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おそ松さん 2F/[유메마츠] 카라마츠 사변 후 카라마츠 Girl

[오소마츠상 소설(おそ松さん Novel )/유메마츠] 사실 카라마츠 Girl이 존재했던, 카라마츠 사변 후의 이야기

※ Just F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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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츠 사변 후 카라마츠 Girl

 

 

 

 

그녀는 후회하지 않았다. 그 남자를 사랑했던 것을.

 

후회할 리가 없었다. 그 남자에게 사랑을 받았던 것을.

 

카라마츠는 크게 다쳤고, 치료를 하던 중에도 죽고자 했지만, 기적적으로 살았다. 소중한 것을 지키고자 했던 그의 의지는 누구보다 강했고 동시에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그의 좌절은 무엇보다 깊었다. 그렇기에 죽고자 했겠지.

 

그녀는 그것으로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는 죽고자 했지만 죽지 않았다. 그녀는 그것을 카라마츠가 자신을 위해 한번 더 용기를 낸 것이라고 생각했다. 늘 미안하고 고맙다고 말했던 상냥한 연인에게 있어 자신도 소중한 부분이라고 들은 셈이라고 칠 테니, 한번 더 사랑을 확인받은 것이라고 칠 테니 포기하지만 말아달라고, 그녀는 매일 기도했다.

 

그런 그녀가 연구실과 집만을 오가다 간만에 거리로 나온 건 카라마츠가 다친 지 10일, 치료하던 와중에 자살시도를 한 지 3일이 지난 어느 날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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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10일이었다. 그 길면서도 짧은 시간동안 카라마츠의 빈자리가 녀석들을 얼마나 반성하게 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화가 났다. 당장이라도 뺨을 올려치고 싶을 만큼 분노가 치밀었고, 눈에 보이자마자 주먹을 휘두르고 싶을 만큼 어이가 없었다.

 

만약 카라마츠가 그러지 말아라, 그러지 말아달라,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면 당장이라도 그의 집에 쳐들어가 그의 엄마와 아빠에게라도 전부 털어놓았을 것이다.

 

그는 부모에게 전말을 알리는 대신 부탁했다. 그녀의 곁에서 요양하는 시간을, 친구의 집에 머무르며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집에 전달해달라고.

 

형제에게는? 그녀는 그에게서 집주소를 건네받고 넌지시 물었다. 모든 것을 그의 스스로부터 결정하도록 하고 싶었다. 카라마츠는 한참을 미동없이 눈만 깜박였다. 생각하는 것 같기도, 고민하는 것 같기도, 어쩌면 머뭇거리는 것 같기도 해서 그녀는 그의 손을 살짝 잡아주었다.

 

그는 또다시 부탁했다. 마미와 파파에게는, 형제들에게 말하지 말아달라 전달해달라고.

 

형제들에게 안쓰러운 취급을 받으면서도 그들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1순위였던 카라마츠는, 형제들에 대한 것을 늘 자랑스레 이야기했고 그럴 때에는 빛이 났다. 그럴 때의 그는 언젠가 보여준 새파란 스팽글 바지보다 반짝거려서 그녀는 미련하리만치 착하고 그만큼 상냥한 제 연인이 사랑스러웠다.

 

세상에 너만큼 형제를 아끼는 사람이 있을까? 그렇게 물을 때면 그는, 세상에 나만큼 너를 좋아하는 사람도 없지! 그렇게 엉뚱한 답을 해왔다.

 

그녀가 질투라도 하는 줄 알고, 형님보다 네가 더 좋을지도! 하하 웃으며 말하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녀는 늘 말했다. 거짓말.

 

질투하지 않았다. 그 마음은 정말 순수하고 때묻지않아서, 그녀가 시기하고 질투하기에는 너무나 크고 따뜻해서, 그녀는 그가 그 마음을 영원히 가져가길 바랐다. 자신과 형제를 순위매기는 짓은 바보같다고 생각했고, 가끔 싸우고 토라져 그녀에게 상담이랍시고 어리광을 부려올 때면 그녀는 오히려 말했다. 사랑하는 형제들이잖아! 좀 봐줘!

 

봐주긴 뭘 봐줘, 그렇게 말했던 그때의 자신을 저주하고 욕했다. 봐줄 수 없었다.

 

그 큰 사랑을 귀찮다고 멸시하는 녀석들은, 그 소중한 애정을 안쓰럽다고 무시하는 형제들은, 그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딱히 이렇다할 불평이나 미움없이 아픔을 감내하는 카라마츠 대신 그녀는 대신 화를 내고 욕을 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자신에게마저 솔직하지 못했던 카라마츠가 건물 옥상에서 몸을 던지고 의식을 잃었을 때, 그나마 남아있던 카라마츠의 형제들에 대한 일말의 둥근 마음은 깨져버렸다.

 

카라마츠는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 치료는 원점으로, 아니 그보다 훨씬 전으로 돌아갔다. 말할 것도 없이 치료 중이던 상처도, 아물어가던 상처도 더 악화되었다.

 

그녀는 무서웠다. 몸이 나아진 카라마츠의 마음은 나아질 수 없을까봐. 괜찮아진 그가 돌아가겠다면 몇 번 말려도 결국 보내주겠지만, 그 안에서 또다시 아파질까봐. 그때는, 어쩌면 돌이킬 수 없을까봐.

 

카라마츠는 상냥했다. 착하고, 따뜻한 사람이었다.

 

그는 그녀가 그를 평가하는 것과 비슷하게, 그녀를 평가했다. 그녀는 상냥하고, 착하고, 따뜻한 사람이라고. 그래, 인정한다. 네가 그렇다는 나는, 그런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이유없이 희생하고 잘못된 것에 반항도 하지 않은 채 죽을 만큼, 난 상냥하지 않고 착하지 않고 따뜻하지 않아.

 

그렇게 그녀는 한 가게 앞에 섰다.

 

빨간색의 네온사인이 한낮인데도 휘황찬란하게 빛났다. 시끌시끌한 실내에서 그녀는 어렵지 않게 찾던 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럴게, 그는 그녀의 연인과 똑같았으니까.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빌어먹을, 너무나 다르지 않았으니까.

 

 

 

 

빨간 파카의 등 옆으로 한 여자가 다가갔다. 근처를 맴도는 향이 익숙하다 생각하자마자 시선이 날아들었다. 오소마츠는 익숙함에 고개를 돌렸지만 여자를 보자마자 이 향은 낯설다고 느꼈다. 어쩌면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을 수도. 하지만 아무렴 어떤가, 오소마츠는 제 옆에서 누가 봐도 자신을 목표로 하고 서있는 여자를 보자마자 향이고 나발이고 잊었다.

 

의자에 앉아있는 오소마츠에게서는 담배 향이 났다. 그녀는 그가 어떤 담배를 피는지 알고 있었다. 카라마츠에게 들었으니까.

 

잠시간 그와 그녀 사이로는 어떠한 말도 오가지 않았다. 다만 시끌시끌한 파친코의 효과음과 다른 이들의 목소리만이 정적을 채웠다. 마지막으로 그녀가 목소리를 내고서야 소음으로 가득찬 정적은 깨졌다.

 

 

"잠시, 대화를 하고 싶은데요."

 

 

 

 

.

 

 

 

 

.

 

 

 

 

.

 

 

 

 

"들어와!"

 

"실례합니다."

 

 

의기양양하게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오소마츠를 따라 그녀가 발을 들이밀었다. 비어있는 현관 구석에 오소마츠가 벗어둔 신발 말고 다른 신발이 눈에 띄었다. 구두. 그녀는 그 신발이 누구의 것인지 단박에 알아차렸다.

 

가슴이, 또다시 아파온다.

 

 

"이야아―! 이거 미안해? 집에 먹을 게 없어서! 차 마실래?"

 

"아뇨. 앉죠, 할 말이 있는데."

 

"에―, 너무 급한걸! 그치만 이야기 끝나면 바로 돌아갈 거잖아? 차라도 마시면서 좀 천천히 즐기자구!"

 

"그냥 앉죠?"

 

 

오소마츠는 아쉽다는 듯 자리에 앉은 여자의 건너편에 앉았다.

 

 

"그래서? 처음 온 집에서 바로 자리에 앉을 만큼 급한 이야기가 뭘까나?"

 

"동생들은 어디있나요?"

 

"글쎄? 뭐어―, 다들 성인이고? 알아서 어딘가에 잘 있겠지! 그나저나 너무 적극적인걸~ 처음 만난 남자의 집에 오고 싶다니! 나 너무 두근두근거리잖아!"

 

"처음 만난 여자에게 호텔 가는 거냐던 남자보단 덜 적극적인 것 같네요. 지금 당신과 내 주변을 둘러싼 공기가 두근두근과 연결되는 것 같나요?"

 

 

여자는 웃었다. 입만, 웃었다.

 

오소마츠는 헤헤 웃으며 테이블에 팔을 올리고 턱을 괴었다.

 

처음 만나자마자 마츠노 오소마츠 씨, 맞나요? 이름을 물어온 여자는 제 신원은 밝히지도 않고 대뜸 공간과 시간을 빌려달라고 말했다. 오소마츠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고, 여자는 내심 당황했지만 그를 따라 나섰다.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오소마츠는 옆에서 한참을 떠들었다. 그렇군요, 대단하네요, 영혼없이 대꾸하는 그녀의 반응은 신경도 쓰지 않고 오소마츠는 현관문을 여는 때까지도 시끄러웠다.

 

 

"자아―. 이제 시작해보자구. 아, 그 전에, 너는 누구야? 너만 내 이름을 아는 건 불공평하잖~"

 

"린도 메이. 부를 거면 린도라고 불러주세요."

 

"메이 쨩이구나, 이름 예쁘다."

 

 

이 새끼가. 메이는 입을 다물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강적이었다. 속을 알 수 없는 능구렁이에 마이페이스로 밀어붙이는 분위기를 가진 이 남자는 그녀의 마음에 들 리 없었다.

 

하지만 곧 나오는 이름에 그 페이스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서 메이는 그에게 휘말리지 않기 위해 속을 몇 번이나 달랬다.

 

그들이 앉아있는 거실은 그녀가 처음 접하는 공간이었지만 카라마츠의 향이 났다. 정확히는 이 곳의 흔적이 카라마츠에게 남아 자신에게 인식된 것이겠지만, 아무렴 좋았다. 메이는 그의 공간에 들어와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뜨거웠다.

 

그가 소중히 여기는 곳에 욕을 하기 위해 왔다니. 연인의 집에 연인의 안부를 고하기 위해 왔다니. 사랑하기 때문에 곁에 있는 사람으로서가 아닌, 사랑하기 때문에 화를 내는 사람으로서 이 곳에 방문했다는 사실이 뼈에 사무치도록 암울했다.

 

오소마츠는 그녀가 누구인지 몰랐다. 하지만 그녀가 자신을 알고 있다 생각했다. 이름 뿐만 아니라, 그 외의 무언가도. 처음 만나 이름을 확인하고, 공간을 빌려달라며 따라왔을 때는 설마 이상한 사람일까 싶어 경계했다. 그럴게, 과정이 수상하기도 했지만, 콕 집어 자신에게 알리고자 하는 사정이 있으리라고 여겼으니까. …물론 여자라는 것도 한 몫 했지만.

 

단 한 번의 변화없는 표정은 딱딱했고, 단 한 톨의 폭신함없는 말투는 날카로웠다. 하지만 오소마츠는 이야기가 시작되려는 지금에 와서도, 짚이는 게 전혀 없었다. 분명 그녀의 말대로 두근두근은 아닌 것 같고. 

 

감추고 보여주는 게 특기인 오소마츠는 불안함은 감추고 호기심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좋아하는 남자가 있어요."

 

 

에? 괴고 있던 고개가 삐끗했다. 심상치않은 얼굴로 내뱉은 말이 사랑이라니, 혹시 나인가? 나인 거야? 표정은 숨겨도 눈동자의 빛은 숨기지 못했기에 그 부담스러운 기대감을 엿보고 메이가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물론 당신은 아니고요."

 

"왜 발끈하는 거?!"

 

"그 사람도 날 좋아해요."

 

"…헤에―."

 

 

어쩌라고. 오소마츠가 입 안에서 말했다. 처음 만나 집까지 따라온 여자의 연애상담이라니, 관심도 없고 듣고 싶지도 않다고. 불타올랐던 호기심이 한순간에 식었다. 떨어진 의욕은 눈에 훤했고, 그 모습에 욕지거리를 내뱉으려던 메이는 가까스로 말을 눌렀다.

 

즉흥적이면 안 된다. 골라둔 말을 내보내는 것이 이리도 답답한 일이었던가. 벌써 몇 십번 째의 한숨을 속으로 삼키고 있는지. 가슴에 구멍이 날 것 같았다.

 

 

"그 남자는 바보지만, 상냥하고 착하고 믿음직스럽죠. 내가 그 사람에게 있어 함부로 전부다, 라고 말하진 못하지만 난 분명 그 사람의 전부 중 일부에요.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이전에는 그걸로 만족했어요. 그 사람이 나에게 있어 모든 것이냐고 물었을 때, 분명 그 사람은 소중하지만 내가 마음대로 예스라고 대답하지 못하는 것만큼, 그 사람에게 있어 우선순위가 내가 아니더라도 나는 괜찮았어요, 정말. 그럴게, 그 사람이 1순위로 두고 있는 것에 대한 그 사람의 마음은 반짝반짝 빛났으니까. 한 치의 의심도 없는, 오로지 사랑과 믿음으로만 가득찬 것이었으니까."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오소마츠는 그때에도 흥미없는 표정으로 메이의 예쁘장한 얼굴이나 훑고 있었다. 저 아이는 속눈썹이 길구나, 눈은 토도마츠보다 조금 큰 것 같은데, 입술은 화장품을 바른 건가?

 

다녀왔어―! 다녀왔머스루머스루! 쥬시마츠의 체력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현관에서 요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각자의 목소리가 귀를 덮치자, 오소마츠는 마침 잘 됐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얼굴은 한껏 밝아져있었다.

 

여자인 나를 만났을 때보다 더. 동생들이 그렇게나 좋다 이건가? 그럼, 그 사람은?

 

괘씸한 새끼.

 

메이는 이를 으득 갈았다. 좋은 타이밍이었다. 형 혼자보다는, 같은 죄를 지은 형제 모두가 낫겠지.

 

 

"앉아, 오소마츠."

 

"…뭐?"

 

"앉으라고. 어차피 네 동생들도, 곧 여기로 올 거잖아."

 

 

메이의 말은 예언처럼 그의 발을 붙들었다.

 

올려다보는 눈은 그냥 본다기보다는 노려보는 것 같았다. 그녀의 분위기가 바뀌었고, 오소마츠는 지금껏 그녀가 보인 말투가, 태도가, 표정이 그제야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살기.

 

저건 살기였다.

 

 

"못 보던 신발인데?"

 

"이건 여자신발―!"

 

"쥬시마츠, 조용."

 

"오소마츠 형도 와있는 것 같은데. 거실인가?"

 

"들어갑니다―."

 

 

가까워지는 목소리를 끝으로 문이 드륵 열렸다.

 

자리에 서있는 오소마츠와 그 앞에 앉아있는 여자. 두 명의 그림을 보며 형제들은 저마다 생각을 했지만, 그 생각은 대체로 비슷했다.

 

누구지? 왜 오소마츠 형과 같이 있어? 여자다. 예쁜가? 누구지? 누구야? 그 짙은 호기심 사이로 빼꼼 고개를 내민 하나의 진지한 의문은 쵸로마츠로부터였다. 오소마츠의 어린 시절 파트너이자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은 위치의 쵸로마츠는 유일하게 오소마츠의 얼굴에서 드문 감정을 보았다.

 

경계심과 당혹감, 그 가운데 어디쯤의 감정이 그의 얼굴에서 보였다.

 

 

"동생들이 왔네요. 동생들도 와서 앉아요, 굿 타이밍에 왔네."

 

"…에?"

 

 

메이는 자리에서 일어서지도,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착석을 권했다.

 

오소마츠에게 넌지시 눈빛을 보낸 쵸로마츠는 오소마츠가 답지않게 굳은 얼굴로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 어리둥절한 동생들을 이끌고 일단 자리에 앉았다.

 

늘 아침을 먹는 것처럼 여섯 명의 사람이 한 테이블을 둘러싸고 앉았다.

 

메이는 그들이 자연스럽게 잡는 자리가, 그래서 자신이 지금 앉아있는 자리가 누구의 자리인지 알았다. 아. 위험해. 곧, 터질지도 몰라. 부글부글 끓는 것이 눈물샘인지, 분노인지, 그녀 스스로도 알 수가 없었다.

 

 

"안녕―! 너는 누구야? 나는 마츠노 가 오남, 마츠노 쥬시마츠!"

 

"린도 메이, 린도라고 부르면 돼요."

 

"메이 쨩!"

 

"…말을 들어먹지 않는 건 형제들 공통의 특징인가 보네요."

 

"저기, 말이 좀,"

 

"심하다구요?"

 

 

동생들이 들어온 후부터 오소마츠는 입을 꾹 다물었다. 조금 전의 태평한 얼굴도, 보이지 않았다. 잔잔하지만 깊은 호수처럼, 그는 동생들이 온 후 동요하진 않았지만 굳은 얼굴로 자신을 관찰하고 있었다.

 

쵸로마츠가 손을 들어 태클을 걸려는데, 메이가 막았다. 그 말을 듣고 오소마츠는 확실한 적대감을 알았고, 그 적대감이 다분히 고의적이라는 것도 알았다.

 

화가 났구나. 하지만 뭐 때문에?

 

메이는 둘러앉은 다섯 얼굴을 하나씩 유심히 시간을 들여보고는 다음 사람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 행동에 오소마츠는 뭔가 놓친 게 있는 듯 찜찜한 기분을 느꼈다.

 

처음부터 마츠노 오소마츠를 알고 있던 여자. 같은 얼굴들에 당황하지 않고 동생들, 이라고 단정지은 여자. 우리에 대해서 알고있는 것 같은 여자. 알고있다면, 그렇다면

 

오소마츠는 눈썹을 움찔 떨었다. 그 움직임을 메이는 놓치지 않았다. 그래, 그렇게 불안해해. 찝찝해하고, 초조해해. 너희가 내친 사람이 누구인지, 너희가 무슨 짓을 했는지, 내가 똑똑히 알려줄테니까.

 

오소마츠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생각을 멈추려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어떤 생각에까지 도달했을 때, 그는 저도 모르게 꼴깍 마른 침을 삼켰다.

 

이 자리에 없는 한 사람의 자리에 앉은 여자에게서 누군가 겹쳐보였다.

 

확실히 죄책감을 가지고야 있지만, 그것은 그 사건이 일어난 직후가 아니라, 존재가 사라지고 빈자리가 느껴지고서야 알아챈 뒤늦은 감정이었다. 그마저도 화가 나서인지 며칠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녀석에게 도리어 화가 나 서서히 사라져가는 감정이었다.

 

그래서 화가 난 것처럼 보이지만, 단순히 그 뿐만이 아닌 것같은 그녀의 목적이 혹시나 그 녀석이라면, 그 녀석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 그런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오소마츠가 입을 열었다.

 

동시에 메이도 입을 열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입이 동시에 열리는 것을 보고 잠시간 말문을 막았지만, 메이의 입에서 튀어나올 말을 먼저 듣기 위해 말을 멈춘 오소마츠와는 달리, 메이는 경고를 날리기 위해 말을 멈추었다.

 

늦었어.

 

소리없이 입술이 움직일 뿐이었지만  오소마츠는 분명히 들었다. 목소리 대신 글자가 창처럼, 칼처럼, 화살처럼 그의 가슴에 박혔다.

 

 

"안 심해. 너희들이 한 짓에 비하면, 심할 수가 없어."

 

"…에?"

 

"쓰레기. 악마. 범죄자."

 

"무, 무슨,"

 

"살인자!"

 

 

쾅 ― !

 

살인자, 라고 외치며 메이는 테이블을 주먹으로 내려쳤다. 엄청난 소리에 모두가 몸을 떨었다. 그녀의 손이 덜덜 떨렸다. 동시에 그 손 안에 쥐어져있던 선글라스가 파삭, 부서졌다.

 

저거…. 차마 말을 삼키지 못한 쥬시마츠가 먼저 아는 체를 했다. 그때서야 모두의 심장이 쿵 떨어지는 것을, 메이는 보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사, 살, 살인, 살인자, 라니… 아니야, 아니야, 우린…"

 

"설마…"

 

"주, 주, 죽었, 어? 거짓, 거짓말, 죽었다고?"

 

"…아니, 안 죽었어."

 

 

메이의 부정에 조금 풀어지는 표정들. 그 얼굴 위로 퍼지는 조금의 안도감이 너무 눈꼴사나워서 메이는 다시금 상을 내리치고 싶었다. 부숴버리고, 싶었다.

 

 

"그, 근데 왜 살인자라고…!"

 

"몸만 죽여야 살인자가 아니야. 숨이 멎고, 심장이 멈춰야만 죽는 게 아니라고. 그러니까 너희는 살인자야. 너희는 몸이 아니라, 그 사람의 마음을 죽였으니까, 누가 뭐라고 해도 살인자야."

 

"…너 누구야. 카라마츠, 어디있어."

 

"이제야 찾는 거야?"

 

 

말하는 동안 내려가있던 고개가 서서히 올라왔다. 그 눈에 가득 찬 건 살기를 동반한 고통이라, 오소마츠는 일어서려는 쵸로마츠의 손을 꾸욱 눌렀다.

 

 

"그 사람이 사라진 건 10일인데. 늘 자던 6인용 이불의 자리가 조금 넓어진 건 벌써 열 밤이나 지났는데. 편했어? 넓고 쾌적해진 자리가 너무 편해서 잊은 거야? 등을 밀어주는 손길이 새로워도, 이건 이거 나름대로 즐거워서 잊어버렸어? 너희가 너희 손으로 던진 물건에 피투성이가 된 사람은, 너희의 꿈 속에조차 등장할 수 없었던 거야?"

 

 

주르륵 눈물이 흘렀다.

 

소리없는 흐느낌. 그녀는 좋아하는 남자가 있다고 했다. 그 남자도 그녀를 좋아한다 말했다. 그들은 서로 사랑했다 말했다.

 

오소마츠는 머리가 띵했다. 누가 망치로 내려친 것마냥 이명이 울렸다. 그때 귀를 울린 건, 분명 소리치던 치비타의 목소리. 외치던 동생의 비명.

 

 

"그 사람이 깨어나자마자 내게 한 말은, 미안해, 였어. 이렇게 널 만나러 와서 미안해, 함께 파르페를 먹으러가자던 약속을 지키지못해 미안해, 네가 좋아하는 파란색이 아니라서 미안해, 빨간색이라서 미안해…. 그게 왜 미안해, 그게 뭐가 미안해. 그렇게 날 만나러 왔으니 다행이고, 파르페는 다음에 먹으면 되고, 낫기만 하면 다시 파란색이 될 텐데. 그 사람은 존재 자체가 파란색인데…."

 

"…."

 

"그리고 그 다음엔, 내게 세 가지 부탁을 했어. 하나는, 그 곳에 머물며 치료를 받는 동안 집에는 친구의 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어서 어느 정도 집에 돌아갈 수 없을 거라고 전해달라는 부탁. 또 다른 하나는, 엄마와 아빠에게 형제들에게는 말하지 말아달라 전해달라는 부탁."

 

 

마지막 부탁은, 메이가 잠시 숨을 멈추었다. 도무지 말하고 싶지 않아. 말하고 싶지 않아….

 

 

"마지막 부탁은, 너희가 던진 그것들을, 처리해달라는 부탁."

 

"아, 아아…"

 

"그 사람은 죽다 살아났고, 너희가 엮이면 안 된다고 했어. 그 상태로 죽게 되면 당연히 난 집에 연락을 할 거고, 그럼 밝혀질 테니까. 너희가 그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이."

 

"아니야… 아니야…"

 

"그래서… 나한테는 괜찮다고 해놓고 그럴 리 없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그 사람은 치료 중에 옥상에서 뛰어내렸어."

 

 

헉. 쵸로마츠가 숨을 들이마셨다. 절규하는 토도마츠를 붙잡고 하얘진 얼굴로 벌벌 떠는 이치마츠는 숨쉬는 것조차 잊은 것 같았다. 뚝뚝 눈물을 떨어뜨리며 뒤로 휘청거리는 쥬시마츠의 몸을, 오소마츠가 받았다.

 

 

"자살은, 너희에게로 화살이 돌아가지 않을 테니까. 내 곁에 있었던, 살아있었던 카라마츠는 형제 덕분에 행복하고 형제를 무척이나 사랑해 마지않는 사람이었으니까. 너희가, 의심받지 않을 테니까. 그래서 그 멍청한 새끼는, 자신을 죽이려했던 형제를 위해 죽으려 했어. 스스로, 스스로…"

 

 

아아. 이래서 냉정해지고 싶지 않았다. 화가 난 만큼 때리고 부수면 화는 풀리지만, 화가 난 만큼 냉정하고 침착해지면 속이 곪으니까. 속이 곪으면 당신을 지켜야하는 나는 힘들어지니까. 내가 힘들어지면, 당신도 힘들테니까.

 

 

"…어디, 어디 있어…?"

 

"카라마츠 형―아는… 어디 있는 거야…?"

 

"죽지 않았다고 했잖아, 그럼 살아있는 거잖아! 만나게 해달라고!"

 

"닥쳐!"

 

 

짝. 날카롭고 가벼운 소리를 따라 손이 올라가고 얼굴이 돌아갔다.

 

살짝 닿았던 뺨은 분명 뜨거웠다. 어쩌라고, 이제 와서. 메이는 인정할 수 없었다. 후회는 사랑이 아니다. 뉘우침은 타임머신이 아니다.

 

 

"형제? 가족? 왜 남인 나도 할 수 있는 일을 너희는 할 수 없었어?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을 왜 너희는 해주지 않았어? 그래놓고 이제와서 눈물 흘리는 거야?"

 

"으, 으아우…"

 

"아파하지마. 고작 손바닥이잖아. 화병도, 맷돌도, 야구방망이도 아닌 그저 손바닥이잖아. 뭐가 아파? 뭐가 싫어?"

 

"자, 잘못했어… 잘못했어…"

 

 

보라색 옷이 슬금슬금 다가왔다. 무릎이 기어갈 때마다 스윽 스윽 다다미에 끌리는 소리가 났다. 납작 엎드려 비는 이치마츠를 내려다보며 메이는 발을 들었다. 자신을 향해 문지르는 두 손바닥을 짓밟고 싶었다. 으스러뜨리고 싶었다.

 

 

"그만해!"

 

 

오소마츠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래, 네가 있었지. 존경하는 장남이라며 자랑하는 그의 말이 무색하게, 그의 존재를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도박이나 즐기던 네놈이 있었지.

 

쾅. 들어올린 발을 그대로 바닥에 내리꽂았다. 움직이던 손바닥이 움찔 멈추었다.

 

 

"의식이 없어."

 

"뭐?"

 

"멀쩡한 몸이었다면 한 두군데 부러지는 걸로 끝났을 높이지만 안타깝게도 그 사람의 몸은 멀쩡하지 않았어. 살아야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얼마 안 있어 깨어날 사고였지만 안타깝게도 그 사람에게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있는지는 나도 장담할 수가 없어."

 

 

여자친구라면서. 사랑하는 사람이라면서. 메이는 또다시 이를 악물었다. 이럴 줄 알았다면, 투정이라도 부릴 걸 그랬다. 어째서 우선순위는 늘 형제냐고. 나를 가장 소중히 여겨주면 안 되겠냐고. 형과 동생처럼, 나도 자랑스럽게 떠벌리고 다녀주면 안 되겠냐고.

 

그래, 애초에 내가 비밀의 카라마츠 Girl이 된 이유도 너희 때문이었다. 배신자가 되는 건 괜찮지만, 그걸로 소외감을 느낄 형제들이 걱정된다고.

 

소외감? 웃기지 말라 그래. 소외감을 느끼고 있던 건 너잖아, 카라마츠. 빌어먹을. 너잖아, 이 자식아.

 

 

"그 사람이 누워있는 동안, 너희가 만나도록 해줄 수는 없어."

 

 

이 말을 하러 왔다. 그저 이 한 마디를 하기 위해 왔는데, 울분이 북받쳐올라 손찌검을 하고 욕을 내뱉었다. 아아. 카라마츠가 깨면 원망하겠다.

 

아니, 그래도 좋아. 미워해도 좋고, 비밀이 되어도 좋아.

 

일어나줘.

 

내 곁에 있어줘.

 

내 이름을 불러줘.

 

살아줘….

 

 

"꼭―, 말해주고 싶었어."

 

"…."

 

"너희는 최악의 형제고, 재활용도 거부당할 더러운 쓰레기라는 걸."

 

"…그만,"

 

"버렸으면 찾지마. 만약 그 사람이 깨어나고 원한다면, 그때 돌려보내 줄테니까."

 

 

메이는 여전히 엎드려있는 이치마츠를 스쳐지나 열린 문으로 다가갔다.

 

 

"내 이름은 린도 메이. 마츠노 카라마츠의 여자친구입니다."

 

 

부디,

 

 

"당신들이 앞으로 지옥 속에서 살아가길."

 

 

그 당연했던 사랑에 목말라, 처참히 메마르다 죽어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