

 

 

카라마츠가 목걸이를 받아들자, 오소마츠가 신나게 떠들었다.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이치마츠가 오소마츠를 불렀다. 오소마츠가 왜 그러냐며 이치마츠를 돌아보자, 이치마츠의 옆에 앉아있던 쵸로마츠가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살짝 저었다.

 

에? 뭐야, 다들 왜 그러는데? 오소마츠는 그제야 이상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이게 뭔가, 오소마츠?"

 

"응?"

 

"전해달랬다고? 누가?"

 

 

어라. 이거 확실히 이상한데. 네가 선물로 준 거라며? 기억도 못하는 거야? 오소마츠가 뻐끔뻐끔 답했다.

 

 

"그 애가."

 

"그 애? 그 애가 누구지?"

 

"…네 여자친구 있잖아. 널 데리고 있던 녀석."

 

"에.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대체? 아까 토도마츠도 여자친구가 생겼다면 먼저 얘기하라고, 라고 말하긴 했다만…. 훗, 카라마츠 걸-즈들은 샤이하기 때문에 모습을 드러… 우오!"

 

"카라마츠!"

 

 

제 이마에 손가락을 짚으며 말하는 카라마츠를 보고 이치마츠가 쿠소마츠…, 라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오소마츠는 곧바로 카라마츠의 양어깨를 꽉 붙잡았다. 찰그랑 떨어진 목걸이를 쥬시마츠가 주워들었다.

 

 

"왜, 왜 그러는 건가 오소마츠."

 

"너… 어제 뭐했어?"

 

"어제? 어제라면… 분명 카라마츠 걸-즈들을 만나러 나갔다가, 오소마츠와 파칭코에 갔다오지 않았나?"

 

 

카라마츠가 짐짓 심각한 얼굴로 자신을 노려봐오는 오소마츠를 걱정스럽게 쳐다보며, 무슨 일인가 오소마츠, 어디가 아픈 건가, 하고 덧붙였다.

 

그건 한 달 전의 이야기잖아, 카라마츠 형이 다치기 전날의 이야기잖아, 토도마츠가 헙 숨을 들이켰다.

 

 

"…너, 린도 메이, 몰라?"

 

"린도 메이? 그게 누구지? 오소마츠가 새로 추근덕거리는 걸인가?"

 

"데카판의 친구…"

 

"박사의 친구? 다용? …오소마츠? 어이, 오소마츠. 왜 그런 얼굴로 보는 건가."

 

 

오소마츠는 그제야 머릿속에서 한 곳에 몰아두었던 생각을 모두 끼워맞췄다. 일전에 말한 날짜보다 훨씬 빠른 오늘 굳이 갑작스럽게 카라마츠를 돌려보낸 것도, 카라마츠를 향하지 않던 시선도, 그를 떠날 것처럼 말하던 것도, 전부 퍼즐처럼 맞아떨어졌다.

 

기억을 잃어서. 린도 메이에 대한 기억을 잃어서.

 

 

"…카, 카라마츠 형―아."

 

"응?"

 

"이거, 이거 정말 몰라? 소중한 거라며. 그 애가 전해달라고 했으니까, 카라마츠 형―아 이거 알잖아."

 

"…아니, 그렇게 말해도… 애초에 그 애가 누구…"

 

 

후두둑, 눈물이 떨어졌다.

 

어라, 어째서, 나 왜? 순식간에 눈에 가득찬 눈물이 넘쳐흐르자, 카라마츠는 자신이 왜 우는지 모르겠다며 제 뺨을 문질렀다.

 

 

"카, 카라마츠 형…."

 

"카라마츠 형―아…."

 

"카라마츠…."

 

"오, 오우, 브라더들, 오늘 웬일로 어리광을…. 윽, 대체 왜…. 어째서 슬픈 거지, 난 왜 아픈 건가? 이건, 이상하다. 난 슬프지 않은데 눈물이 나. 울고 싶지 않은데 너무 아프다. 무슨…"

 

"쿠소마츠."

 

 

제 품으로 점차 모여드는 형제들을 토닥이며 카라마츠가 훌쩍였다. 이치마츠가 자리에서 일어나 카라마츠에게 다가갔다. 부드러운 파카에 폭 얼굴이 묻히고 카라마츠가 어리둥절해하며 고개를 들었다.

 

 

"울고 싶으면 울어."

 

"하, 하지만 난 아무것도…"

 

"시끄러워. 따지는 건 나중이라도 괜찮으니까 일단 털어내란 말이야."

 

"어, 어째서… 어째서… 윽, 으윽."

 

 

꽈악 쥔 손 안에서 꾸겨지는 파카가 젖어들었다. 옷에 묻힌 웃음소리가 눌려 터졌다.

 

아무것도 모르겠다면서 서럽게 울어대는 카라마츠는 고통스러워했다. 제 가슴을 부여잡고, 이치마츠의 옷을 너덜너덜해지리만치 흔들었다. 그럼에도 알지 못하는 이유가 답답하다며 흐느낌 사이로 어째서, 어째서야, 하고 토로할 때마다 형제들은 카라마츠를 꼬옥 안아주었다.

 

 

마음에 틈이 생겨서, 벌을 받은 거야.

 

 

벌이라니. 그건 누구에게 내려진 벌인데?

 

어째선지 기억을 잃은 저 녀석?

 

어째서인지 그에게 잊혀진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