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おそ松さん 2F/[유메마츠] Extra 松_히로인[S]

[오소마츠상 소설(おそ松さん Novel )/유메마츠] 8. 싸움마츠

※ Just Fiction.

 

# 오소마츠상소설

# 유메마츠

# NL마츠

# 싸움마츠

 

 

히로인 8

 

 

 

 

"안녕하세요~"

 

"뭐, 야…"

 

"헤헤―! 놀랐지이―? 똑같은 얼굴이 두 개~ 아까 마주쳤던 사람이랑은 또다른 사람이라구요오―?"

 

"너, 너희들 뭐야! 다른 새끼들도 한패냐!"

 

"사실 말이야? 우리 여섯쌍둥이거든? 똑같은 얼굴은 여섯 개지만 우린 전부 다 다르다구? 그런데 형씨들이 우리의 사랑하는 동생들과… 사랑하는 친구를 아프게 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말이지?"

 

"여자에게까지 손을 대다니, 최저군."

 

"트윽―히나 형씨들이 때린 여자애 있잖아? 그 애는 아아―주 유명하고 능력있는 작가님이라는 사실, 알고 있었어? 그런데 형씨들이 그 애 손을 잘근잘근 밟아놔서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래―. 어떡해! 이제 형님들 바로 잡혀가겠다!"

 

 

파랗게 멍든 눈썹이 일그러졌다. 웃기지마! 그렇게 외친 남자들은 몸을 날렸다.

 

먼저 덤빈 거다. 오소마츠는 가볍게 휙 몸을 돌렸다. 끼긱 멈춰선 몸이 돌아섰을 때 발을 휘둘렀다. 날쌘 공격이 얼굴에 직격하고 우락한 몸이 휘청거렸다.

 

뒤에서 덮쳐온 압력에 오소마츠는 혀를 찼다. 양팔을 붙잡힌 오소마츠는 휘청거리며 신음하는 눈 앞의 남자를 바라봤다. 비틀거리면서도 주먹을 쥐는 남자를 보고 그는 펄쩍 뛰었다. 바닥에서 튕겨올라간 발에 온 힘을 실어 울퉁불퉁한 가슴에 꽂았다. 비척거리던 몸은 그제야 땅으로 무너졌다.

 

카라마츠는 날아오는 주먹을 피하려 고개를 슥 비켰다. 앞으로 뻗어오는 팔을 잡고 끌어당기며 팔꿈치를 들쳐올렸다. 따닥, 조그만 소리가 뭄을 울리자 남자는 그아아악 소리를 질렀다. 내리꽂은 팔을 거두자 기괴하게 꺾인 팔을 부여잡고 남자가 몸을 움츠렸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카라마츠는 무릎에 힘을 주었다. 부웅 날아간 무릎이 얼굴을 가격했다.

 

카라마츠는 오소마츠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붙잡고 있는 남자의 뒷머리를 잡아채 홱 끌어당겼다. 끄악, 갑작스러운 고통에 팔에서 힘이 빠지자 오소마츠는 재빨리 몸을 떼고 주먹을 던졌다. 흐려진 초점으로 떨어져나가는 얼굴 가운데 코에서 피가 흘렀다.

 

바닥과 맞물려 꿈틀거리는 덩치들을 내려다보며 카라마츠는 손을 털었다. 바지 주머니에 손을 꽂아넣고 오소마츠는 이죽거렸다.

 

 

"어라? 형씨들 벌써 끝난 거? 근육 키워봤자 다 쓸모없네―."

 

"한심하군."

 

"우린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구? 먼저 덤볐으니 턴을 바꿔야지?"

 

"이, 새끼들… 뭐야!"

 

"하! 남자친구들 총출동이라 이거냐?!"

 

"남자친구들?"

 

 

오소마츠와 카라마츠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남자친구래. 남자친구라는군. 눈을 깜박이는 카라마츠를 보고 오소마츠는 푸훗 웃었다.

 

 

"누가 남자친구 같은데? 그 애의 뒤에 숨어있던 남자애? 아님, 너희 자존심을 살살 긁어대던 남자애? 그것도 아님, 여기 당장이라도 형님들을 밟아죽일 수도 있는 얘? 그것도 아님, 반짝반짝 빛나는 나?"

 

"오소마츠는 반짝반짝 빛나지 않는다."

 

"여기서 그런 거 지적하지마. 어쨌든―? 누구같은데? 맞추면 보내줄 수도 있다고?"

 

"오소마츠."

 

"너지! 네가 그 년의 남자친구인 거지!"

 

"앗! 어떡해!"

 

 

오소마츠가 입가를 가리며 어깨를 움찔 떨었다. 맞췄나,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남자들은 단순히 생각했다. 오소마츠는 씨익 웃었다.

 

 

"기분은 너무 좋은데, 틀렸어."

 

"그, 그럼 너! 네놈이냐!"

 

"…더 화가 나는군."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화풀이하는 거 구질구질하다고, 카라마츠 군?"

 

"그럼 그냥 구질구질하겠다."

 

"아―? 그것도 나쁘지 않은 걸!"

 

 

카라마츠는 힘줄이 솟은 주먹을 꽉 쥐었다.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와 함께, 조금 더 제 감정에 솔직해지기로 했다.

 

솔직해져보면 어때? 누군가 강조했듯.

 

 

.

 

 

.

 

 

.

 

 

.

 

 

.

 

 

오소마츠와 카라마츠가 나간 걸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울고서 메이는 코가 막혀 입으로 호흡했다. 눈은 아플 정도로 무거웠고 입술은 입을 벌릴 때마다 따가웠다. 밟힌 손은 너무 부어올라 움직여도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고, 뜨거운 얼굴을 더듬더듬 만질 때 부어오른 이마에 손이 닿으면 깜짝깜짝 놀랐다. 그나마 다행인 건 무식한 손에 잡혀있던 얼굴의 빨간 자국은 사라졌다는 것 정도였다.

 

이치마츠가 말하는 대로 상처를 찾아 치료해주긴 했지만, 쵸로마츠는 멍든 메이의 어깨를 보고 난관에 부딪혔다. 찜질이라도 해야하는데, 쵸로마츠는 새파랗게 물들어버린 손에 얼음팩을 문질러주며 입술을 물었다.

 

어깨를 확인하려면 어쨌든 옷을 당겨야하고, 그럼 속살이… 으아아악. 쵸로마츠는 제 앞에 앉아있는 메이가 훌쩍이는 동안 티내지 않고 계속해서 생각했다.

 

무리. 무리무리. 절대 무리. 그런 거 할 수 있을 리가 없어. 그리고 형제들이 가만히 보고있을 리도 없어. 하필 메이의 치료를 도와주던 쵸로마츠는 동정이었다. 물론 다른 형제들도 마찬가지였지만, 지금 이 상황을 알아챈 사람은 쵸로마츠 뿐인 듯 했다.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버린 여자에게 톡톡 메일을 보내는 토도마츠는 이미 표정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쥬시마츠는 이치마츠의 상처난 입술에 호오 바람을 불어주었다.

 

 

"그러고보니까, 오소마츠랑 카라마츠는 어디 갔어?"

 

"아, 아? 아아, 바람 쐰다고 나갔어."

 

 

머릿속에 붐비던 혼잡한 생각들이 메이의 말에 후다닥 제자리를 찾아갔다. 멀쩡하게 대답하지 못하고 삑사리를 내는 바람에 쵸로마츠는 죽고싶어졌다.

 

 

"피바람이지."

 

"피바람?"

 

 

이치마츠가 넌지시 중얼거리는 말을 메이가 낚아챘다. 쵸로마츠가 이치마츠를 향해 눈빛을 보냈다.

 

그 혼잣말을 메이가 잡아챌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해서, 이치마츠는 자신을 쳐다보는 메이의 시선에도 이렇다할 설명없이 시선을 피했다. 하지만 메이는 눈치가 빨랐다. 그러니 카라마츠의 마음도 헤아릴 수 있었고, 오소마츠의 어리광도 눈치챌 수 있었고, 토도마츠의 거짓말에도 어울릴 수 있었다.

 

 

"설마… 뭐, 복수, 라던가?"

 

 

그래서 메이가 슬쩍 떠봤을 때, 이치마츠는 일을 냈다고 생각해 고개를 돌렸다. 쥬시마츠는 소매로 입을 가렸고, 쵸로마츠와 토도마츠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여기서 둘러대봤자 메이는 확신할 것이다.

 

오소마츠와 카라마츠는 호전적이진 않았지만, 자신들의 기준을 건드리는 부분을 융통성있게 무시하는 편이 아니었다. 그나마 카라마츠는 걸어오는 시비를 피할 줄 알았지만, 오소마츠는 피하지 않았다. 특히 형제들처럼 지켜야한다고 정의하는 부분이 관여된다면, 그들은 발벗고 나섰다. 뒷일이든 계획이든 일절 신경쓰지 않았다.

 

평생을 함께 한 형제에게도 질풍노도의 시기는 있었고, 학창시절의 사춘기는 있었다. 남들 다 해보는 싸움도, 당연히 해봤다. 웬만하면 이기고, 복수는 반드시 하자는 게 그들 사이의 암묵적인 룰과도 같았다.

 

이런 상황이 당연하고 익숙한 형제들과 달리 메이는 맙소사, 놀라버렸다.

 

 

"말이 돼? 그 근육빵빵이들을 둘이 어떻게 이겨?"

 

"오소마츠 형은 우리 중에 제일 싸움을 잘하고, 카라마츠 형은 우리 중에 가장 힘이 세."

 

"그래도!"

 

"아마 화가 많이 났을 거야. 가족에게도 손을 댔고…"

 

 

토도마츠는 힐끔 메이를 바라보았다. 멀쩡하지 못한 얼굴로 갈팡질팡하는 메이가 그들의 심지에 더 불을 붙였다는 것을 그녀는 알지 못할 것이다.

 

 

"신고하면 되는걸…. 걔네도 다치면 어떡해, 위험하잖아."

 

"위험한 건 오소마츠 형이랑 쿠소마츠 쪽이 아니라 걔네일 걸."

 

 

이치마츠가 반박했다. 메이는 무언가를 더 말하려다 이내 입을 다물어버렸다. 일이 꼬였다. 그냥 신고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여기서 신고를 해버리면 간단한 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메이의 주름진 미간은 펴질 줄 몰랐다.

 

메이의 고민은 아무런 상처도 없는 얼굴로 곧 돌아온 오소마츠와 카라마츠를 보고 날아갔다.

 

 

"왔어?"

 

"이야아―. 오랜만에 움직여서 그런지 아주 상쾌하고 통쾌한걸!"

 

"아아. 재활운동은 따로 하지 않아도 되겠군."

 

"뭐야, 괜찮은 거야? 어디 다친 곳은 없어?"

 

"꺄아, 메이 쨩―! 걱정해준 거~?"

 

 

오소마츠가 부우 입을 내밀고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 이마를 밀어내며 메이는 눈으로 꼼꼼히 그들을 살폈다. 카라마츠는 메이의 근처에 앉고 오소마츠의 뒷목을 잡아채 제 옆자리에 앉혔다.

 

 

"카라마츠, 너는 벌써부터 싸우면 어떡해. 몸 나은지 얼마나 됐다고."

 

"문제없다, 메이. 몸을 풀었더니 오히려 개운하다."

 

"메이! 나도 걱정해줘! 걱정해줘!"

 

"무식해서 용감하잖아, 너는."

 

"그거 칭찬은 아닌 거지?"

 

"칭찬일 리가."

 

"바보냐."

 

"죽이고 온 거야?"

 

"뭣!"

 

"죽이다니? 그냥 조금 논 것 뿐?"

 

"어떻게 한 거야!"

 

"별로? 평범한 싸움이었다."

 

"얼굴 때렸어?"

 

"당연하지."

 

"손도 밟아주고?"

 

"물론이다."

 

"살아있어―?"

 

"그럼."

 

"그럼 됐어. 잘했네."

 

"결론 왜 그래!"

 

 

메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태연히 구는 형제들 가운데 자신만 정상인 것 같아 실소를 흘렸다. 이게 뭐가 된 거야! 폭력을 폭력으로 되갚는 방식이 그녀로서는 너무 낯설었다.

 

 

"그나저나 메이, 당장 내일부터 일을 해야하지 않나? 손이…"

 

"아, 그 부분 짚었어. 짜증나."

 

"쿠소마츠가 쿠소짓했네."

 

"에?"

 

 

카라마츠가 묻자 메이가 제 머리를 헝클였다. 딱히 이런 때를 위한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예상치 못한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라고 미리 만들어두는 것이 세이브 파일이었다. 메이는 내일의 할 일을 미리 꾸역꾸역 해치워준 어제의 자신이 기특했다.

 

어제도, 오늘도 세이브해놓은 파일을 넘겼다. 내일도 그것을 보내면 분명 담당자에게는 연락이 올 것이다. 회사에서는 연재가 계속되고 출판이 잡혀있는 와중에 휴가를 쓰는 등 정해진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것만 아니면, 프리랜서의 스케줄에는 간섭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담당자는 메이와 친분이 있었으니, 걱정하며 연락은 할 지도.

 

어쨌든 그 부분에 대해서는 비축분이 있으니 걱정할 것이 없었다. 오히려 문제는, 그 후였다.

 

 

"세이브 원고가 있으니까 나아질 때까지는 그걸로 대체하면 돼. 문제는… 이러고 집에 가면 오빠가…"

 

 

메이가 우물쭈물 말을 더듬자, 카라마츠는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집에서 일을 했을 터인 여동생이 여기저기 다쳐온 것을 보면 아무리 자상한 형님이라도 화를 내겠지. 더군다나 그렇게 만든 게 남자들이고, 어떤 짓까지 당할 뻔했다고 알게 된다면…

 

 

"그냥 신고하려고 했는데. 이제 신고해버리면 너희한테까지 영향이 갈 거야. 단순히 그 자식들을 벌주고 끝내는 게 아니라, 그 자식들을 그렇게 만들어버린 너희들도 걸릴 거고…. 아으아! 당장 저녁거리도 못 사고, 카이는 또 어떻게 데리러 가! 오빠한테는 또 뭐라고 그래!"

 

 

메이가 꽤액 소리를 질렀다. 카라마츠는 곰곰이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일단 오늘은 여기서 자는 게 좋겠군."

 

"뭐?"

 

"뭐라고?"

 

"형님에게는 친구와 놀러나왔다가 함께 자고 간다고 하고, 오늘은 우리집에서 지내는 게 낫지 않나? 그럼 카이는 형님이 데리고 올 테고, 오늘은 걸리지 않을 거다."

 

"와아―이! 메이 우리 집에서 자는 거야?!"

 

"카, 카라마츠 형?"

 

"얌마 쿠소마츠."

 

"너 잠깐 와봐."

 

"아?"

 

 

카라마츠가 내놓은 대안을 깊이 생각하며 꼼꼼히 따져보는 메이를 뒤로 하고 여섯쌍둥이는 한데 머리를 모았다. 소곤소곤 목소리를 줄여 너나 할 것 없이 말했다.

 

 

"형 제정신이야?! 어떻게 이 집에 여자애를 재워!"

 

"뭐, 뭐가 문제란 말인가 브라더?"

 

"우린 전부 동정이라고! 이 가운데는 여자애랑 손 한번도 못 잡아본 슈퍼동정들도 섞여 있는데, 모든 과정 다 뛰어넘고 한 공간에서 여자애랑 밤을 보내는 게 아무렇지 않을 리 없다고?!"

 

"슈퍼동정이라면, 쵸로링을 말하는 거?"

 

"여기서 그런 거 이야기하지마. 망할 장남."

 

"…메이는 정말 단순한 친구다. 저스트 프렌-드라고. 그런 식으로만 생각하는 건 그만두지 않겠나?"

 

"물―론 메이는 우리의 아무 의미 없는 저스트 프렌-드가 맞지만, 염색체 자체가 다르다고?! 우리는 xx! 메이는 xy! 어떤 사이인가를 떠나서 근본적으로 다른 문제라고, 이건!"

 

"옳다, 톳티."

 

"오늘 동정 떼는 거야―? 이것은 세크…"

 

"쥬시마츠! 성희롱이라고!"

 

"…아까 보니 메이, 손힘이 꽤 강하던데."

 

"여기서 성벽 밝히지마, 이치마츠."

 

"그런 게 아니라. 상대가 메이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다, 랄까."

 

"아."

 

"아."

 

"…그렇네."

 

"그런가."

 

"그렇다―!"

 

 

모여있던 머리들이 슬그머니 뒤로 물러났다. 하긴. 상대는 메이다. 그럴게, 메이는 수줍어하기보다는 털털하고, 약간의 내숭과 가식을 섞어 제 이미지를 만들기보다는 솔직한 스타일이었다. 적어도 그들이 생각하기에는.

 

메이니까 문제가 없겠구나. 그 의견에 모두 동의해 순식간에 형제회의를 끝낸 여섯쌍둥이는 메이의 말을 기다렸다.

 

 

"…그치만 그러면 오빠가 너무 힘들 거야. 동생도 데리고 와야 하고, 저녁도 차려먹어야 하고, 일찍 일어나 도시락도 만들어야 하고, 아침도 차려먹어야 하고, 동생도 등원시켜줘야 하고… 안 그래도 일하느라 힘들텐데, 오빠를 더 힘들게 할 순 없어."

 

"…메이, 나랑 결혼,"

 

"뭐?"

 

"아냐! 이 새끼 졸린가봐! 잠꼬대를 하네! 하하!"

 

 

말을 끝내기도 전에 쵸로마츠는 오소마츠의 머리를 밟아 짓눌렀다. 토도마츠가 튀어나올 것만 같은 눈으로 스마트폰으로 그의 머리를 찍어내리려고 해서 쥬시마츠는 토도마츠를 말렸다.

 

 

"하지만 답이 없는 걸. 어디 머무를 데라도 있나?"

 

"하아―. 이 몸을 숨기려면 오늘은 집에 안 들어가는 수밖에 없나."

 

"정 뭐하면 카이의 선생님에게라도 연락해보는 건 어때? 오늘은 직접 갈 수가 없는데 집까지 데려다줄 수 있겠냐고."

 

"선생님…"

 

 

메이는 히리오를 떠올렸다. 으음―, 메이는 팔짱을 끼고 고심했다.

 

 

"안돼."

 

"에? 왜?"

 

 

현재 카이를 담당하는 교사는 아카츠카 구에 살고 있지 않았다. 퇴근하고 집에 가는 것도 버거울 텐데, 원아까지 하원시켜달라고 부탁하는 건 실례였다. 카이를 담당했고, 아카츠카 구에 살며, 카이의 집을 알고 있는 사람은 히리오 뿐이었다. 하지만…

 

 

"왜 안 되는데?"

 

"그야 그 사람이 어떤 마음인지 아는데 부탁을 할 수가, 아."

 

"마음? 마음이 어떤데?"

 

"…아니, 아니야. 어쨌든 안 돼."

 

 

자신도 모르게 이야기하던 것을 깨닫고 메이는 제 입을 황급히 막았다. 고개를 갸웃하며 쵸로마츠가 되묻자, 그녀는 대충 얼버무렸다.

 

 

"그럼 우리가 데려다주겠다."

 

"에?"

 

"아?"

 

"정말?"

 

 

메이는 귀를 쫑긋 세웠다. 그러고보면, 카라마츠는 카이를 알고 있었고 심지어 둘은 좀 친하지 않았나? 메이는 카라마츠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그가 보고 싶다며 꼭 한 두마디 씩 보태던 제 동생을 떠올렸다.

 

메이의 얼굴이 일순 환해졌다.

 

 

"그, 그럼 미안한데! 부탁 좀 해도 될까…?"

 

"아아. 물론이다. 나라면 카이도 낯설어하지 않을 테고, 집도 알고 있고. 나도 카이가 보고싶으니 기꺼이 다녀오겠다!"

 

"다행이다! 정말 고마워! 그럼 선생님한테 미리 연락해놓을게! 오빠랑 돌아오는 시간이 맞아야하니까 6시 정도에 가면 될 거야."

 

"그렇게 하지."

 

"나, 나도 갈래!"

 

"토도마츠?"

 

"나도, 나도 메이의 동생이 보고싶어. 3살이라고 했잖아? 그야, 엄청나게 귀여울 거라고?"

 

 

헤에―? 거짓말, 그냥 메이에게 듬직해보이고 싶은 거면서, 다른 형제들의 눈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았지만 토도마츠는 애써 무시한 채 카라마츠에게 말했다.

 

 

"나는 좋아. 가는 길이 외롭지 않겠군."

 

 

카라마츠는 환히 웃으며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메이는 서둘러 케이토에게 전화를 걸었다. 일이 일찍 끝나 친구와 잠깐 만났는데,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 오늘은 친구의 집에서 묵고 오겠다는 말에 케이토는 아무것도 묻지않고 잘 놀다 오라며 웃었다.

 

전화가 끝나고 상황이 정리되자, 잔뜩 쏟아낸 눈물로 무거워진 눈이 점점 감겼다. 표정이 점점 멍해지고 눈꺼풀이 연거푸 닫혔다 열렸다를 반복하는 것을 보고 이치마츠가 메이에게 말했다.

 

 

"졸리면 자도 되는데."

 

"아, 아? 아니야, 안 졸려."

 

"메이 졸려―? 잘래? 잘래?"

 

"그렇게 울었으니 졸리겠지. 이불 깔아줄까?"

 

"아니아니, 진짜 괜찮으니까,"

 

"그래, 졸리면 좀 자둬. 많이 놀랐을텐데."

 

 

토도마츠가 메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남의 집이라 조금 머뭇거려지긴 했지만, 이왕 들킨 거 솔직히 편하게 자고 싶었다. 그래도 이 많은 인원 사이에서 방 한가운데 대낮부터 이불을 깔고 자는 건 아닌 것 같아서 메이는 소파를 가리켰다.

 

부득부득 이불을 깔아주겠다는 형제들의 말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소파로 향한 메이는 소파에 등을 기댔다. 그러지 말고 편히 누워 자라고 쵸로마츠가 말하려는데 메이가 문득 으악, 낮게 비명을 질렀다.

 

 

"왜 그래?"

 

"괜찮아?"

 

"아으…, 멍든 곳이 닿았어."

 

 

맞다. 오소마츠와 카라마츠가 돌아오고 오늘 하루 메이를 지내게 해주네 마네로 실랑이를 벌이는 동안 어쩔 수 없는 동정력으로 유일하게 치료하지 못했던 메이의 어깨를 새까맣게 잊고 있었던 쵸로마츠는 깜짝 놀랐다.

 

형제들의 시선에 쵸로마츠는 삐질삐질 땀을 흘리면서도 눈을 치켜떴다. 못 할 수밖에 없잖아! 그럴게, 동정이라고!? 쵸로마츠가 눈으로 외쳤다.

 

형제들은 그런 쵸로마츠를 이해했다. 그래서 누구 하나 선뜻 나서지 못했다. 다친 곳이 옷으로 가려져있고 노출되어있는 곳이 아닌 만큼,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찜질은 했어?"

 

 

그래서 자리에서 일어서 한 켠에 치워두었던 얼음팩을 집어들며 묻는 오소마츠를 보고 형제들은 모두 자신들의 눈과 귀를 의심했다.

 

 

"아? 아니?"

 

"머리 좀 묶어봐."

 

"머리끈이 없어."

 

"그럼 한쪽으로 잡아봐."

 

"이, 이렇게?"

 

"잘했어."

 

 

오소마츠는 메이의 곁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메이가 자신을 향해 등을 돌리자, 그녀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툭툭 건드렸다. 머리를 묶을 끈이 없어 한 손으로 머리를 잡고 들어올리는 메이의 옷을 잡아당기고, 오소마츠는 눈에 보이는 멍 부근에 살짝 얼음팩을 가져다댔다.

 

 

"으앗! 야! 차가워!"

 

"그럼 얼음이 차갑지 뜨겁냐? 가만히 좀 있어봐."

 

"으으으―."

 

 

메이의 뒷목을 살짝 누르고 오소마츠는 얼음팩 자리를 옮겨가며 멍이 든 부위에 문질렀다. 옷으로 가려져있을 때는 몰랐지만 막상 옷을 아래로 당겨보니 양 어깨 위로 날개처럼 퍼진 멍을 보고 오소마츠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그 광경에 형제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눈을 비볐다.

 

저게 우리 형이 맞아? 마츠노 가의 장남이 맞아? 마츠노 오소마츠가 맞아? 가슴 달린 여자만 보면 달려드는 습성을 가진 짐승 비슷한 형님이 맞아? 저마다의 의문이 가리키는 건 빨간 파카를 입고 보기 드문 무표정으로 메이의 맨살을 문지르는 오소마츠였다.

 

그렇게 냉찜질을 한지 몇분, 몰려오는 졸음에 메이는 꾸벅꾸벅 졸았다. 머리카락을 모아 잡고 있던 손이 점점 내려가고, 결국 팔이 어깨 위로 툭 떨어지자 오소마츠는 얼음팩을 내려놓았다. 잠에 빠진 몸을 안아들고 오소마츠는 메이를 소파에 눕혔다.

 

1인용 이불을 가져와 펄럭 펼쳐 그녀의 몸 위로 덮기 전에 오소마츠는 메이의 드러난 피부를 눈으로 훑었다. 흘러내린 앞머리 안으로 빨갛게 부어오른 이마가 언뜻 보였다. 찢어진 입술은 부르터 피딱지가 앉았고, 퉁퉁 부은 뺨을 긁적이는 손가락은 파랗게 부어올라 있었다.

 

후우. 오소마츠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불을 턱 끝까지 덮어주었다.

 

 

"쵸로마츠."

 

"으, 응?"

 

"카라마츠와 내가 나가고나서, 메이가 많이 울었어?"

 

 

오소마츠의 물음에 한 곳에 모여있던 형제들의 어깨가 흠칫 떨렸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물어오는 질문은 오롯이 저를 향한 것이라 쵸로마츠는 다른 형제들과 시선을 한 번 맞춘 뒤 대답했다.

 

 

"으응. 거의 30분은 족히 울기만 했어."

 

"입술에 눈물이 닿으면 아프니까, 아파하면서도 계속 울었어!"

 

"그렇구나."

 

 

쥬시마츠가 거들자, 오소마츠는 벅벅 뒷머리를 긁었다. 다시 뒤를 도는 오소마츠의 얼굴에 떠있는 미소는 평소의 것과 같아서 형제들은 아무렇지 않게 다시 평소처럼 돌아갈 수 있었다.

 

잠든 메이는 6시, 카라마츠와 토도마츠가 카이를 데리러 출발할 때까지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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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례합니다―."

 

 

보육원에 도착해 토도마츠는 문을 열었다.

 

 

"어떻게 오셨죠?"

 

 

토끼가 그려진 하늘색의 앞치마를 두른 남자가 물었다.

 

 

"카이를 데리러 왔습니다."

 

 

카라마츠가 답했다. 카이는 어디있지? 고개를 두리번거리는 카라마츠를 히리오가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이 카라마츠와 토도마츠를 위아래로 훑었다.

 

 

"린도 카이 어린이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아아, 네. 카이는 어디 있죠?"

 

"카이와 무슨 관계십니까?"

 

 

히리오는 카라마츠의 질문에 답 대신 그것과 연결되지 않는 질문을 했다. 카라마츠는 웃었다.

 

 

"친구입니다."

 

"…네?"

 

"카이의 누나와 친구거든요. 그러다보니 카이와도 친구가 됐습니다."

 

"…메이 씨는?"

 

"사정이 있어서 저희가 대신 왔어요."

 

 

토도마츠가 마지막으로 답했다. 히리오는 뭔가 석연찮은 얼굴로 카라마츠와 토도마츠를 응시했다.

 

 

"떤댄님! 카이 이제 집에 갈래!"

 

"아. 카이."

 

"카이!"

 

"우와! 카아마츄 형아!"

 

 

드르륵 문이 열리며 카이가 들어왔다. 카라마츠가 한쪽 무릎을 꿇고 앉으며 카이를 향해 팔을 벌리자, 카이가 반짝거리는 눈으로 카라마츠의 품에 달려들었다.

 

 

"형아! 보고시퍼써!"

 

"아아! 나도 무척 보고싶었다!"

 

"카이 데리러 온 거야아―?"

 

"그래. 오늘 누나가 올 수가 없어서 내가 대신 왔다."

 

"카이? 안녕! 나는 카라마츠 형의 동생, 토도마츠!"

 

"토오마츄?"

 

"응응, 반가워―! 카이 정말 귀여워!"

 

 

히리오는 말없이 카이의 가방을 가지고 왔다. 카라마츠에게 그것을 건네자, 카이는 히리오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떤댄님! 카아마츄 형아가 데리러 와써! 좋게찌!"

 

"응, 카이. 좋겠다!"

 

"헤헤! 오늘은 카아마츄 형아랑 토오마츄 형아랑 같이 집에 가께! 떤댄님 빠이빠이~"

 

"조심히 가, 카이. 내일 보자?"

 

"카이를 돌봐주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제가 할 일인걸요. 그럼."

 

 

보육원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 카이를 품에 안고 하하 웃는 카라마츠를 바라보다 토도마츠가 문득 카이에게 물었다.

 

 

"있잖아? 카이, 저 선생님은 이름이 뭐야?"

 

"히리오! 히리오 떤댄님이야!"

 

"히리오 선생님이구나아―! 그럼 말이야? 혹시 히리오 선생님은 메이 누나를 좋아해?"

 

"토도마츠? 그런 걸 왜,"

 

"웅! 히리오 떤댄님은 메이 누나를 조아해!"

 

 

헤에―, 역시 그런 건가. 토도마츠는 카이에게 들이밀었던 상체를 뒤로 빼며 후후 웃었다. 꺄르륵 즐거워하는 카이를 찰칵찰칵 사진으로 남겼다. 카라마츠는 고개를 갸웃했다.

 

 

"토도마츠. 방금 그 질문은 무슨 의미인가?"

 

"정―말. 카라마츠 형은 너무 둔해, 많이 둔해."

 

"에."

 

"아까 그 선생이라던 사람, 우리를 위아래로 훑어보던 거 눈치 못 챘어?"

 

"에? 그냥 본 거 아닌가."

 

"카이와 무슨 관계냐고도 물었잖아."

 

"늘 데리러 오는 메이 대신 낯선 사람들이 있으니 아이와 무슨 관계냐며 확인한 거겠지."

 

"묘―하게 달랐다니까? 메이 대신에 왔다는 말에 메이 씨는요? 하고 물었잖아? 보통은 보호자니까, 카이의 보호자는요? 또는 카이의 누나 분은요? 하고 물었겠지. 굳이 호칭으로 씨를 붙여가면서 물었다는 건 친분이 있다는 걸 드러낸 거라고."

 

"그게 진짜인가?"

 

"그렇대도―? 끝까지 우리한텐 웃어주지도 않고, 무뚝뚝했잖아? 아까 메이도 말했잖아, 그 사람이 어떤 마음인지 안다고. 중간에 말을 하다 말았지만. 그리고 대충 얼버무렸지."

 

"…설마, 저 선생님이 좋아한다는 의미가 메이를 여자로서 좋아한다는 건가?"

 

"그래! 그거야! 메이는 눈치가 어―엄청나게 빠른데, 그걸 눈치 못 챘겠어?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의 동생을 데리러왔다는 그 여자의 남자인 친구들에게도 저런 표정을 지어보이는 사람인데?"

 

"그런!"

 

"카이~ 히리오 선생님이 메이 누나를 좋아한다는 걸 어떻게 알았어?"

 

"왜냐하면~ 히리오 떤댄님은 카이가 올 때만 문으로 나와! 다른 애들은 다른 떤댄님이랑 인사하는데에, 카이는 히리오 떤댄님이랑도 인사해! 그리고 카이만 꼭 안으로 데려다져!"

 

"와―! 정말?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맨날 우리 누나한테 메이 씨, 하고 불러! 그래서 메이 누나가 네, 그러면, 맨날 아무것도 아니라고 해! 할 말 없는데 맨날 누나를 불러!"

 

"그렇구나―! 그래서 카이는 히리오 선생님이 메이 누나를 좋아한다고 생각했구나?"

 

"웅! 히리오 떤댄님은 메이 누나를 조아해!"

 

 

거봐―. 토도마츠가 카라마츠를 바라보며 웃었다. 카라마츠는 사랑하는 동생의 눈치가 무서웠다.

 

메이의 집 앞에서 케이토와 마주친 카라마츠는 케이토에게 카이를 넘겨주었다.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형제가 손을 흔들어주자, 카라마츠와 토도마츠도 손을 흔들었다. 토도마츠는 가슴에 손을 얹고 집으로 돌아왔다.

 

 

"토도마츠? 가슴이 아픈 건가?"

 

"아니…. 천사들을 봤어…."

 

"천사? 쥬시마츠?"

 

"사진 찍고 싶어서 참느라 죽는 줄 알았어."

 

 

자상한 케이토와 귀여운 카이가 똑같은 표정을 하고 똑같은 자세로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해주던 것을 떠올리며 토도마츠는 포근한 느낌을 받았다. 미션을 완수하고 2층으로 올라갔다. 메이는 여전히 잠들어 있었다.

 

 

"오늘은 저녁을 7명이 먹겠네."

 

"그렇네―. 자리가 있을까."

 

"난 여기서 메이랑 따로 먹으면 돼."

 

"에?"

 

"에?"

 

 

오소마츠의 말에 형제들이 오소마츠를 동시에 돌아보았다. 팔랑, 오소마츠가 들고있던 만화책의 한 페이지가 넘어갔다.

 

 

"아니아니, 오소마츠 형? 언제 결정한 거?"

 

"아? 아까? 이미 엄마한테도 부탁해놨는데."

 

"오늘따라 돌발행동이 굉장한데, 오소마츠 형."

 

"에―? 그럴게, 1층에 있는 밥먹는 테이블은 우리 6명이 앉기도 벅차다고? 메이가 아무리 작아도 힘들잖?"

 

"누가 작냐이씨…."

 

"오, 메이, 일어난 거?"

 

"안 작아… 안 쪼끄매…"

 

 

오소마츠가 웃으며 고개를 돌렸지만, 메이는 뒤척일 뿐 눈을 뜨지 않았다. 타이밍좋게 영문모를 소리만 늘어놓고 다시 잠에 빠져든 메이가 잠꼬대를 한다는 것을 알고서 오소마츠는 다시 고개를 돌려 만화책을 바라보았다.

 

오소마츠는 옆에서 찔러오는 시선에 형제들을 바라보았다. 어떤 의미가 담긴 눈초리를 보내오는 형제들을 어리둥절하게 바라보며 오소마츠는 책을 덮었다.

 

 

"그―러―니―까―? 왜 그런 눈으로 날 쳐다보는 거?"

 

"…오소마츠 형. 혹시…"

 

"아? 뭔데?"

 

"…그,"

 

 

형제들 중 누구도 선뜻 말하지 못하자 오소마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군가 용기를 내지 않는 이상 이어질 뻔한 침묵은, 1층에서 마츠요가 저녁먹으라며 부르는 소리에 깨졌다.

 

 

"와우! 저녁!"

 

 

오소마츠가 발랄하게 뛰어내려갔다. 덩그러니 2층에 남겨진 형제들은 서로를 바라보다 몸을 일으켰다.

 

오소마츠가 메이와 함께 2층에서 먹겠다고 통보를 했으니, 꼼짝없이 다섯이서 평소의 저녁을 먹는 수밖에 없었다.

 

 

"오소마츠 형 말이야."

 

"아아. 왜인지 자각하지 못한 것 같아 먼저 말하진 못했지만."

 

"그거 알지―. 본인은 모르고 있는데 주변에서 부채질하는 거?"

 

"…메이가 아까운 것 같은데."

 

"오소마츠 형―아는 메이를 좋아해!"

 

 

쥬시마츠의 말에 계단을 내려가던 걸음들이 멈추고 시선이 얽혔다.

 

 

"아아―! 안돼―. 메이는 귀엽다고? 능력도 있고, 똑똑하고, 센스도 있고, 눈치도 빠르고! 옷도 잘 입고, 성격도 초절 좋은데! 왜 그런 장남 따위랑!"

 

"아무리 생각해도 톳티의 형제랭킹 최하는 오소마츠 형이야."

 

"동감."

 

"하지만 나는 톳티의 의견에 동의한다. 왜 메이가 오소마츠와?"

 

"아니아니, 아직 둘이 사귄다는 것도 아니니까?"

 

"오소마츠 형은 자각도 못했잖아."

 

"그치만 메이는 눈치가 엄청 빠르다구? 오소마츠 형이 스스로 알지 못해도, 메이가 깨닫는 건 시간문제라는 거지. 그럴게, 메이는 동생이 다니는 보육원 교사가 자기를 좋아하는 것도 이미 알고 있으니까?"

 

"에에? 그건 또 무슨 드라마야?"

 

"메이는 인기가 많구먼요~!"

 

"인정. 메이는 귀엽고, 능력도 있고, 똑똑하고…"

 

"찬양 좀 그만해, 톳티."

 

"그런다고 메이가 네 게 되지 않아."

 

"그게 무슨 말이야! 이치마츠 형!"

 

"오소마츠 형, 고생 좀 하겠는걸."

 

"나 뭐? 왜?"

 

 

1층에 둘러앉은 형제들은 깜짝 놀라 문을 바라보았다. 2인용 몫의 식사를 가지고 계단을 올라가던 오소마츠가 형제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눈동자가 깜박거렸다.

 

 

"지금 내 얘기 중이었던 거 아니야?"

 

"아, 아니? 아닌데?"

 

"뭐야아―. 저녁 맛있게 먹어!"

 

 

대수롭지 않은 듯 웃으며 2층으로 올라가는 발걸음이 멎고 나서야 그들은 한숨을 쉬었다.

 

자각하지 못하는 장남의 사랑이라니. 오소마츠의 성격과 만만치않은 메이의 성격을 떠올리며 앞으로를 상상하던 그들은 생각하기를 그만두고 밥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