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おそ松さん 2F/[마피아마츠] 마피아의 지도

[마피아마츠/오소마츠상 소설/마피아마츠 소설(おそ松さん Novel )] 4. 쥬시마츠의 비밀_1

※ 세계관을 포함해 충분히 다른 설정.

※ Just Fiction.

 

# 오소마츠상소설

# 마피아마츠

# 유메마츠

# NL마츠

# 쥬시마츠

# 마피아AU

 

 

마피아의 지도 4

 

 

 

 

"쥬시마츠, 준비 됐는가?"

 

"아아―잇!"

 

 

차체가 흔들리나 싶더니 이내 잠잠해졌다. 뒷자리에 노란 와이셔츠와 까만 정장을 고이 접어두고, 노란 파카와 반바지로 갈아입은 쥬시마츠가 앞좌석으로 넘어왔다. 작은 몸, 작은 옷, 짧은 다리. 어린 쥬시마츠는 머리를 쓰다듬는 카라마츠의 손을 붙잡고 꺄아꺄아 즐거워했다.

 

 

"잘 들어라, 쥬시마츠. 절대 조직에 대한 이야기는 꺼내서는 안 된다. 조급해할 필요도 없어. 반드시 너에게 마음을 열겠지만, 노력하지는 않아도 된다. 그저 네가 하고싶은 대로만 하면 되는 거다."

 

"응! 친구! 나, 형―아들을 구해준 그 사람이랑 좋은 친구가 될 거야!"

 

 

태양처럼 밝고 솜처럼 부드러운 너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 건 더 힘든 일일테니. 카라마츠는 웃었다. 어차피 쥬시마츠가 실패한다고 한들 오소마츠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카라마츠는 어린 쥬시마츠를 안아들었다. 울창한 나무들에 둘러싸인 건물은 주변의 나무들보다 높이가 낮아서 외부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웠다. 3층 높이 건물의 맨 윗층 유일하게 존재하는 문 너머에, 그녀가 있었다.

 

벽과 연결되어 위로 향하는 계단을 올랐다. 제 들뜬 목소리가 울릴까 어린 쥬시마츠는 제 팔보다 조금 긴 소매로 입을 막았다. 그 노력이 귀여워 카라마츠는 작은 머리에 제 이마를 비볐다.

 

3층의 복도는 서늘했다.

 

 

[아직 자고 있어. 쥬시마츠 형 화이팅~]

 

 

귀에서 토도마츠의 목소리가 들렸다.

 

 

"린도 메이는 아직 자고 있다는군. 톳티가 쥬시마츠를 응원하고 있다."

 

"타핫―! 쥬시마츠 힘내겠슴다-!"

 

"나올 때는 주머니 안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토도마츠가 문을 열어줄 거다."

 

"명심하겠스루…!"

 

 

쥬시마츠가 긴 소매로 카라마츠의 귀를 감싸고 속닥속닥 말했다. 문 앞에 도착하고 카라마츠는 문 옆 벽에 있는 작은 원경에 얼굴을 가져다댔다. 작은 렌즈가 지이잉 움직이나 싶더니, 원경 옆에 있는 구멍에서 빨간 빛이 반짝였다. 문이 열렸다는 신호였다.

 

카라마츠는 쥬시마츠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헤 벌린 입으로 따라 고개를 끄덕인 쥬시마츠는 문고리를 잡아돌렸다. 카라마츠는 혹시 제 모습이 보일까 벽으로 몸을 숨겼다. 이윽고 문이 닫히자, 카라마츠는 닫힌 문을 한참 바라보다 올라온 길을 되돌아 내려갔다.

 

 

 

 

현관에는 신발을 보관하는 곳이 따로 없었다. 그래서 신발을 신고 움직이려던 쥬시마츠는 메이가 맨발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래도 맨발로 돌아다니는 곳을 신발을 신고 돌아다니면, 자신이 돌아간 뒤에도 그녀의 발은 더러워질 것이다. 더군다나, 메이를 감시하기 위한 임시거처인 이 곳은 변변찮은 곳이라 청소도구도 따로 없었다.

 

쥬시마츠는 신발을 벗어 문 앞에 두었다. 하얀 양말을 신은 발이 땅에 닿자, 냉기가 느껴졌다. 으아, 차가워. 이 차가운 바닥을 맨발로 다니다니, 쥬시마츠는 고개를 들고 몸을 돌렸다.

 

침대에 누워있는 여자가 보였다.

 

한 걸음, 두 걸음,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곧게 누워 이불 위에 가지런히 팔을 올린 모습은 마치 인형같았다. 쥬시마츠는 그제야 시체같다던 토도마츠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색색 숨쉬는 소리마저 들리지 않아서 쥬시마츠는 침대 옆에 무릎을 괴고 앉아 한참동안 메이를 바라보았다.

 

사실 쥬시마츠는 그녀를 보는 것이 처음이었다. 활동적인 쥬시마츠는 조직에 머무르기보다는 자원해서 정찰을 나가는 편이었고, 그마저도 할 필요가 없을 때에는 지붕이나 근처 숲이라도 돌아다녔다. 도토리도 줍고, 마주치는 동물들과 인사도 하고.

 

살아있는 지도니 뭐니, 테러니 뭐니, 쥬시마츠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이 사람은 보스와 사랑하는 형들을 구한 사람이고, 그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또 그 사실은, 쥬시마츠에게 있어 충분히 메이를 받아들일 이유가 되었다.

 

이 사람은 갇혀있다는 것을 인식했을 테지만 탈출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쥬시마츠에게 있어 조직이란 집이고 모든 것이고, 마피아는 대부분 마찬가지일텐데, 조직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으로서 제 집이자 전부였던 곳을 직접 파괴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어떤 이유에서든 결국 이런 결과를 만들어버린 속은 분명 빛 한 줄기 없는 완전한 암흑일 거라고 생각했다. 살고자 하는 의욕 없이 흘러가는대로 지내는 것도 그에 따른 죄책감 또는 좌절감 때문일 수도 있으리라 여겼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소마츠 형―아가 이 사람을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은걸! 쥬시마츠는 제 뺨에 문질러오던 형의 볼이 뜨거웠던 것을 분명 알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바닥에 대고 있던 무릎에 서서히 감각이 사라질 때 즈음, 쥬시마츠는 메이의 볼을 쿡 찔렀다. 진짜 죽은 거 아닌가 하는 의문이 일었다. 딱히 일어나라고 재촉한 것은 아니었는데, 감겼던 눈이 서서히 뜨였다.

 

쥬시마츠는 활짝 웃었다.

 

드디어! 만나고 싶었어! 내뱉지는 않았지만 마음으로 전달되기를 바랐다.

 

사랑하는 형들과 믿음직스러운 식구들은 늘 제가 햇살같은 존재라고 했다. 밝고, 해맑고, 따뜻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런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이 힘이 되었다 사랑해주던 제 웃음이 햇살처럼 그녀의 마음에 들이치기를 바랐다.

 

 

 

 

눈을 떴을 때, 웬 얼굴이 눈 앞에 쳐들어와있어서 메이는 오랜만에 크게 놀랐다. 하마터면 반사적으로 손을 휘두를 뻔했지만 다행히도 그 전에 그 얼굴이 어리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숨을 일정하게 쉬는 것조차 순간적으로 잊어버려서 메이는 큰 숨을 들이마신 채로 굳어버렸다.

 

 

"반갑습니머스루머스루!"

 

 

눈 앞까지 바짝 다가와있던 얼굴이 쑤욱 뒤로 빠졌다. 노란 소매가 양쪽에서 위아래로 흔들렸다. 힘찬 목소리에 메이는 조금씩 숨을 내쉬었다. 어린 아이다. 메이는 눈을 깜박였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야?"

 

 

어린 쥬시마츠가 물었다. 아직 잠에서 온전히 깨어나지 못했던 메이는 뻐끔뻐끔 입을 열었다.

 

 

"―…."

 

"에?"

 

"…기, 위험…"

 

 

얼마만에 내는 목소리인지 깊이 가라앉고 갈라진 데다가 잔뜩 뭉개진 목소리에 쥬시마츠는 고개만 갸웃거렸다.

 

 

"괜찮아?"

 

 

걱정스러운 마음에 쥬시마츠는 또다시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느릿느릿 깜박이던 눈에 서서히 생기가 돌고, 흐릿하게 초점이 맞춰졌다.

 

부시시 일으키는 몸을 따라 고개가 올라갔다.

 

 

"…누구야, 너?"

 

 

갈라지긴 했지만, 발음은 정확했다. 앗, 토도마츠가 좋아하겠다. 쥬시마츠는 방글 웃었다.

 

그리고 그 시각.

 

 

"우와아아아아―악!"

 

"무슨 일이야 토도마츠!"

 

"말했어! 말했다고! 드디어 목소리를 들었다아아악!"

 

"시끄러 미친놈아!"

 

"말했어?! 안돼! 그 목소리는 나만 들을 수 있는 건데! 메이 배신자!"

 

"쿠데타 일으킨다 쓰레기 장남!"

 

 

헤드셋을 들고 방방 뛰어다니는 토도마츠와 그를 쫓아다니는 오소마츠를 향해 쵸로마츠가 총을 겨누었다.

 

 

"나, 카이!"

 

"…카이?"

 

"응! 내 이름, 카이! 너는 누구야? 왜 여기서 자고있어? 여기 너희 집?"

 

"…일단, 은 집인 것 같은데."

 

"잠깐만 머무는 거야? 이사가는 거야?"

 

 

쥬시마츠는 얼떨결에 지어버린 가짜이름을 무심결에 내뱉고 내심 당황했다. 쥬시마츠의 계속되는 질문에 메이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알 리가 없다. 왜 이 곳에 있는지, 언제까지 이 곳에 있을지, 언제 나갈 수 있을지, 그 외의 모든 것들을. 그럴게, 알 필요가 없으니까.

 

 

"…넌 왜 이 곳에 있는 거야? 어떻게 들어온 거지?"

 

"나는 이 숲 밑에 있는 마을에서 살아! 형―아가 키우는 고양이가 숲으로 들어가서 찾으려고 따라왔어! 근데 오다보니까 여기였어!"

 

"…숲? 마을?"

 

 

쥬시마츠는 대답 대신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고양이는?"

 

"아핫―! 놓쳐버렸다!"

 

 

해맑은 웃음. 울렁거리던 속이 안정되는 것 같았다. 얼마만에 말을 해봤더라, 얼마만에 생각이라는 걸 해봤더라,

 

얼마만에, 다른 생각을 해봤더라.

 

 

"…린도 메이."

 

"아? 그게 이름이야?"

 

"응, 내 이름."

 

"예쁜 이름이네! 메이! 반가워! 메이!"

 

 

처음 보는 작은 아이에게서 불려지는 이름은 제 것이었지만, 마치 제 것이 아닌 것처럼 낯설었다. 이름을 불러줄 사람들이 없어졌으니, 영원히 사라질 것만 같았던 제 테두리를 누군가 새로 선으로 덧그린 것 같았다.

 

 

"메이, 나랑 놀지 않을래?"

 

 

쥬시마츠의 말에 메이는 입을 뻐끔거렸다. 곧 그녀는 옅은 웃음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쥬시마츠는 기뻐하며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

 

입근육이 움직이는 느낌은, 몹시도 어색했다.

 

 

 

 

.

 

 

 

 

.

 

 

 

 

.

 

 

 

 

"헤에―!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는구나아―!"

 

"응."

 

 

함께 놀자던 쥬시마츠는 바지 주머니에서 도토리를 와르르 꺼냈다. 이게 뭐냐고 묻는 대신, 옆에 앉아 도토리를 매만지는 쥬시마츠처럼 메이는 도토리를 집어들고 손가락으로 쓸었다.

 

 

"계속 여기 있어도 돼? 가족들이 찾지 않을까?"

 

"으으응―! 괜찮아괜찮아. 엄마랑 아빠랑 형―아 모두 일하러 갔으니까 저녁에나 올 거야."

 

"…숲은 어두워지면 위험할텐데."

 

"나는 이 숲에 자주 오니까 익숙해서 괜찮은걸! 형―아랑도 자주 놀러와! 이 숲에는 귀여운 동물들도 많이 있어~ 다들 내 친구들이야!"

 

 

이것도 친구들이 준 거야! 쥬시마츠는 바닥에 수북히 쏟아낸 도토리를 두 손으로 퍼서 제 얼굴 앞에서 떨어뜨렸다. 토도도독 떨어진 도토리들이 데굴데굴 굴러 메이의 발에도 닿았다.

 

 

"메이도 친구가 있어?"

 

 

쥬시마츠가 넌지시 물었다. 도토리로 눈을 만들어 쥬시마츠가 빤히 바라봤다. 잠시 쥬시마츠를 바라보던 메이는 도토리를 들어 제 눈 앞에 가져다댔다. 자신과 똑같은 행동에 꺄르륵 쥬시마츠가 웃었다.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

 

"없어졌어? 어디 갔어?"

 

"다… 아니, 모르겠어. 전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어. 기억이… 안 나니까."

 

"그렇구나! 기억이 안 난다고 했구나아―!"

 

 

쥬시마츠는 고개를 끄덕였다. 메이는 한참이나 작은 아이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친구. 친구가 어디 있냐고. 어디로 갔냐고.

 

기억이 안 난다는 건 거짓말이다. 모르겠다는 것도 역시, 거짓말이다.

 

사실 모른다는 것도, 기억이 안 난다는 것도 그저 희망사항일 뿐이다. 비겁한, 바람.

 

 

"그럼 가족들도 기억이 안 나는 거야~?"

 

 

의도가 없는 듯한 순수한 질문은 하나씩 튀어나올 때마다 메이의 가슴을 쿡쿡 찔렀다.

 

 

"…응. 기억, 안 나."

 

 

목이 메일까봐 메이는 목소리에 일부러 힘을 주었다. 기억, 안 나.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 듯, 끊어진 타이밍이 처절했다. 그 어떤 것도 티내려하지 않는 이 사람은 겉으로는 굳은 것처럼 보였지만, 쥬시마츠는 틀림없이 보고 있었다.

 

눈동자는 잔뜩 흔들렸고, 초점은 부서졌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했다. 쥬시마츠는 자신이 질문을 하면 할수록 점점 흐려지는 시선이 곧 사라질 것 같아 덩달아 가슴이 아렸다. 아무렇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얼굴과 말이 애석하게도, 눈에서는 지난 과오를 자책하는 마음이 흘러넘쳐서 쥬시마츠는 그녀의 얼굴로 손을 뻗었다.

 

부드러운 옷감이 눈가에 닿자, 메이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울지마."

 

"…안 우는데."

 

"눈이 울고 있어."

 

"…그럴리가."

 

"눈이 슬퍼하고 있어. 메이가, 슬퍼하고 있어."

 

 

아니야. 슬프지 않아. 다만, 조금 아플 뿐이야. 메이는 인상을 찌푸렸다.

 

슬펐다. 아팠고, 견디기 힘들었다. 누군가는 사랑이라 말하는 것이 그녀에게 고통이 되어왔을 때, 누군가는 사랑이라 말했던 것이 그녀에게 배신이 되어왔을 때, 그때 처음으로 마음을 먹었다.

 

슬퍼지고 싶지 않아서, 아프고 싶지 않아서, 견딜 필요같은 게 싫어서.

 

차라리 죽었으면 했다. 빌어먹을 생명이 꺼지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을 때는 아무렴 좋으니 세상이 무너졌으면 했다.

 

벗어나기 위해 버린 집에서 분명 벗어났지만, 그녀는 벗어날 수 없었다.

 

숨을 쉬고, 무언가를 먹고, 모든 걸 토해내고, 죽은 듯 잠만 자면서도 살아지면서야 깨달았다.

 

메이는 고개를 거볍게 저었다. 쥬시마츠의 손을 떼는 대신, 그 작은 머리에 손을 올렸다. 분명 원래의 몸이라면 쥬시마츠의 손보다 훨씬 작았을 손은, 어린 몸의 손보다는 컸다.

 

 

"예리하네."

 

 

목소리가 서글펐다. 쥬시마츠는 생각했다.

 

거봐. 이 사람, 좋은 사람 맞잖아. 그는 당장이라도 돌아가 형제들에게 외치고 싶었다.

 

메이는 좋은 사람이야! 그 사람이 이 곳에 왔으면 좋겠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 당장이라도, 메이의 손을 이끌고 돌아가고 싶었다.

 

저 눈에 비치는 과거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이 되지 않았지만 쥬시마츠는 그녀가 사랑을 알고 있다 짐작했다. 부수고 떠나온 집을 사실은 사랑했다 확신했다. 그녀는 그저 상처받아 다친, 약한 사람일 뿐이라고 정의내렸다.

 

 

"나 있잖아? 메이랑 친구가 되고싶어!"

 

 

뜬금없는 말에 메이는 고개를 갸웃했다. 쥬시마츠는 바닥에 모아놓은 도토리를 하나씩 셌다. 하나, 둘, 셋, 넷… 20개의 도토리가 한 곳에 모이고, 쥬시마츠는 소매에 가려진 손을 빼내 꼬물꼬물 손가락으로 계산을 했다.

 

 

"으음―. 20을 둘로 나누면…"

 

"10."

 

"우와! 메이 천재?!"

 

"…너는 혹시 바보?"

 

 

헤헤 웃으며 쥬시마츠는 다시 도토리를 하나씩 셌다. 하나, 둘, 셋, 넷… 정확히 열을 셌을 때, 쥬시마츠의 앞에는 열 개의 도토리가 남아있었다. 나머지 도토리 10개는, 메이의 앞에 놓여있었다.

 

 

"이건 내 친구들이 준 소중한 거야! 내가 이 소중한 것들을 메이한테 나눠줬으니까, 이제 메이도 소중한 사람이야! 그러니까 나는 맨날맨날 메이를 보러 올 거야! 알았지―?"

 

"아…?"

 

"이제 메이는 내 친구야! 있잖아~ 내 친구가 되어줄래?"

 

 

메이의 앞에 놓인 도토리를 손에 모아 쥬시마츠는 그녀에게 내밀었다. 작은 손 안에 작은 도토리들이 수북히 쌓여 메이의 눈 앞에서 도르륵 굴러다녔다.

 

메이는 웃었다.

 

 

"순서가 바뀌었잖아."

 

 

양손을 모아 쥬시마츠의 손 밑으로 가져가자, 쥬시마츠의 손이 양쪽으로 열렸다. 손 사이 틈으로 도토리가 쏟아져내려 메이의 손바닥에 떨어졌다.

 

 

"영광이야."

 

 

넌 참 햇살같은 아이네. 메이가 말했다. 배시시 웃는 입 위로 붉은 홍조가 자리했다. 쥬시마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메이가 고개를 들었다.

 

 

"그럼 내일 또 올게! 내일은 더 재밌는 거 하고 놀자!"

 

"더 재밌는 거?"

 

"음―! 내일은! 카이의 소중한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줄게!"

 

"기대할게."

 

 

한층 누그러진 목소리에 쥬시마츠는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작은 버튼 하나가 손에 잡혔다. 꾸욱 버튼을 눌렀다.

 

 

"메이! 잘자!"

 

 

메이가 손을 흔드는 모습을 뒤로하고, 쥬시마츠는 재빨리 문을 닫고 나왔다. 우다다다 복도를 내달려 빠른 속도로 두 칸씩, 세 칸씩 서둘러 계단을 내려갔다.

 

올 때와 같은 장소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쵸로마츠가 보였다. 쵸로마츠는 차체에 기대어있다 쥬시마츠를 보자마자 손을 벌렸다. 그 품에 뛰어들며 쥬시마츠는 푸하 숨을 내뱉었다.

 

 

"쥬시마츠, 숨 참고 달린 거야?"

 

"숨 차서 그런 거 아니야!"

 

 

그럼? 쵸로마츠가 물었지만 쥬시마츠는 가만히 쵸로마츠의 품에만 안겨 있었다. 뭐지, 쵸로마츠는 쥬시마츠를 태우고 곧 시동을 걸었다.

 

차가 출발했다.

 

 

 

 

도토리를 가만히 바라보던 메이는 머리맡에 올렸다.

 

이건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메이는 냉장고에서 생수 하나를 더 꺼내들었다. 조금 이른 시간이었지만, 오늘은 이 정도 눈을 뜨고 있었으니 괜찮다. 꿀꺽꿀꺽 몇 모금 마시지 않고 뚜껑을 닫았다. 머리맡에는 다른 것을 올려두었으니 먹던 물은 싱크대 위에 올렸다.

 

다시 침대로 돌아온 메이는 창을 열었다. 바람은 들어오지 않았다.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던 메이는 다시 창을 닫았다.

 

몸을 뉘였다.

 

눈을 감았다.

 

잠에 들었다.

 

 

 

 

.

 

 

 

 

.

 

 

 

 

.

 

 

 

 

"쥬시마츠?"

 

"오소마츠 형―아!"

 

 

카라마츠의 정찰 보고를 듣던 오소마츠는 쥬시마츠의 방문에 활짝 웃었다. 그를 향해 달려가려던 오소마츠의 뒷덜미를 잡아챈 카라마츠가 다시 그를 의자에 앉혔다.

 

 

"쥬시마츠, 가까이 오지 마라."

 

"에에―!"

 

"이봐 카라마츠! 질투하지 말라고! 쥬시마츠를 안아주고 너도 안아줄 테니까!"

 

"필요없다!"

 

"거기 쌓여있는 30cm 높이의 서류더미를 절반까지만 줄여도 네놈의 형제와의 재회를 방해하지 않을 테니까 당장 시작해."

 

"쥬우시마츠―! 안 돼애애―."

 

"아핫―! 오소마츠 형, 화이팅임다!"

 

"토도마츠, 감시는?"

 

"오늘은 일찍 잠들었길래~"

 

 

쥬시마츠를 꼬옥 안고서 토도마츠는 그를 이끌고 소파로 향했다. 쵸로마츠가 오소마츠의 손에 펜을 쥐어주고나서야 오소마츠는 툴툴거리며 서류철을 펼쳤다.

 

 

"일하면서도 말은 들을 수 있으니까. 쥬시마츠? 어땠어? 그 애, 귀엽지! 예쁘지!"

 

"그게 핵심이 아니잖아?"

 

"응! 귀엽고, 예뻤어! 목소리도 귀엽고, 눈동자도 예뻤어! 손은 어린 나보다는 조금 컸지만 지금 나보다는 많이 작아! 안으면 품 안에 쏘옥 들어올 것 같아~ 아하하―!"

 

"…쥬시마츠, 거기까지."

 

"오소마츠. 펜은 쓰라고 있는 거다, 부수지 말아라. 손에서 힘 빼."

 

"갑자기 속이 뜨거워졌어. 랄까 나 이거 5분 만에 다 해치울 수 있을 것 같아."

 

"무리니까."

 

 

오소마츠가 서류더미를 가리키자, 쵸로마츠가 고개를 저었다.

 

 

"그나저나 그쪽은 어떤가? 쥬시마츠에 대해서, 아는 것 같아?"

 

"음,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아는 체하는 낌새는 없었어."

 

"그런 것보다 들어보라구? 쥬시마츠 형, 벌써 그 애랑 친구가 됐으니까!"

 

"헤에―. 진짜?"

 

"빠른걸."

 

"아! 나 형―아들에게 말할 게 있었어! 꼭 말하고 싶었어!"

 

"뭔데?"

 

 

쥬시마츠는 주먹을 불끈 쥐고 위아래로 흔들었다. 비장한 기세로 가득찬 눈동자가 답지 않게 진지했다.

 

 

"그 애, 메이는 좋은 사람이야! 확실해!"

 

"에."

 

"기억을 못 한다는 것도, 모른다는 것도 전부 거짓말이야! 기억하지만, 알고 있지만, 오히려 그러고 싶지 않아서 솔직하지 못하는 거야! 메이는 그냥 상처받은 사람일 뿐이야!"

 

"음, 쥬시마츠."

 

"형―아들을 구해주고, 모든 걸 포기한 채로 흘러가듯 지내고 있지만 메이는 처음 보는 나에게 따뜻하게 대해줬어! 날 보자마자, 위험하다고, 도망가라고 말해줬어! 지금 있는 곳이 어딘지도 모르면서, 날 걱정해줬어!"

 

 

잔뜩 눌린 발음으로 했던 말을 기억해낸 쥬시마츠는 메이를 감싸기 위해 애썼다. 그 모든 대화를 이미 보고 들어 알고 있던 토도마츠는 아무런 말없이 초조해하는 형의 등을 가만히 쓸어주었다.

 

 

"숲은 어두워지면 위험하다고, 가족들이 걱정할 거라고 말해줬어. 또! 나도 잘 놀아주고, 햇살같다고 해줬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처럼, 내가 소중히 하는 사람들처럼 얘기해줬어!"

 

"쥬시마츠. 그저 말 한 마디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판단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으우… 하지만 울고 있었어. 메이는, 분명 울고 있었어. 그 애의 눈은 너무 슬펐어. 나는, 그 애의 눈을 보고 울고 싶어졌는걸. 그 애가 내게 친구가 되어줘서 영광이라고 했을 때, 나는 그 애를 안아주고 싶었는걸. 나쁜 사람은! 그런 얼굴 할 수 없는걸!"

 

 

흐어엉―. 쥬시마츠는 눈물이 나지 않는 눈으로 울상을 지었다. 그래, 괜찮아, 쥬시마츠 형, 토도마츠는 쥬시마츠를 안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한바탕 난리통이 끝난 후, 어느새 마지막 서류를 검토하던 손이 사각 사인을 그렸다. 마지막 서류철을 덮고, 오소마츠는 기지개를 쭈욱 켰다. 길게 늘어지는 몸을 따라 의자가 뒤로 젖혀졌다.

 

마지막까지 오소마츠를 기다리던 쵸로마츠와 카라마츠는 퇴근 직전의 보스를 바라보았다.

 

오소마츠는 담배 하나를 꺼내 입에 물고 라이터를 꺼내들었다. 착 생겨난 불이 담배에 옮겨붙었다. 하얗게 생겨나는 연기가 곧 공중에서 사라졌다. 재떨이에 한번 재를 털어주고, 오소마츠가 말했다.

 

 

"우리 다섯째가 꽤나 열렬하게 빠져버렸네에―."

 

"이상한 데서 질투같은 거 하지 말라고. 꼴사나워."

 

"엑?! 꼴사납다니! 사랑과 질투는 직결되는 거라고? 사랑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사과해!"

 

"네놈이야말로 순수하게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실례니까!"

 

"아아―. 빨리 마음을 열어주지 않으려나아―."

 

"쥬시마츠에게 마음을 연다고 해도, 이 곳과 쥬시마츠가 연결되어있는 걸 아는 순간 거기서 끝이다. 어쩌면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어린 쥬시마츠와 친구가 되었다고 여겼는데, 상처받을 수도 있지. 그렇게 되면 쥬시마츠도 힘들어질 텐데,"

 

"아―, 그 부분은 걱정마. 사랑하는 동생을 끼어들게 만든 이상, 책임은 질 테니까? 쥬시마츠는 그냥, 그 애가 포기한 걸 취소하도록만 이끌어주면 돼."

 

"무슨 소리야?"

 

"살아갈 생각도, 죽을 생각도 없는 시체같다는 게 토도마츠와 쥬시마츠의 평가잖아? 그럼 조금 더 살아가는 것 쯤은,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주겠다는 거지. 쥬시마츠는 그 애가 그 곳에서 나가고 싶어하게끔만 해주면 돼. 그 후는, 내가 할 테니까."

 

 

그 곳에서 나오는 순간, 올 곳은 이 곳 뿐일 거야. 오소마츠는 씨익 웃었다. 그 후로 자신들에게 향하는 시선은, 형아 믿지? 그런 말을 하는 듯 또 우쭐한 시선이라 카라마츠와 쵸로마츠는 한숨을 쉬면서도 더이상 뭐라고 하지 못했다.

 

 

"형. 혼자 자는 건 괜찮아?"

 

"아아―니, 외로워. 역시 쵸로쨩이랑,"

 

"간다―."

 

"장남 말하는데 나가버리는 매너 뭐야!"

 

"맞다. 오소마츠, 내일은 대련 날이다. 잊지 않았겠지?"

 

"알았다고요오―. 쳇."

 

 

오소마츠는 풀썩 침대에 누웠다.

 

앞으로 조금만 더. 휑한 부분을 향해 돌려누운 몸이 뜨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