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おそ松さん 2F/[유메마츠] 카라마츠 사변 후 카라마츠 Girl

[오소마츠상 소설(おそ松さん Novel )/유메마츠] 카라마츠 사변 후 카라마츠 Girl 1

※ Just F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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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츠 사변 후 카라마츠 Girl Pro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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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마츠상 소설(おそ松さん Novel )/유메마츠] 사실 카라마츠 Girl이 존재했던, 카라마츠 사변 후의 이야기

※ Just Fiction. 카라마츠 사변 후 카라마츠 Girl 그녀는 후회하지 않았다. 그 남자를 사랑했던 것을. 후회할 리가 없었다. 그 남자에게 사랑을 받았던 것을. 카라마츠는 크게 다쳤고, 치료를 하던 중에도 죽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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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츠 사변 후 카라마츠 Girl 1

 

 

 

 

메이는 제 공간으로 들어섰다. 데카판에게 들를까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굳게 닫힌 차고지를 지나 계단을 올랐다. 2층에 있는 집을 지나 3층에 위치한 연구실로 바로 올라가려던 메이는 그냥 문을 열었다.

 

신발을 벗고 메이는 소파에 아무렇게나 제 가방을 휙 던졌다. 드르륵 방문을 열었다. 죽은 듯 침대에 누워있는 카라마츠가 있었다.

 

거추장스러운 선들에 이어진 의료기기들은 평소라면 절대 집에 들여놓지 않았을 것들이었다. 한쪽에 치워둔 도구들도, 평소라면 절대 가지고오지 않았을 물건들이었다. 가끔 동물들을 치료할 때 빼고는.

 

메이는 카라마츠의 옆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어떻게 작은 숨소리마저 없니. 그나마 색색 내쉬는 조그만 호흡마저 멎는 순간, 그 순간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아서 메이는 그의 손을 꼭 잡았다.

 

늘 따뜻했는데, 지금 그의 손은 차가웠다.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카라마츠.

 

 

"너의 형제들에게 상처를 줬어."

 

 

네가 사랑하는 형제를 때려버렸어.

 

 

"나쁜 말을 하고, 저주를 하고."

 

 

잔뜩 화풀이를 해버렸어.

 

 

"일어나면 화내겠지. 너도 상처받겠지, 나의 행동에."

 

 

하지만 괜찮아.

 

 

"그때가 되면 다시 사과하러 갈테니까, 지금은 봐줘. 그냥… 살아만 줘."

 

 

숨만 쉬어줘.

 

뚝뚝 눈물이 떨어졌다. 그의 손에, 이불보에, 그녀의 손등에.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매 초마다 느꼈다. 세상이 무너지는 느낌을 자면서도 받았다. 의뢰를 받은 약을 만들 때에도 정신이 아득해졌고, 꿈 속에서 찾아오는 그를 보고서는 늘 일어나고서 휘청거렸다. 탈수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면서 계속 울어재끼는 건, 고문과도 같았다.

 

나도 너무 힘든데. 카라마츠는 엉망이 된 몸과는 상반되게 얼굴만은 평화로워서, 메이 역시 계속해서 바랐다. 나를 사랑한다면, 어서 일어나서 내 고통을 끝내줘. 그러면서도 자신이 무너지면 정말 카라마츠가 사라질까봐, 그녀는 약을 먹어가며 카라마츠를 위한 약을 만들었다.

 

아무리 소리를 지르고 울어도 카라마츠는 안아주지 않았다. 버둥거리며 악을 써도 멈춰주는 손길은 없었다. 그 사실이 사무쳐서 메이는 이러다 쓰러지겠다 싶을 때까지 오열을 하고 비명을 내지르고 약을 먹었다. 그럼 몸은 나아지고, 메이는 너덜너덜해진 정신으로 연구실로 올라갔다.

 

그 와중에도 돈은 벌고 의뢰는 받았다. 의뢰를 받아서 배달해주는 류이치에게 건네주었다.

 

그런 폐인같은 생활을 하며 마츠노 가를 뒤집어놓고나서 4일 후. 카라마츠가 처음 다쳤던 후로부터 정확히 14일이 지난 날, 메이는 약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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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마츠는 오늘도 제일 먼저 일어나 나갔다. 카라마츠의 여자친구라고 소개하던 여자가 다녀간 후로, 형제들은 오소마츠와 제대로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다.

 

일어나면 없는 장남의 빈자리는 컸고, 그보다는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차남의 빈자리가 더 컸다.

 

쵸로마츠는 얼굴을 스치는 옷자락에 눈을 떴다.

 

 

"아, 미안."

 

 

이치마츠가 떨어진 잠옷을 주우며 사과했다. 쵸로마츠는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켰다.

 

 

"나가게?"

 

"응."

 

 

늘 제일 먼저 일어났던 건 쵸로마츠였는데, 요즘 쵸로마츠는 가장 늦게 일어났다. 정확히는, 형제들이 너무 빨리 일어났다.

 

이치마츠는 마스크를 코까지 덮어쓰고 방을 나갔다. 쵸로마츠는 그가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카라마츠의 선글라스를 알고 있었다.

 

이불을 정리하며 쵸로마츠는 평소처럼 의미없이 상황을 정리했다. 사실 지금 뿐만이 아니더라도 늘 하지만, 정리를 하고 떠올리지 않으면 카라마츠에 대한 단서를 놓칠 것만 같아서 그는 수시로 생각했다.

 

평소같은 장난이었다. 괴물같은 회복력으로 평소처럼 안쓰러운 대사와 함께 돌아올 줄 알았다. 다음 날 아침이면, 평소처럼 안쓰러운 복장으로 카라마츠 걸즈니 뭐니를 찾으러 외출할 줄 알았다. 그 후에는, 치비타의 가게에서 또 한껏 취해 인사불성이 된 이치마츠를 들쳐업고 함께 집으로 돌아올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우리의 장난은 그에게 장난일 수 없었다. 우리의 일상은 그에게 이어질 수 없었다.

 

왜지? 어째서 우리는, 카라마츠가 사라진 10일을 아무 생각없이 보냈던 거지?

 

다짜고짜 찾아와 격분하던 카라마츠의 여자친구가 말하고서야 모두는 깨달았다. 뒤돌아 생각하면, 어쩜 정말 그렇게 소름돋을 정도로 아무렇지 않을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 없으리만치 그들의 생활은 그때부터 완전히 달라졌다.

 

오소마츠는 유일하게 자신에게만 의지했던 동생을 잃고 그들에게 말하진 않았지만 이리저리 카라마츠를 찾아다녔다. 혹은 자신을 린도 메이라고 소개했던 여자의 흔적이라도. 이치마츠는 동네의 고양이가 머무는 곳이란 곳은 전부 들쑤시고 다녔다. 카라마츠나 여자를 보았냐고 물어보고 다녔다. 누군가 본다면 정신에 이상이 있는 건가 싶겠지만, 고양이와 진심으로 교감할 수 있었던 이치마츠는 할퀸 상처를 달고 돌아오는 날이 많아졌다.

 

쥬시마츠는 뭘 하고 다니는지 모르겠지만, 분명 그도 아침에 나가 저녁에 돌아오는 일이 잦아졌다. 헤벌레 벌어진 입은 닫히거나 소매에 막히는 때가 많아졌다. 늘 들고 다니던 야구배트는 보관하는 날이 많아졌다. 토도마츠는 사진을 들고 다니며 자신과 닮은 사람이 있는지 찾아다녔다. SNS를 이용해 린도 메이라는 여자에 대해 조사하기도 했지만, 쓸만한 정보는 거의 없다고.

 

쵸로마츠는 집을 지켰다. 자신까지 나가버리면 카라마츠가 돌아왔을 때 집에 아무도 없을까봐, 어떻게든 붙잡을 타이밍을 놓칠까봐 그는 나갈 수 없었다. 주인없는 기타를 관리하고, 옷장에만 처박혀있는 옷을 자주 세탁했다. 이치마츠가 돌아와 돌려둔 선글라스와 구두를 닦아내는 것도 그의 일이었다.

 

구인잡지를 읽는 대신 카라마츠의 손거울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 빨아낸 카라마츠의 파카는 바로 개어 넣을 수 없었다. 꼬옥 품에 안을 때면 항상 눈물이 났다. 잘 때면 그의 잠옷이 없더라도 반드시 그의 자리를 남겨놓았다. 이치마츠가 비어버린 옆자리에 눈물을 흘릴 때면, 조용히 자리를 바꿔주었다.

 

미안해. 미안해, 카라마츠.

 

아껴주지 못해서 미안해. 하다못해 다른 형제들에게처럼만이라도 해주지 않아서 미안해. 늘 안쓰럽다고 등돌려서 미안해. 외로울 너를 알지 못해서 미안해. 아프게 해서 미안해. 네 카라아게를 빼앗아먹는 오소마츠 형을 말리지 않아서 미안해….

 

열거하고 보니 이렇게나 미안한 게 많았다. 사라지고 보니 잘못한 것만 잔뜩 생각났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거야? 아니면 우리가 싫어진 거야? 더이상 우리같은 거, 필요하지 않은 거야? 그래서 연락하지 않는 거야?

 

메이는 분명 카라마츠가 깨어나고 원한다면 돌려보내준다고 했다. 하지만 이 때까지 연락이 없는 건…

 

아니야. 그렇지 않아. 카라마츠는 우리의 형제. 우리는 여섯이서 하나, 네가 나고, 내가 너야.

 

끝까지 이기적인 제 얼굴이 카라마츠의 거울에 비쳤다. 주룩 흘리는 눈물이 거울에 떨어지자, 얼굴이 일그러졌다.

 

돌아오지 않을 리 없어. 너는 돌아올 거야. 꼭 돌아올 거야. 반드시 돌아와야해. 돌아올 거지?

 

쵸로마츠는 거울을 가슴에 안고 숨죽여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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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마츠는 상처난 손등을 부여잡고 집으로 향했다.

 

오늘도 성과는 없었다. 카라마츠를 보았다고 나서는 아이는 없고, 린도 메이라는 여자는 설명할 수가 없었다.

 

젠장. 미움만 받는구만. 내가 그렇지 뭐. 이치마츠는 쳇 한번 혀를 차고 시야의 앞에 걸린 집을 향해 걸었다. 그리고 집 앞에서 멈추었다.

 

이 곳이다. 바로 이 곳. 여기에, 카라마츠는 매달려 있었고, 자신과 형제들은 어떤 것들을 던졌다. 졸려 잔뜩 심술이 난 와중에도, 분명 그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문이 열리는 순간, 잠시나마 환해졌던 녀석의 얼굴을 떠올릴 때마다 이치마츠는 비틀거렸다. 무너져, 부서져, 사라져… 몸 어딘가에서 찌르르 울리는 통증에 이치마츠는 눈살을 찌푸렸다.

 

드르륵 문을 열어도 평소처럼 다녀왔다는 인삿말은 나오지 않았다. 어차피 기대하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거라는 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럴게, 이런 상황을 만든 가장 큰 요인은 나니까. 내가 던진 게 가장 큰 데미지였을 테니까.

 

거실 문을 열지 못하고 그대로 복도에 굳어버렸다.

 

흐윽. 흑. 미안해, 미안해. 카라마츠, 돌아와줘.

 

젖은 목소리가 닫힌 문틈으로 새어나왔다.

 

아아. 다섯 명의 쓰레기, 다섯 명의 악마, 다섯 명의 범죄자, 다섯 명의 살인자. 사랑하는 형제가 사랑하는 여자는 사랑하는 남자가 사랑하는 형제를 그렇게 불렀다.

 

맞아, 우리는 쓰레기고 악마이자 범죄자고 살인자다. 아무리 울고 후회하고 노력해도, 그것은 바뀌지 않는다.

 

그럼에도 여자친구를 숨긴 그의 심정이 어쩐지 그들과 관련이 있을 것 같아서, 그것을 이해하고 사랑했지만 여기까지 찾아와 그렇게까지 말했던 여자친구의 마음이 이해가 가는 것 같아서 이치마츠는 이를 악물었다.

 

오소마츠도, 쥬시마츠도, 토도마츠도, 이치마츠 자신도. 다들 각자의 방법으로 뉘우치고 돌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쵸로마츠가 집에서 나가지 않는 듯한 건 집을 지키기 위함이라는 것을 모두는 알고 있었다.

 

이치마츠는 문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형이 혼자 숨죽여 후회하고 벌을 받는 시간에 끼어들 수 없었다.

 

미안해. 미안해, 카라마츠 형.

 

아껴주지 못해서 미안해. 하다못해 다른 형제들에게처럼만이라도 해주지 않아서 미안해. 늘 안쓰럽다고 등돌려서 미안해. 외로울 너를 알지 못해서 미안해. 아프게 해서 미안해.

 

열거하고 보니 이렇게나 미안한 게 많았다. 사라지고 보니 잘못한 것만 잔뜩 생각났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거야? 아니면 우리가 싫어진 거야? 더이상 우리같은 거, 필요하지 않은 거야? 그래서 연락하지 않는 거야?

 

메이는 분명 카라마츠가 깨어나고 원한다면 돌려보내준다고 했다. 하지만 이 때까지 연락이 없는 건…

 

아니야. 그렇지 않아. 카라마츠는 우리의 형제. 우리는 여섯이서 하나, 네가 나고, 내가 너야.

 

끝까지 이기적인 제 얼굴을 무릎 사이로 파묻었다. 주룩 흘리는 눈물이 바지에 떨어지자, 얼굴이 일그러졌다.

 

돌아오지 않을 리 없어. 너는 돌아올 거야. 꼭 돌아올 거야. 반드시 돌아와야해. 돌아올 거지?

 

이치마츠는 무릎을 안고 숨죽여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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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허탕이었다. 토도마츠는 이마를 짚고 눈을 질끈 감았다. 카라마츠의 얼굴이 떠있던 스마트폰 액정이 까매졌다.

 

아무리 물어보고 다녀도, 스마트폰 속 얼굴이나 자신과 똑같이 생긴 남자를 봤다는 사람은 찾을 수 없었다. 남은 단서는 카라마츠의 이야기를 꺼내며 제 뺨을 때렸던 여자 뿐이었지만, 토도마츠가 알고 있는 것은 그녀의 이름 뿐. 그 이름마저도 가짜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 이름에 대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거의 없었다.

 

토도마츠는 한숨을 내쉬었다.

 

형, 어디 있어? 괜찮아? 많이 다쳤어? 많이 아픈 거야? 묻고싶은 건 많은데 물을 수 없었다. 할 말은 많은데 할 수 없었다. 그가 언젠가 돌아오더라도, 못할 것 같았다.

 

카라마츠는 그의 파트너였다. 어릴 적 붙어다녔던 파트너는, 시간이 지나 어른이 되어 조금 안쓰러운 패션으로 많이 안쓰러운 대사를 내뱉는 아픈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그는 그럼에도 듬직했고 믿음직스러운 형이었다.

 

싸움이 날 때면 가장 먼저 찾게 되는 사람. 좋은 말을 듣고 싶을 때면 가장 먼저 부르게 되는 사람. 사실 그의 존재가 그렇게 크다는 것을 그 존재가 사라지고나서야 알게 되어서 토도마츠는 그저 통탄했다.

 

바보같아. 나도, 형들도, 그냥 다 병신같아.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는 형제를, 생사조차 불분명하게 만들어버린 것이 자신들이라는 것을 알기에 더 마음이 미어졌다.

 

상냥하고 착한 차남은, 형제의 어리광을 모두 받아주었다. 동생에게는 물렀고 형에게는 믿음직했다. 그걸 알아서 점점 심해지는 대우를 스스로 느끼게 되더라도 부정했다. 괜찮아, 나는 형의 사랑스러운 동생이니까?

 

사실 괜찮지 않았는데. 나 정말 드라이 몬스터가 맞을지도. 토도마츠는 생각했다.

 

미안해. 미안해, 카라마츠 형.

 

아껴주지 못해서 미안해. 하다못해 다른 형제들에게처럼만이라도 해주지 않아서 미안해. 늘 안쓰럽다고 등돌려서 미안해. 외로울 형을 알지 못해서 미안해. 아프게 해서 미안해.

 

열거하고 보니 이렇게나 미안한 게 많았다. 사라지고 보니 잘못한 것만 잔뜩 생각났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거야? 아니면 우리가 싫어진 거야? 더이상 우리같은 거, 필요하지 않은 거야? 그래서 연락하지 않는 거야?

 

메이는 분명 카라마츠가 깨어나고 원한다면 돌려보내준다고 했다. 하지만 이 때까지 연락이 없는 건…

 

아니야. 그렇지 않아. 카라마츠는 우리의 형제. 우리는 여섯이서 하나, 네가 나고, 내가 너야.

 

끝까지 이기적인 제 얼굴을 손으로 박박 비볐다. 주룩 흘리는 눈물이 손바닥에 펼쳐지자, 얼굴이 일그러졌다.

 

돌아오지 않을 리 없어. 형은 돌아올 거야. 꼭 돌아올 거야. 반드시 돌아와야해. 돌아올 거지?

 

토도마츠는 얼굴을 손에 파묻고 숨죽여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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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시마츠는 귀를 쫑긋 기울였다. 킁킁 코에도 온 신경을 집중시켰다. 혹시라도 위험에 처한 형이 자신을 부를까 싶어서, 혹시라도 형의 냄새가 느껴질까 싶어서. 하지만 오늘도 여전히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코끝까지 올려입은 점프슈트는 노란색이었다. 쥬시마츠는 지퍼를 내릴 수 없었다. 카라마츠와 비슷한 패션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처없이 돌아다니던 쥬시마츠는 데카판의 연구소로 향했다.

 

 

"호에? 쥬시마츠 군?"

 

 

데카판은 늘 언제나처럼 푸근하게 맞아주었다. 쥬시마츠는 늘 앉던 자리에 앉았다.

 

 

"쥬시마츠 군? 오늘은 웃지 않는다스."

 

 

웃을 리 없다. 웃어서는 안 된다. 웃을 자격같은 거, 이제 없다.

 

웃지 못하니 눈물이 흘렀다. 데카판은 깜짝 놀라 우왕좌왕 움직였다. 무슨 일이 있는 거다스까? 마음이 안정되도록 차를 내주겠다스! 데카판은 그렇게 말하고 잠시 자리를 비웠다.

 

미안해. 미안해, 카라마츠 형―아.

 

아껴주지 못해서 미안해. 하다못해 다른 형제들에게처럼만이라도 해주지 않아서 미안해. 늘 안쓰럽다고 등돌려서 미안해. 외로울 형―아를 알지 못해서 미안해. 아프게 해서 미안해.

 

열거하고 보니 이렇게나 미안한 게 많았다. 사라지고 보니 잘못한 것만 잔뜩 생각났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거야? 아니면 우리가 싫어진 거야? 더이상 우리같은 거, 필요하지 않은 거야? 그래서 연락하지 않는 거야?

 

메이는 분명 카라마츠가 깨어나고 원한다면 돌려보내준다고 했다. 하지만 이 때까지 연락이 없는 건…

 

아니야. 그렇지 않아. 카라마츠는 우리의 형제. 우리는 여섯이서 하나, 네가 나고, 내가 너야.

 

끝까지 이기적인 제 얼굴을 옷에 파묻었다. 주룩 흘리는 눈물에 옷이 젖자, 얼굴이 일그러졌다.

 

돌아오지 않을 리 없어. 형―아는 돌아올 거야. 꼭 돌아올 거야. 반드시 돌아와야해. 돌아올 거지?

 

 

"무슨 일인지 말해도 된다스."

 

 

데카판이 인자한 말로 내민 차는 카라마츠가 좋아하는 보리차였다. 호록 한모금 맛본 쥬시마츠는 그것을 채 삼키지 못하고 흐어엉 울어버렸다. 웃는 대신 울면서 크게 벌어진 입에서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못한 액체가 주르륵 흘렀다.

 

데카판은 서둘러 휴지를 건넸다. 쥬시마츠는 데카판에게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호에호에…. 너무했다스. 카라마츠 군이 형제들을 많이 사랑하는 건 전부 알고 있다스."

 

"알아―! 아는데―, 흐어어엉! 미안해, 미안해 카라마츠 형―아―! 보고싶어―. 형―아아아―!"

 

"쥬시마츠 군…. 너무 심하게 울면 탈진할 거다스."

 

 

데카판은 쥬시마츠를 위로했다. 곧 잠잠해진 쥬시마츠는 새빨개진 코를 훌쩍이고 충혈된 눈을 꾹 감고 남은 눈물을 쥐어짜냈다.

 

데카판은 쥬시마츠의 이야기를 곰곰히 상기했다. 형제들의 이야기에 자신이 아는 이야기가 조금 섞여있는 것 같았다. 이 이야기를 내가 하게 될 줄은 몰랐다스, 언젠가 제게 수줍어하며 무언가를 고백하는 카라마츠의 뒤통수를 후려친 여자가 있었다. 그 때의 장면을 회상하며 데카판은 쥬시마츠에게 말했다.

 

 

"나는 카라마츠 군에게 여자친구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스."

 

"…에?"

 

"방금 쥬시마츠 군이 말한 린도 메이라는 아이는, 카라마츠 군의 여자친구가 맞다스. 카라마츠가 직접 고백했다스."

 

 

쥬시마츠의 눈이 커다래졌다. 데카판에게 잠시 기다리라던 쥬시마츠는 오소마츠에게 연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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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다. 아무 곳에도, 어떤 곳에도 없다. 카라마츠가 존재했다는 게 마치 거짓말인 것처럼, 집 밖에는 그의 흔적이 아무것도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토토코에게 찾아가 카라마츠의 행방에 대해 물었다. 모르겠다는 대답에 그는 겨우 가슴을 쓸어내렸다. 무서웠다. 이 세상에 너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할까봐.

 

오소마츠는 치비타를 찾아갔다. 오뎅가게를 열기 전이라서, 치비타는 웬일로 집까지 찾아온 오소마츠를 맞이했다.

 

 

"어쩐 일이냐?"

 

"…카라마츠, 혹시 본 적 있어?"

 

"아?"

 

 

치비타는 고개를 저었다. 그 사건이 있은 후부터 카라마츠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오소마츠는 치비타가 건네주는 차를 꿀꺽꿀꺽 마셨다. 울컥, 무언가가 차올랐다.

 

쾅― 오소마츠는 찻잔을 테이블에 내려찍듯 내려놓았다.

 

 

"얌마!"

 

"치비타 너 이새끼!"

 

 

멱살을 쥐어잡는 오소마츠에게 역정을 내려던 치비타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고는 말을 멈추었다.

 

 

"…너 임마, 무슨 일이냐."

 

"…너 때문이야."

 

"뭐?"

 

"네가, 네가 그 녀석을 데리고 가지만 않았어도,"

 

 

치비타는 그가 당최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다가도, 문득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에 대해 물었던 것을 떠올렸다. 곧 머릿속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떠다녔지만 그는 제 목덜미를 잡고 있는 오소마츠의 손목을 꽉 잡았다.

 

이래뵈도 여섯쌍둥이와 한두 해 본 게 아니다. 오소마츠의 얼굴에 쓰여진 게 무엇인지 알 정도의 시간은 보냈다.

 

 

"카라마츠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거야?"

 

"다, 너 때문이야…."

 

"…내가 그 날 그 녀석을 유괴한 걸 말하는 것 같은데."

 

 

퍼억 ―

 

쿠당탕 ―

 

오소마츠가 뒤로 넘어갔다. 치비타는 탈탈 손을 털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잔뜩 구겨진 옷을 툭툭 털었다. 넘어진 오소마츠는 일어날 생각도 없어보였다.

 

 

"너희, 결국 그 녀석 데리러 안 왔잖냐? 그 후에 난 카라마츠랑 대화를 했다. 카라마츠는, 너희가 자기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그래서 그랬다. 너희가 녀석을 구하러오는 시늉이라도 한다면 감동하고 실실거릴 놈이니까."

 

"…윽,"

 

"그런데 나도 몰랐지. 불타고있는 형제한테 물건을 던지고 잠에 빠질 줄은."

 

 

오소마츠는 팔을 들어 눈을 가렸다. 치비타는 그의 발치에 앉았다.

 

 

"무슨 일인데. 말이라도 해봐. 내 탓이라고 생각한다면, 도울게."

 

"…카라마츠가, 사라졌어. 사라졌는데… 녀석의 여자친구라는 사람이 찾아와서 카라마츠는 자기가 데리고있다고 했어."

 

"뭐?"

 

"치료를 해주고 있다는데, 카라마츠가… 치료를 받다가 자살시도를 했대."

 

"…진짜냐."

 

"그렇게 하면, 자기가 죽어도 우리한테는 피해가 없을 거라고. 자살은, 살인이 아니니까."

 

 

오소마츠의 이야기를 듣고 치비타는 입을 벌렸다. 멍청한 녀석인 건 알았지만, 그 정도까지 생각할 줄은 몰랐다.

 

 

"살인자라고 했어."

 

"누가."

 

"그 여자애. 카라마츠의 여자친구라고 찾아온 여자애는, 우리한테 살인자라고 했어. 토도마츠의 뺨을 때리고, 자기도 울더라…. 흉흉한 눈으로 우리 전부를 노려보고 저주를 퍼부으면서, 그 여자애도 울더라…."

 

"여자친구라니, 누군데."

 

"몰라. 알 수가 없어. 카라마츠가 어디 있는지도, 그 여자가 대체 누구인지도 알 수가 없어. 우리는… 신경도 안 썼어. 카라마츠가 돌아오지 않는 것 따위, 신경도 쓰지 않고 평소대로 생활했어. 어쩌면 그 여자애 말대로 널찍해진 잠자리가 쾌적했는지도 몰라."

 

"병신이냐 짜샤!"

 

 

치비타가 널브러진 오소마츠의 다리를 발로 툭 건들였다.

 

 

"아무리 카라마츠가 만만해도 너희는 형제잖냐! 어린 시절부터 너는 나고 나는 너라고 떠들어대던 빌어먹을 여섯쌍둥이는 어디로 간 거냐! 그러고도 카라마츠의 형이고 장남이냐!"

 

"…치비타."

 

"뭘 쳐불러대는 거야 짜샤!"

 

"돌아오지 않으면 어쩌지."

 

 

오소마츠의 말에 치비타는 하려던 말을 꾹 눌러삼켰다. 충분히라는 건 상대적인 것이지만, 치비타는 오소마츠가 후회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벌을 받는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다른 녀석들도 이 녀석과 별반 다를 게 없겠지. 어쩌면, 이 녀석은 더 힘들지도.

 

 

"그 녀석이, 다시 괜찮아진다고 하더라도, 우리 때문에 죽겠다고 또 그러면 어떡하지."

 

"…카라마츠가 너희를 더는 보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도 너희는 할 말이 없다, 병신들아."

 

"알아. 아는데… 한 번만, 한 번만이라도 보고싶어. 사과하고 싶어… 너는 우리에게 있어 소중한 형제라고, 말해줘야 하는데…."

 

 

돌아올 거라는 장담도, 괜찮을 거라는 위로도 할 수 없었다. 그 모든 말은 '함부로'이고 '애써서'라서, 치비타는 좌절하며 뉘우치는 친구에게 어떠한 말도 해줄 수가 없었다.

 

 

"…미안하다. 내가 그날 밀린 외상값 받겠다고 설치지만 않았어도, 카라마츠를 데려가지만 않았어도."

 

"…아니. 네 탓 아니고, 우리의 탓이지."

 

 

오소마츠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젖은 눈으로 발신인을 확인했다.

 

쥬시마츠였다.

 

오소마츠는 말없이 전화를 귀에 가져다댔고, 곧 벌떡 일어났다. 치비타가 고개를 들었다.

 

오소마츠는 이윽고 허둥지둥 치비타의 집에서 빠져나왔다. 치비타가 부르는 소리에 답할 겨를도 없었다. 애초에 그 말이 들릴 리 없었다.

 

 

- 오소마츠 형―아! 데카판이 카라마츠 형―아의 여자친구에 대해 알고 있대!

 

 

오소마츠는 홀린 듯 데카판의 연구소를 향해 내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