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おそ松さん 2F/[유메마츠] 카라마츠 사변 후 카라마츠 Girl

[오소마츠상 소설(おそ松さん Novel )/유메마츠] 카라마츠 사변 후 카라마츠 Girl 3

※ Just F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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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츠 사변 후 카라마츠 Girl 3

 

 

 

 

"다녀올게."

 

"메이."

 

"응?"

 

 

몸을 돌리는 메이를 카라마츠의 목소리가 불러세웠다.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봐오는 눈동자를 보고, 카라마츠가 애원하듯 말했다.

 

 

"안아줘."

 

 

아직 몸이 불편한 카라마츠는 메이가 자신을 안기 위해 몸을 숙이고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하는 게 싫었다. 어서 빨리 낫고 싶었다. 마음따윈 상관없으니, 몸이라도.

 

 

"다녀올게."

 

"메이."

 

"응."

 

"고맙다."

 

"…응."

 

"미안하다."

 

"…나도 미안."

 

"메이가 뭐가 미안한가?"

 

 

몸을 떼어내고서 카라마츠를 바라보던 메이는 자신의 목에 걸린 파랗고 작은 원이 달린 펜던트를 손으로 잡았다. 곧 그 손으로 카라마츠의 볼을 콕 찌르며 메이는 짓궂게 웃었다.

 

 

"지금 네 형제들을 아프게 하러 가는 거니까."

 

 

그 웃음은 카라마츠가 보기에도 아플 정도로 쓰라려서, 카라마츠는 메이를 붙잡지도,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지도, 그렇다고 힘내라고 실없는 응원을 할 수도 없었다.

 

이렇듯, 형제와 여자 사이에서 고민하는 자신이, 자신을 상처입힌 사람들과 그런 자신을 구해준 사람 사이에서 갈등하는 자신이 몹시도 미웠다.

 

하지만, 하지만 나는…

 

 

"응, 알아."

 

 

그런 그의 마음이라도 읽은 것처럼, 메이는 볼을 찌르던 손가락을 움찔거리다 손바닥을 펴 그의 뺨을 쓸었다. 까슬까슬한 피부가 전부 느껴졌다.

 

 

"상냥히 하고 올게."

 

 

너처럼. 메이는 그 쓰린 웃음을 지우지 않고 몸을 일으켜 방을 나갔다. 결국 어떠한 말도 해주지 못하고 현관이 닫히는 소리를 끝으로 정적이 찾아오자, 카라마츠는 울었다.

 

도무지 미안해서 견딜 수가 없어서.

 

처음으로 솔직하지 못했다. 처음으로 거짓말했다. 처음으로, 그녀가 보는 앞에서, 내가 직접…

 

아아.

 

아아아…

 

 

"…흑, 미안… 미안하다…."

 

 

미안해, 내 사랑. 네가 미워하는 것을, 이렇게나 사랑하고 있어서 미안해. 도저히 놓을 수가 없어서 미안해….

 

붕대로 감긴 손으로는 눈물 한 줄기도 제대로 닦을 수 없어서, 카라마츠는 눈물이 마르면 눈물을 다시 덧씌우고 덧씌우며 한참을 울었다.

 

 

 

 

.

 

 

 

 

.

 

 

 

 

.

 

 

 

 

데카판의 연구실 앞에서 메이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차를 타고 왔으니 별로 숨이 차지는 않았지만, 어쩐지 자꾸만 가슴께가 답답했다.

 

 

"데카판."

 

 

연구소 안으로 들어서며 메이가 데카판을 불렀다. 아빠같기도 한 나의 친구, 친구같기도 한 나의 또다른 아빠. 설령 그것이 친구의 유언으로 시작한 관계라 해도 오랜 시간을 곁에서 지켜봤고 함께 했다. 이미 가족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전화로 건넨 제안을 곤란해하고 있었던 것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환하게 웃어오는 얼굴이 반가웠다. 메이는 빠르지 않은 걸음으로 종종 걸어 언제나처럼 그와 마주보고 앉았다.

 

 

"와줘서 고맙다스, 메이 쨩."

 

"으응, 뭘. 오히려 그런 난감한 제안을 하게 만들어서 미안해, 아저씨."

 

 

눈썹을 늘어뜨리며 메이는 다용이 건넨 찻잔의 손잡이를 손으로 만지작거렸다. 다용이 건넨 차에서는 늘 하수구 냄새가 났지만, 그건 그거대로 이젠 익숙해져버린 메이가 혹시나 마셔줄까 기대에 찬 눈빛으로 데카판의 곁에 선 다용은 언젠가부터 지긋이 메이를 바라봤다. 메이는 딱히 신경쓰지 않았다. 마실 생각은 없지만.

 

 

"호에. 메이 쨩은 카라마츠 군과 많이 닮아간다스."

 

"에?"

 

"눈썹을 팔(八)자로 만드는 표정도 그렇고, 그렇게 상냥한 부분까지, 닮아버렸다스."

 

"…뭐어―야아―. 그럼 이전의 난 상냥하지 않았다는 거야아―?"

 

"호에호에? 그런 게 아니다스! 물론 메이 쨩도 상냥했다스!"

 

"…하하, 알아. 응, 난 상냥하지 않아. 난 그 녀석처럼 상냥하지 않아서, 사랑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그저 웃어넘기는 것도 못하고,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 가만히 기다리는 것도 못해. 난 상냥하지 않아."

 

 

메이는 입꼬리를 올렸다. 미소지은 입 안이 텁텁했다.

 

넌 참 상냥하네, 카라마츠에게 그렇게 말할 때면 카라마츠는 늘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난 상냥하지 않아, 오히려 이런 나를 만나주는 네가 더 상냥하지 않나, 그렇게 답했다.

 

아니, 넌 상냥해. 그렇지 않으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서 죽기 직전까지 상처를 입고서도, 눈을 뜨자마자 사랑하는 사람에게 데이트하자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미안해, 그렇게 말하는 짓 따위, 하지 못했을 거야. 뭐어―, 물론 그렇게 말해줄 생각은 없다.

 

 

"반짝반짝 빛나지, 그 녀석은."

 

"호에…."

 

"아픈 발언을 하는데도, 쿠소얼굴을 하는데도, 어째서인지 그 녀석은 늘 반짝반짝거려. 안쓰러운 패션으로 당당하게 걸어와도, 다리 위에서 날 기다린답시고 다른 여자들을 힐끔힐끔 바라볼 때도, 그러면서도 뭐하고 있었냐 물으면 요령없이 다른 여자를 보고 있었다, 그렇게 말하고 매를 벌어도, 그 녀석은 늘 빛나. 나는 그 모든 게, 너무 좋아."

 

 

굳이 아카츠카 구에 머무르는 이유는 하나였다. 그녀에게는 모든 조건을 맞춰주겠다는 거대한 클라이언트들도 있었고, 그녀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지 따라와줄 믿음직스러운 파트너 류이치도 있었다. 오로지 카라마츠, 그 하나 때문에. 하지만 그와 관련된 세세한 이유들은 많았다. 그가 이 곳을 좋아하니까. 그가 이 곳을 떠나고 싶어하지 않으니까. 그가 이 생활을 좋아하니까. 그가 사랑하는 것들이 여기 있으니까.  그는, 형제들을, 많이 사랑하니까.

 

어쩌면, 나보다도.

 

 

"아빠가 죽고나서, 난 너무 재미없게만 살았잖아? 일주일 동안 아저씨와 류이치를 제외한 누구와도 말을 섞은 적이 없기도 했고. 응, 솔직히 내 세상은 확연히 좁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굳이 밖으로 나가고싶지 않았어. 공간만 바뀔 뿐, 내 안의 세상은 좁은 채 그대로였을 테니까."

 

 

근데 카라마츠가 나타났어. 반짝거리는 존재감처럼, 한 줄기의 빛이 내려오는 것처럼.

 

 

"카라마츠는 곧 내 세상을 넓혀줬고, 낮과 밤에 상관없이 해와 달, 별이 뜰 수 있다는 걸 알려줬어."

 

"메이 쨩, 괜찮다스까?"

 

"카라마츠는, 지금 내 세상, 그 자체야. 낮에 뜨는 태양이고, 밤에 뜨는 달과 별이야. 많이 좋아해, 정말 좋아하는걸."

 

 

그래서, 그래서 말이야, 아저씨.

 

툭, 눈물이 떨어졌다. 툭, 심장도 떨어졌다. 나는 아직 그 날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괴로워.

 

 

"정말 무서웠어, 아저씨."

 

"…메이 쨩…."

 

"아빠가 죽고나서 그 녀석을 만나기 전까지, 어떻게 살았던 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을 정도로, 카라마츠가 피투성이가 돼서 내 밑에서 치료를 받고 있을 때, 내가 카라마츠의 머리를 꿰매고 몸 여기저기에 붕대를 감고 있다는 걸 퍼뜩 알아차렸을 때, 난 정말 무서웠어."

 

 

당장 내일이 오지 않을 것 같아서 아득해졌어, 뒷말이 입을 열고 꾸역꾸역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 녀석이 정신을 차렸다가 내가 보는 앞에서 공중에 붕 떴을 때, 난 내가 절벽에서 떨어지는 것 같았어."

 

 

그가 바닥에 부딪혔을 때 났던 소리는, 지금도 의식하기만 하면 귓가에 맴돈다. 그 둔탁한 소리를, 메이는 도저히 잊을 수가 없다.

 

 

"어째서, 나에겐 괜찮다고 얘기했잖아. 그 괜찮다, 라는 게, 내가 생각하는 괜찮다, 가 아니었더라도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던 거잖아?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와중에, 나에게 형제들에 대한 것을 부탁했던 주제에, 그러면 안 됐던 거잖아?"

 

 

원망했다. 하지만 아주 잠시. 빌어먹게도, 메이는 그것을 계속 상기하며 카라마츠를 원망할 정도로 카라마츠를 미워할 수 없었다. 그 이상으로 좋아했으니까. 살아나기를 바라고 무사하기를 기도하며, 혹시라도 감각이 멎어버리기 전에 사랑한다고, 많이 좋아한다고 속삭이기에도 부족할 시간인데, 그 시간을 미워하고 원망하며 지나가게 하기에는 메이에게 있어 카라마츠라는 사람이 너무나 소중했다.

 

 

"몸의 수분이란 수분은 전부 눈물로 쥐어짜낼 것처럼, 엄청 울었어, 나. 탈수가 올 것 같으면 급하게 수분을 보충하고 약을 먹고, 그리고나서 또 울고. 그것들을 반복해가면서 몇날며칠을 울었는지 몰라. 그래서 그 녀석이 제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는 형제들한테 화풀이를 한 건지도."

 

 

눈을 질끈 감았다. 눈꺼풀이 닫히자 수문이 잠긴 것처럼 눈물이 그쳤다. 후아―! 하나도 후련하진 않았지만, 오히려 가슴 속엔 묵직한 것이 더 가득차 있었지만, 메이는 그것을 숨기기 위해 일부러 전부 털어냈다는 티를 내며 웃었다. 무거운 눈을 비비지 말라고 잡아오는 손도 없고, 속상해하지 말라고 어루만져오는 목소리도 없다. 어쩌면, 아마, 이젠…

 

 

"킁. 그래서, 카라마츠의 형제들은? 어디있어?"

 

"메이 쨩, 카라마츠 군은 괜찮다스까?"

 

"응, 괜찮아. …아니, 몸 상태는 확실히 나쁘지만. 눈도 떴고, 몸도 빨리 회복할 수 있을 거야."

 

"메이 쨩이 힘을 쓴 거다스까?"

 

"그렇지 뭐―. 힘이라던가, 그런 거창한 게 아니야. 그냥 의식이 돌아오도록, 상처가 좀 더 빨리 회복되도록 약을 만든 것 뿐이야. 이래보여도 케이토의 딸이고 데카판의 제자잖아?"

 

 

나도 박사인걸-. 이히, 웃으며 으스대는 메이의 얼굴은 조금 푸석해보였다.

 

 

"…랄까나―, 여자친구로서 마냥 손 놓고 보고만 있을 순 없으니까…."

 

 

그래서 할 수 있는 데까지 한 것이다. 그리고 할 수 있는 데까지, 할 것이다. 난 결국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니까.

 

그 결국엔 옆에 내가 없더라도.

 

 

"상태는 많이 안 좋은 거다스까?"

 

"…확실히, 처음보단 좋지 않아. 꿰맨 상처는 죄다 벌어지고, 서서히 붙어가던 뼈들도 다시 부러졌어. 오른팔은 그나마 멀쩡했는데, 이번에 떨어지면서 오른팔부터 부딪혀버려서 오른팔도 부러졌어. 기적적으로 멀쩡한 곳도 다리 한 쪽 뿐이야."

 

"호에…. 나도 도울 일이 있으면 돕겠다스. 뭐가 필요하다스까?"

 

"고마워, 데카판. 하지만 괜찮아. 클라이언트들에게서 의뢰 기간도 늦춰놨고, 류이치도 여러모로 도와주고 있으니까."

 

"정말이다스까? 하지만 메이 쨩의 안색은 전혀 좋지 않다스."

 

"그건… 단지, 그동안 조금 속을 태웠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카라마츠도 눈을 떴고, 이젠 괜찮아질 거야. 그것보다도 데카판은 그 녀석의 형제들을 좀 봐줬으면 해."

 

"마츠노 군들을 말하는 거다스까?"

 

"응, 카라마츠의 쌍둥이 형제들. …내가 이전에, 한바탕 난리를 친 후부터, 아마 꽤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을 거야. 그 정도의 이야기까지 들었는데도 아무렇지 않을 만큼 나쁜 녀석들은 아닌 것 같았으니까. 어쩌면 제일 힘든 건 그 녀석들일지도 몰라. 그리고… 그 중에서도 막내에게는… 엄청 미안한 짓까지 해버렸는걸."

 

"엄청나게 미안한 짓?"

 

"때려버렸어. 욱해서."

 

 

메이는 테이블 위의 찻잔에서 손을 떼고는 제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쥐었다 폈다하는 이 손바닥으로, 누군가를 상처입혔다.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을. 카라마츠는 아무렇지 않았다고 했지만, 속으로는 제 대신 자책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는 충분히 그럴만한 형제였고, 그럴만한 남자였다. 그것만으로도 메이는 큰 잘못을 저지른 게 맞았다.

 

 

"많이 아팠을 거야. 때린 내 손도 많이 아팠으니까."

 

 

쓰게 웃으며 한숨을 내쉬는 메이를 보고 데카판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는 아니라고 했지만, 분명 그녀는 연인과 닮아가고 있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을 상처입혔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고백하면서, 저렇게 본인이 더 아픈 표정을 짓는다는 것은, 카라마츠처럼 그렇게까지 상냥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니까 아저씨는, 형제들이 너무 많이 힘들어하지 않도록 지켜봐줬으면 좋겠어. 하하…, 나 진짜 웃기지? 그 녀석들을 그렇게 만든 데에는 나도 책임이 있으면서 이제 와서 걱정이라니, 위선적이야."

 

"…메이 쨩."

 

"…응, 그래도. 그럼에도 부탁할게요, 아저씨, 데카판. 카라마츠가 돌아갔을 때,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그 녀석을 맞아줬으면 좋겠어. 올바르게 뉘우치고 반성해서, 정직하게 사과하고 풀어냈으면 좋겠어."

 

"카라마츠 군을 돌려보내줄 거다스까?"

 

"응. 아직 이야기해본 적은 없지만, 카라마츠가 원한다면 당연히 그래야지. 그 녀석은 형제들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걸. 어쩌면…"

 

 

나보다도…. 데카판의 시선이 느껴져 뒷말은 채 하지 않았다. 고개를 들고 씨익 웃어보이는 메이를 바라보고 데카판도 옅게 웃었다. 제게 일부러 보여주는 그 미소는 역시 인자했다.

 

 

"그게 전부다스까?"

 

"응?"

 

"메이 쨩의 속마음은, 그게 다인 거다스까?"

 

"…데카판, 있잖아…."

 

 

히끅―.

 

한없이 자애로운 친구의 눈동자를 보고 무심코 입을 열던 메이는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신경도 쓰지 않았던 벽 뒤쪽에서 흐르는 정적이 이상하리만치 부자연스러웠다.

 

메이는 자신처럼 벽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는 데카판을 바라보았다. 어째서인지 일부러 다시 이쪽을 바라보지 않으려하는 듯한 느낌에 혹시, 하는 의심을 품게 되었다. 왠지 조금, 속이 울렁거려서 메이는 숨을 섞어 목소리를 냈다.

 

 

"나와."

 

 

단호하고도 딱딱한 말에도 드러내는 모습은 없었다. 누구인지는 대충 짐작이 됐지만, 그들 중 누구일지는 알 수가 없어서 오히려 메이는 스스로가 너무 날카로운 목소리를 내버렸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와도 돼. 카라마츠의 일로 할 이야기가 있어."

 

 

그래서 한결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달래듯 훌쩍임의 주인공을 끌어내려했다. 그 목소리에 데카판도 슬쩍 고개를 돌려 메이를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친 메이는 데카판을 한 번 흘겨보았고, 데카판은 호에…, 두 손을 얼굴 앞으로 끌어모아 손바닥을 마주대고 사과했다.

 

훌쩍.

 

데카판에게 무언의 눈치를 주는 사이, 우물쭈물 벽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그들 중 누구가 아니라, 그들 전체였다.

 

분홍색의 파카를 입은 토도마츠는 새빨개진 얼굴로 코를 훌쩍였다. 그의 양옆에 찰싹 달라붙어선 노란 파카의 쥬시마츠는 신고있는 홈슬리퍼만 내려다보았고, 이치마츠는 보라색의 파카 아래 츄리닝 바지만 꼬깃꼬깃 매만졌다.

 

앞장서 나온 초록색의 파카보다 더 앞에 선 빨간 파카의 오소마츠가 메이를 바라보았다. 그 눈은 이전의 보았던 것보다 탁했다. 빛이 보이지 않았다.

 

 

"카라마츠는?"

 

 

데카판의 말보다도, 메이의 말보다도 먼저 선수쳐 나온 오소마츠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본인도 그것을 느끼고 아차하며 입을 다문 것 같긴 하지만, 곧 한숨을 내짓는 모습에 메이는 그가 제 상태를 감추는 것을 체념했다는 것을 눈치챘다.

 

 

"카라마츠는?"

 

 

재촉하는 듯 다시금 물어오는 말은 한 치의 빗나감없이 예상과 딱 맞아떨어져서 메이도 한숨을 지었다. 반성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후회가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그들의 실수 뒤 노력과 자각에 대해서는 보답해주고 싶었다.

 

카라마츠가 깨어났다고 말할 생각이었다. 짐작가는 질문에는 피하고 외면해도 결국 정해진 답을 내놓을 생각이었다. 아무리 상처입어도, 그녀의 남자는 근본적으로 상냥하고 사랑이 넘쳤다. 제 사람 한정이 아닌 그 화수분은 마르지 않을 것이다. 그는, 마츠노 카라마츠는, 그런 사람이니까. 그러니, 결국 너희에게로 돌아갈 사람이라고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

 

욱씬. 가슴에 통증이 일었다.

 

 

"일어났어."

 

"들었어."

 

"상태가 좋진 않지만 나아질 거야. 나도 힘내고 있고, 카라마츠도 힘내고 있고, 난 더 힘낼 테니까."

 

"고마워."

 

 

딱딱한 사과가 익숙하지 않아 메이는 오소마츠를 바라보았다. 아, 탁한 눈동자에 빛이 스며들고 있었다.

 

희망. 너에게 그것이 생겼구나. 메이는 입을 잠시 다물었다. 그들에게 희망이 생길수록, 메이의 희망은 깎였다.

 

 

"…카라마츠가, 우릴, 보겠대?"

 

 

그것에 대해서는 이야기해보지 않았다고 데카판과 대화를 나누던 것을 분명 몰래 엿들었을 거면서, 쵸로마츠는 오소마츠의 뒤에서 끊어 물었다. 기대와 불안을 가득 가지고있는 물음은 촉촉했다.

 

 

"글쎄."

 

"…글쎄, 라니,"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어.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말을 나눠보지도 않았고."

 

"하, 하지만 분명! 카라마츠 형이 깨어나고 원한다면…!"

 

"기억해. 대화해볼게."

 

 

자신을 보기를 먼저 원한다는 형제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데카판과의 대화에서 대충 답을 주었을 테니, 메이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출입문으로 향하던 발걸음이 멈추나 싶더니 빙글 돌았다.

 

 

"때린 건, 미안했어."

 

 

눈물에 젖어 열기가 오른 뺨을 한 손으로 쓸어주고서 메이는 그들에게서 멀어졌다. 기습적인 손길에 토도마츠는 눈을 크게 뜨고 숨을 멈추었다.

 

 

"잊지 않았겠지?"

 

 

오소마츠의 목소리는 족쇄가 된 것처럼 메이의 발목을 움켜잡았다.

 

 

"카라마츠가 원한다면, 돌려보내주겠다는 말."

 

 

멈춰선 등에 대고 뱉은 말은 분명 메이의 귀로, 머리로, 가슴으로 스며들었다. 오소마츠는 알 수 있었다.

 

 

"물론이야."

 

 

조금 숙여졌던 머리가 하늘을 향했다.

 

 

"카라마츠가 원하는 건, 뭐든 해줄 거니까."

 

 

내가 없어지더라도. 뒷말은 굳이 할 필요가 없었다. 데카판에게도, 그들에게도. 물론, 카라마츠에게도.

 

 

.

 

 

.

 

 

.

 

 

.

 

 

.

 

 

"아빠가 죽고나서 그 녀석을 만나기 전까지, 어떻게 살았던 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을 정도로, 카라마츠가 피투성이가 돼서 내 밑에서 치료를 받고 있을 때, 내가 카라마츠의 머리를 꿰매고 몸 여기저기에 붕대를 감고 있다는 걸 퍼뜩 알아차렸을 때, 난 정말 무서웠어."

 

 

당장 내일이 오지 않을 것 같아서 아득해졌어, 꾸역꾸역 입을 열고 튀어나오는 뒷말과 그것에 맞추지 않고 툭, 투둑 터지는 눈물방울을 보고서 형제들은 하나같이 잠시동안 어떤 것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녀석이 정신을 차렸다가 내가 보는 앞에서 공중에 붕 떴을 때, 난 내가 절벽에서 떨어지는 것 같았어."

 

 

내가 보는 앞에서, 그 대목에 이치마츠는 눈을 질끈 감았다. 감히 상상해버렸다. 사랑하는 사람이 눈 앞에서 죽겠다고 몸을 던졌을 때, 그것을 보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나약한 심정을.

 

 

"그것보다도 데카판은 그 녀석의 형제들을 좀 봐줬으면 해."

 

 

형제들의 마음 속에서 메이가 카라마츠의 여자친구보다도 카라마츠를 데리고 간 사람으로서 더 굳혀져있을 때였기 때문에, 왠지 자신들을 걱정하는 말에 형제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럴게, 악담과 저주를 퍼부으며 토도마츠에게 손찌검까지 했던 사람이었다. 분명 형제들이 불행해졌으면 좋겠다거나, 카라마츠는 형제들을 용서하지 않을 거라거나, 최악으로는 카라마츠는 절대 내주지 않을 거라고 얘기할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데카판은, 확실히 그녀와 가까운 사이였고, 그들에게 무슨 짓을 충분히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으니까.

 

 

"응, 카라마츠의 쌍둥이 형제들. …내가 이전에, 한바탕 난리를 친 후부터, 아마 꽤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을 거야. 그 정도의 이야기까지 들었는데도 아무렇지 않을 만큼 나쁜 녀석들은 아닌 것 같았으니까. 어쩌면 제일 힘든 건 그 녀석들일지도 몰라. 그리고… 그 중에서도 막내에게는… 엄청 미안한 짓까지 해버렸는걸."

 

 

벽 뒤에 숨어 메이의 말을 듣기 시작했을 때부터 토도마츠는 제 한 쪽 뺨에 손을 올리고 있었다. 무의식적인 행동이었지만, 그녀의 입에서 제 이야기가 나오자 토도마츠는 놀라 몸을 떨었다. 그 놀람을 쥬시마츠가 어깨를 감싸안으며 잠재웠다.

 

많이 아팠을 거야, 그 말을 들은 직후부터 뚝뚝 토도마츠는 눈물을 흘렸다.

 

 

"그러니까 아저씨는, 형제들이 너무 많이 힘들어하지 않도록 지켜봐줬으면 좋겠어. 하하…, 나 진짜 웃기지? 그 녀석들을 그렇게 만든 데에는 나도 책임이 있으면서 이제 와서 걱정이라니, 위선적이야."

 

"…메이 쨩."

 

"…응, 그래도. 그럼에도 부탁할게요, 아저씨, 데카판. 카라마츠가 돌아갔을 때,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그 녀석을 맞아줬으면 좋겠어. 올바르게 뉘우치고 반성해서, 정직하게 사과하고 풀어냈으면 좋겠어."

 

"카라마츠 군을 돌려보내줄 거다스까?"

 

"응. 아직 이야기해본 적은 없지만, 카라마츠가 원한다면 당연히 그래야지. 그 녀석은 형제들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걸. 어쩌면…"

 

 

데카판을 마주보고 짓는 웃음은 누가 보기에도 퍽 자조적이었다. 그리고 오소마츠는 채 하지 않는 뒷말이 못내 걸렸다.

 

그래서 데카판이 그게 다냐며 떠보았을 때, 흔들리는 눈동자로 뭔가를 말하려다가 토도마츠의 훌쩍이는 소리에 다시 삼켜버린 그 뒷얘기가 거슬렸다.

 

나오라던 말에도 우물쭈물 눈치를 보며 쉬이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더니, 조금은 나긋해진 목소리가 재촉해왔다. 그제서야 우르르 몰려나간 같은 얼굴들을 보고 메이는 분명 조금 당황하는 것처럼 보였다.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들을 수 없었지만, 카라마츠가 깨어났다는 건 틀림없는 희소식이었다.

 

오소마츠가 고맙다고 말할 거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기에 짐짓 놀랐지만, 모두의 마음이 그의 마음이었다. 너는 나고, 나는 너, 우리는 여섯이서 하나니까.

 

나가려던 메이가 다시 돌아와 토도마츠의 뺨을 치유하듯 매만졌을 때는 모두가 크게 놀랐다. 그 중에서도 토도마츠는 숨도 멈출 만큼 데미지가 컸다.

 

오소마츠가 몇 번이나 반복해 그녀와의 약속을 확인했을 때,

 

 

"카라마츠가 원하는 건, 뭐든 해줄 거니까."

 

 

그렇게 말하던 메이의 표정은 비장했지만, 또 어쩐지 공허했다. 그 눈빛은 마치, 조금 전의 자신만큼 탁해있어서, 빛이 사라지고 있어서. 오소마츠는 저도 모르게 그녀를 다시 불러세우려다 말았다.

 

 

 

 

언젠가 오소마츠는 말했다. 그녀의 마지막 말 뒤에는 분명 한 마디가 더 있었고, 그날 그녀가 눌러담듯 삼켜버린 말들은 분명 그녀의 두려움이었을 거라고.

 

언젠가 토도마츠는 말했다. 그녀가 쓸어주었던 뺨에 닿았던 손은, 얼어붙으리만치 차가웠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