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おそ松さん 2F/[마피아마츠] 마피아의 지도

[마피아마츠/오소마츠상 소설/마피아마츠 소설(おそ松さん Novel )] 6. 사랑에 빠진 오소마츠_1 (+R -15)

※ 세계관을 포함해 충분히 다른 설정.

※ Just Fiction.

 

# 오소마츠상소설

# 마피아마츠

# 유메마츠

# NL마츠

# 오소마츠

# 마피아AU

# R-15 (성적으로 연상가능한 단어 포함 주의)

 

 

마피아의 지도 6

 

 

 

 

콰앙 소리를 내며 오소마츠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얌마! 책상 부숴져!"

 

"끝났다."

 

 

쵸로마츠는 아예 오소마츠를 제 방에까지 끌고 와 의자에 앉혀두었다. 발에 족쇄라도 채워둘까 했지만 오소마츠의 칭얼거림에 지쳐버린 쵸로마츠는 결국 밀린 일을 끝내면 지금쯤 토도마츠가 잘 데려다놓았을 메이에게 데려다주겠다며 오소마츠를 설득했다.

 

30분의 실랑이 끝에 겨우 잠잠해진 오소마츠는 예상시간보다 훨씬 빨리 일을 끝마쳤다.

 

 

"이렇게 빨리 끝낼 수 있는 일을 왜 미루냐고 멍청아."

 

"이건 사랑의 힘이야."

 

"지랄."

 

"나 가도 돼? 가도 되지? 간다? 어차피 갈 거지만."

 

"아―. 얄미워죽겠네."

 

 

쵸로마츠는 욕을 하면서도 오소마츠를 붙잡지 않았다.

 

오소마츠는 토도마츠의 방에 들렀다. 어느새 메이가 머물렀던 집에서 카메라와 도청기를 수거해온 토도마츠는 그것을 다른 기계에 연결하고 있었다. 예고없이 들이닥친 오소마츠를 보고 토도마츠가 놀라 물었다.

 

 

"벌써 끝낸 거야?"

 

"형아는 빅 카리스마 레전드 장남 님이니까?"

 

"그렇게 빨리 끝낼 수 있는 일을 왜 미루는 거야?"

 

"우―와! 쵸로링이랑 똑같은 소리!"

 

"쵸로마츠 형이 처음으로 불쌍해졌어. 수고많았네, 우리 형."

 

"고마워!"

 

"형 말고."

 

"메이는?"

 

"형 침실. 근데 뭔가 착각하고 있던데."

 

"착각?"

 

"당연히 육체적이라고 생각하더라?"

 

"에엑?! 나 완전 플라토닉인데?!"

 

"누구세요? 우리 오소마츠 형을 돌려줘."

 

"톳티. 넌 나를 짐승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어라. 들커버렸네. 자, 여기 열쇠."

 

"얏호~!"

 

 

토도마츠가 던진 열쇠를 받아들고 오소마츠는 상큼한 세레모니를 남긴 뒤 토도마츠의 방을 나섰다. 그런 그의 뒷모습을 보고 토도마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제 방 앞에 도착한 오소마츠는 철컥 문을 열었다. 문이, 닫혔다.

 

 

 

 

오소마츠는 땅으로 다리를 빼고 침대에 누워있는 메이에게 다가갔다. 누운 얼굴 위로 떨어진 머리카락을 손으로 조심조심 거두었다.

 

만나고 싶었어.

 

오소마츠는 천천히 뜨이는 눈이 담아내는 자신을 보며 빙긋 웃었다.

 

드디어 마주쳤다.

 

메이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어라? 내가 깨운 거? 아님, 원래 자고 있지 않았다던가?"

 

"…당신, 살아있었네."

 

"아―, 응! 어떤 고마운 사람이 죽고싶지 않으면 빨리 달리라고 해줬거든?"

 

"그 사이에 존나 말 안 듣는다고도 했었는데."

 

"난 사소한 거에 연연하지 않는 쿨-한 스타일이라?"

 

 

메이는 오소마츠를 기억하고 있었다. 오소마츠는 인중을 문지르며 씨익 웃었다.

 

 

"저기저기―! 나 보고싶지 않았어?"

 

"내가 왜?"

 

"네가 구해준 사람이니까?"

 

"그걸 구해줬다고 표현하는구나, 보기보다 착한 마피아 보스 님이네."

 

"에? 내가 보스인 건 어떻게 알았어? 이햐아―! 역시 나는 멀리서도 그런 태가 나는구나! 그야 당연하지, 나는 빅 카리스마 레전드! 마츠노 가의 자랑스러운 장남이니까?"

 

 

메이는 오소마츠의 원맨쇼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오소마츠는 메이에게 다가갔다. 팔을 뻗어 메이의 양 옆을 짚었다. 갑작스레 다가오는 부담 때문이라도 뒤로 밀려날 줄 알았는데, 메이는 오소마츠를 똑바로 쳐다보며 꼿꼿하게 상체에 힘을 주었다.

 

 

"아니면, 정말 현세의 모든 마피아를 알고 있다던가?"

 

 

일순 메이의 눈동자에 살기가 돈 것을 똑똑히 마주하고 오소마츠는 곧 팔을 거두었다. 뒤로 물러선 오소마츠는 다시 씨익 웃었다. 조금 전의 지었던 미소는 분명, 욕망이었다.

 

욕망. 욕구. 팔에 소름이 돋았다. 메이는 달콤한 말과 어이없을 정도로 반짝거리는 조건을 들고 자신에게 접근했던 수많은 사람들을 떠올렸다. 전부 떠올리기도 어려울 만큼의 시간이었고 과거였다.

 

 

"네 부하같던 사람이 이 방 주인이 보스라고 얘기해줬거든."

 

"앗, 그런 거야? 주인공보다 먼저 스포일러를 하다니, 짓궂네에―."

 

"내가 너를 구했다고?"

 

"응!"

 

"그럼 지금 난 후회해."

 

"에?"

 

"너를 구한 걸, 후회한다고."

 

 

똑같은 인간. 똑같은 족속. 마피아란 전부 그랬다. 마피아 가문에서 태어나 마피아로 자라고 마피아의 약혼녀가 되어 결국은 마피아 가족을 죽여버린 메이는 으득 이를 갈았다.

 

오소마츠는 메이가 자신에게 투영해 생각하는 무언가를 알았다. 그는 천천히 손을 뻗었다. 눈에 보이는 속도로 손길이 다가올수록 메이는 주먹을 꽉 쥐었다. 어차피 더러워진 몸. 어차피 썩어빠진 몸. 하지만, 하지만…

 

오소마츠의 손이 메이의 뺨을 쓸었다. 뺨을 매만지던 손이 메이의 어깨를 지나 가슴까지 떨어지는 머리카락을 스쳤다.

 

 

"그런 아픈 표정 짓지마, 메이."

 

"……."

 

"뭐어―, 어떤 표정을 지어도 다 예쁘지만!"

 

 

이건 또 신종 수법이네. 아픈 얼굴? 메이는 오소마츠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의 끝은 꽤나 날카로웠지만 오소마츠는 상처 하나 입지 않았다.

 

천천히 꿇은 한쪽 무릎이 메이의 발치에 닿았다. 뭐하는 거야. 그 눈이 그렇게 말했다. 말하지 않아도 눈에서 드러나는 사람이구나, 너는. 오소마츠는 메이를 향해 웃었다. 부드럽게 웃기 위해 연습했다는 걸, 너는 몰랐으면 해.

 

오소마츠는 메이의 손을 잡아들었다. 소매를 들추자, 하얀 붕대가 보였다. 그제야 굳어져있던 얼굴에 미세하게 금이 갔다. 손에 힘이 들어가자, 오소마츠는 그 손을 잡아끌었다. 그의 입술이 붕대 위에 내려앉았을 때, 메이의 표정은 무너졌다.

 

 

"뭐하는 거야."

 

 

붕대 위를 지분거리던 입술이 서서히 움직였다. 메이의 손등에 촉 입을 맞추고 오소마츠는 고개를 들었다.

 

 

"구애행동?"

 

"미친."

 

 

저도 모르게 입에서 욕이 흘러나왔다. 오소마츠는 큭큭 웃었다.

 

 

"할 거면 빨리 해."

 

"에? 뭘? 설마 섹스?"

 

 

오소마츠의 말에 메이는 눈을 치켜떴다. 어라? 이 반응, 조금 귀여울지도? 분명 당황이었다.

 

 

"에―? 메이, 설마 수치스러워?"

 

"닥쳐."

 

"혹시 원한 거야? 기다렸어?"

 

"닥치라고."

 

"으핫―! 어쩌지? 나는 입바른 말로 널 원한다고 비위맞추던 아저씨들이랑은 다른데에―."

 

 

오소마츠는 메이에게로 다가와 몸을 기울였다. 가까워지는 얼굴을 보고 메이는 쯧 혀를 찼다. 다르긴 개뿔.

 

남자는 다 똑같고, 마피아는 다 똑같다. 꼭대기는 다 똑같고, 그 위에 선 사람은 늘 변한다. 너라고 다를 리 없겠지.

 

상처 위에 닿았던 입술이 제 입술 위로 닿는 대신, 오소마츠의 손이 메이의 어깨에 닿았다. 미세한 움찔거림을, 오소마츠가 놓칠 리 없었다. 오소마츠는 메이의 어깨를 눌렀다. 별다른 저항없이 스러지는 몸 위로 오소마츠의 상체가 올라왔다.

 

메이는 이불을 꽉 쥐었다. 이불 위에 아무렇게나 올라온 다리가 후들거리는 것을 숨기기 위해 메이는 더욱 눈에 힘을 주었다.

 

 

"나하―핫!"

 

 

하지만 오소마츠의 몸은 떨어졌다. 그는 영문을 모른 채 누워있는 메이의 곁에 앉아 낄낄 웃어재꼈다.

 

덕분에 단순히 창피해진 메이는 입만 벙끗거리며 어리벙벙해졌다.

 

 

"메이, 긴장했어―? 눈 그렇게 뜨면 무섭다구?"

 

"뭐, 뭐…"

 

"몸 다쳤잖아? 아프잖아? 환자는 쉬어야 한다구. 누워있어."

 

 

메이는 여전히 상황파악을 할 수 없었다. 내가 먼저 피하지 않았어. 내가 거부한 게 아니야. 당황한 티가 역력히 보이든 말든 메이는 혼란스러웠다.

 

 

"계속 그런 표정으로 있으면 기대한 줄 알고 나 해버려?"

 

 

벌떡 몸을 일으킨 메이는 아뿔싸, 하고 제 행동을 바로 뉘우쳤다. 오소마츠는 여전히 실실 웃고 있었고, 메이는 얼굴이 불타오르는 듯한 부끄러움에 시선을 떨구었다.

 

 

"네가 좋아."

 

 

흔들리던 눈동자가 퍼뜩 위로 올라왔다. 메이를 가만히 바라보는 얼굴에 걸린 웃음은 얄밉거나 짓궂은 장난과는 달라서, 메이는 그 차이를 파악하고 입을 다물었다.

 

심란했다. 혼란스러웠다. 마음이 어수선하고 뒤숭숭했다.

 

 

"그날, 네가 내 형제들을 구하고 나를 구한 걸 알아. 우연이든 아니든, 구하고자 했고 구한 걸 알아. 맞아, 우린 너에게 구해졌어."

 

"……."

 

"랄까 한 눈에 반했나봐. 운명! 데스티니! 그러니 내 곁에 있어줘."

 

"미친, 거 아니야?"

 

"믿지 못해도 상관은 없어. 어차피 넌 여기서 나갈 수 없으니까."

 

"…그게 사랑이라고?"

 

"구속도 사랑의 한 수단이라고 생각해서. 이게 널 지키는 일이라면, 기꺼이."

 

 

처음 겪는 장면이었다. 적어도, 제가 전부 체념하고 몸을 맡기려했던 때에 물러선 것부터 메이는 더이상 그를 예상할 수 없었다.

 

 

"네 힘따위 필요없어."

 

"…뭐?"

 

"우린 다른 조직이고 나발이고 별 관심이 없거든. 우리 영역만 침범하지 않으면 돼. 이래봬도 평화를 추구하는 마츠노 조직이라고?"

 

"또라이야? 내 힘이 필요없는데 날 옆에 둔다고? 대체 왜?"

 

"아까도 이야기했잖아? 너한테 빠졌다니까?"

 

"잇…!"

 

"아, 빨개졌다."

 

 

메이는 팔을 들어 입가를 가렸다. 오소마츠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얼굴을 가리키며 이죽거렸다.

 

 

"마츠노 사람이 되어줘."

 

"너, 너 진짜 제정신 아닌 거지?"

 

"그 어느 때보다 멀쩡한데―. 나 꽤나 냉정한 남자라구?"

 

"냉정의 의미는 알고 있어?"

 

"앞으로 여기서 지내면 돼. 여기서 자고, 여기서 일어나고, 여기서 밥먹고, 나와 함께 있으면 돼."

 

"싫다면?"

 

"그럼 여기 있으면 돼."

 

"사람 말 좀 들어."

 

"마츠노 사람이 싫으면, 내 사람이 되면 돼. 마츠노 오소마츠의 여자가 되어버리면 돼."

 

 

쉽지? 오소마츠는 눈이 휘어지게 웃었다. 미친 새끼. 메이는 생각했다. 마츠노 가의 보스는, 상상 이상으로 또라이였다.

 

오소마츠는 메이를 다시 눕혔다. 이번에는 버둥거리며 눕지 않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곧 몸은 침대로 떨어졌다. 무슨 힘이! 이익, 메이는 자신을 똑바로 내려다보는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너 힘 뭐야. 고릴라야?"

 

"우리 마츠노 가 차남과 오남을 직접 만나보면 나는 얌전한 편이라는 걸 알 거야."

 

"주둥이가 얌전하지 않은데?"

 

"내 특기거든!"

 

"칭찬 아니야."

 

"어쨌든! 자아―."

 

 

오소마츠는 그녀에게서 물러나 이불을 들췄다. 메이의 발끝에서부터 가슴팍까지 빈틈없이 이불을 덮어주고 오소마츠는 이불을 통통 두드렸다.

 

 

"어딜 만져."

 

"앗, 미안. 여기 가슴이었나?"

 

"이 개새끼가,"

 

"쉬어도 돼. 먹으면 계속 토하고, 토하고. 그렇게 속이 엉망이면 쓰리기도 하고 힘들테니까 위벽을 보호해주는 약을 주사했어. 이제 뭐 먹어도 불편하진 않을 거야. 배고프면 거기 옆에 있는 스마트폰 사용해. 물론 1번이 나야! 허-니라고 저장되어 있으니까?"

 

"미친 거냐고."

 

"계속 똑같은 것만 물어보네, 안 미쳤다니까? 완전 지극히 정상이라고? 아, 다른 녀석들 번호도 순서대로 2번부터 6번에 저장되어 있긴 한데, 음― 웬만하면 나한테 연락해줘! 다른 녀석들이랑 친하게 지내지마, 나 질투 많아."

 

"하…."

 

"그리고 그거, 마츠노 가 디지털 담당이 직접 만든 거라 외부연락은 일절 안 될 테니까 혹시 기대하진 말고."

 

"안 해, 그딴 거."

 

 

어차피 연락할 데도 없다고. 메이는 눈을 감고 고개를 돌렸다. 포기한 거? 오소마츠는 갸웃갸웃 메이에게 얼굴을 들이대다 이마를 맞았다.

 

 

"오늘부턴 퇴근할 맛 나겠다―. 돌아오면 어여쁜 아내가 딱!"

 

"누가 아내야."

 

"잘 때는 한 쪽에서 잤으면 좋겠어. 옆자리는 내 자리니까?"

 

"너는 진짜…."

 

"그럼 잘자, 메이. 많이 좋아해."

 

"안 들려."

 

 

메이는 눈을 질끈 감았다.

 

이게 뭐야. 이게 뭐야. 이게 대체 뭐냐고. 새까만 암흑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

 

 

.

 

 

.

 

 

.

 

 

.

 

 

툴툴거리며 잠든 메이의 이마를 가만히 쓸어주고, 오소마츠는 침실을 나섰다.

 

카라마츠는 방에서 총기를 손질하고 있었다. 막 닦아내던 총을 내려놓고 잠시 거울을 드는 순간 벌컥 문이 열렸다. 거울 너머로 오소마츠를 바라보고 카라마츠는 말했다.

 

 

"오소마츠. 문이라는 건 노크를 하고 들어오라고 있는 거다."

 

"밖에 나가기만 하면 똑같은 얼굴이 5개나 더 있는데 네 얼굴이 그렇게 보고 싶냐?"

 

"잠시 본 거다, 잠시."

 

"아 네네에―."

 

"무슨 일로 온 건가?"

 

"내 방 침실, 문고리 다시 돌려줘."

 

"하? 벌써? 밖에서 잠그는 편이 낫지 않은가? 도망이라도 가면,"

 

"으응―, 괜찮아. 도망 안 갈 거야, 그 애."

 

"…어떻게 확신하지?"

 

"하핫. 내일까지 다시 돌려주면 고맙겠어―."

 

"…아아. 알았다."

 

"땡큐!"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의 방에서 빠져나왔다.

 

정원에서 고양이들을 돌보던 이치마츠는 느껴지는 인기척에 힐끔 시선을 돌렸다. 시야에 빨간 셔츠가 잡혔다.

 

 

"벌써 서류 다 끝낸 거?"

 

 

돌아보지 않고 이치마츠가 말했다. 비어있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오소마츠가 손으로 브이자를 그렸다.

 

 

"서류는 끝낸 지 오래고, 지금은 메이랑 있다 오는 길."

 

"에. 사랑의 힘이란 건 대단하네―."

 

"그치!"

 

"그렇게 빨리 끝낼 수 있는 일을 왜 미루는 거야, 쿠소장남."

 

"응―. 부르는 호칭만 다르고 데자뷰야. 역시 여섯쌍둥이."

 

 

오소마츠는 쵸로마츠와 토도마츠에게서도 똑같은 소리를 들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치마츠는 힛, 웃었다.

 

 

"그래서. 그 애는?"

 

"예뻐! 엄청 좋아해!"

 

"그딴 거 말고. 대화 잘 끝났냐고. 랄까 뭐 얼마나 봤다고 벌써부터 엄청 좋아해?"

 

"에―, 악담으로 시작해서 욕으로 끝나는 것도 대화라면 잘 끝났어!"

 

"…아니, 악담으로 시작하는 순간 대화가 아니라 그냥 욕이니까?"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 겁도 내고, 당당한 척하면서 떨더라. 지켜줘야겠지? 그래야겠지?"

 

"헤에―."

 

 

팔을 퍼덕퍼덕거리는 오소마츠에게서 조금 떨어지며 이치마츠가 고양이를 쓰다듬었다.

 

 

"허리의 실밥은 풀었어. 흉터는 약만 잘 발라주면 사라질 거야. 손목 상처 말인데, 이전에 생긴 건 이미 시간도 오래 지났을 뿐더러 깊이 흉이 져버려서 어쩔 수가 없어. 최근에 생긴 건 어떻게든 흉 안 지게 치료는 가능하겠지만… 동맥에 아슬아슬하게 닿지 않을 정도로 깊이 베인 게 하나 있었어. 실밥은 풀었지만 크게 흔적이 남을 확률이 커."

 

"응."

 

"엉덩이도 약만 바르면 다시 새살 재생될 거고, 허벅지는 몇번 더 살펴봐야돼. 약은 물론이고, 곪거나 물집이라도 잡히면 바로바로 제거해줘야 하니까."

 

"응."

 

"그리고…"

 

 

제일 중요한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이치마츠는 잠시 머뭇거렸다. 오소마츠가 긴히 부탁했던 것이기도 하고, 카라마츠나 쵸로마츠를 포함한 형제들에게는 알리지않은 것이기도 했다.

 

 

"형이 알아보라고 했던 부분 있잖아."

 

"응."

 

"그 부분에는 문제가 없어. 깨끗해."

 

"그래?"

 

"응. 처녀막은… 찢어져있긴 하지만. 그거 외에는 어떤 상처나 문제될 만한 건 없어."

 

"그래, 수고했어. 이치마츠."

 

"수면제가 필요하면 말해. 물에 녹여먹였던 수면제는 내성이 생겼을 수도 있어서 다른 약을 만들어볼 참이니까. 따로 준 약은 아침마다 꼭 먹여. 무의식적으로 하반신을 살펴본다거나, 손목을 가린다거나, 그런 트라우마에 조금 도움이 될 거야. 신경안정제같은 거니까."

 

"듬직하네, 우리 의사 선생."

 

 

오소마츠가 씨익 웃으며 이치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하지만 이치마츠는 꿀꺽 침을 삼켰다.

 

 

"검사결과는 이상이 없는데 왜 형은 화가 나 있는 거야?"

 

 

웃는 입 위로 날카로운 눈동자가 빛났다.

 

 

"응? 무슨 소리야?"

 

"왜 빡쳐있냐고. 눈빛봐, 당장이라도 누구 죽이겠네."

 

"형아 화 안 났는데―? 화날 일이 없잖아?"

 

"…이상이 없다고라도 결과 듣는 것만으로도 화가 날 거였으면 부탁하지 말았어야지."

 

"그―러―니―까―,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구? 그런 고로 일단 나는 정찰 나갔다 올게."

 

"뭐, 혼자?"

 

"이래보여도 한 조직을 이끄는 보스인데―, 언제까지고 동생들을 데리고 다닐 순 없잖아? 무능력해보이는 거 질색이라고? 녀석들도 휴식시간을 가져야하고. 굳이 알릴 필요 없어."

 

"그래도,"

 

"다녀올게?"

 

 

자리를 벗어나는 오소마츠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치마츠는 한숨을 내쉬었다. 동생들이 네놈 옆을 지키는 이유가 뭔데, 무능력하기는 커녕 네가 너무 능력이 있어서 그러는 거잖아. 넘치는 능력을 주체하지 못해 날뛸까봐.

 

이치마츠는 귀찮았다. 저 망할 장남이 어디에서 무슨 짓을 하든, 불필요한 피해만 안 내면 되고 어디까지나 마츠노 가의 관리 하에 있는 영역이면 상관이 없었으니.

 

아아. 오늘 잘못 나대다 걸리는 것들은 운이 없겠구만. 이치마츠는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야, 쿠소마츠. 오소마츠 형 말인데."

 

 

 

 

.

 

 

 

 

.

 

 

 

 

.

 

 

 

 

새빨간 셔츠가 평소보다 더 빨개보이는 건 단순한 기분탓이 아닐 것이다. 축축한 셔츠가 무엇으로 젖은 건지는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어서, 쵸로마츠는 피가 덕지덕지 묻은 얼굴을 바라보다 오소마츠에게 달려들었다. 그런 그를 막은 건 카라마츠였다.

 

카라마츠의 방어 앞에서도 쵸로마츠는 기죽지 않고 바락바락 소리쳤다.

 

 

"야 이 새끼야! 혼자 다니지 말라고 했잖아! 부하를 왜 두는 거야!"

 

"쵸로마츠, 진정해라! 쵸로마츠!"

 

"아오! 아무리 우리 구역이라도 그렇게 날뛰어대면 부하들이 무서워할 거라는 생각은 안 하냐고! 네놈 손에 부러진 팔다리가 몇인지 알기나 해!?"

 

"쵸, 쵸로마츠. 그래도 전부 나쁜 짓을 하고 있던 놈들 아닌가. 오소마츠가 부러뜨리지 않았더라도 조만간 걸려서 제적당했을 놈들이었다."

 

"그럼 절차대로 제적하고 징계를 내리면 될 일이지, 왜 멀쩡한 신체란 신체는 아작을 내놓냐고! 오니야! 오니냐?!"

 

"으―앙―, 쵸로쨩 무서워어―."

 

"네새끼가 더 무서워! 이리 안 와!"

 

"우―와, 쵸로마츠 형 화려하게 화났네."

 

"오소마츠 형―아도 화려하게 날뛰었네!"

 

"……."

 

 

카라마츠에게 이끌려 온 오소마츠는 이치마츠의 등 뒤에 숨었다. 하얀 가운에 피가 묻으니 들러붙지 말라고 하고 싶었지만, 알리지 말라는 보스의 말을 어기고 카라마츠와 쵸로마츠에게 그의 행적을 전달해버린 죄가 있던 터라 이치마츠는 가만히 오소마츠의 방패막 역할을 수행했다.

 

 

"피냄새! 피냄새가 난다!"

 

"내가 못살아! 어휴, 망할 장남 새끼."

 

"흐어엉―. 장남 취급이 너무해애―."

 

"닥쳐!"

 

 

화가 난 쵸로마츠의 등에 매달려 꺼이꺼이 우는 오소마츠를 보고 형제들은 혀를 내둘렀다. 애새끼도 저런 애새끼가 없지, 토도마츠가 중얼거렸다.

 

 

"이치마츠, 오소마츠가 부탁한 검사가 정확히 뭔가?"

 

"아… 꼭 마음에 안 드는 것만 물어봐요, 쿠소가."

 

"에."

 

"그 여자, 성적으로 학대 비슷한 거 당했다는 건 들었지?"

 

"아아."

 

"그거랑 관련한 검사야. 안 쪽은 다른 문제가 없는지나 뭐 그런거."

 

"그렇군. 결과는?"

 

"아무 문제 없었어. 처음은 사라졌지만 깨끗했지."

 

"그래서 저렇게 날뛰는 거군. 사랑하는 사람의 그런 검사를 의뢰하는 것부터가 못마땅했을 테지."

 

"아리요시 류이치였나. 살아있었다면 바로 죽었겠는걸, 오소마츠 형에게. 이미 제 약혼녀 손에 죽었지만."

 

 

이치마츠가 낄낄 웃으며 말했다. 그의 말에 카라마츠가 이치마츠를 말없이 돌아보았다. 이치마츠는 그의 시선에 고개를 돌렸다.

 

 

"뭐. 왜. 뭘 봐."

 

"아리요시 류이치는 죽지 않았다."

 

"뭐?"

 

"적어도 현재로서는 그렇게 판단되고 있어. 그럴게, 아리요시 류이치로 파악되는 시체는 없었다."

 

"…뭐야? 그럼,"

 

"린도 케이토의 신원으로 확인되는 시체도, 없었다."

 

 

카라마츠의 말에 이치마츠가 눈살을 찌푸리며 오소마츠를 돌아보았다.

 

 

"…당분간 존나 바빠지겠군."

 

"아아. 쉴 수 있을 때 충분히 쉬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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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마츠는 침실로 들어왔다.

 

분노는 배신한 조직원들을 조져도 사그라들지 않았다. 피를 잔뜩 뒤집어쓰고 아무리 비명소리를 들어도 기분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그런 검사를 의뢰하게 만든 녀석도 짜증나는데, 더군다나 그 녀석의 시신은 발견되지도 않았다.

 

직접 죽이고자 했기에 집을 내친 메이의 피와 땀이 헛수고가 되어버린 것이다. 동시에 그녀의 오빠였던 린도 케이토의 시신도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메이가 그 사실을 알아도 기뻐할지는 의문이었다.

 

그녀는 분명 가족을 죽인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고, 괴로워하고 있었다. 이미 일은 저질렀는데, 그 모든 것을 기억하는 오빠가 살아있다 말하면 그녀는 다행이라고 말할까? 아니, 더 괴로워하며 하루하루를 노심초사 불안에 떨며 살아가겠지.

 

오소마츠는 옷을 갈아입고 침대로 걸어갔다. 색색 고른 숨을 내쉬며 뒤척이는 메이가 있었다.

 

이제 그의 침대에는 빈자리가 없었다. 그 자리의 주인은 왔고, 그의 옆에 있었다.

 

오소마츠는 메이의 옆에 조심히 누웠다. 베개 위로 흩뿌려진 머리카락을 당기지 않게 조심하며 그녀의 머리를 들었다. 아래로 생겨난 틈에 팔을 넣고, 머리를 조심히 내려놓았다.

 

제 팔을 베고 누워있는 얼굴은 잘 때만큼은 고요했다. 혹시 꿈에라도 시달릴까 걱정했는데, 그건 괜찮은 것 같았다. 내일부터는 이치마츠가 준 약을 꼬박꼬박 먹여야 했다.

 

오소마츠는 가만히 몸을 끌어당겼다. 품 안에 들어온 몸이 신음과 함께 작게 뒤척였다.

 

지킬 거야. 네가 날 구했으니, 이젠 내가 널 지키겠어.

 

새로 맞이한 국면 앞에 되돌리지 않을 약속을 하고 오소마츠는 메이를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잘자. 메이.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