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おそ松さん 2F/[마피아마츠] 마피아의 지도

[마피아마츠/오소마츠상 소설/마피아마츠 소설(おそ松さん Novel )] 3. 여자를 줍다_3

※ 세계관을 포함해 충분히 다른 설정.

※ Just Fiction.

 

# 오소마츠상소설

# 마피아마츠

# 유메마츠

# NL마츠

# 마피아AU

 

 

마피아의 지도 3

 

 

 

 

마츠노 오소마츠는 외로운 것을 싫어했다. 한 이불을 공유해 지내던 어린 시절과 달리, 지금은 각자의 자리가 있었다. 그걸 끝내 못마땅해하던 오소마츠는, 넓고 쾌적한 자신들만의 공간을 마음에 들어하던 다른 형제들과 달리 빈자리를 최대한 느끼지 않기 위해 가장 작은 사이즈의 침대를 사용했다.

 

그런 그가 난데없이 가장 큰 사이즈의 새 침대를 산다고 하니, 형제들은 그가 무슨 바람이 불었나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쵸로마츠는 오소마츠가 직접 고른 침대를 구입했고, 카라마츠는 구매한 침대를 바로 가져와 오소마츠의 바람대로 침대 위 벽에 은은한 조명의 스탠드를 걸었다. 쥬시마츠는 카라마츠와 함께 오소마츠의 요구대로 서재와 침실을 연결하는 문을 만들었고, 천장에는 지붕과 연결되는 구멍을 뚫고 문을 달아 침실과 이어지는 원형계단을 설치했다.

 

오소마츠는 분위기 전환을 위한 인테리어의 변화라고 얘기했다. 하루동안 그 모든 일이 일어나서 오소마츠의 방은 유달리 시끄러웠다. 카라마츠는 대공사를 끝내고 새로 산 오소마츠의 침대 위에 널브러져 휴식을 취했다.

 

오소마츠는 침대에 올라 카라마츠를 발로 쭈욱 밀어냈다.

 

 

"오소마츠. 형제들을 사사로운 곳에 이용했으면 이 정도는 봐줘야하는 것 아닌가?"

 

 

카라마츠가 그의 다리를 붙잡고 툴툴거렸다. 하지만 오소마츠는 아랑곳않고 그를 발로 꾹꾹 눌렀다.

 

 

"사랑하는 형아를 위해 좋은 일 했다고 생각해. 눕지마, 네 냄새 배."

 

"너무하군."

 

"넌 너무 남자냄새가 나서 짜증나."

 

"남자냄새란 게 뭐지? 애초에 남자한테 남자냄새가 나는 게 뭐가 이상한 건가."

 

"토도마츠한테는 여자냄새 나던데."

 

"그 녀석은 워낙 여자력이 높으니까. 그리고 그건 그냥 향수 냄새일 거다. 참고로 내가 쓰는 향수는 시원한 바다가 생각나는 쿨-한…"

 

 

똑똑 ― .

 

카라마츠의 말 위로 노크소리가 올라탔다. 들어와, 오소마츠의 말이 끝나자마자 문을 열고 이치마츠가 모습을 드러냈다.

 

 

"안녕하심까."

 

"오, 이치마츠."

 

"집들이 왔슴다-."

 

"부른 적은 없지만 어서와! 빈손은 아니겠지~?"

 

"몰래 빼왔슴다-."

 

"꺄아―! 이치맛쨩! 결혼해줘!"

 

"거절."

 

 

이치마츠가 건넨 건 알코올을 즐기는 오소마츠가 몸이 다친 동안은 먹지 못하도록 쵸로마츠가 빼앗아 숨겨버린 와인이었다. 와인을 들고 꺄아꺄아 빙글빙글 돌고서 오소마츠는 그것을 소중하게 품에 안고 침대에 폭 누웠다.

 

 

"저건 왜 뚫어놓은 거야."

 

"아아. 가끔 지붕에 올라가서 하늘을 보고 싶다더군."

 

"청승맞긴. 테라스 있잖아."

 

"그러게나 말이다."

 

"너희는 낭만이 없어, 낭만이. 테라스는 자유롭지 못하잖아~ 지붕에 올라가서 손만 뻗으면 닿을 하늘을 바라보며~ 그 얼마나 로맨틱하니?"

 

"형님이 그렇게 감수성이 풍부한지 몰랐군. 언제 시간되면 나와,"

 

"쿠소 병에 막내도 모자라 장남도 옮았군. 어서 해독제를 만들어야겠어."

 

 

와인을 협탁에 올려놓고 낄낄 웃으며 오소마츠는 침대에 엉덩이를 붙이고 통통 몸을 튕겼다. 일부러 딱딱하지 않은 침대를 골랐는데, 괜찮겠지. 메모리 폼은 그의 무게만큼 쑤욱 빠졌다가 다시 원상태로 돌아왔다. 훌륭한 탄성이군, 오소마츠는 침대가 마음에 들었다.

 

이치마츠는 그런 오소마츠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는 알았다. 이것이 어떤 준비인지를. 다만 아무런 말 없이 기다렸다. 그가 먼저 다른 형제들에게 말할 때까지.

 

오소마츠가 형제들을 불러모은 건  그날 저녁이었다.

 

정장을 벗고 편한 차림으로 휴식을 만끽하던 형제들은 오소마츠의 부름에 그의 서재로 향했다. 후드를 뒤집어쓴 빨간 뒷모습의 파카가 중후한 서재와 어울리지 않았다.

 

 

"쥬시마츠 등장!"

 

"쥬시마츠, 문은 손으로 여는 것이다. 몸으로 부딪히면 안 돼."

 

 

폴짝폴짝 뛰던 몸이 문을 향해 돌격했다. 대신 문을 열어주며 카라마츠가 말하자, 쥬시마츠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형제회의를 소집한다!"

 

"잠 좀 자자."

 

"아―. 피곤한데."

 

"이 녀석들 마피아의 위엄이라고는 똥꼬털만큼도 없네."

 

"이 시간에 형제회의라니, 잠 많은 오소마츠답지 않군."

 

"회의? 회의하는 검까~?"

 

"안건은 린도 메이에 대해서!"

 

 

가벼운 말투에 실려 나온 주제는 전혀 가볍지 않아서, 쥬시마츠를 제외한 모두가 말을 멈추었다. 오소마츠는 몸을 좌우로 흔들며 헤벌레 입을 벌리고 있는 쥬시마츠를 돌아보았다.

 

 

"쥬시마츠, 네가 할 일이 있어."

 

"야구? 오소마츠 형―아, 야구하고 싶어?!"

 

"쥬시마츠 형…. 야구가 아니야…."

 

"뭐하게."

 

"변해볼래? 어린이로."

 

"에."

 

"갑자기?"

 

 

얼른얼른! 오소마츠가 발을 동동 구르며 재촉했다. 쥬시마츠는 형제들을 바라보다 고개를 갸웃했다. 곧 몸이 작아지고 옷이 흘러내렸다. 안 그래도 긴 소매가 바닥에 떨어졌다. 어리둥절한 얼굴로 쥬시마츠는 활짝 웃었다.

 

 

"형―아! 됐어?"

 

"으으으! 내 동생이 너무 귀여워서 죽어!"

 

"얌마!"

 

 

쥬시마츠를 끌어당겨 품에 안은 오소마츠는 쥬시마츠의 뺨에 제 얼굴을 비벼댔다. 꺄르륵 어린 쥬시마츠는 한참이나 큰 옷을 휘날리며 오소마츠의 품에 안겨 매달렸다. 쵸로마츠가 큰소리를 치고서야 오소마츠는 쥬시마츠를 제 다리에 앉히고 진지하게 말했다.

 

 

"우린 살아있는 지도, 즉 린도 메이를 마츠노 가에 영입한다."

 

"우리라니, 의논도 없이."

 

"말 안 했으니까?"

 

"말도없이 혼자 결정하는 회의가 어디있냐!"

 

"그래서 지금 말하잖~"

 

"죽어."

 

"오소마츠, 네가 생각한 게 뭐지?"

 

 

카라마츠가 손에 든 거울의 손잡이를 빙글빙글 돌리며 물었다. 손에서 돌아가는 거울이 거슬린다며 이치마츠가 그것을 앗아갔다.

 

 

"어린 쥬시마츠를 들여보낼 거야. 기한은 앞으로 6일. 그 안에 그 여자를 우리 쪽 사람으로 만들고 데려올 거야."

 

"잠깐! 쥬시마츠가 그 계획에 왜 들어가는데?"

 

"음~ 우락부락한 고릴라보다는 해맑은 천사가 더 경계심을 허물기 좋으니까?"

 

"난 가겠다는 말도 한 적이 없는데."

 

"어린 쥬시마츠를 보고 그 여자가 반응을 나타내면, 확실히 알 수 있겠지. 마츠노 가의 비밀을 알고 있는지, 아닌지. 또 살아있는 지도라며? 현세에 존재하는 모든 마피아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다며? 그런 사람을 우리 쪽에 붙잡아놓으면 당연히 우리가 유리하지 않겠어?"

 

"형, 자리싸움엔 관심없는 거 아니었어? 지금껏 그 여자를 노리고 접근한 조직들은 전부 몰살이었어. 그 여자가 마츠노 조직에 있다는 게 다른 조직 귀에라도 들어가면 그 즉시 끝없는 전쟁일 거야. 우리가 그런 리스크를 감수해가면서까지 그 여자를 데리고 있어야 할 이유는? 필요성은? 우린 우리 영역만 지키면 되는 거잖아."

 

 

쵸로마츠가 말했다. 오소마츠의 의견에 반대하는 듯, 속사포로 쏟아내는 말에 모두가 오소마츠를 바라보았다. 저 말에 반박하지 않는 건, 너희 모두 같은 뜻이라는 거? 오소마츠는 머리를 긁적였다.

 

품 안에서 흔들흔들 몸을 흔들며 리듬을 타는 어린 쥬시마츠를 내려다보고, 오소마츠가 그에게 물었다.

 

 

"쥬시마츠. 네 생각은 어때?"

 

"으음―."

 

"쥬시마츠도 그 여자가 마츠노 사람이 되는 거, 별로야?"

 

"아니! 나는 찬성!"

 

"쥬시마츠?!"

 

"우와~ 쥬시마츠는 형아 편이구나~ 형아 감동받아서 눈물이 날 것 같아."

 

 

작은 몸을 꼬옥 안자, 어린 쥬시마츠도 그의 목에 팔을 두르고 그를 꼬옥 안았다. 헐렁헐렁한 옷 안에서 꼬물거리는 작은 몸이 사랑스러웠다. 작은 쥬시마츠에게서는, 여전히 햇살 냄새가 났다.

 

 

"그치만 그 사람이 오소마츠 형―아도, 카라마츠 형―아도, 쵸로마츠 형―아도 구해줬잖아! 좋은 사람일 거야!"

 

"…구해줬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자신의 목적을 이루는데 말려든 우리를 책임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지."

 

"린도 조직은 테러함과 동시에 대부분의 조직원이 죽었어. 알고 있었다면, 대비했을 거야. 그 정도의 피해가 났다고 봤을 때, 결국 린도 조직의 테러에 대해서는 린도 메이가 치밀한 계획을 세워 독단적으로 실행한 거고, 조직 내에서는 아무것도 몰랐을 확률이 높지. 그런 여자가 몰랐을까? 내가 인질이 된 상태에서, 마츠노 조직 사람들이 구하러 올 거라는 사실을 몰랐을까?"

 

"그러고보니 카라마츠 형을 도와서 함께 싸웠다고도 했지."

 

"그리고 우리가 멀어져서야 건물이 폭발했잖아! 분명 시간을 벌어준 걸 거야!"

 

"그거야 쥬시마츠! 똑똑해 똑똑해~"

 

"하지만 형님에게 계획을 망쳐 미안하다고, 우연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렇다면 더 상관없는 거잖아? 적의 스파이일 리도 없고, 우리 쪽에서 린도 메이에 대한 이야기가 밖으로 새지 않으면 딱히 전쟁이 일어날 이유도 없을 테고. 어쩌면,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쥬시마츠가 몸을 흔드는 리듬에 맞춰 따라 몸을 흔들며 오소마츠가 말을 마무리했다.

 

토도마츠는 가지고 온 태블릿을 톡톡 두드렸고, 이치마츠는 저것이 단순한 호기심으로 인한 욕심인지 생각했다. 쵸로마츠는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했고, 카라마츠는 오소마츠의 의중을 의심했다.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에게 무언가를 말하기 위해 입을 열었을 때, 쵸로마츠가 먼저 말을 꺼냈다.

 

 

"좋아, 나도 찬성."

 

"진짜?!"

 

"와―이! 쵸로마츠 형―아도 우리편! 신난다!"

 

"신난다!"

 

"신나하지마! 이건 보기보다 중요한 문제라고? 조직원을 새로 들이는 것도 그렇지만, 더구나 상대가 조직의 간부급이었던 사람이잖아. 흠…. 하지만 확실히 필요없는 정보라고 해도 미리 알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에는 좋겠지."

 

"이치마츠는?"

 

"별로, 이렇든 저렇든 상관없어."

 

"에―. 성의없네."

 

"토도마츠는 그 여자를 계속 지켜보고 있잖아. 어때?"

 

"응, 나도 찬성!"

 

"…다들 그렇다면."

 

"아싸아―!"

 

"우리가 이겼어! 이예―!"

 

"설득은 이긴 게 아니니까?"

 

 

카라마츠까지 고개를 끄덕이자, 쥬시마츠와 오소마츠는 손뼉을 마주치며 환호했다. 카라마츠는 여전히 오소마츠를 바라보는 채였다.

 

 

"그럼 토도마츠? 지금까지의 경과 보고해줄래?"

 

"이럴 줄 알고 미리 준비해놨지."

 

 

토도마츠는 계속해서 건들던 태블릿을 테이블 위에 올려보였다. 화면 안에는 멈춰있는 메이가 있었다.

 

 

"톳-티, 이 사람 좋아해?"

 

"하아?! 전혀 아니거든?! 그럴 리 없잖아?!"

 

"그럼 어떻게 알고 미리 준비를 한 거?"

 

"아―, 뭐랄까―. 그게 말이지이―?"

 

 

쥬시마츠의 말에 있는 힘껏 부정하던 토도마츠는 이치마츠의 지적에 오소마츠를 힐끔 쳐다보며 뒤통수를 매만졌다. 곤란한 듯한 얼굴로 그는 본심을 내놓았다.

 

 

"사실 조금 오기라고 해야하나, 호기심같은 게 생겼달까―? 이 여자, 먹고 토하면서도 신음 한 번 안 내고, 죽으려거나 탈출하려는 시도도 하나도 안 한다고? 그냥 아무 생각도 안 하는 시체같단 말이야. 이렇게 된 이상 목소리라도 반드시 들어야겠어! 하는 승부욕같은 게 있게 돼서 말이지?"

 

"넌 정말 이상한 데 꽂히는구나."

 

"오소마츠 형이 먼저 이야기하지 않았으면 내가 한 번은 의견을 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서~ 뭐, 한 번 각하당하면 포기했겠지만?"

 

"그 정도라고?"

 

"자아―. 이거 봐봐."

 

 

토도마츠는 태블릿의 액정을 톡 건드렸다. 정지화면 상태로 있던 메이가 화면 안에서 움직였다.

 

싱크대로 다가간 메이는 팔을 들었다. 왼팔의 소매를 걷고, 오른팔의 소매는 아래로 당겼다. 그리고 물을 틀었다.

 

오른팔의 소매가 젖었다.

 

메이는 젖은 옷자락을 한참동안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 후의 행동은 기껏해야 씻은 왼손과 물에 젖은 오른쪽의 소매를 공중에 탈탈 터는 것 뿐이었다.

 

다시 뒤를 돌아 침대로 향하는 메이를 마지막으로 토도마츠는 영상을 멈추었다. 똑같은 얼굴의 똑같은 시선이 토도마츠의 얼굴로 날아들었다.

 

 

"버릇처럼, 왼쪽 소매는 걷고 오른쪽 소매는 당겨. 화장실에서 나올 때도 오른쪽 소매는 젖어있고, 욕실에서 샤워 후에 옷을 입고 나올 때도 보면 왼쪽 소매는 걷고 오른쪽 소매만 길게 둬. 처음에는 그냥 버릇이려니 했는데, 소매가 젖는 걸 알면서도 계속 이 행동을 반복하는 게 뭔가 있나 싶어."

 

"아. 그거라면 내가 답할 수 있는데."

 

"에?"

 

 

이치마츠가 오른손을 들었다. 곧 제 오른쪽 손목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 여자, 오른쪽 손목 그었던 것 같아."

 

"그어? 자살시도?"

 

"그어진 건지, 직접 그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자해한 것 같은 상처가 있었어. 얼마 안 된 걸로 보이는 것도, 오래돼서 흉이 남은 것도."

 

"흐음―. 또 다른 건?"

 

"아, 다른 건."

 

 

이어 토도마츠는 또 다른 영상을 틀었다. 영상 속 메이는 침대에 누워있다 잠시 뒤 상체를 일으켰다. 전부 뜨이지 않은 눈이 몇 번 깜박였다. 꾸물꾸물 움직이는 몸을 따라 이불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이불을 들춰내고, 이불 안에 감춰진 제 하반신을 살폈다.

 

또 한번 영상을 멈춘 토도마츠는 다른 영상을 재생시켰다. 그 영상은 조금 전 봤던 영상과 동일한 게 아닌가, 헷갈릴 정도로 같은 상태의 메이가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영상이었다.

 

마지막 영상을 정지하고, 토도마츠는 태블릿의 액정을 껐다.

 

 

"항상 일어나자마자 이불을 들춰봐. 뭔가를 확인하려는 것 같은데, 뭔지는 모르겠어."

 

 

이번에는 아무도 나서서 설명하려하지 않았다. 쵸로마츠는 소파 팔걸이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아있는 이치마츠를 힐긋 바라보았다. 이 조직의 의료진 중 유일한 간부인 이치마츠는, 이 조직을 이끌고 있는 우두머리 오소마츠를 바라보고 있었다.

 

흐음. 쵸로마츠는 시선을 오소마츠에게로 살짝 던졌다. 아무도 보고 있지 않은 오소마츠는 웃고 있지 않았지만, 가벼운 표정이었다. 평상시와 같은.

 

쵸로마츠는 고개를 돌리다 카라마츠와 시선이 부딪치자,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마찬가지로 가만히 자신을 바라보고있는 그가, 눈으로 하는 말이 들리는 듯 했다.

 

 

"보스! 저는 뭘 하면 됨까!"

 

 

쥬시마츠가 손을 번쩍 들고 외쳤다. 작아진 몸에 맞지않는 소매가 불쑥 들려올라간 팔에 축 처졌다. 오소마츠는 그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해실 웃었다.

 

 

"음~ 쥬시마츠는 친구 좋아하잖아?"

 

"친구! 친구 좋아―!"

 

"그녀의 친구가 되어주면 돼."

 

"친구가 되는 거야아―? 나 잘할 수 있어!"

 

"그럼그럼. 지금 쥬시마츠만 할 수 있는 일이야~ 대신, 우리에 대해서는 말하면 안 돼. 우리에 대해서 알게 되면 경계할 거야. 어린 쥬시마츠는 착하고, 해맑고, 귀엽고, 따뜻하니까 금방 가까워질 수 있어."

 

"헤에―! Roser, 보스!"

 

"쥬시마츠는 근처 마을에서 지내는 평범한 아이인 거야. 우연히 숲 속에서 건물을 발견하고 들어갔다가 발견된 거야."

 

"설정이 너무 성의없는 거 아니야?"

 

"그럼, 그럼! 형―아들을 구해줘서 고맙다고, 인사도 하면 안 돼?"

 

"그건 나중에. 그 애가 이 곳에 올 수 있게 되면, 그 때 인사하자."

 

"아―아잇!"

 

"자, 그럼 형제회의는 여기서 마치는 걸로~ 오늘도 수고많았어! 토도마츠는 내일부터 더 철저히 감시해줘, 쥬시마츠까지 들어갔으니까."

 

"네에―."

 

 

하나 둘 몸을 일으켰다. 오소마츠의 무릎에서 내려온 쥬시마츠의 몸은 곧 커졌다. 붕붕 손을 흔들며 쥬시마츠가 돌아갔다. 토도마츠는 서있는 쵸로마츠와 카라마츠를 한번 바라보고 이치마츠에게 손짓했다. 이치마츠 역시 보스와 그의 왼팔과 오른팔을 한번 바라본 뒤 토도마츠와 함께 방을 나섰다.

 

돌아가지 않고 자리에 서있던 카라마츠와 쵸로마츠는 문이 닫히자 다시 자리에 앉았다. 오소마츠는 고개를 갸웃했다.

 

 

"에? 뭐야? 형제회의 다음은 형님회의?"

 

"오소마츠 형. 설마 저 침대, 사용할 사람이 따로 있는 거야?"

 

 

낮에 들여놓은 새 침대가 있는 침실을 손으로 가리키며 쵸로마츠가 물었다. 오소마츠는 씨익 웃었다.

 

 

"아? 나인 게 당연하잖아?"

 

"그럼 왜,"

 

"혼자는 아니지만."

 

 

말은 끝까지 들어야지이―. 오소마츠가 인중을 문지르며 덧붙였다. 쵸로마츠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 장남, 대체 무슨 생각인 거냐. 카라마츠는 이마를 짚고 말했다.

 

 

"형님. 본심을 말해라."

 

"본심이라니? 나는 늘 솔직하다구?"

 

"린도 메이를 곁에 두려는 건가?"

 

"아까도 말했잖아? 마츠노 가에 들어오는 게 가장 효율적인 선택이라고?"

 

"마츠노 가의 곁이 아니라, 네놈 곁이냐고 묻는 거잖아. 못 알아듣는 척 하지마."

 

"에―. 쵸로쨩, 차갑게 말하지 말라구~ 안 그래도 앞으로도 일주일 정도는 저 넓은 침대를 혼자 써야해서 벌써부터 외로운데~ 아! 그럼 그 아이가 올 때까지만 쵸로쨩 옆에서 자도 돼?"

 

"되겠냐! 그보다 이젠 대놓고 얘기하네!?"

 

"그럼,"

 

"물론 나의 베드도 나누지 않을 거다."

 

"고릴라 옆은 나도 싫어!"

 

 

베― 오소마츠가 혀를 내밀었다. 카라마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초등학교 6학년 수준의 멘탈로 중무장한 겉모습으로부터 속내를 끌어내는 건 늘 힘들었다.

 

 

"히야아―! 그나저나 역시 카라마츠랑 쵸로마츠에게는 숨길 수가 없구만! 그저 도구 또는 수단이라고밖에 핑계를 댈 수 없다는 게 조금 슬펐는데 말이지? 너희한테라도 솔직히 말할 수 있어서 나름 기쁘다고?"

 

"이치마츠도 대충 눈치는 채고 있는 것 같던데, 형의 고집이 단순히 호기심 뿐만은 아닌 것 같다는 거."

 

"토도마츠는 이상한 승부욕에 사로잡혀 그거에 충실한 상태라 눈치챌 틈이 없는 것 같더군. 쥬시마츠는… 귀여우니까 괜찮다."

 

"뭐야 그 논리?"

 

"그래서, 형님의 진심은?"

 

"별 건 없어. 한눈에 반했다, 랄까나―?"

 

"별 거 없는 게 아니잖아!"

 

 

쵸로마츠가 주먹을 들어올리자, 카라마츠가 삐질삐질 땀을 흘리며 그를 달랬다. 그래도 보스다, 때릴거야, 형님이다, 때리겠어, 오고 가는 정다운 동생들의 대화를 들으며 오소마츠는 해실해실 웃었다.

 

 

"그럴게, 그 애는 총에 맞고서도 왜인지 나를 구하러 막혀있는 지하까지 뚫고 내려왔다고? 뿐만 아니라 카라마츠도, 쵸로마츠도 구했지. 우리가 타격범위를 벗어날 때까지 기다리다 공격했고, 덕분에 쥬시마츠와 토도마츠도 목숨을 구했잖~ 우리를 구한 건 마츠노 조직을 구한 거나 마찬가지라고! 충분히 보상을 해줘야 인지상정 아니야?"

 

"반대로 우리의 계획이 어긋났고, 애초에 죽을 뻔한 건 그 여자의 계획에 우리가 휘말렸기 때문이잖아! 그리고 보상으로 우리가 지금 그 여자한테 하고 있는 건 감금이라고?!"

 

"곧 장남의 피앙-세가 될 테니까 괜찮아!"

 

"그게 더 곤욕이라고 생각한다만…?"

 

"목소리를 들은 것도 나 뿐이야."

 

"그건 또 무슨 상관인데?"

 

"그리고 결정적으로! 예뻐!"

 

"그냥 죽어라 너."

 

 

하아―. 쵸로마츠가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카라마츠 역시 걱정스러운 눈인 건 같았다. 오소마츠는 사랑하는 형제이자 믿음직한 동료의 걱정을 이해했다. 뭐, 그렇다고 돌릴 마음은 아니지만.

 

 

"내 욕심 때문에 쥬시마츠를 끌어들인 건 미안하지만, 아까 했던 이야기들은 첫번째의 이유가 아닐 뿐이지 그 아이를 충분히 데려올 이유가 돼."

 

"확실한 건지도 모르잖아. 데려왔는데 아니면? 또는 우리한테 협조하지 않으면?"

 

"아니면, 않으면 그건 그거대로 좋은 거지. 핑계없이 평범하게 내 옆에 두면 되니까."

 

"우와, 진심이냐…. 평범하지 않은 마피아 사이에 평범한 사람을 둘 수는 없어."

 

"살아있는 지도라던가, 타겟이 될 정체성이 없어지는 것 뿐이지, 마찬가지로 조직에 몸을 담고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평범하진 않잖아?"

 

"오소마츠. 네 진심은 이해하지만 혹시 모를 리스크는 미리 대비해야 한다."

 

 

카라마츠가 넌지시 제 의견을 전달했다. 오소마츠는 당연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마. 그 혹시 모를 리스크가 일어날 리가 없도록 만들테니까. 형아 믿지?"

 

 

오소마츠의 자신감은 빛났다. 순전한 사랑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소유욕과 욕심, 독점욕과 욕망, 호기심과 흥미 그 많은 것들이 미묘하게 섞인 어떠한 형태의 감정이겠지만 그것은 반짝거렸고, 오소마츠는 단 한 번도 이성을 향해 그런 마음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쵸로마츠와 카라마츠는 서로의 눈을 바라보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한숨을 쉬었다. 무슨 말을 해도 저 자신만만한 대장은 듣지 않을 것이고, 본인들은 결국 수긍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럴게, 그가 저렇게 빛날 때는 결과도 그만큼 빛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그래서 믿게 될 뿐이지만.

 

다시 자신을 향하는 시선이 달라진 것을 느끼고 오소마츠는 웃었다. 신뢰라는 것은 이렇게나 중독적이고 듬직한 것이라서, 그는 가슴이 따뜻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오소마츠는 이 기분이 좋았다.

 

 

"그럼 린도 메이에 대한 모든 걸 공유해."

 

"에?"

 

"이치마츠는 그 여자를 치료하고 담당했던 닥터니까 우리가 모르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고, 형님 역시 그것을 모를 리가 없다. 첫눈에 반했다면서?"

 

"우와, 카라마츠 꽤나 로맨틱하네? 그런 정리가 가능하고?"

 

"사랑이 없는 남자는 심장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지. 훗."

 

"쿠소같은 말 그만해, 이치마츠 불러오기 전에."

 

"에…."

 

"성적으로 유린당한 것 같아, 그 애."

 

"…뭐, 마피아의 장난감이란 대목에서 대충 예상은 했어."

 

"그릴 수 없는 그림은 아니지. 치료를 할 때 타이즈를 벗겼는데 다리 쪽에 흉터가 많더라고. 데카판이 분석한 상처들은 대부분 촛농이나 담뱃불, 담뱃재같은 거였고 엉덩이는 피부가 너덜너덜해져있었어. 이치마츠 말로는 지속적으로 압박을 가했을 때 생기는 상처나 흉이 새 피부로 재생되기도 전에 같은 압력을 받아서 그렇다고 했어."

 

"왜 직접 봤다는 식으로 말하는 거야?"

 

"벗기고 씻기고 입힌 게 나니까?"

 

"…하?"

 

"하지만 그럴게, 아무리 의사라도 이치마츠도 남자잖아?"

 

"넌 남자 아니냐!"

 

"정확한 건 모르겠지만 아침마다 이불을 들춰보는 건 그걸로 인한 행동 아닌가 싶어. 으음―.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화가 나네. 이게 사랑?!"

 

"나 그런 건 안 듣고 싶으니까 말하지마, 랄까 그거 더 위험한 거라고!"

 

"쵸로마츠, 나처럼 생각하기를 포기해라. 훨씬 편하군."

 

"근데 듣다 보니까 생각난 건데, 그럼 그 여자, 위험한 상태 아닌가?"

 

 

쵸로마츠의 말에 카라마츠와 오소마츠가 멈추었다. 에, 설마, 이렇게 무신경하다고? 쵸로마츠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오소마츠를 바라보았다. 카라마츠도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오소마츠는 입꼬리를 비틀어올렸다. 비릿한 미소를 손으로 쓸었다.

 

아. 못마땅해한다. 알고는 있나보군. 쵸로마츠와 카라마츠는 그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걸 알았다.

 

 

"위험할 수밖에. 뭔가를 먹기만 하면 게워내니, 속이 멀쩡할 리도 없고. 멀쩡할 리 없는 속에 늘 수면제를 넣으니 한계는 곧 올 거다."

 

 

카라마츠가 고개를 끄덕였다.

 

메이의 물에는 수면성분이 있었다. 메이가 그것을 먹고 잠들면 필요할 때 들어가 옷이나 생필품, 식량을 새로 채웠다. 벽에 옷을 걸어놓는 틈에 설치한 소형카메라로 메이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역할은 기계를 다루는 토도마츠의 역할이었다.

 

 

"그―러―니―까. 2주일이 지나면 실밥을 풀어야해. 오늘로서 8일 째니까 남은 약 일주일동안 어떻게든 그 아이를 영입할 거야. 다른 심한 곳은 없는지 자세한 검사도 해야하고, 그러려면 이 곳으로 데려와야해."

 

"쥬시마츠가 할 수 있을까."

 

"쥬시마츠니까."

 

"만약 모든 마피아의 정보를 알고 있는 게 맞다면 쥬시마츠에 대해서도 이미 알 가능성이 있어."

 

"아닐 수도 있지. 쥬시마츠의 힘은 우리 여섯 명말고는 아는 사람이 없다. 그것에 대해 알기 위해 접근하려는 놈들은 전혀 없었고. 애초에 알 수가 없으니 접근한다는 선택지도 없겠지만."

 

"근데 사실, 꼭 성공해야할 필요는 없는걸."

 

"왜?"

 

"거부한다고 데려오지 않을 게 아니니까?"

 

 

…그러니까 그게 더 위험한 거라니까? 쵸로마츠는 카라마츠의 조언대로 생각하기를 포기했다.

 

마피아란 원래 제멋대로이고, 본인이 생각하는 정의가 제 기준이다. 그들의 장남은 그랬고, 그들의 보스는 그랬다.

 

 

 

 

오소마츠의 방을 나와 쵸로마츠와 카라마츠는 복도를 걸었다.

 

 

"진심이군."

 

"진심이네, 조금 위험하지만."

 

"확실히. 평범한 사랑은 아니야."

 

"평범이 있을 리 없지, 이 곳에."

 

 

날카롭게 빛나는 눈이 둥글게 물드는 것을 똑똑히 지켜봤다.

 

쵸로마츠와 카라마츠는 각자의 침실로 흩어졌다.

 

걱정과 불안함으로 머릿속은 엉망이었지만, 밤은 찾아왔고 아침은 찾아올 것이다.

 

이치마츠는 의심을 확신으로 바꾼 채 잠들었고, 토도마츠는 미동도 없이 약에 취해 잠든 메이를 바라보다 잠들었다. 쥬시마츠는 토도마츠가 골라준 작은 옷을 만지작거리다 잠들었다.

 

혼자 자기엔 여백이 많은 침대의 한 켠에서 오소마츠는 제 옆의 빈자리를 손으로 쓸었다.

 

 

너희의 목적은 여기가 파괴되는 것이겠지, 그 목적은 이뤄질테니 얼른 살기 위해 빠져나가지 그래?

 

너희 나름대로의 계획을 망친 건 미안,

 

빨리 달리라고!

 

 

담담히 내뱉은 말이었지만 그는 분명 들었다. 미묘하게 흔들리는 목소리의 진동을, 감추려했지만 채 전부 숨겨지지 않은 다급함을. 물론 그 뒤에 덧붙인 욕지거리도 담백했지만.

 

아프지 않게 할테니. 오소마츠는 눈을 감았다.

 

이 곳으로 와줘. 테라스로 들어오는 달빛이 빈자리를 채웠으니, 의외로 외롭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