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おそ松さん 2F/[카라마츠 사랑받아라!] 잘 부탁해, 차남

[오소마츠상 소설(おそ松さん Novel )/카라마츠 사랑받아라] 잘 부탁해, 차남 5

※ 세계관과 원작을 포함해 충분히 다른 설정.

※ 어느 정도의 세계관 공유_파생마츠

※ Just Fiction.

 

# 오소마츠상소설

# 카라마츠

# 오소마츠

# 쵸로마츠

# 이치마츠

# 쥬시마츠

# 토도마츠

# 제이슨 이치마츠

# 카라마츠 사랑받아라!

# 카라마츠 총우케

 

 

잘 부탁해, 차남 5

 

 

 

 

"저기 말이야―? 말하기 곤란한 거라면 넘길 핑계라도 생각해오는 게 정상 아니야?"

 

"…아, 그게, 미안하다. 마, 마츠… 아니, 오소마츠 군이 저녁 먹으라고 불러준 것에 들떠버려서…"

 

"익!"

 

 

응? 무슨 소리지? 카라마츠가 이상한 소리를 낸 오소마츠를 힐끔 바라보았다. 화가 난 건지 붉어진 얼굴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오소마츠를 보고 시선을 피해버린 카라마츠는 또 어떤 말실수를 한 건지 제 입술을 꼭 깨물었다.

 

쵸로마츠와 토도마츠에게서 게슴츠레한 시선을 받으며 오소마츠가 더듬더듬 소리쳤다.

 

 

"뭐! 부른 게 아니라 노크한 것 뿐이잖아! 난 저녁 먹으러 오라는 말 한 마디도 하지 않았고! 계단에서 잠깐 본 건 못생겨서 본 것 뿐이니까!"

 

"모, 못생…"

 

"똑같은 얼굴이잖아."

 

"어쨌든 네놈! 이 몸한테 한 번 빚을 진 거라고! 언젠가 두 배, 세 배로 되돌려 받을 거니까!"

 

"사기꾼이네."

 

"바가지네."

 

"시끄러!"

 

"근데 쥬시마츠, 너 집에 어떻게 갔어? 수업 중이라 교실엔 다시 못 들어갔을텐데. 가방은 어떻게 챙겨나왔어?"

 

"에?"

 

"쥬시마츠 형 수업 도중에 내려갔잖아? 교실이 비어있었나? 체육이었어?"

 

"아, 그게,"

 

 

투둑 바닥으로 떨어진 젓가락이 데굴데굴 쥬시마츠의 발치로 굴러갔다. 쥬시마츠는 젓가락의 출발지를 바라보았다.

 

 

"아. 미안."

 

 

카라마츠가 어색하게 눈썹을 늘어뜨리며 웃었다. 쥬시마츠는 가만히 카라마츠를 응시하다 몸을 숙였다. 떨어진 젓가락을 집어들어 카라마츠에게 건넸다.

 

 

"고마워, 쥬시마츠 군."

 

 

아. 쥬시마츠는 웃어보이는 카라마츠를 보고 그것이 카라마츠의 배려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동시에, 갈등하는 자신에 또다시 카라마츠의 가슴에 생긴 상처를 알았다.

 

카라마츠를 바라보던 쵸로마츠가 넌지시 물었다.

 

 

"그래서, 그 얼굴은 무슨 일인데? 돌아올 때까진 없었던 것 같은데."

 

"…아, 이건, 그…,"

 

"뭐가 됐든 상관은 없는데, 그렇게 당하고 다닐 거면 신경 쓰이게 하진 말아줄래. 약해빠진 놈 따위 거슬릴 뿐이니까."

 

"…아아, 미, 미안…."

 

 

이치마츠의 말에 카라마츠는 꿀꺽 침을 삼켰다.

 

또 미움받아버렸다.

 

 

 

 

.

 

 

 

 

.

 

 

 

 

.

 

 

 

 

소리없이 문을 열고 닫은 쵸로마츠는 3층의 가장 안쪽에 위치한 방을 향해 걸었다. 가운데의 방문 앞에서 잠깐 발을 멈춘 쵸로마츠는 가만히 서있다가 스스로가 뭘 하는 건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저녁식사 후 시간이 한참 지났으니, 어쩌면 잠에 들었으려나.

 

오소마츠와 쵸로마츠의 방 가운데의 공간은 누군가의 방이었지만, 불과 사흘 전까지만 해도 그 누구의 체취도 묻어있지 않은 방이었다. 드나드는 사람이라고는 방을 정리하는 가정부와 그를 돕는 제이슨, 방에 물건을 갖다 채워넣는 마츠요 뿐이었다. 그마저도 잠깐씩 머물다 나가는 수준이었고, 대부분 창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있었다.

 

쵸로마츠가 들어가보고 싶다는 오소마츠의 손에 이끌려 마지못해 그 방에 끌려들어갔을 때, 그래서 그는 갓 햇살에 말린 이불냄새밖에 맡을 수 없었다. 그 냄새는 분명 포근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공허했다.

 

어릴 적에는 오소마츠와 제 방을 이 빈 방이 갈라놓는다며 어린 투정을 부린 적이 있었다. 그때는 자기중심적이고 앞뒤를 생각하지 못했을 때라, 그 말이 엄마에겐 아픔이고 아빠에겐 미련이라는 것도 몰랐다. 제 억지에 눈물을 흘리는 마츠요가 그저 단순히 제 투정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거라고만 생각해서 미안했던 마음은, 사실을 듣고 나서야 더 짙어졌다.

 

몸이 약해 도시보다는 공기가 좋은 산과 맞닿은 할머니가 살고있는 시골마을에서 지내는 것이 카라마츠에게 가장 나은 선택일 거라는 어른들의 사정이 있었다고. 기적의 여섯쌍둥이 중 단 한 명도 소중하지 않을리가 없는데, 고통과 시련을 감내하며 품었던 자식이 건강하지 못한 몸으로 떨어져나가야 한다는 결론에 아프지 않을 부모는 없겠지.

 

똑똑똑, 예의상 방문을 두드렸는데도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이 바보가 벌써 잠들었을 리가 없는데, 쵸로마츠는 어차피 예의상이었으니 다른 말 없이 벌컥 문을 열었다.

 

 

"으악, 놀래라! 왜 갑자기 들어오는 거!"

 

"노크했거든?"

 

"내가 혼자만의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발산하는 중이었으면 어쩔 뻔했어! 물론 난 시코스키처럼 위험을 무릅쓰고 하진 않지만."

 

"죽어!"

 

 

문을 닫고 들어온 쵸로마츠가 대충 손에 짚이는 물건을 홱 집어던지자 오소마츠가 호잇, 하고 그것을 한 손으로 잡아챘다.

 

 

"그래서 왜 왔어? 형아랑 같이 자고 싶어~?"

 

"악몽 꿀 일 있냐? 뭐하고 있었어?"

 

"그냥 뭐어―."

 

 

타박타박 걸어가 침대에 풀썩 걸터앉은 오소마츠가 천장을 향해 고개를 올렸다. 침대를 짚고 있던 손이 미끄러지고 상체가 풀썩 침대 위로 쓰러졌다.

 

 

"오소마츠 형. 아까 그 녀석을 왜 도와준 거야?"

 

"에? 딱히 도와준 건 아닌데?"

 

"엄마한테 대신 둘러대줬잖아."

 

"말했잖? 언젠가 두 배, 세 배로 돌려받을 거라고? 조금 보험을 들어놓은 것 뿐이랄까? 말하자면 킵, 같은 거려나―."

 

"쓰레기네."

 

 

뭘 새삼―, 오소마츠가 꾸물꾸물 몸을 꿈틀거리며 베개가 있는 위까지 기어올라갔다. 저 유충같은 오소마츠는 언제쯤 성충이 될까, 하는 생각을 하며 쵸로마츠는 문 옆 벽에 등을 기댔다.

 

 

"어떻게 생각해?"

 

"뭐가?"

 

"갑자기 얼굴을 다쳐온 거 말이야."

 

"아―, 뭐, 어디 귀여운 고양이라도 발견해서 따라갔다가 긁히기라도 한 건가, 하고?"

 

"…그따위 논리를 진심이라고 말하는 거야?"

 

"그따위라니! 이치마츠에게라면 충분히 현실성있는 가정이라고?"

 

"그 녀석은 이치마츠가 아니잖아. 왜 전부 알면서 모르는 척 해?"

 

"안다고 뭐가 달라지나?"

 

 

쵸로마츠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팔짱을 끼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 상식으로는 허용할 수 없는 것을 볼 때면, 쵸로마츠는 저런 표정을 짓는다. 오소마츠는 쵸로마츠를 향해 몸을 돌려눕고는 머리를 괴었다.

 

 

"그러니까 쵸로마츠는 지금, 소문의 중심에 선 그 녀석이, 우리에게 한 번씩 박살났던 녀석들의 타겟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는, 그런 류의 이야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거잖아?"

 

"응."

 

"그러니까―, 별로 생각하고 있는 거 없다고."

 

"…끌려갔을 거야. 한참이나 뒤떨어져서 왔으니까, 그 근방은 서로 연결된 골목들이 많으니까, 기습을 당한 걸 거야."

 

"그렇다기엔 뺨 한 대로 끝난 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몸도 약하다면서, 몇 명인진 모르지만 어떻게 도망쳤는데?"

 

"그건…"

 

"그 녀석이 감내해야하는 부분이잖아? 마츠노, 라는 건."

 

"…어째서 그런 결론이 나는 거야. 애초에 우리한테 다가오지 못하니까 그 녀석을 표적으로 삼은 거잖아."

 

"그럼 직접 얘기하던가."

 

"에?"

 

"본인으로부터가 아니면 나설 생각 없는걸."

 

 

응, 그래, 너는 네 상식선의 허용범위를 벗어나면 그렇게 맘대로 하라는 듯이 체념하지. 오소마츠는 눈살을 찌푸린 채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 문 손잡이를 잡는 쵸로마츠를 보며 씩 웃었다.

 

 

"어라? 쵸로쨩, 가게?"

 

"내일도 학교에 가야하니까."

 

"그 녀석에 대한 걸 이야기하려고 온 거야? 쵸로마츠, 그 녀석이 신경쓰여?"

 

"…까놓고 말해서, 신경쓰이지 않을 리가 없잖아. 평생을 못 보고 살았던 형제와 하루아침에 같이 지내게 되었는데. 엄마도 아빠도, 마치 지금껏 다섯 명이 아니라 여섯이서 살았던 것처럼 지내길 바라고 있어. 오소마츠 형은 아무렇지도 않아?"

 

"흐―음. 신경쓰인다, 인가―."

 

 

쵸로마츠는 손잡이를 쥔 손에 힘을 주지 않고 고개만 돌렸다.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것처럼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던 오소마츠는 평소처럼 가벼이 웃었다.

 

 

"난 별로 안 쓰인달까―."

 

 

거짓말. 쵸로마츠는 파트너의 빤히 보이는 거짓말을 흘겨보다 그 방을 나왔다. 달칵, 문이 닫히고 쵸로마츠는 한숨을 쉬었다. 별로 신경쓰이지 않는다고? 의미를 모르겠어,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쵸로마츠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방으로 돌아가는 길에 있는 또 하나의 방. 차남이라며 나타난 그 녀석의 방. 쵸로마츠는 또 그 방의 문 앞에 멈춰섰다.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고, 쵸로마츠는 자꾸 왜 발길이 이 곳에서 멈추는지 알 수 없었다. 스스로가 뭘 하는 건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다시 걸음을 재촉하려는데 대뜸 문이 열렸다.

 

이마와 부딪히기 전 쵸로마츠가 재빨리 뒤로 물러났고, 그 기척에 카라마츠는 고개를 돌리고 새파래졌다.

 

 

"아, 미, 미안하다! 당연히 아무도 없는 줄 알고…!"

 

"…아니, 괜찮으니까."

 

 

호들갑 떨지 말라는 쵸로마츠의 말에 소리를 낮추면서도 여전히 카라마츠가 안절부절해하자 쵸로마츠는 오소마츠 때문에 삼켰던 한숨을 다시 내쉬었다.

 

 

"이 새벽에 어딜 가는 거야?"

 

"목이 말라서 물을 좀 마시려고…. 그러는 초록 마츠노 군은 왜 여기…"

 

 

초록 마츠노 군? 쵸로마츠가 처음 들어보는 호칭에 눈썹을 움찔 떨었다. 카라마츠는 복도에서 마주친 쵸로마츠가 오소마츠의 방 쪽에서 오는 것이라는 걸 알아채고 스스로 뒷말을 얼버무렸다.

 

 

"별로. 가운데 방 때문에 다른 방에 오가는 게 멀어졌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뿐이야."

 

 

에. 카라마츠가 당황해하며 무심코 목소리를 흘렸을 때는 이미 쵸로마츠가 카라마츠를 스쳐지나 방으로 들어간 후였다. 멍하니 복도에 서있던 카라마츠는 고개를 돌려 닫힌 쵸로마츠의 방문을 바라보았다.

 

…내 방 때문에 오소마츠의 방을 가는 게 어려워졌다는 건가?

 

 

 

 

.

 

 

 

 

.

 

 

 

 

.

 

 

 

 

"쥬시마츠 형~ 어제 빌려줬던 내 썬크림 돌려줄래?"

 

 

일찍이 방을 나온 카라마츠는 조금 들떠있었다. 어제는 긴장한 탓에 속이 안 좋아 모두와 아침식사를 하지 못했지만, 오늘부터는 함께 아침식사를 할 수 있을 거란 생각 때문에 발걸음이 가벼웠다. 계단을 내려가던 카라마츠는 2층을 지나치다 토도마츠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열린 두 번째 방의 문가에 서있는 토도마츠가 보였다.

 

 

"아―잇! 잘 썼슴다! 톳티, 고마워 사요나라 홈-런!"

 

"고맙긴. 응, 근데 어제부터 비린내같은 게 나지 않아?"

 

"응! 바다 냄새!"

 

"이건 바다 냄새가 아니라 생선 냄새가 더 맞는 것 같아, 쥬시마츠 형. 엄마가 생선 요리 하나? 아으, 나는 비린내 정말 싫은데."

 

"톳-티는 생선은 잘 먹으면서 냄새는 싫어하네!"

 

"몸에 냄새라도 배면, 정말 최악이야! 여자아이들한테는 달콤하거나 시원한 향이 더 잘 먹힌다구."

 

"바다로 놀러가고 싶다!"

 

"정말 맥락이란 걸 모르네, 쥬시마츠 형은."

 

 

간혹 문 안에서 튀어나와 흔들리는 노란 옷소매가 쥬시마츠라는 것을 알았지만, 카라마츠는 반갑다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소리없이 빠르게 계단을 내려갔다.

 

헐레벌떡 주방으로 뛰어들어간 카라마츠는 막 그릇을 집는 마츠요를 불러세웠다.

 

 

"마미! 잠깐만!"

 

"응? 카라마츠? 일찍 왔구나? 아직 밥이 전부 안 됐는데."

 

"그, 있잖아, 마미? 내가 오늘 주번이라 학교에 일찍 가야해서 아침은 못 먹을 것 같다."

 

"어머, 그러니? 하지만 어제도 아침을 안 먹었잖니. 아침은 중요하니 먹는 습관을 들이지 않으면 안 돼. 그리고 카라마츠는 식사 후에 약도 먹어야 하잖니?"

 

"공복에 먹어도 되는 약이라 괜찮아. 그럼, 혹시 그것을 싸줄 수 있을까? 학교에서라도 먹을테니."

 

"좋은 생각이구나. 잠시만 기다리렴?"

 

 

마츠요는 후후 웃으며 집었던 그릇을 밀어두었다. 마츠요가 보온병에 옮겨담는 죽을 보며 카라마츠는 몰래 한숨을 뱉었다.

 

 

"할머니의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한 건데, 맛이 괜찮을지 모르겠구나."

 

"할머니의 음식도 맛있지만 마미의 음식도 맛있으니 괜찮다! 마미의 음식은 할머니가 해준 것과 같은 맛이 나니까."

 

"엄마도 할머니의 음식을 참 좋아했단다. 사랑과 정성이 가득 느껴졌거든. 카라마츠가 생선죽을 가장 좋아한다기에 생각나서 해봤지."

 

"아아, 땡큐다제, 마미!"

 

 

환히 웃는 카라마츠에게 마츠요는 미소로 화답했다.

 

 

"저기, 마미."

 

"응? 왜 그러니, 카라마츠?"

 

"2층이 계단을 기준으로 방 순서가…"

 

"토도마츠, 쥬시마츠, 이치마츠란다. 너희의 층은 알지?"

 

"아, 아아. 알지. 내 방을 기준으로 계단 쪽의 방이…"

 

"쵸로마츠의 방이란다. 다른 방은 오소마츠의 방이고."

 

"아아. …아직 이름을 못 외워서…."

 

"후후. 학교나 집에서는 주로 각자의 색깔이 있는 파카를 입고 있으니까 괜찮지만, 아무래도 똑같은 잠옷을 입는다거나 할 땐 헷갈리지? 이해한단다. 카라마츠는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걱정하지 마렴, 익숙해지면 누가 누군지 전부 구분할 수 있을 거야. 저래보여도 전부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단다?"

 

"아아…. 그렇겠지."

 

"그러고보니, 쵸로마츠가 아주 어릴 때 말이야? 엄마와 아빠에게 카라마츠의 방을 없애달라고 한 적이 있었단다."

 

"에?"

 

"어린 아이였으니까. 오소마츠의 방과 자기 방 사이에 주인이 없는 방이 있어서 거리가 멀어진다고 생각한 모양이야. 하지만 난 그럴 수가 없었어. 그땐 어쩔 수 없었지만, 꼭 카라마츠를 다시 데려오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

 

 

죽이 담긴 보온병을 카라마츠에게 건네며 마츠요가 그 머리를 쓰다듬었다. 인자한 미소를 눈에 담아내는데 괜히 코가 시큰거렸다.

 

 

"그래서 조금 슬퍼하고 있었는데, 착한 쵸로마츠가 다시 와서 그랬단다. 그 방을 계속 남겨줬으면 좋겠어, 라고. 왜 생각이 바뀌었냐고 물었을 때 돌아온 대답이 뭔지 아니?"

 

"뭔가?"

 

"언젠가 돌아올 또다른 형의 공간을 남겨놓아야 하니까, 라고 말했어."

 

 

카라마츠의 눈에 물이 고이는 것을 보면서 마츠요가 카라마츠의 어깨를 두드렸다.

 

 

"늦어서 미안하구나, 카라마츠. 많이 외로웠지?"

 

"…윽, 나는…,"

 

"어색한 것 투성이에 형제들은 아직 조금 어렵겠지만, 카라마츠는 좋은 아이니까 곧 전부 제자리로 돌아갈 거야."

 

"…응, 응. 응, 알았다제, 마미."

 

"오늘도 힘내렴. 학교 잘 다녀오고?"

 

 

마츠요의 품에서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고 카라마츠는 크게 미소지었다. 다녀오겠다제―! 당찬 인사에 손을 흔들어주는 마츠요를 뒤로 하고 주방을 나온 카라마츠는 계단을 지나가다 내려오던 이치마츠와 팍 부딪혔다.

 

윽. 이치마츠가 휘청거리고 카라마츠가 뒤로 넘어졌다. 이치마츠의 미간이 와락 구겨졌다.

 

 

"미안하다! 괜찮은…"

 

"건들지마."

 

"아, 미, 미안."

 

 

벌떡 일어선 카라마츠가 이치마츠에게 뻗은 손이 탁 내쳐져 허공에 붕 떴다. 어버버 입을 뻐끔거리던 카라마츠는 아차, 하고 덧붙였다.

 

 

"아! 좋은 아침이다!"

 

"아침부터 널 마주쳐서 좋지 않아."

 

"그, 그렇군. 마주쳐서 미안하다."

 

"…칫. 지껄일 수 있는 말이라곤 미안하단 말 뿐이냐? 한심한 새끼."

 

 

마주친 건 누구의 탓도 아니다. 그럼에도 바보같이 미안하다, 하고 말해오는 미련하리만치 선함이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이치마츠는 이를 드러내고 욕을 내뱉었다.

 

움찔 뒷걸음질을 치던 카라마츠는 이내 입을 꾹 다물고 해실 웃었다.

 

 

"하지만 난 아침부터 보라 마츠노 군을 마주쳐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뭐야?"

 

"보라 마츠노 군에게 직접 말을 걸 기회가 생겼으니까."

 

"존나 짜증나."

 

"에…."

 

 

가늘게 뜬 눈으로 노려보는 이치마츠에게 몸을 움츠리던 카라마츠는, 먼저 가겠다, 라는 말을 남긴 채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다. 문이 열고 닫히는 것까지 본 이치마츠는 흥, 하고 고개를 돌리고 발을 뗐다. 우직, 하는 소리와 함께 발 밑에 무언가 밟혔다.

 

발을 들고 밟힌 것을 들었다. 조그맣고 투명한 종이봉지 안에 으깨진 가루들 사이 작은 알약 몇 개가 들어있었다. 잠깐 고개를 돌려 문을 바라보던 이치마츠는 왁자지껄 위에서 내려오는 목소리에 위를 올려다보았다.

 

 

"어라? 이치마츠 형 벌써 내려와 있었어?"

 

"응."

 

"빠르네―. 랄까 그건 뭐야?"

 

"쓰레기."

 

"쓰레기를 왜 주머니에 넣어?"

 

"이치마츠 형―아의 주머니는 쓰레기통이야―?"

 

"내 존재 자체가 쓰레기니까."

 

"아침부터 어둡네―."

 

 

힛, 입꼬리를 비틀어올려 웃은 이치마츠는 주머니 속 내용물을 바스락바스락 만지작거리면서 형제들의 뒤를 따랐다.

 

테이블에 올려진 다섯 명 분의 식사에 토도마츠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엄마. 오늘도 다섯 명 것 뿐이네?"

 

"아, 카라마츠는 오늘 주번이라 일찍 학교로 갔단다. 열심히네, 전학 온 다음날부터 주번이라니."

 

 

후후, 마츠요는 웃으며, 맛있게 먹고 학교 잘 다녀오렴? 말을 남긴 채 주방을 빠져나갔다. 가만히 자리에 서있던 형제들은 하나 둘 자리에 앉으며 하나같이 오소마츠를 바라보았다.

 

 

"오소마츠 형. 오늘 형네 반 주번 그 녀석이야?"

 

 

쵸로마츠가 묻자, 오소마츠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없이 젓가락을 들었다. 잘 먹겠습니다, 대답 대신의 식사를 시작하는 목소리였지만 형제들은 그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