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おそ松さん 2F/[카라마츠 사랑받아라!] 잘 부탁해, 차남

[오소마츠상 소설(おそ松さん Novel )/카라마츠 사랑받아라] 잘 부탁해, 차남 3

※ 세계관과 원작을 포함해 충분히 다른 설정.

※ 어느 정도의 세계관 공유_파생마츠

※ Just Fiction.

 

# 오소마츠상소설

# 카라마츠

# 오소마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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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치마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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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도마츠

# 제이슨 이치마츠

# 카라마츠 사랑받아라!

# 카라마츠 총우케

 

 

잘 부탁해, 차남 3

 

 

 

 

낯선 가쿠란을 입고 거울에 제 모습을 비추어보던 카라마츠는 후―! 하고 한숨을 쉬었다.

 

오늘은 첫날. 새로 시작하는 첫날이다.

 

첫날이라는 기대로 설렌다기보다는 어쩐지 심장이 조여오는 것 같았지만 카라마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문을 열었다. 비슷한 타이밍에 1층의 뒷문을 통해 정원으로 나가는 제이슨이 보여서 카라마츠는 후다닥 계단을 뛰어내려갔다.

 

 

"제이슨―!"

 

"아, 좋은 아침입니다."

 

 

손을 방방 흔들며 뛰어오는 카라마츠가 보이자 제이슨이 인사했다. 제이슨의 앞에 멈춰서서 뚫어져라 바라보는 그 눈동자가 퍽 초롱초롱거려서 제이슨은 그제야 카라마츠가 원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이거였군, 제이슨은 가면 안에서 피식 웃었다.

 

 

"잘 어울리네요."

 

"지, 진짜인가!"

 

 

환해지는 얼굴로 물어오는 카라마츠를 보며 제이슨이 고개를 끄덕였다. 카라마츠가 세라비―! 하고 외쳤다.

 

 

"떨립니까?"

 

"아아, 조금? 하지만 괜찮아! 분명 좋은 사람들을 만날 거다!"

 

"어떻게 확신합니까?"

 

"그야 오자마자 제이슨처럼 좋은 사람을 만났으니까? 난 운이 좋다제―!"

 

 

윽, 눈부신 웃음에 가슴을 붙잡으려던 제이슨은 그 순간 끼익 열린 문을 바라보았다. 카라마츠 역시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렸다.

 

다섯 개의 얼굴. 가쿠란 속 형형색색의 파카. 같은 사람들을 발견한 제이슨은 카라마츠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여전히 밝은 웃음으로 머리 옆으로 손을 번쩍 들어보이는 행동이 슬로우모션처럼 보였다.

 

조금 전의 눈부신 웃음이 어떻게 변할지 짐작되어버려서, 제이슨은 저도 모르게 그런 카라마츠를 말리려 입을 열었다. 이대로 목소리가 나가면 어떠려나, 그런 생각도 하지 못하고 뱉어지려던 말은 결국 카라마츠의 말에 선수를 빼앗기고 말았다.

 

 

"좋은 아침이다―!"

 

 

제이슨은 그 순간 생각했다. 이런 바보가, 저 녀석들은 널 받아들이지 않잖아! 어제 그런 말을 듣고도 모르는 거냐고!

 

형제들이 어떤 표정으로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순식간에 경직된 카라마츠의 얼굴만으로 충분히 설명이 됐으니까. 그럼에도 고개를 돌린 제이슨은 형제들을 살폈다.

 

그것은 반갑게 아침인사를 건네는 형제를 바라보는 눈이 아니었다. 관심없는 것을 바라보는, 또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을 경계하는, 또는 어쩌면, 질린다는 듯이 적대하는, 등등의 눈빛. 그 가운데 쥬시마츠만이 누그러진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고 있었지만, 제이슨은 해맑게 다짐하던 어제의 쥬시마츠에게 있어서 아직은 카라마츠보다 평생을 함께 한 형제들이 우선적이라는 것을 알았다.

 

카라마츠를 훑어보던 형제들은 다시 고개를 돌리고 걸음을 옮겼다. 그 누구도 카라마츠에게 함께 가자던가, 학교에 가자던가 말하지 않았다. 멀어지는 형제들의 뒷모습만을 가만히 바라보던 카라마츠를, 제이슨이 툭 건드렸다.

 

 

"…지각할 겁니다."

 

"…아, 아아, 그렇지, 그렇군. 첫날부터 지각하면 안되지!"

 

 

퍼뜩 정신을 차리고 어색하게 웃어보이는 카라마츠를 보고 제이슨은 시선을 떨구었다. 눈부셨던 것이, 탁해졌다.

 

 

"그럼, 다녀오겠…"

 

 

카라마츠는 앞으로 나아가려다 끼긱 멈춰섰다. 팔을 붙잡은 손길이 느껴졌다.

 

 

"제, 제이슨?"

 

"오늘의 처음은 내일이 될 수도 있고, 그 다음이 되어도 괜찮습니다."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 라고 말하려던 제이슨은 황급히 입을 닫아 말을 막았다. 무리하지 말라고? 뭘? 카라마츠의 앞날을 지레 짐작하고 내뱉으려던 말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 알았다. 하지만, 하지만.

 

제이슨은 마츠노 가의 쌍둥이 형제들을 잘 알았다. 가쿠란에 묻어오는 담배냄새를 잘 알았고, 가쿠란의 어두운 검은색에 숨겨 묻혀오는 피를 잘 알았다. 그러니 언제나 당당한 그들의 학교생활 역시도 잘 알았다. 그래서 함부로 생각했던 거다.

 

상냥하고, 여린 이 녀석은, 상냥하고, 여리기 때문에 버티지 못할 거라고.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카라마츠는 제이슨이 자신에 대한 형제들의 태도를 보고 걱정한다 생각하고 그저 웃었다.

 

 

"괜찮아. 모두는 아직 내가 낯설어서 그러는 거다. 그러니 최대한 빨리, 모두와 같은 공간에 섞여들고 싶어. 진짜 가족처럼, 형제처럼."

 

"……."

 

"그러니 제이슨! 내가 돌아오면 날 반갑게 맞이해주길 바래! 친구처럼!"

 

 

해실 웃어보이는 웃음은, 어째서일까, 아까처럼 눈부시지 않았다. 하지만 제이슨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녀와, 카라마츠 도련님."

 

"아아! 다녀오지!"

 

 

성큼성큼 시원하게 내뻗는 발의 발자국에, 사실은 두려움이나 미련같은 것들이 녹아있는 건 아닐까 제이슨은 한참을 그렇게 카라마츠를 바라보았다.

 

반갑게 맞이해달라고 했으니, 그럴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상처난 뺨을 가리며 돌아오면, 반갑게 어서와, 라고 말해줄 수 있을 리가 없는데.

 

 

 

 

.

 

 

 

 

.

 

 

 

 

.

 

 

 

 

"마츠노 카라마츠다!"

 

 

카라마츠는 등장부터가 태풍의 눈이었다. 당연했다. 학교에선 여러 의미로 유명인사였던 마츠노 다섯쌍둥이와 똑같이 생긴 얼굴, 똑같은 성.

 

잠깐의 소개가 끝나고 곧바로 수업이 시작되었다. 카라마츠를 향한 호기심어린 시선들은 많았지만, 수업이 끝남과 동시에 카라마츠가 교사의 부름으로 인해 교무실로 가버리자 그 화살들은 같은 반의 마츠노 다섯쌍둥이의 장남, 오소마츠를 향했다.

 

누구야? 형제인 거야? 가족이야? 출생의 비밀이야? 알고 있었어? 형이야? 동생이야? 그럼 넌 몇 번째야? 다른 녀석들은 어떻게 되는 거야? 저 녀석은 몇 번째야? 속사포로 쏟아지는 질문에 점점 짜증이 일었다.

 

 

"아―아! 나도 몰라! 물어보지마, 나한테 저 녀석에 대한 질문 일체 금지니까―!?"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오소마츠는 쿵쾅쿵쾅 신경질을 내며 교실을 빠져나갔고, 다음 수업이 시작될 때까지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 회피가 카라마츠에게 있어선 독이 되고, 오소마츠가 붙인 불이라는 것은 아무도 몰랐다.

 

 

 

 

"그래서 여기서 땡땡이를 치고 있는 거라고?"

 

"애초에 말이야―! 그 녀석에 대한 걸 왜 나한테 묻는 거냐고! 직접 물어보던가, 바보들이! 랄까 톳티 너도 마찬가지잖냐!"

 

"그러고보니 오늘 아침도 안 먹었지? 그 녀석."

 

"먹던가 말던가, 별로 상관없잖아. 그런 녀석따위."

 

 

쵸로마츠를 제외한 모두가 옥상에 모여있었다. 아마 쵸로마츠가 알면 또 잔소리를 한 바가지는 퍼부을 테지만, 오소마츠를 비롯한 모두는 그래도 교실로 돌아갈 마음이 없었다.

 

이치마츠도, 쥬시마츠도, 토도마츠도, 투덜거리는 오소마츠와 다른 상황은 아니었다. 몇 반인지는 몰랐지만, 교무실에서 수업을 준비하던 때부터 이미 학교에는 카라마츠에 대한 이야기가 퍼져있는 상태였고 그것은 다른 반의 형제들에게도 향했다.

 

이치마츠는 일찌감치, 그 녀석에 대한 걸 물어보면 즉살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고 같은 반이었던 토도마츠가 전했다. 그러는 토도마츠는, 오래 전 헤어졌던 형제와의 갑작스러운 재회라며 소설처럼 포장하느라 진땀을 뺐다고 털어놓았다. 쥬시마츠는 그저 초점을 엇맞추며 웃음으로 질문을 넘겼다고 했다.

 

 

"아―. 당분간 시끄럽겠네―. 귀찮아."

 

"톳티는 관심받는 거 좋아하잖아."

 

"주인공이 내가 아니라면 필요없는걸."

 

"우―와, 드라이 몬스터."

 

"있잖아."

 

 

쥬시마츠의 말에 오소마츠와 토도마츠, 이치마츠는 고개를 돌렸다. 깜박거리는 눈동자로부터 뻗어나온 시선은 저 앞의 바닥 어딘가를 기어가고 있었다.

 

 

"배가 아파."

 

"에? 쥬시마츠 형, 배 아파?"

 

"응, 배가 아파!"

 

"쥬시마츠는 늘 아침을 허겁지겁 먹으니까. 체한 건가?"

 

"쥬시마츠가 그렇게 먹는 게 하루이틀도 아니고. 랄까 아프면 아픈 표정을 지어라고!"

 

"이렇게―?"

 

"푸학! 아니, 그건 그냥 안면근육이 고장난 얼굴이니까!"

 

"쥬시마츠. 양호실 갈래?"

 

"아니! 집에 갈래!"

 

"에? 지금?"

 

"마츠요한테 걸려도 모른다고?"

 

"제이슨한테 도움받아서 몰래 들어가면 돼!"

 

"점심은?"

 

"어차피 배가 아프다면 못 먹을 거잖아?"

 

"응―! 이대로 집에 갈래!"

 

 

어쩔 수 없다는 듯 웃는 형제들을 따라 배시시 웃었다.

 

아직 자신이 없는 쥬시마츠로서는 작전을 세우는 것이 최선이었다.

 

 

 

 

.

 

 

 

 

.

 

 

 

 

.

 

 

 

 

「 점심 도시락 체육 창고 」

 

 

그렇게만 적혀 있는 쪽지였다.

 

오전 내내 학생들에게 시달리던 카라마츠는 조금 고된 정신을 부여잡고 길을 물어물어 건물 뒷편의 체육창고로 향했다. 어차피 잠겨있을 텐데 뭐하러 가냐는 학생들의 말에도 대충 웃어주고 서둘러 향한 체육창고는, 잠겨있을 거란 말과 달리 문이 빼꼼 열려있었다.

 

카라마츠는 그 쪽지를 주고 간 것이 누구인지 알았지만, 반가운 마음 반과 불안한 마음 반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왜 도시락을 가지고 오라고 하는 거지? 혹시 나와 함께 점심을 먹고 싶다는 건가? 그렇게 기대하는 마음이 점점 기울어질 때면, 또 어디선가, 그럴리가, 날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는걸, 하고 자신이 가진 다른 목소리 하나가 기대의 줄기를 싹둑 잘라버렸다.

 

부딪히지 않으면 알 수가 없지. 카라마츠는 반쯤 열린 문의 손잡이를 잡았다. 기익 문이 열렸다.

 

 

"시, 실례합니다."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는 그 안을 도시락을 가슴에 꼭 품고 한 발자국씩 내딛었다.

 

쾅 ― !

 

 

"흐이익!"

 

 

갑작스레 닫힌 문소리에 어깨를 움츠리며 화들짝 놀란 카라마츠는 크게 놀람에 따라 욱신거려오는 가슴을 꾹 누르며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등―장!"

 

"우와아―악!"

 

 

불쑥 얼굴이 튀어나오고, 카라마츠는 휘휘 팔을 휘두르다 털썩 뒤로 넘어졌다. 공중으로 붕 뜬 도시락통을 잽싸게 잡아챈 눈 앞의 남자가 멋쩍게 웃으며 고개를 갸웃거리자, 카라마츠는 자신이 짐작했던 이름을 불렀다.

 

 

"마, 마츠노 군?!"

 

"헤―, 그렇게 놀랄 줄은 몰랐어! 뭔가 미안해?"

 

 

손이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길게 늘어난 소매로 머리를 긁적이던 쥬시마츠는 카라마츠의 팔을 끌어당겨 몸을 일으켜주고 탁탁 엉덩이를 털어주었다.

 

 

"여, 역시 그 쪽지를 주고 간 건 마츠노 군이 맞았던 건가."

 

"에? 내가 준 거란 걸 어떻게 알고 있어?"

 

"그럴게, 쪽지를 전해준 아이가 노란 옷을 입은 마츠노 군이 주고 갔다고 얘기해줬으니까…."

 

"앗! 먼저 들켜버렸구만요!"

 

 

헤헤 웃는 쥬시마츠를 바라보다 카라마츠는 두리번두리번 주변을 살폈다. 창밖에서 들어오는 햇살 덕분에 그리 어두컴컴하진 않았다. 쥬시마츠는 카라마츠를 데리고 뜀틀 뒤에 펼쳐진 매트로 향했다.

 

 

"앉아앉아!"

 

"에, 뭐, 뭐하려고,"

 

"응? 점심시간이잖아? 점심 먹어야지! 나 배고파―!"

 

"…아?"

 

 

여기에서…? 카라마츠는 정말로 쥬시마츠가 한 켠에서 도시락을 꺼내자 당황했다. 쥬시마츠가 도시락 뚜껑을 열려던 때에도 카라마츠의 손은 도시락통 위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기에 쥬시마츠는 카라마츠를 바라보았다.

 

 

"배 안 고파아―?"

 

"아? 아, 아니, 배는 고픈데…"

 

"나 말이야? 체육 선생님이랑 친해! 체육을 엄―청 좋아하거든! 그래서 가끔 야구라도 하겠다고 하면, 체육 선생님이 창고 열쇠를 줘! 그래서 체육 수업이 없는 이 곳은 내 아지트나 마찬가지인 거야! 대단하지!"

 

"아, 아아…. 대단하군."

 

 

그게 내가 여기서 너와 밥을 먹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는 건가, 라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카라마츠는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제 도시락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쥬시마츠의 시선에 못이겨 천천히 도시락 뚜껑을 열었다.

 

카라마츠의 도시락 내용물을 확인한 쥬시마츠가 제 도시락과 카라마츠의 도시락을 번갈아 쳐다봤다. 내용물이 달랐다.

 

 

"와―앗! 어째서! 내 도시락에는 카라아게가 없어?!"

 

"아. 어제 마미가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고 물어보기에 카라아게라고 대답했더니 만들어준 것 같군. 감사인사를 하지 않으면."

 

"카라마츠 형―아는 카라아게를 좋아해?"

 

"아아.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지. 카라아게라면 100개도 먹을 수 있… 뭐?"

 

"그렇구나―! 100개도 먹을 수 있다니, 카라마츠 형―아의 위장은 튼튼하네―!"

 

 

하나 먹어도 됨까?! 쥬시마츠가 큰 목소리로 물었다. 하지만 카라마츠는 대답할 수 없었다. 솔직히, 그의 질문이 선명히 들리지도 않았다.

 

형? 형이라고? 지금 날 형이라고 부른 거야? 그렇게 불러준 거야? 카라마츠의 눈동자가 당황과 기쁨, 혼란과 걱정 등의 이채로 물들었다. 그 가지각색의 감정들을 지켜보며 쥬시마츠는 그저 해맑게 웃음지었다.

 

 

"잘 먹겠슴다―!"

 

 

냐암 입으로 쏙 들어가는 카라아게 한 조각을 보고 카라마츠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아앗, 먹으라고 하지 않았는데! 카라마츠가 울상을 짓자, 쥬시마츠는 씹기는 한 건지 곧바로 꿀꺽 입 안의 내용물을 삼켰다.

 

 

"카라마츠 형―아."

 

"…읏, 마츠노 군,"

 

"쥬시마츠! 나, 마츠노 쥬시마츠! 마츠노 군 싫어, 노란 마츠노 군도 싫어. 쥬시마츠라고 불러줘!"

 

"…그래도, 되는 건가…?"

 

"응! 당연하지! 나도 카라마츠 형―아를 카라마츠 형―아라고 부르는걸! 어라라, 카라마츠 형―아는 내가 카라마츠 형―아라고 부르는 거 싫어? 쥬시마츠, 라고 부르는 거 싫어?"

 

"…싫지 않아. 싫을 리가 없다."

 

"타핫―! 나도! 나도 카라마츠 형―아라고 부르는 거 좋아! 카라마츠 형―아가 쥬시마츠, 하고 불러주는 것도 좋아!"

 

 

그러니까 울지마, 쥬시마츠는 카라마츠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었다. 촉촉한 눈을 숨기기 위해 고개를 푹 숙이며 카라마츠는 기뻐, 기뻐, 중얼거렸다.

 

 

"나도 기쁘당께요―!"

 

"난, 모두가 날 싫어하는 줄 알았다…."

 

"…어제는 미안했어, 카라마츠 형―아. 다들 너무 말이 심했다고 생각해. …하지만, 하지만 말이야! 다들 카라마츠 형―아를 싫어하는 건 아닐 거야!"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군, 쥬시…마츠."

 

 

카라마츠가 머뭇거리며 제 이름을 불러주자, 쥬시마츠는 얼굴에 홍조까지 띄우며 환히 웃었다. 와아―이! 카라마츠 형―아가 처음으로 내 이름을 불러줬다! 카라마츠를 껴안고 몸을 이리저리 흔들어재끼는 쥬시마츠에게 휘둘리며 카라마츠도 생긋 웃었다.

 

 

"있지있지! 이제 내 이름 까먹으면 안 돼! 마츠노 쥬시마츠! 쥬시마츠, 내 이름은 쥬시마츠야!"

 

"아아, 알겠다, 쥬시마츠. 마츠노 쥬시마츠!"

 

"아하하―! 마츠노 쥬시마츠! 마츠노 카라마츠의 동생, 마츠노 쥬시마츠!"

 

 

쥬시마츠는 카라마츠의 두 손을 붙잡고 방방 휘둘렀다. 그러다 그 얼굴에 떠오른 쓴 미소에 조심히 손을 내려 힘을 주었다.

 

 

"원래 형제는 그렇게 불러야 한다고 오소마츠 형―아들이 그랬어. 그래서 토도마츠도 날 쥬시마츠 형, 이라고 불러줘. 그러니까 쵸로마츠 형―아들도 곧 카라마츠 형―아를 형―아라고 불러줄 거야."

 

"하하, 그러려나."

 

"응! 오소마츠 형―아들은 말한 건 꼭 지키는걸!"

 

"하지만 쥬시마츠. 그건 너희 형제들에 한한 거잖아."

 

"…에? 하지만 카라마츠 형―아도 우리의 형제인걸…."

 

 

내려가는 시선, 알싸한 웃음. 쥬시마츠는 카라마츠가 무엇을 떠올리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건 오소마츠 형―아들의 진심이 아닐 거야!"

 

"…어떻게 확신하지?"

 

"그야, …그야… 그거야…"

 

"쥬시마츠는 처음부터 내게 친절했지."

 

 

카라마츠가 쥬시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화악 붉어진 얼굴로 쥬시마츠가 카라마츠의 눈을 쳐다보았다. 굵은 눈썹 아래 오롯이 자신만을 담아내는 눈동자가 있었다.

 

 

"그 집의 정원은 아름다우니, 둘러보라고 얘기해줬잖아."

 

"…그건,"

 

"다른 이름으로 불러달라고 했던 것도, 사실은 이름으로 불러달라 말하고 싶었던 거였지? 알아듣지 못해서 미안하다."

 

"…카라마츠 형―아, 미안해."

 

"응? 브라더가 미안할 일이 아니라고?"

 

 

브라더…. 카라마츠의 말을 곱씹어보며 쥬시마츠는 헷 웃었다. 제 머리 위를 움직이는 손길에 기분이 좋았다. 이렇게 다정한데, 오소마츠 형처럼, 쵸로마츠 형처럼, 이치마츠 형처럼, 토도마츠처럼, 똑같이 사랑이 넘치는데. 형제가 아닐 리 없잖아.

 

 

"내가 정원을 구경하라고 해서, 카라마츠 형―아가 다쳤어. 미안해."

 

"으응―? 그게 무슨 소리지? 내가 팔을 다친 건 장미가시에 베여서지, 쥬시마츠 탓이 아니라고?"

 

"…으웅, 하지만…"

 

"쥬시마츠의 말대로였다. 그 정원은 정말 아름다웠고, 나는 쥬시마츠가 알려준 덕분에 그것을 알 수 있었어. 쥬시마츠 덕분에 제이슨과도 가까워졌다. 이건 전부 쥬시마츠 덕분이야. 고마워, 쥬시마츠."

 

 

카라마츠가 쥬시마츠의 밥 위로 카라아게 한 조각을 올려주었다. 형―아, 쥬시마츠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카라마츠를 바라보자, 울지 마라, 브라더―! 하고 카라마츠가 안주머니의 손수건을 꺼내 허둥지둥 쥬시마츠의 눈물을 닦아냈다.

 

 

"그런 생각으로 미안해하고 있었던 건가. 브라더는 착한 아이구나."

 

"…난 착하지 않아. …오소마츠 형―아들에게 카라마츠 형―아와 함께 점심을 먹겠다고 떳떳하게 말하지 못했는걸."

 

 

쥬시마츠의 눈을 문지르던 손이 문득 멈추었지만, 그것은 아주 찰나였기에 쥬시마츠는 눈치챌 수 없었다. 손수건을 다시 집어넣고 카라마츠는 자세를 고쳐앉았다.

 

 

"곤란하게 해서 미안하다, 쥬시마츠."

 

"카라마츠 형―아가 미안할 일이 아니야."

 

"아까까지만해도 난 수많은 학생들과 만났다. 모두가 내게 마츠노 가에 대해서 묻고, 말해줬어. 그때 빨간 마츠노 군에 대해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가 있어."

 

 

쥬시마츠는 눈을 비비다 카라마츠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빨간 마츠노 군은 형제들을 가장 좋아한다더군. 언제나 붙어있으려고 하고, 언제나 형제들의 이야기를 하고. 맞나?"

 

"응. 오소마츠 형―아는 우리를 좋아해. 우리도 오소마츠 형―아를 좋아해."

 

"그렇구나. 보기 좋아. 그것 말고도 많은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학교에선 마츠노 형제들 전부가 말썽쟁이라고 하지만, 결코 먼저 싸움을 걸지 않고, 평소에는 장난꾸러기처럼 성격이 좋아 친구들과도 어려움 없이 잘 지낸다고. 아, 싸움을 가장 잘 한다고도 들었다. 역시 장남이야, 남자답다, 라고 생각했어. 나는 몸이 약해 누군가를 지키려해도 짐만 될 뿐이니까."

 

 

조금 집어든 밥을 입에 밀어넣고 우물우물 씹으며 카라마츠가 말했다. 젓가락을 허공에 대고 한번 흔들 때마다 하나씩 나열되는 것들은 하나같이 친구들과 형제들이 생각하는 오소마츠에 대한 장점 뿐이라 쥬시마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초록색의 마츠노 군은 누구보다 형제를 잘 챙기고, 가장 상식적이라고들 하더군. 그래서 어쩌다 형제들이 폐라도 끼치게 되면 곧바로 진심을 다해 사과하고 수습해준다면서, 의젓하다고 했어. 체육수업의 달리기에서는 늘 1등이라더군. 정말 멋있다고 생각한다. 난 빨리 달리는 것을 못하거든."

 

"쵸로마츠 형―아는 발이 엄청나게 빨라!"

 

"보라색의 마츠노 군은 수학을 잘 한다던데. 늘 어두운 것처럼 보이지만, 어려운 문제에 대해 풀이를 들으려고 다가가면 귀찮아하면서도 이해할 때까지 잘 설명해준다고 했다. 식물이나 동물처럼 말 못하는 존재를 돌보는 것을 잘해서 사육장의 토끼나 학교건물의 뒤를 지나다니는 고양이에 대한 건 모두 보라색의 마츠노 군에게 물어본다고, 원예부라는 한 학생이 엄청 칭찬을 했다. 알고보면 상냥한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했어. 난 식물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동물이 귀엽긴 하지만 무엇을 원하고 말하고자 하는진 이해할 수가 없으니까."

 

"응! 이치마츠 형―아는 고양이를 가장 좋아해! 고양이처럼 변하기도 하고, 고양이의 눈만 봐도 그 아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전부 알 수 있어!"

 

"고양이처럼 변해…? 오, 그것 참 대단하군. 눈만 봐도 알 수 있다니. 분홍색의 마츠노 군은 모두에게 다정하다고 들었다. 특히 여자아이들 쪽에서 분홍색의 마츠노 군은 힘들 때 가장 의지가 되는 친구라는 말을 했어. 여자아이들이 갈 만한 곳이나, 분위기가 좋은 데이트코스나, 유행하는 옷과 화장품에 대해서 분홍색의 마츠노 군은 누구보다 잘 상담해주고 골라준다면서, 귀여운 오빠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하하, 성격이 정말 좋구나, 하고 생각했어. 여자아이들에게 이것저것 추천해줄 수 있을 정도의 센스라니, 난 가질 수도 없는 능력이니까."

 

"톳-티의 여자력은 굉장하지이―!"

 

"그리고 쥬시마츠, 너에 대해서는 모두 밝고 재밌는 친구라고 했다. 태양처럼 눈이 부셔서 네가 있는 곳은 어디든 밝아지고 유쾌해진다고.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쥬시마츠의 엉뚱한 행동을 보면 어느새 기분이 풀려버리고, 항상 짓고 있는 웃음을 보면 같이 웃게 된다고 했어. 나 역시도 너를 보고 그런 생각을 했다. 너의 태양같은 웃음은 밝아서, 보는 나까지 따뜻해지게 해줘."

 

 

자신을 앞에 두고 장점퍼레이드가 열릴 줄은 몰랐던지라, 쥬시마츠는 퐁 빨개진 얼굴을 가리며 몸을 배배 꼬았다. 부끄러워, 중얼거리는 말이 옷소매에 눌려나왔다.

 

 

"모두가 너희들을 두고 입을 모아 말했다. 서로를 정말 좋아하는 형제들이라고."

 

"아핫! 부끄럽슴다―!"

 

"그러니 쥬시마츠, 내일부턴 나와 점심을 먹어주지 않아도 괜찮다."

 

"에?"

 

"그렇게 좋아하는 형제에게 숨기면서까지 내게 와주지 않아도 돼. 다른 마츠노 군들이 알게 되면 분명 너에 대해 서운해할 거다."

 

"…카라마츠 형―아, 그거, 진심으로 하는 소리임까…?"

 

"아아, 물론이지."

 

 

무언가를 억누르거나 참는 얼굴이 아니었다. 카라마츠는 당연한 걸 말하고 있는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을 하고 있었기에, 쥬시마츠는 울상을 지어버렸다.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째서? 나와 함께 오소마츠 형―아들이랑 더 가까워질 수도 있잖아!"

 

"하지만 그렇게 해버리면 다른 마츠노 군들은 어쨌든 지금 너에게 서운해할 거다. 확실히, 다른 마츠노 군들은 날 좋아하지 않으니까. 자신들이 싫어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사람이 가까워지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어."

 

"…하지만, 나는 카라마츠 형―아와 함께 있고 싶어!"

 

"그렇지, 그럼 쥬시마츠. 내게 번호를 알려주겠는가?"

 

 

카라마츠는 가쿠란의 안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입을 검지손가락을 세워 쉿, 하고 막고서 카라마츠는 곤란하다는 듯 웃었다.

 

 

"초록 마츠노 군이 학생회라고 들었다. 스마트폰을 교내에서 사용하는 건 교칙위반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조작하는 게 너무 어려워서 말이야. 난 처음 써보는 것이기도 하고. 친구들에게 도움이라도 받을 수 있을까해서. 끌어들이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초록 마츠노 군에겐 비밀로 해줄 수 없을까?"

 

 

쥬시마츠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스마트폰을 가지고는 있지만 별로 관심이 없어 두고 다니는 때가 더 많은 쥬시마츠는 제 번호를 기억하고 카라마츠의 스마트폰 액정을 톡톡 두드렸다.

 

 

"그럼 우리 중에 내가 제일 먼저 카라마츠 형―아의 스마트폰에 저장된 거야―?"

 

"아아! 그렇게 되는군."

 

"와아―이! 영광이야! 카라마츠 형―아, 쥬시마츠! 쥬시마츠라고 저장해줘!"

 

"알았다."

 

"스마트폰은 톳-티가 정말 잘 알아! 다음에 톳티한테 이것저것 배우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그렇게 되면 참 좋겠군."

 

 

내가 그렇게 만들게! 쥬시마츠는 뒷말을 꿀떡 삼키고 카라마츠와 마주보며 해실 웃었다. 수업이 시작할 때가 되어 교실로 돌아가는 카라마츠에게 따로 볼 일이 있다 배웅한 쥬시마츠는 그 길로 집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