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おそ松さん 2F/[유메마츠] Extra 松_히로인[S]

[오소마츠상 소설(おそ松さん Novel )/유메마츠] 9. 새벽감성

※ Just Fiction.

 

# 오소마츠상소설

# 유메마츠

# NL마츠

# 오소마츠

# 카라마츠
# 장형모브

 

 

히로인 9

 

 

 

 

밤에는 꿈을 꿨다. 이 쪽에서의 삶에서도, 전에서의 기억에서도 강제로 몸을 만져질 뻔한다던가, 당장이라도 날뛰고 싶을 만큼의 망언을 듣고 온 힘을 다해 누군가에게 손을 날린다던가의 일은 처음이어서, 아무래도 기억에 뚜렷히 흔적을 만든 듯 했다.

 

 

"흐에!"

 

 

의식함과 동시에 창피한 괴상한 단말마와 함께 깨어난 메이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휘둘렀다. 다행히 이 목소리를 들은 건 아무도 없었다. 그러고보니, 어째서인지 모두가 잔뜩 굳어진 똑같은 얼굴로 1층 거실에서 자겠다며 선언해버려서, 객식구에게 그렇게까지 해줄 필요같은 건 없다며 손을 내저었던 기억이 있다. 닫힌 창 너머에서 달빛이 들어오고, 그때도 비슷한 광경이었지만 분명 지금보다 몇 시간은 전의 일이었다.

 

탁, 쿵 ―

 

흠칫 몸이 떨렸다. 뭐, 뭐야… ? 분명 문 밖에서 들린 소리는 무언가 바닥을 박차고, 곤두박질 친 듯한 소리. 잠시간 가만히 있어보자 들려오는 소리는 없었다. 하지만 잘못 들은 것은 아닐 테다.

 

메이는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최대한 조심히, 하지만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발치에 걸리는 이불을 슥슥 밀어내고 문까지 다가갔다.

 

드륵 ―

 

 

"…뭐하니…?"

 

"…조, 좋은 밤이다제…."

 

 

위기감을 느끼고 치켜올라간 굵은 눈썹이 당황해 휘어졌다.

 

 

 

 

문득 잠에서 깨어나버렸기 때문에, 라고 카라마츠는 말했다. 캔맥주를 손에 들고서 메이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것은 분명히 의심이어서, 카라마츠는 솔직히 털어놓았다. 응, 잘 있나 걱정했기에 얼결에 문 앞까지 오긴 왔는데,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버려서 놀라 넘어졌다고. 그냥 평범히 포장할 때 대충 믿어줄걸, 메이는 창피한 목소리로 일어난 자신을 회상하며 혀를 찼다.

 

분명히 오래 잤다. 오소마츠와 카라마츠가 바람을 쐬고 오겠다고 나갔다 돌아온 후, 어느새 잠에 들었다가 동생의 하원도 몰래라도 지켜봐주지도 못하고 쭈욱 잤다. 오소마츠가 저녁 먹자며 깨워주지 않았다면 더 잤을지도. 결국 저녁을 먹은 후에도 어려움없이 잠에 들었다가 꿈에 깨버렸다. 이젠 더이상 올 잠도 없다.

 

그렇게 설명한 메이에게, 그럼 어둠만의 순간을 즐기자! 그런 요상한 말을 남기고는 아래로 내려갔던 카라마츠는 손에 두 개의 캔을 들고 다시 나타났다. 그리고서 카라마츠는 대뜸 창문을 열고 메이에게 손을 뻗었다. 여차저차 그에게 이끌려 오게 된 곳은, 다름아닌 지붕.

 

쥬시마츠와 카라마츠는 이 곳에서 노래를 부르는 듯 하다. 이치마츠와 쥬시마츠는 이 곳에서 둘만의 세계를 펼치는 것 같기도 하고, 카라마츠도 혼자만의 공상을 가끔 하는 것 같다. 모두, 왜? 대체 왜 이 곳에서? 라는 의문이 들게 하지만, 메이는 지붕이 누군가에겐 안식처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카라마츠가 내미는 캔은 맥주였다. 이 전의 삶, 이라고 부르기에는 아직 확신도 없고 거창한 것 같지만, 어쨌든 그 곳에서의 자신은 천식을 앓고 있어 술을 먹을 수 없었기 때문에 메이는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역시 환자에게 이건 무리겠지, 그렇게 순식간에 침울해지는 카라마츠의 손에서 황급히 그것을 받아든 이유는 이제 난 그때의 내가 아니야, 린도 메이잖아? 그런 생각에서 비롯된 확인하고자 하는 마음이 반, 그의 얼굴에 찔리는 마음이 반이었기 때문이다.

 

그래! 난 천식같은 거, 이제 앓고 있지 않잖아? 그 몸은 지금 내 몸과는 다르잖아? 수많은 세뇌를 끝내고서 먹는 술은, 어쩐지 몰래 해선 안 되는 짓을 하는 악동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인 것과 비례해 달고 시원하고, 달았다. 에, 원래 술이란 게 이렇게 달았던가? 메이는 후룹― 그것을 조금 더 마셨다.

 

 

"메이는 술을 좋아하는 것 같군."

 

 

삼키고서도 입에 남은 잔향을 쩝쩝 음미하는 메이를 보고 카라마츠가 넌지시 말했다.

 

 

"좋아? 음―. 글쎄, 좋아하려나―."

 

"좋아하지 않는 건가?"

 

"으―-, 잘 모르겠어. 술이라는 걸 의식하고 먹어본 게 언제인지도 모르겠네."

 

"왜? 술이란 건, 기분 좋을 때 많이 먹게 되지 않나? 술에 약한 타입인가?"

 

"확실히―, 너희들은 술을 마시면 텐션이 심하게 업되긴 하지. 나는 말이야, 뭐랄까―. 지금은 아니지만? 지금의 나는 아니지만? 술을 먹으면 안 되는 이유가 있었는데 말이지. 지금은 아니지만? 지금의 나는 아니지만?"

 

"…메이, 취한 건가?"

 

"에? 전혀?"

 

 

알 수 없는 말을 해오길래 취한 건가, 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아니라고 고개를 젓는 메이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 보여서 카라마츠는 그저 고개를 갸웃했다. …우리가 메이와 술을 마셨던 적이 있던가?

 

 

"너희는 정말 1층에서 자는 거야?"

 

"아아. 다들 심하게 곯아떨어져있지."

 

"엄청난 실례를 끼쳐버렸네. 방까지 차지해버리고, 주인들은 거실로 쫓아내고."

 

"흐―흥. 논-논, 메이? 실례라니, 당치도 않아. 메이는 우리의 친구라고? 곤란한 상황에 빠져 허우적대는 친구를 무시하는 건 남자 된 도리가 아니다. 더군다나, 도움까지 줄 수 있다니, 이 얼마나 영광인가!"

 

"남자랑 무슨 상관이야. 랄까 취한 건 너 아니야? …캔도 안 땄잖아. 설마 밤공기에 취한 거니?"

 

"아, 아아. 메이와의 대화에 빠져 손에 들린 나이트의 산물을 잊고 있었다."

 

"너 술맛 떨어지게 한다는 소리 많이 듣지?"

 

"이치마츠에게서라면, …그걸 어떻게?"

 

 

어휴. 메이는 한숨을 쉬고선 고개를 저었다. 꿀꺽, 한번 더 맥주를 식도로 넘겼다.

 

 

"여긴 우리 집에서 하늘과 가장 가깝다."

 

 

난데없는 말에 메이가 고개를 돌렸다. 카라마츠는 하늘을 향해 팔을 뻗었다. 저 앞에 있는 달과 별을 만지기라도 할 듯이, 손이 뻗어나갔다. 손가락 사이로 달을 가두자, 얼굴에 그림자가 생겼다.

 

 

"이렇―게 손이라도 뻗으면, 달이 잡힐 것 같지 않나?"

 

 

여긴 우리 집에서 달과 가장 이어진 곳이니까. 카라마츠를 바라보다 그가 손을 뻗은 곳으로 시선을 돌려 따라 팔을 들었다.

 

네 쪽에서 일직선인 달이, 내게도 일직선이라는 건, 그만큼 저게 우리로부터 멀리 떨어져있다는 뜻이잖아. 실없는 환상에 태클을 거는 것도 실없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새벽은 깨어있는 사람에게 감성을 주기도 하니까. 그 감성을, 작가가 환영하지 않을 리 없으니까.

 

 

"응. 닿을 것 같네."

 

 

한쪽 눈을 지긋 감자, 오로지 시야에 맞춰진 달을 손바닥으로 가리고 주먹을 꽉 쥐었다. 다시 가슴팍으로 끌어내린 손을 펴봐도, 그 안에 달이라던가 별이라던가, 닿을 수 없는 것이 들어있을 리는 없는 걸 알면서도 메이는 푸― 웃었다.

 

 

"메이."

 

"응?"

 

"나쁜 꿈을 꾼 건가?"

 

 

뭐어―, 그렇지. 메이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하긴. 확실히 평범하게 넘길 수 없는 일이긴 하지."

 

"아니, 진짜 괜찮은데? 익숙하지 않은 일이라 당장 조금 놀란 것 뿐이지, 정말로는 아무렇지도 않아."

 

"악몽을 꿨잖아?"

 

"오늘 하루야. 나, 무서운 일 당했다고 계속 끌고 갈 정도로 멘탈 약하지 않고? 그리고 음, 겁도 적은 편이라고 생각해. 내가 정말 겁이 많았으면, 이치마츠를 때린 놈의 뺨을 때리는 일 같은 것도 못했을걸."

 

"…화, 확실히 그 얘기는 멋있었다."

 

"아? 그래 고마워…?"

 

 

멋있었다니, 다소 황당한 평가에 어색하게 인사한 메이는 반 정도밖에 남지 않은 맥주를 다시 입가로 가져갔다.

 

 

"내가 다쳤을 때, 너희 집에서 머물렀잖아? 그때 너와 형님이 해준 이야기, 기억하고 있나?"

 

"나와 오빠가 한 이야기?"

 

 

으음―. 메이는 한참을 생각했다. 기억력이 나쁜 편은 아닌데, 막상 했던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카라마츠가 생각한 대목을 골라내기는 어려웠다. 그리고, 오빠랑 네가 나눈 대화는 내가 어떻게 알아. 카라마츠는 답을 기다릴 생각은 없었는지 먼저 이야기했다.

 

 

"지금 네가 생각하는 네 위치와 그때 내가 생각하던 내 위치가 같다. 난 객식구였고, 형님은 내가 한사코 거절해도 기어코 나를 푹신한 소파에서 재워주었다. 본인은 넓고 아늑한 잠자리가 아닌, 딱딱한 바닥에 이불을 깔면서, 나는 손님이니까, 라고 해주었다. 신세를 졌다는 내게, 좀 더 머물러도 된다고 말해주었지."

 

"그거야 넌 다친 사람이었고, 사정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지금의 너도 마찬가지다. 다친 사람이고, 오빠가 걱정할까봐 돌아갈 수 없는 사정을 가지고 있잖아? 나는, 그리고 나의 형제들은 너에게 많은 은혜를 받았고 이제야 그것을 조금 갚아줄 수 있게 된 것 뿐이다."

 

"…그러니까 그런 거창한 게 아니라니까아…."

 

"그리고 메이가 내게 계속해서 강조하듯 말하지 않았나? 솔직해져도 된다고."

 

 

그게 왜? 메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눈동자는 전혀 흔들리지 않아서, 카라마츠는 뜬금없이 생각했다. 메이는 술에 강하구나.

 

 

"무서우면 무섭다고, 괴로우면 괴롭다고 말해도 돼. 그게 당연한 거다."

 

"…헤에―. …너, 그때 내가 많이 멋있었나봐? 허락없는 카피(Copy)는 나쁜 거니까."

 

"카, 카피라니! 이건 내 진심…!"

 

"그리고 아까, …좀 창피하지만, 어쨌든, 무서웠고 아프다고, 너랑 오소마츠가 나가고서, 나 꽤, 많이 울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억지로 괜찮다고 하는 것 같으니까."

 

"응, 알아. 고마워."

 

 

메이는 쭈욱 기지개를 켰다. 어깻죽지에 퍼져있던 멍은 팔을 크게 움직이거나 목을 요리조리 움직이면 여전히 욱신거렸다.

 

 

"흐우아―! 응! 어―엄청엄청 무서웠으려나―."

 

"…그렇군."

 

"그때, 이치마츠를 때렸던 놈한테 손찌검했을 때, 진짜 그 녀석 돌머리가 맞았던 거야. 때린 내 손이 아프더라니까? 그리고 솔직히― 아까 꿈에서, 엄청나게 커다란 손이 얼굴을 쓰다듬고, 손을 만지작거리고, 옷을 벗겨댔을 땐 진짜 끔찍했어. 얼굴도 기억이 안 나는데 그 눈은 또렷하게 기억하거든. 내가 할 수 있는 게, 그 눈에 비치는 나를 쳐다보는 것 말고는 없더라고."

 

 

물론, 그 녀석이 얼굴을 쓰다듬거나 손을 만지작거린 적은 없다. 얼굴을 꽉 붙잡고, 손목을 부여잡고 있었던 건 맞지만. 그 손이 가슴 위를 쓰다듬었을 때 타이밍좋게 잠에서 깨어날 수 있었고, 그 감각은 쉬이 잊을 수 있었다. 공포심은 사실을 왜곡했고, 왜곡된 진실이 기억에 각인되지 않도록, 함부로 과장되어 트라우마가 되지 않도록 메이는 노력하고 있었다.

 

 

"괴로웠지. 솔직히 지금도 아픈걸. 손은 볼 때마다 어떡하지, 싶고. 내일까지 흔적들이 사라질 리도 없고, 오빠한테 당연히 걸리지 않을까 막막해."

 

"그런 거라면 더 있어도…!"

 

"그럼 네가 돌아갈 때, 네가 나에게 했던 이야기도 기억해?"

 

"내가 너에게 했던 이야기?"

 

"직접 풀어낼 거라며, 언제나처럼 지나갈 일이라고."

 

"…아."

 

 

그래, 메이의 이야기를 듣고 결심해 돌아가려던 때에 내뱉었던 말인 것 같긴 하다. 그게 왜? 카라마츠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조금 전 카라마츠의 말을 들은 내 표정이 저랬으려나? 메이는 가볍게 웃었다.

 

 

"내가 풀어낼 일이야. 어쨌든 지나갈 일."

 

"…하지만 직접 벌인 일도 아닌데, 스스로 무리하면서까지 혼자 감당할 필요는 없지 않나."

 

"설마 토도마츠의 탓으로 생각하는 건 아니지?"

 

"물론이다! 토도마츠의 잘못이 아니야!"

 

"맞아, 그렇다고 이건 토도마츠가 벌인 일이 아니니까. 나쁜 건 그 녀석들이고, 더 나아가 그 여자아이지. 토도마츠의 연극에 어울린 건 내 선택이었고, 탓을 한다면 멋대로 도발한 내 탓이 크달까."

 

"무슨 소리인가! 메이의 탓도 아닌 게 당연하다!"

 

"그래? 그럼 문제 없잖아? 우리의 잘못이 아니고, 나쁜 녀석들은 따로 있어. 너와 오소마츠가 복수해줬고, 형제들이 날 구해줬잖아. 이렇게까지 도움도 주고. 이미 난 혼자 감당하고 있지 않잖아?"

 

"…하지만, 악몽이라거나,"

 

"그―러―니―까―, 너희한테서는 이미 충분한 도움을 받았고, 남은 건 내 자신의 문제라는 거지. 너도 알잖아? 난 충분히 그 일이 트라우마로 남지 않게끔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 정 뭐하면, 내 치료법이라도 쓰지 뭐."

 

"치료법?"

 

"이건 비밀인데. 난 내가 겪은 경험들을 글로 써. 이야기 안에는 기승전결이 있고, 갈등을 해결하는 주인공이 있잖아? 객관적으로 이야기를 서술해나가면, 그때의 상황이나 느꼈던 감정들을 보다 구체적으로 관찰하고 쓸 수 있어. 그것들을 조절하고 풀어나가는 주인공한테 나를 대입시키는 거지. 그렇게 등장인물이 그걸 해결하면, 나도 마치 그 문제를 퇴치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할까?"

 

"호오―, 역시 프로답군."

 

"하하. 그런 건 아니고, 음―. 회사에서 상사한테 욕을 들으면,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들도 있잖아. 그거랑 비슷하달까? 읽는 사람들도 그것에 대입해서 자신의 일처럼 이야기해주는 걸 듣는 것도 꽤 치유가 되기도 하고. 뭐어―, 하지만 남들이 보지 않아도 좋아. 이야기가 있고 결말과 그걸 마무리짓는 등장인물이 있다면, 난 언제든 괜찮아질 수 있으니까."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만족스러운 일석이조, 라는 건가―. 메이는, 정말 글을 쓰는 걸 좋아하는 것 같군. 번역할 때의 너도 빛이 났다제―."

 

"음―, 번역이란 것도 누군가의 이야기를 다른 언어로 바꾸는 거니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접하는 것도 좋아해."

 

 

그냥 좋네! 어느새 아까의 일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어버린 채 신나 이야기하는 메이를 보며 카라마츠는 웃었다. 다행이다, 아파하는 것 같지 않아서.

 

새벽은 조금 춥지 않을까, 했지만 알코올이 몸에 들어가서인지 몸이 뜨겁게만 느껴졌다. 달은 밝고, 근처의 별들도 못지 않게 밝았다. 대화는 즐거웠고, 마음은 가벼웠다. 모든 것이 조화로워서 조금 달뜬 메이는 몇 모금을 남긴 채 비어버린 캔을 꼼지락, 손가락으로 틱틱 긁었다.

 

 

"고마워, 카라마츠."

 

"에?"

 

"오소마츠도, 쵸로마츠도, 이치마츠도, 쥬시마츠도, 토도마츠도 전부."

 

"뭐가 말인가?"

 

"솔직히 환영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어쨌든 너희가 똑같이 만들어주고 왔다며! 아주 쌤통이다! …그래도, 앞으로는 무모한 짓은 안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으니까."

 

"하지만 우린 싸워서 져본 적은 없다만? 이래보여도 난 형제들 중 가장 힘이 세고, 오소마츠는 강하다. 우리 전부가 덤벼도 요리조리 잘 피하고 이길 정도로 강해. 쵸로마츠들도 강하지만, 불필요한 싸움에 굳이 끼지 않는 것 뿐이다."

 

"…그런 설정인 거냐."

 

"진짜다만."

 

"대충 들었어―. 아까 쥬시마츠도, 쥬시마츠 장르답게 이치마츠와 날 번쩍 안고 도망쳤고. 너희는 참 신기해."

 

 

…애초에, 만화 속 세상이니까. 또다시 무심코 이 곳이 어떤 곳인지 상기해버린 메이는, 이런 생각을 시작하면 결국 끝에 도달하는 생각에 입을 다물었다.

 

나는 누구지?

 

머릿속을 천천히 지배해가는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머리를 젓고 화제를 돌렸다.

 

 

"모두에게도 감사인사를 하지 않으면. 특히 오소마츠가 아까, 보여지기 힘들테니까, 라면서 따로 저녁을 챙겨줬을 때는 정말 놀랐어. 그 녀석, 그런 캐릭터였나? 싶어서. 게다가 형제들을 그렇게나 좋아하는 그 바보가, 형제들과의 저녁식사를 포기하고 따로 밥을 먹다니? 싶어서."

 

"그래서 다시 봤어?"

 

"응, 조금 다시 봤을지도―? …와―악, 뭐야! 뭐야 너!"

 

"오, 오소마츠?"

 

"헤헤―. 칭찬은 앞에서 해달라고?"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생각없이 대답을 하고 생각해보니, 카라마츠의 목소리는 분명 아니어서 메이와 카라마츠는 동시에 뒤를 돌았다. 조금 상기된 얼굴로 코 밑을 문지르며 다가오는 모습은 오소마츠였다.

 

 

"깬 건가? 형님."

 

"잠깐 눈을 떴는데 카라마츠가 없어서 말이야아―. 이 새끼 설마! 싶어서 후다닥 올라왔더니 방이 비어있길래 사랑의 도피라도 한 줄 알고 내 심장이 철렁~"

 

"무무무, 무슨 말을 하는 건가! 메이 앞에서! 설마는 무슨 설마!"

 

"하지만 너 동정이고? 맨―날 카라마츠 걸-이니 뭐니를 찾겠다고 다리로 나가도, 막상 누가 말이라도 걸어오면 돌처럼 굳어버리잖?"

 

"닥쳐라 형님!"

 

"메이 쨩도? 사랑의 도피같은 걸 하려면 이런 녀석말고 나로 하라고~"

 

"난 말할 가치도 없는 상대와는 말을 섞지 않아."

 

"엣, 너무햇."

 

 

고개를 돌려버린 메이는 남은 맥주를 꾸울꺽 전부 마셔버렸다. 후아―! 힘차게 숨을 내뱉고서 손 안에 든 캔을 힘껏 구겨버렸다. 힘 세다! 오소마츠가 실없이 감탄했다.

 

오소마츠는 슬쩍 고개를 돌려 카라마츠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조금이라도 짐작했던 분위기가 아니라는 건 애초에 알고 있었지만, 굳이 이런 자리를 만든 쪽이 단순하고 상냥하지만 머리는 텅텅 빈 남동생이라는 것을 깨닫고 오소마츠는 조금 웃을 뻔 했다. 하지만 그럴게? 오소마츠는 카라마츠가 따지도 않고 들고만 있는 맥주를 가리키며 말했다. 조금 놀려줄까, 엉뚱한 동정 동생―?

 

 

"카라마츠는 그거 왜 들고 있어?"

 

"아? 이건 메이와 함께 나이트를 즐기려고,"

 

"에? 랄까, 너 술 못 먹잖아? 보리차만 먹어도 취하는 주제에."

 

"오오―소마아츠―?!"

 

"아, 진짜? 카라마츠 술 못 먹어?"

 

 

우윽! 어느새 카라마츠와 메이의 사이로 비집고 들어와 앉은 오소마츠가, 메이의 반대편인 자신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베에― 혀를 내밀고 있는 것을 보고 카라마츠는 깎이는 자존심을 느꼈다. 이거 절대로 일부러잖아!

 

메이가 걱정된 것도 사실이고, 아니나 다를까 악몽에 시달려 잠에서 깨버린 메이가 편해졌으면, 싶어서 이런 시간을 만든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먼저 한잔 하자고 술을 건넨 주제에, 먹지도 못하는 모습은 분명 남자답지 못할 거라 생각해서 핑계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자다 깨 끼어든 형제가 방해물이 될 줄은 상상도 못해서 카라마츠는 초등학생의 멘탈을 가진 유치한 형님을 때려버리고 싶었다.

 

 

"그런 고로―,"

 

 

이건 형아가? 오소마츠는 카라마츠가 뭐라 말하며 손을 뻗기도 전에 치익, 캔을 따고 벌컥벌컥 마셔버렸다. 위아래로 요동치는 목젖이 멈추고 푸햐아―! 요란스럽게 입을 닦으며 내려놓은 캔은 벌써 비어있어서, 카라마츠와 메이는 저마다 경악에 찬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걸 다 마셨어? 그렇게 빨리, 한번에?"

 

"이이… 망할 형님!"

 

"야―핫핫! 나 술 엄청 좋아한다구? 카라마츠 군이 못 먹으니까 대신 먹어준 건데 왜 화를 내는 거야아―?"

 

 

낄낄 웃으며 메이처럼 한 손으로 캔을 꾸깃 구겨버린 오소마츠는 메이를 향해 그것을 들어보였다. 이거 봐, 나도 메이처럼 힘 세! 어린 아이처럼 웃는 그 모습에 메이는 어린애냐…,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보다 말이야? 칭찬이라는 건 사람이 듣는 곳에서 해야 전해지는 거라고?"

 

"사람이 듣는 곳에서 했잖아. 카라마츠가 들었어."

 

"물론 전해줄 생각은 없었다."

 

"저것 보라고! 저 녀석, 여자애가 하는 칭찬같은 거 전달해서 형아가 기뻐하는 모습같은 건 바라지도 않는 차가운 심장을 가졌으니까 말이야! 그러니까 메이는 좀 더 위기의식을 가지고 드러낼 필요가 있다고! 서투른 척 안 해도 돼! 넌 원래 솔직하잖아!"

 

"미친놈이 뭐라는 거야! 당장 아래로 꺼져서 마저 자지 못해?!"

 

"Oh, oh… 브라더들이 깰 것 같다고, 브라더 앤 씨스터?"

 

"그러니까 내가 왜 네 씨스터냐고."

 

"친구니까?"

 

"친구는 프렌-드라고!"

 

 

아, 이것들 둘 다 바보야. 메이는 이마를 짚었다. 메이의 붉어진 얼굴을 콕콕 찌르며 오소마츠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빨갛네~ 마치 내 색깔!"

 

"토하고 올게."

 

"어째서?!"

 

"토하면 얼굴이 파래지지 않을까."

 

"그건 나의 컬러군!"

 

"진짜 돌아버리겠네."

 

"그거 알아? 술을 마시면 더워지지만, 사실 체온은 떨어진대."

 

"난 원래 추위를 많이 안 타서 상관없다만?"

 

"네놈은 술을 먹지도 않았잖아."

 

 

오소마츠와 카라마츠가 티격태격거리다 함께 메이를 바라보았다. 뭐. 나? 메이는 제 얼굴을 손으로 감쌌다. 뜨거운데? 전혀 차갑지 않은데? 고개를 갸웃거리는 어깨 위에 펄럭, 무언가 걸쳐졌다.

 

새빨간 색의 한텐.

 

 

"타하―핫! 얼굴이랑 같은 색!"

 

 

내 색깔! 오소마츠가 한번 더 말했다. 왜인지 목구멍이 간질거려 메이는 못마땅하게 말했다.

 

 

"네 얼굴도 빨간색이거든?"

 

"당연하지~ 빨강은 내 색이니까!"

 

 

초등학생 멘탈의 기적의 바보는 뭐가 그리도 신나는지 끊임없이 웃는다.

 

 

"실성했네. 저거 취한 거야?"

 

"아니, 오소마츠는 술을 잘 마시니까. 그냥 미친 거다."

 

"저거라니 뭐야아―! 안 취했어 아직! 랄까 맥주 한 캔으로 취할 리 없잖아아―! 난 보리차마츠가 아니라고오―! 실성한 것도, 미친 것도 아니야!"

 

"시끄러. 다른 녀석들까지 깨울 셈이야? 더 소리지르면 여기서 떨어뜨려버릴 거니까. 카라마츠, 너 형제들 중에서 가장 힘 세다며? 이 녀석 던질 수 있지?"

 

"물론이다."

 

"당사자 앞에서 살인모의같은 거 하지마!"

 

 

그래도 던져지는 건 무서웠는지 작은 목소리로 중얼중얼 거슬리게 하는 오소마츠를 무시하고, 메이는 아까 전의 서정적인 분위기를 그리워하며 카라마츠와 다시 대화를 재개했다.

 

 

"아. 그리고 카라마츠에게 하나 더 고마워할 게 있어."

 

"훗…. 레이디의 마음을 짐작하지 못하는 길-티한 나…!"

 

"그거 좋은 뜻 아니니까. 그날, 널 집에 데려다주고 집에 돌아올 때,"

 

"아, 그러고보니 그때 메이는 쓰러졌었지. 어디가 안 좋은 건가? 토도마츠에게서도 메이가 쓰러졌었다 들었던 것 같은데."

 

"맞아! 넌 왜 그렇게 자주 휘청거리는 거야? 어디 아픈 거?"

 

 

오소마츠까지 불쑥 끼어들어 물어오자, 메이는 난감해져 볼을 긁적였다. 아, 볼은 붓기가 어느 정도 가라앉은 것 같네. 그렇게 다른 것을 깨달은 메이는 대충 둘러댈 만한 말을 생각했다.

 

아니, 둘러댈 만한 게 필요한가? 갑자기 이러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두통은 흔한 거고? …딱히 내가 만화 속 세상에서 살게 된 것과 관련되어있다는 확신도 없고?

 

 

"빈혈이라고 할까―, 가끔씩 두통이 생겨."

 

"빈혈? 두통?"

 

"오소마츠와 쵸로마츠를 처음 만났을 때 넘어진 것도 그것 때문이었어. 갑자기 어지러워져서."

 

"헤에―. 병원은?"

 

"아직. 그렇게 심각한 것 같지 않아서."

 

"길 가다가도 픽픽 쓰러지는 게 심각한 게 아니라고?"

 

 

오소마츠와 카라마츠의 눈초리를 받으면서 메이는 어깨만 으쓱거리고 스윽 시선을 피했다. 병원은 별로 가고싶지 않았다. 혹시라도 얼떨결에 사정을 듣게 된 의사가 정신과라도 소개해주면 어떡해, 미친 사람 취급을 받을까봐 조금 두려웠다.

 

 

"어쨌든, 그날 카라마츠가 2층 창문으로 날 발견해서 오빠한테 연락을 해줬다고 들었어. 덕분에 살았어, 랄까, 움직일 힘도 없었거든. 경험해본 적 없을 정도로 아팠어."

 

"아니아니? 그렇게 말할 거라면 병원을 가라고?"

 

"심각한 것 같지는 않다니까?"

 

"너한텐 심각의 수준이 뭔데?"

 

"아아. 달려가고 싶어도 몸이 그래서 달려갈 수가 없었다. 형님이 빨리 나와주어서 다행이었어. 무슨 사정인지는 모르지만, 나도 병원은 가보는 걸 추천한다."

 

"생각해볼게."

 

"내 말은 생각해주지 않는 거야?"

 

"아. 그럼 메이. 나도 궁금했던 것을 물어도 되나?"

 

"궁금했던 거? 아직도 해결 안 된 궁금증이 있어?"

 

"묻지 않으려고 했는데, 쓰러지는 이유도 얘기해주었으니 이것도 괜찮지 않을까, 해서."

 

 

응, 뭔데? 오소마츠의 얼굴을 긁어내리자, 칭얼거리던 목소리 대신 부왁―! 괴이한 목소리가 통증을 호소했다. 뒤로 밀려나 얼굴을 부여잡고 버둥거리는 오소마츠를 가볍게 무시하고 메이는 카라마츠를 바라보았다.

 

 

"전에 나에게, 날 이해한다고 말했잖아?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 날 소중히 여겨주지 않는다는 게 무슨 기분인지 잘 안다, 라고."

 

"…아?"

 

"그거, 무슨 뜻이었던 건가?"

 

 

이건 예상 못했는데. 메이는 저도 모르게 숨을 멈추었다.

 

카라마츠가 형제들에게서 몸도, 마음도 상처를 받고 신세를 지던 날. 그의 사연에 몰입해버려 무심코 내뱉어버린 본심을 기억하지 못할 리 없다. 모든 게 해결된 카라마츠가 부럽다는 생각마저 몰래 들 정도로, 그녀에게는 잊을 수 없는 말이니까. 자신은, 절대 해결하지 못했으니까.

 

카라마츠는 그녀가 그저 답을 하기 위해 기다리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보고 있는 것이겠지만, 오소마츠는 메이가 마치 무언가에 붙잡혀있는 것처럼 보였다.

 

 

익숙해져서, 소중한 걸 잃지 말아줘.

 

 

스스로를 자격이 없다, 주제넘다 폄하하면서도 꿋꿋이 부탁해오던 메이의 말은 아마 앞으로도 잊지 못할 것이다. 그 중에서도 그 한마디는 형제들의 머리를 쳐 충격을 주고, 가슴에 꽂혀 깨달음을 주었다.

 

분명 그 때도, 얼굴은 숙여 보이지 않았지만, 올라와 형제들의 표정을 살피고 어색하게 인사를 한 뒤 도망가기까지의 눈빛은 지금의 눈빛과 같았다. 오소마츠는 비록 옆모습이지만, 메이를 지긋 바라보았다.

 

우리의 모든 것을 알아버렸으면서, 우리의 속마음에까지 손을 뻗었으면서, 네가 숨기는 건 뭐야?

 

분명, 그녀에게는 있었다.

 

아무도 모르는 뭔가가.

 

 

"메이?"

 

"…난 작가잖아."

 

 

하? 입술이 부딪히더니 기습적으로 열려 튀어나온 말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어서 오소마츠는 귀를 의심했다. 아니아니? 그럴게, 보통은 여기서 사실은, 그렇게 나오잖아? 뭔가 분위기적으로든 뭐든, 속마음이나 숨기고 있던 마음같은 걸 고백하는 흐름이잖아? 작가랍시고, 지위를 이용해 어물쩡 넘어갈 타이밍이 아니잖아?

 

 

"그래서 나도 모르게 감정을 이입한 것 뿐이야. 감정을 느끼고 기분을 파악하는 건,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가장 쉬운 일이니까."

 

 

그렇군. 고개를 끄덕이는 카라마츠를 보고 오소마츠는 마음 속으로 그게 아닌데, 그게 아닐텐데, 그게 아닐 것 같은데, 그렇게 간단하고 쉬운 게 아니지 않아? 하고 혼자 생각했다.

 

하지만 텅 빈 동생과 여전히 뭔가를 감추고 있는 친구는 그것을 더이상 의심하지도, 털어놓지도 않을 것 같아서 오소마츠는 또다시 자신부터 평소와 같아지기로 했다.

 

 

"뭐야아―! 형아만 모르는 이야기 하지 말라고, 너희! 왕따시키지마아―."

 

"아, 슬슬 졸린 것 같네―."

 

"점점 공기가 차가워지는군. 이만 들어가서 자도록 하지."

 

"무시하는 거냐!? 카라마츠 너! 절대로 2층 문은 막아놓을테니까! 다신 못 들어가도록! 위험해 이 자식!"

 

"위험은 오소마츠가 더 심하다! 절대로 막아놓도록 해!"

 

"미친놈들아, 나는 어떻게 나가라는 거야!"

 

 

메이처럼 순식간은 무리일 수도 있지만, 알아갈 시간은 충분했다.

 

그럴게, 같은 나이고? 같은 동네고? 이렇게 가까이 살잖아? 심지어 친구잖아?

 

그러니까 이건, 그럴 운명이라고밖에―

 

 

 

 

.

 

 

 

 

.

 

 

 

 

.

 

 

 

 

케이토가 평소보다 조금 일찍 집을 나서며 품에 안긴 카이와 웃고 떠드는 것을 창문으로 몰래 훔쳐보며 메이는 푸욱 한숨을 쉬었다. 미안해 오빠, 미안해 카이, 아침에 케이토와 나눈 문자를 슉슉 올려보며 메이가 중얼거렸다.

 

언제 올 거냐는 질문에는 결국 모르겠다 대답해버렸다. 카라마츠는 더 지내라고 말해주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개인적인 사정으로 남자들만 우글거리는 집에서 방까지 빼앗아 차지해가며 더 지낼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상태로 돌아가면 큰일이 날 지도 모른다. 빨리 해결책을 생각해내지 않으면, 메이는 머리를 싸맸다.

 

 

"메이―? 아직 아픈 거야? 아픈 거 다 날아가라― 필요한 거야?"

 

"쥬시마츠. 괜찮아."

 

 

끙끙 앓는 소리를 내는 메이에게 데굴데굴 굴러가 쥬시마츠는 헤벌레 벌린 입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머리 위로 뿅뿅 흔들거리는 털 하나를 톡톡 건드리며 괜찮다고 웃어주자, 쥬시마츠는 괜찮구나! 다행이야―! 하며 눈까지 휘게 웃어주었다.

 

이 밝은 웃음은 자꾸 그 아이를 생각나게 해….

 

혼자만의 생각에 빠지려던 메이를 붙잡아준 건, 난데없이 방문을 벌컥 들어와 크게 이름을 부르는 토도마츠였다.

 

 

"메이―! 이것 좀 봐!"

 

"토도마츠? 무슨 일?"

 

 

이거이거! 토도마츠가 보여준 스마트폰에는 장문의 문장이 있었다. 빠른 속도로 그것을 읽어내려가는 표정이 묘하게 변하는 것을 보며 토도마츠는 쿵쾅쿵쾅 뛰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켰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온통 사과로 도배되어있는 것은 아니지만, 핑계와 여러 변명 사이로 문득문득 들어가있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 뭔데? 뭔데? 궁금해하는 형제들이 스마트폰을 가져가 메이보다는 조금 느린 속도로 그것을 읽어내려가고, 토도마츠는 의기양양하게 허리에 손을 얹었다.

 

 

"그 여자애가 사과해왔어! 남자친구랑은 헤어졌고, 일부러 나쁘게 이야기하려던 건 아니었다지만 다 핑계야. 제일 크게 다친 사람이 있다고 했더니, 용서해달래."

 

"헤에―? 어차피 이런 거 다 뻔한 거잖아? 톳티가 신고하겠다고 큰소리를 땅땅 치니까 그제서야 미안하다고 꼬리내리는 거고? 옆구리 찔러서 받는 사과가 무슨 소용인지 모르겠는데."

 

"왜 오소마츠가 화내는데. 토도마츠, 협박한 거야?"

 

"협박은 안 했어. 그냥 안 믿을까봐 증거사진들을 몇 장 보내준 것 뿐이니까?"

 

"아니…? 그게 협박이잖아…?"

 

"우―와, 진짜야아―, 저 드라이 몬스터 막내! 이치마츠의 상처와 메이의 손 사진을 보냈어!"

 

"이런 건 언제 찍은 거야…."

 

"예방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앗, 메이, 허락도 없이 사진찍고 보내서 미안해? 하지만 너란 걸 알거나 할 만한 건 전혀 없으니까! 손도 퉁퉁 부어서 남자의 손인지 여자의 손인지도 구별할 수 없을 테니까?"

 

"아니, 으응, 괜찮아. 하지만 그 전에 토도마츠와 내가 사귄다고 거짓말한 걸로 이미 나도 엮여있다고 대충 알지 않을까, 싶다만…."

 

"확실히. 그 녀석들도 언급했을 테고."

 

"어떡할까?"

 

"으음―. 여자애는 건들기 싫은데―."

 

"뭐라는 거야 미친놈아! 여자를 왜 건드려!"

 

 

메이가 바락 소리치자, 농담이야아―, 오소마츠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메이가 괜찮다면 괜찮고, 그 녀석들도 확실히 눌러놨고? 여자애 쪽은 토도마츠가 처리할 거니까~ 그치?"

 

"일부러 함정을 판 대가는 치뤄야지."

 

"거봐아―. 그럼 이제 상관없어어―."

 

 

아니, 이게 아직도 이어질 일이냐고…. 메이는 넌지시 토도마츠에게 뭘 어떻게 할 거야, 하고 물었지만, 불안하다는 티를 가득 담은 그녀의 의도를 눈치채지 못한 건지 무시한 건지 토도마츠는 싱긋 웃을 뿐 별 말없이 스마트폰을 톡톡 두드렸다.

 

오소마츠는 확실히 흥미없다는 눈으로 만화책을 손으로 끌어왔다. 그런 오소마츠를 바라보던 메이는 쵸로마츠가 멍이 얼마나 가라앉았는지 보자며 다가오고서야 그에게서 시선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