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おそ松さん 2F/[유메마츠] 카라마츠 사변 후 카라마츠 Girl

[오소마츠상 소설(おそ松さん Novel )/유메마츠] 카라마츠 사변 후 카라마츠 Girl 4

※ Just F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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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츠 사변 후 카라마츠 Girl 4

 

 

 

 

카라마츠는 조용히 눈을 떴다. 아직 해가 뜨지도 않은 새벽이었다. 머리 전체부터 눈까지 감싸고있는 붕대 때문에 머리는 무거웠고 한쪽 눈만 보이지 않는 감각에는 곧 익숙해졌다.

 

카라마츠는 메이가 바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메이가 자리를 잠시 비울 때마다 그녀의 부탁으로 카라마츠의 곁에 있어주는 류이치가 나불나불 메이에 대해 얘기해주기 때문에. 카라마츠의 약을 만들면서 의뢰까지 맡는 것은 메이의 시간이 더욱 부족해진다는 뜻이었고, 그로 인해 줄어드는 그녀의 수면시간은 카라마츠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카라마츠의 옆에 앉아 대화를 나누다 잠에 들어버리기 일쑤인 메이의 자세 때문에 일어난 메이가 불편해할까 침대 옆에 작은 간이침대를 두는 게 어떻냐는 카라마츠의 제안을 받아들인 메이는 오늘도 그의 바로 옆에 간이침대를 붙여 잠들어 뒤척이고 있었다.

 

며칠 전 메이는 형제들에게 다녀오겠다며 집을 나갔다. 시간이 지나고, 류이치와 실없는 대화를 하던 중 열어놓은 창밖에서 자동차 소리가 들렸다. 이런 산 중턱에 세워진 건물까지 들어오는 차는 류이치의 바이크를 제외하고 클라이언트 또는 가끔의 다용, 그리고 메이의 것 뿐이었다. 하지만 외부인이 연구소에 접근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메이는 클라이언트와의 계약 시에도 조건에 반드시 그것에 대한 것을 명시했기 때문에 저 자동차 소리는 분명 메이 본인임이 틀림없다며 류이치는 자리를 박차고 뛰어나갔다.

 

류이치가 메이에게 연애감정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들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시절부터 서로에게 가족이자 든든한 파트너였다는 것도 알고 있음에도 간혹 메이와 눈에 띄게 가까운 거리에 서있는 류이치를 볼 때면 카라마츠는 못마땅해졌다. 그리고 그런 스스로의 옹졸한 마음이 미웠다. 가족이 없는 메이에게 가족같은 류이치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면서.

 

카라마츠는 류이치와 메이가 올라오길 기다렸다. 하지만 자동차의 시동소리가 더이상 들리지 않게 되고 시간이 지나도 그들은 올라오지 않았다. 머릿속으로 센 숫자가 1에서 985까지 도달했을 때, 메이가 들어왔다.

 

다녀왔어, 그 한마디가 반가웠고 사랑스러웠지만 불안했다. 무슨 이야기를 듣고 온 걸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온 걸까, 뭘 하고 왔을까, 형제들은 어땠을까, 너는 괜찮을까? 수많은 질문들이 생겨났지만 물을 수 없었다. 묻고싶지 않았다.

 

카라마츠, 돌아갈래?

 

그 말은 카라마츠를 현실로 쑥 끌어내렸다. 그러면서도 메이는 카라마츠를 바라보지 않았다. 카라마츠는 메이의 속마음을 알 수 없었다. 돌아가라는 소리인지, 돌아가지 말라는 소리인지.

 

이렇다 할 대답도 없이, 그 외에 이어지는 대화도 없이 날이 저물었다. 잠시 연구실에 다녀오겠다며 자리를 비운 메이는 날이 저물 때까지도 돌아오지 않았다. 류이치 역시 오지 않았다. 그것은 메이가 카라마츠에게 준 시간이었다. 생각하고, 후회하지 않을 결심을 내리도록 내어준 시간.

 

생각하고 생각하다 잠에 든 카라마츠는 협탁에 올려진 그릇 안에 담긴 식은 죽을 바라보았다. 그 아래 펼쳐진 작은 간이침대에 누워있는 메이도 내려다보았다.

 

 

 

 

.

 

 

 

 

.

 

 

 

 

.

 

 

 

 

"너의 뜻대로 하겠다."

 

 

메이의 약은 효과가 빠르고 강력했다. 카라마츠의 몸 자체가 튼튼했던 것도 단단히 한 몫을 했다. 붕대가 사라진 손을 쥐었다 폈다하며 감각을 익히던 카라마츠는, 머리를 감싸고 있던 붕대를 풀고 상처를 이리저리 살피는 메이의 손을 살짝 그러쥐었다. 오랜만의 손길에 메이가 살짝 놀라 시선을 주자 카라마츠는 뜬금없이 말했다. 메이가 뭐? 하고 반문했다.

 

 

"네가 원하는대로 하겠다."

 

"뭘?"

 

"돌아가라고 하면 돌아가겠다."

 

 

영문을 모른 채 눈만 깜박거리던 얼굴이 그대로 굳었다. 눈꺼풀 하나 움직이지 않는 얼굴을 보며 카라마츠는 비장하게 덧붙였다.

 

 

"하지만 돌아가지 말라고 한다면, 돌아가지 않을 거다."

 

 

애써 없앤 표정마저 무너질까 메이는 이를 악물었다. 심장이 이거야 터지는 게 아닐까 불안할 정도로 뛰었다. 그에게 붙잡혀있는 손의 떨림이 아직 완전히 돌아오지 않은 그의 감각을 건드릴까 겁이 났다.

 

 

"…그걸, 왜 나한테, 결정하라고 해?"

 

"메이가 날 살렸으니까."

 

 

말 한마디를 끝마치는 것도 버거울 만큼 괴로운 마음에 불을 붙인 주제에, 뭐가 그리도 담담한지 한 치의 머뭇거림없이 대답하는 카라마츠가 미웠다.

 

 

"너, 너무, 비겁한 거 아니야?"

 

"비겁하다니… 어째서?"

 

"그야… 윽,"

 

 

말할 수 없었다. 제 마음을 얘기하는 순간 이것은 온전한 사랑이 아님을 인정하는 거니까. 이 온전한 사랑을 너에게 전해버리면, 이 사랑을 갉아먹은 건 자신이다 넌 그렇게 자책할 테니까.

 

내가 돌아가지 말라고 붙잡으면 어쩌려고? 내가 돌아가라 말해버리면 어쩌려고? 메이는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가까스로 참아냈다. 인정해야 했다. 뭐가 됐든, 우린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어. 내가 이 마음을 깨달았으니까.

 

 

"…너희 형제들과 약속했어. 네가 나으면, 네가 원한다면 돌려보내주겠다고."

 

"메이."

 

"그러니 결정은 네가 하는 거야. 내가 아니라."

 

"…우린, 앞으로도 똑같은 거지? 내가 돌아가더라도, 메이는 나의 연인이다, 그렇지?"

 

 

확인을 바라는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나의 사랑스러운 사람, 목숨까지도 흔쾌히 걸어줄 수 있는 사람. 그러나 메이는 쉬이 고개를 끄덕이지 못했다.

 

그럼 넌? 넌 어떤데? 너는 나를 위해 어디까지 해줄 수 있어? 너에게는, 내가, 얼마나 소중해?

 

울컥. 참았던 눈물이 터져서 메이는 카라마츠의 손을 뿌리치듯 내치고 방을 뛰쳐나왔다. 일반 남자보다도 몇 배는 힘이 센 카라마츠였지만, 지금은 이제 막 붕대를 푼 환자일 뿐이었다.

 

아아, 더러워. 이런 마음, 버리지 않으면. 눈에서 물이 쏟아졌다. 닦아내도 닦아내도 끊이지 않는 눈물은 턱을 타고 흘러 바닥에 자국을 남기고, 입으로 들어가 짠맛을 남겼다.

 

메이는 단 한번도 형제들에 대한 카라마츠의 마음이 부담스럽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것은 오히려 커다란 만큼 따뜻했고, 따뜻한 만큼 눈부셨다.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카라마츠가 계속 그것을 간직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 이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조금 전의 속마음은 뭐지? 나를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냐고? 내가 몇 번째냐고? 그런 걸 따져서는 안되잖아. 받아들였잖아?

 

뭘?

 

난 뭘 받아들였지?

 

쿵 심장이 떨어졌다. 지금까지 진심이라고 가지고 있었던 생각들이 모두 거짓이었다면? 이 질척한 것을 숨기고 포장하기 위한 위선에, 나 스스로마저 속은 거라면?

 

연인에게 있어 신뢰가 깨진다는 건 앞으로의 미래가 깨지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것은 메이가 제 속마음을 카라마츠에게 끝까지 털어놓지 않으려는 이유이기도 했다.

 

메이에게 있어 카라마츠는 첫번째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를 구했고, 그렇기 때문에 그를 더 사랑했으며 그렇기 때문에 아파하고 슬퍼하면서도 기다렸다. 분명 후회하지 않았다.

 

하지만 카라마츠는? 카라마츠에게는 소중한 것들이 많았다. 형과 다섯의 동생들. 카라마츠는 그들을 위해 그녀의 앞에서 죽으려 했다. 설령 그들이 그를 다치게 했더라도. 그래서 메이는 알 수 없었다. 형제들을 위해 그녀의 앞에서 죽으려던 사람에게,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의심은 신뢰 사이로 파고들었고, 파고든 틈에서는 물이 샜다.

 

 

"메이? 왜 그래, 무슨 일이야. 괜찮아?"

 

 

어느새 달려온 류이치가 메이의 어깨를 잡아 몸을 돌려세웠다.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지만, 곧 그는 입을 다물고 메이를 품에 안았다.

 

사랑에 목말라하는 연인을 위해 퍼부어주면서, 막상 제 자신의 갈증에 대해서는 무심한 친구가 안타까워 견딜 수 없었다.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려 카라마츠는 상체를 바로세웠다. 메이, 그 이름이 무색하게도 들어온 것은 류이치였기 때문에 카라마츠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을 감출 수 없었다.

 

자신을 보자마자 축 늘어지는 눈썹을 보고 류이치가 쩝 입맛을 다셨다.

 

 

"그렇게 실망하는 거냐."

 

"어서 와라, 류이치."

 

"몸은?"

 

"아아, 괜찮다고. 벌써 머리랑 오른손은 나았다."

 

 

오른손으로 제 머리를 톡톡 두드리며 카라마츠는 옅게 웃었다.

 

 

"저기, 카라마츠."

 

"응?"

 

"나 되게 직설적인 거 알지? 답답한 것도 싫어하고."

 

"Oh… 직접 얘기하는 걸 보니 또 폭탄발언을 할 셈이군. 마음의 준비를 좀 하겠다."

 

 

후하후하 심호흡을 하며 가슴을 쓸어내린 카라마츠는 곧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류이치를 지긋 응시했다. 류이치가 미간을 구겼다.

 

 

"그 쿠소얼굴 그만둬."

 

"에."

 

"너희 형제랑 메이, 둘 중 뭐가 더 소중해?"

 

"…에?"

 

 

얼이 빠진 얼굴을 류이치는 변함없는 얼굴로 바라보았다. 셋, 둘, 하나, 류이치의 마음 속 신호에 맞춰 카라마츠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런 걸 왜 묻는 거지."

 

"너 메이랑 데이트할 때마다 형제들 얘기 하잖아?"

 

"에, 그건…"

 

 

카라마츠가 반박하려 하자 류이치는 가만히 기다렸다. 하지만 카라마츠는 벌렸던 입을 다시 닫았다. 그러고보니 주로 대화의 주제가 형제들이었던 것 같기도…?

 

 

"너의 형이 도박에 미쳤다던가, 어느 골목은 넷째가 고양이를 만나는 장소라던가, 스타바는 막내가 알바했던 곳이라던가?"

 

"…류이치, 우릴 미행한 건가…?"

 

"했겠냐? 메이가 얘기해준 거다."

 

"…그런가. 하지만 그게 형제들이 메이보다 소중하단 얘기는,"

 

"너 메이한테 형제들이 던진 물건들을 처리해달라고 부탁했었지?"

 

 

카라마츠는 입을 꾹 다물었다. 놓치려던 정신을 어떻게든 붙잡고서 더듬더듬 메이에게 부탁했던 것이다. 그때, 메이의 표정이 어땠더라.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이던 목소리가 어땠더라. 멀쩡한 몸상태도 아니었고 곧 다시 의식을 잃었기에 카라마츠는 그때를 떠올리려 애썼다.

 

 

"너, 메이가 보는 앞에서 뛰어내렸잖아. 자살은 너의 형제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거라고."

 

 

류이치는 급변하는 카라마츠의 얼굴을 눈에 꾹 눌러담았다. 그러면서 같은 얼굴로 제 속마음을 털어놓던 메이의 얼굴을 떠올렸다.

 

같은 얼굴이었다.

 

 

"불안해하고 있어. 네가 자기보다 형제를 더 소중히 여기는 것에 대해."

 

"나, 난 그런 게…!"

 

"처음엔 아니었대. 네가 형제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좋았고, 즐거웠대. 네가 앞으로도 그렇게 형제들을 소중히 여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대. 형제들을 소중히 여기는 네 마음이 따뜻해서 순위를 매기는 건 유치한 짓이라고까지 생각했대. 그런데 네가 그들을 위해 자신의 눈 앞에서 죽으려고 했던 날부터, 자기 마음 속에 생긴 그런 마음이 더러웠대."

 

"그런…"

 

"넌 어때?"

 

 

류이치는 직설적이었고, 답답한 것을 싫어했다. 그래서 메이에 대한 것을 상의도 없이 전달하며 류이치는 생각했다. 서로를 생각하며 똑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자신의 친구들이 엇갈리지 않기를 바란다고.

 

 

"…이해, 해…."

 

"이해해?"

 

 

헤아릴 수 없었다. 카라마츠는 여섯쌍둥이. 내가 너, 네가 나, 누가 누구라도 똑같은 덩어리 안에 살던 카라마츠는, 나눠지는 평등한 사랑이 아니라 자신만을 향한 애정이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것에 익숙해가며 저도 모르게 지금까지 속해있던 것들을 퍼뜨렸다. 편해지고 있었으니까, 편했으니까. 카라마츠는 맹목적일 정도로 형제가 전부인 삶을 살고 있었고, 그 가운데 나타난 메이는 그 일방적인 애정을 점점 나눠주었다.

 

손을 내밀어주고, 잡아주고. 위로해주고, 어깨를 빌려주고. 거절하는 척하면서도 그를 온전히 받아주었다. 부족하다 느꼈던 애정을 넘치리만치 퍼부어주었다.

 

그런데 나는 뭘 했지? 좋아한다 속삭이며 제 세상에 대한 것들을 내밀었다. 그것을 받아들며 웃어준 그녀는 한편으로는 소외감을 느끼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는 또 뭘 했지? 제 세상에서 엉망이 된 몸으로 그녀 앞에 나타났다. 그것에 슬퍼하면서도 그녀는 끝까지 그를 돌봐주고 곁에 있어주었다. 그런데 나는 결국 뭘 했지? 제 세상을 부술 수 없다는 이유로 그녀의 앞에서, 그녀로 인해 나아져가던 몸을 다시 부쉈다.

 

그것을 지켜보던 네 심정은 어땠을까. 다시 처음으로, 아니 그 전으로 돌아간 것을 고쳐가며 네 마음은 어땠을까. 깨달은 것이 더럽다 잘못되었다 괴로워하던 넌 얼마나 내게 미안했을까. 그것이 당연한 것이다 말해주지 않는 내가 얼마나 미웠을까.

 

 

"…류이치."

 

"말해, 카라마츠."

 

"어떡, 어떡하지… 난 어떻게 해야…"

 

"진정해."

 

"메이가, 메이에게… 너무 많이 미안해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는… 네 결정에 따르겠다고…"

 

"…너도 힘들겠지. 형제들에게는 화가 났지만, 그들이 후회하고 네게 미안해하고 있는 걸 알고서는 혼란스럽겠지. 괜찮아, 그러는 게 당연해."

 

 

당연해, 괜찮아. 알아주지 못해 그 한마디를 해줄 수 없었다.

 

 

그걸, 왜 나한테, 결정하라고 해?

 

너, 너무, 비겁한 거 아니야?

 

 

메이는 그렇게 겁을 냈다.

 

그런데 난,

 

 

우린, 앞으로도 똑같은 거지? 내가 돌아가더라도, 메이는 나의 연인이다, 그렇지?

 

 

그 말을 듣자마자 메이는 엄청난 얼굴로 제 손을 뿌리치고 뛰쳐나갔다.

 

아아, 이 얼마나 욕심인가. 다른 사람을 위해 네 앞에서 몸을 던져놓고, 익숙해진 사랑을 잃을까 무서워 그것을 요구했다. 네가 나를 배려하고 생각하는 것은 알지도 못하면서.

 

돌아갈래? 그 물음에 긍정했다면, 메이는 그 마음을 그대로 가지고 있어야 했겠지. 다시 돌아간 연인이 또 어떤 상처를 받고 그들을 위해 자신을 떠날지도 모른다 불안해하면서. 그 불신이 상대에 대해 얼마나 실례인지 자책하면서.

 

돌아갈래? 그 물음에 부정했다면, 하지만 메이는 역시 괴로웠을 것이다. 카라마츠를 대신해서 형제들을 만나러 가는 연인에게 미안해, 그 한마디밖에 해줄 수 없는 자신이, 그들을 두고 메이의 곁에서 모두 잊은 채 행복할 수 있었을 리가 없으니까. 그걸 알고 있는 메이는, 그런 자신을 바라보며 더 힘들었을 테니까.

 

결국 어떤 선택지도 메이에겐 똑같은 것이었는데. 이렇게 아플래? 저렇게 아플래? 어느 것 하나 아프지 않은 것이 없는데 그것을 결정하라 밀어붙여버렸다.

 

 

"류이치, 메이는?"

 

"카라마츠가 돌아간다고 했다고, 형제들에게 네 상태에 대해 알려준다고 갔어."

 

"…에?"

 

"이 회복 속도라면 아마 이주일 안돼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던데?"

 

"아니, 나는 돌아가겠다고 이야기한 적이…"

 

 

내가 돌아가더라도,

 

 

아. 카라마츠는 제 말을 떠올리고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것을 긍정이라고 생각한 메이는 벌써 준비를 시작한 것이다.

 

 

 

 

.

 

 

 

 

.

 

 

 

 

.

 

 

 

 

류이치는 말했다. 너희는 분명 서로 좋아해, 오해는 생긴 순간 풀어내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그러니 대화를 하도록 해, 라고. 하지만 카라마츠는 어떤 말을 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미안하다고? 널 걱정시킬 일은 없을 거라고? 나에게는 그 무엇보다 네가 소중하다고? 아니면 돌아가지 않겠다고? 돌아가지 않더라도 난 행복할 자신이 있다고? 그 어떤 말도 알맞은 게 없는 것 같았다. 그렇게 뭉그적거리는 사이, 메이가 예상한 기간에 못 미치는 어느 날, 카라마츠는 마지막으로 남았던 다리의 붕대마저 풀어버렸다.

 

메이와는 평소처럼 지내고 있었다. 메이는 그것에 대한 이야기는 일절 꺼내지 않고 여느 때처럼 카라마츠를 대했다. 하지만 카라마츠는 스스로가 느낄 정도로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고, 어색하게 표정을 갈무리했다. 무슨 짓을 해도 어색한 걸 알다보니 말수도 줄었다. 그럼에도 메이만큼은 한결같았다. 그것에 안심이 되면서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불안해질 만큼.

 

몸이 거의 다 나았다. 메이는 그 날부터 두 번은 더 형제들에게 다녀왔다. 카라마츠가 돌아가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고 있는 그녀에게, 차마 돌아가지 않겠다 말할 수가 없었다. 형제들에 대한 분노 따위는 남아있지도 않았다. 그들이 얼마나 후회하고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지는 메이에게서도, 데카판에게서도 누누이 들어 알고 있었으니까.

 

이대로 돌아가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거지? 그동안처럼 지낼 수 있는 건가?

 

…헤어지게, 되면?

 

카라마츠는 눈을 번쩍 떴다. 째깍째깍 움직이는 시계 소리만 들렸다. 낫긴 했지만 무리하지 말라던 메이의 말을 떠올리고 천천히 걸음을 옮겨 문을 열었다. 화장실에도, 욕실에도, 거실에도, 그 어느 곳에도 메이가 없었다.

 

어쩐지 문득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카라마츠는 딱 한번, 메이의 뒤를 따라 구경하러 갔던 연구소를 향해 계단을 올랐다. 메이가 안내했던 것을 상기하며 카라마츠는 실내를 조심히 살폈다.

 

수많은 책과 알 수 없는 기계들. 커다란 액체가 담긴 병이 있는가 하면 요상하게 생긴 모양의 비커도 여러 개 있었다. 기본적으로 조금 어두운 공간 가운데, 문이 없는 어느 방에서 유난히 밝은 빛이 새어나왔다. 자연스레 그곳으로 걸음을 옮긴 카라마츠는 켜진 스탠드 아래 작은 병을 발견했다.

 

그것에 난데없이 눈이 간 이유는 그 병에 붙어있는 이름표 때문이었다.

 

카라마츠.

 

제 이름이 적힌 이름표를 달고 있는 그 병은 종이를 누르고 있었다. 카라마츠는 얇은 종이에 써진 글씨를 읽고, 읽고, 또 읽었다.

 

그리고 생각할 새도 없이 그것을 집어들었다.

 

뚜껑을 열었다.

 

병을 입으로 가져다댔다.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차진 액체에 눈을 질끈 감았다.

 

비워진 병은 투명했다. 아, 이 안에 담긴 액체가 파랬던 거구나.

 

탱강 빈 병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곧, 카라마츠 역시 바닥으로 쓰러졌다.

 

 

.

 

 

.

 

 

.

 

 

.

 

 

.

 

 

타박타박 메이는 류이치와 계단을 올랐다.

 

 

"아―! 어째서 맨날 내가 지냐고! 너 뭐 마법같은 거라도 부리는 거냐? 아니라면 이럴 수가 없어."

 

"네가 운이 나쁜 걸 나보고 어쩌라고. 잔말말고 그거나 잘 들고와. 깨지면 네 월급도 깨지는 거야."

 

"야, 치사하게 돈을 가지고! 친구한테!"

 

"류이치 씨, 공과 사는 지키…"

 

"우와, 뭐야! 갑자기 멈추지말라고! 앞도 잘 안 보이는데."

 

"…류이치, 너… 집 문 열어놓고 왔어?"

 

 

계단을 오르던 메이가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덕분에 커다란 상자를 들고 있어 앞을 볼 수 없던 류이치는 그대로 살짝 메이의 등과 부딪혔다. 짜증을 내는 류이치는 메이의 질문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당연히 닫았지?"

 

 

류이치의 말에 메이가 후다닥 집으로 뛰어들어갔다. 야! 메이! 왜 그래! 커다란 짐을 들고 있는 류이치가 큰소리로 메이를 불렀지만 메이는 그에게 대답할 겨를이 없었다.

 

없다. 카라마츠가 사라졌다. 화장실에도, 욕실에도, 거실에도, 그 어느 곳에도 카라마츠가 없었다.

 

 

"메이! 왜 그러는,"

 

"카라마츠가 사라졌어."

 

"뭐?"

 

 

주차된 자동차에서 짐을 내려 올라오는 길이었으니 밖으로 나왔다면 분명 눈에 띄었을 것이다. 메이는 몸을 돌려 연구소가 위치한 3층으로 뛰어올라갔다. 기다려, 류이치가 조심조심 서둘러 뒤를 따라 올라왔다.

 

이곳저곳을 살피던 메이가 작업실 앞에서 멈춰서 신음하자, 류이치가 서둘러 상자를 내려놓았다. 황급히 그 안으로 발을 움직였을 때, 류이치의 시야에 잡힌 건 바닥에 쓰러진 카라마츠의 맥을 짚어보는 메이의 모습이었다.

 

무슨, 왜, 말을 채 잇지 못하고 카라마츠를 살피던 메이 뒤로 카라마츠의 발치에서 굴러다니는 병을 보고 류이치가 다가갔다.

 

 

"메이, 이거."

 

"…그거… 어째서, 이 바보가!"

 

 

류이치가 건네는 병을 보고 새하얗게 얼굴색이 변한 메이는 왈칵 눈물을 터뜨리며 카라마츠의 옷깃을 부여잡았다. 손이 새하얘지도록 부들부들 떨리는 주먹 위로 뚝뚝 눈물이 떨어졌다.

 

 

"어떻게 된 거야. 카라마츠 위험한 거야?"

 

 

메이는 천천히 고개를 내저었다. 끅, 끅, 메이가 입술을 꾹 깨물자 류이치는 카라마츠의 맥을 짚고 인중에 손가락을 가져다댔다. 맥도 정상적으로 뛰고 숨도 고르게 쉬고 있었다.

 

류이치는 메이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된 건데. 말 좀 해봐, 그거 무슨 약이야?"

 

"으흑."

 

"메이!"

 

"…이건, 이건 내가 만든 약이야…."

 

 

약? 류이치는 병을 손가락으로 돌려보았다. 카라마츠, 라는 이름이 써있는 이름표가 있었다.

 

 

"무슨 약인데?"

 

"…잊는 약."

 

"뭐?"

 

"가장, 소중한 것을… 잊어버리는 약이야."

 

 

류이치는 카라마츠의 손을 더 꼭 부여잡는 메이의 손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