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おそ松さん 2F/[카라마츠 사랑받아라!] 잘 부탁해, 차남

[오소마츠상 소설(おそ松さん Novel )/카라마츠 사랑받아라] 잘 부탁해, 차남 4

※ 세계관과 원작을 포함해 충분히 다른 설정.

※ 어느 정도의 세계관 공유_파생마츠

※ Just Fiction.

 

# 오소마츠상소설

# 카라마츠

# 오소마츠

# 쵸로마츠

# 이치마츠

# 쥬시마츠

# 토도마츠

# 제이슨 이치마츠

# 카라마츠 사랑받아라!

# 카라마츠 총우케

 

 

잘 부탁해, 차남 4

 

 

 

 

싹둑싹둑 커다랗고 길쭉한 가위를 움직이던 제이슨은 제 사다리 아래에서 꿈틀꿈틀 기어들어오는 얼굴을 보고 황당하단 얼굴로 픽 웃었다. 다핫, 입이 커다랗게 웃었다.

 

 

"거기 그러고 있으면 입에 송충이 들어갈텐데."

 

"합! 송충이 맛없어!"

 

"거기냐고."

 

 

사다리를 내려온 제이슨은 쥬시마츠의 팔을 잡아 당겨 몸을 빼냈다. 등이 흙으로 뒤덮인 것을 탈탈 털어주며 제이슨은 넌지시 물었다.

 

 

"또 땡땡이야?"

 

"응!"

 

"당당하네. 사유는?"

 

"복통!"

 

"…네가 그 사유를 대도 선생들이 보내줄 리가 없잖아."

 

"그래서 그냥 나왔어!"

 

"똑똑하네."

 

"진짬까? 감사함다!"

 

 

어느 정도 흙이 털리자, 제이슨은 번쩍 사다리를 드는 쥬시마츠를 보고 웃으며 다른 나무를 향해 자리를 옮겼다.

 

 

"점심은?"

 

"카라마츠 형―아랑 먹었어!"

 

"진짜?"

 

"카라마츠 형―아가 쥬시마츠, 라고 불러줬어!"

 

"헤, 잘됐네, 쥬시마츠."

 

 

네녀석도, 잘됐네, 도련님. 전해지지 않을 축하의 말을 보관했다. 쥬시마츠는 얼굴을 붉힌 채 쑥스럽다며 웃었다. 하지만 사다리를 내려놓자 그 얼굴은 곧 어두워졌다.

 

 

"왜그래? 사다리 무거웠어?"

 

"…오소마츠 형―아들에게 거짓말했어."

 

"거짓말?"

 

"배가 아프니까, 집에 가겠다고. 점심도 안 먹겠다고."

 

"흐응, 그리고 그 녀석과 점심먹고 집에 온 거야?"

 

 

쥬시마츠는 말없이 입을 꾹 다문 채 고개를 끄덕였다. 제이슨은 더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쥬시마츠의 등을 톡톡 두드렸다.

 

처음 만나는 형. 그 존재를 부정하는 형제들 사이에서 홀로 그 사람을 받아들인 이 녀석은 역시 착하고 형제를 사랑하는 동생이자 형이었다. 당신도 나의 형제, 너희도 나의 형제, 그 가운데에서 눈치를 보는 쥬시마츠를 도울 방법같은 건 알지도 못했고, 자격도 없었다.

 

그래서 제이슨은 우울해하는 쥬시마츠가 학교를 빼먹었다는 것을 마츠요에게 들키지 않도록 숨겨주는 것밖에 할 수가 없었다.

 

 

 

 

.

 

 

 

 

.

 

 

 

 

.

 

 

 

 

왁자지껄한 하굣길의 교정을 빠져나와 터벅터벅 길을 걷던 네 명의 형제들은 저마다 심기가 불편해져있었다. 그것을 감출 생각도 않고 뚱한 표정을 짓고 있던 오소마츠는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대뜸 물었다.

 

 

"아직도 뒤에 있냐?"

 

 

토도마츠는 스마트폰을 들어 화면에 비친 제 머리를 정돈하는 척하며 뒤를 비췄다. 조금 숙인 얼굴로 앞장서가는 형제들을 힐긋힐긋 바라보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뒤따라오고 있는 카라마츠가 보였다.

 

 

"있네."

 

"아―. 젠장, 뭐하는 거냐고. 왜 따라오는데?"

 

"아니, 같은 집에 살고 있으니까."

 

"그럼 같이 걷던가, 왜 뒤에서 쫄래쫄래 눈치보면서 오는 건데? 이쪽은 오히려 불편하다고?"

 

"그 얼굴로 그런 말하면 당연히 안전거리 유지하지, 오소마츠 형."

 

 

험악하게 퉁명해진 얼굴로 오소마츠가 쳇, 혀를 찼다.

 

점심이 되고 도시락을 챙기기 위해 교실로 돌아간 오소마츠는 이미 비어있는 카라마츠의 자리를 보고 문득 지나가던 여학생에게 카라마츠가 어디로 갔는지 알고 있냐 물어보려던 제 모습을 알아챘다. 그걸 왜 물어봐? 난 하나도 안 궁금하잖아? 당혹스러움에 눈을 깜박이던 오소마츠는 뒤를 돌았다.

 

가는 길에 쵸로마츠를 만나 쥬시마츠에 대한 이야기를 했더니 예상만큼의 잔소리가 날아왔다. 출입금지의 옥상에서의 점심에 쉬지도 않고 태클을 걸던 쵸로마츠는 그러면서도 결국 옥상에 자리를 잡았다.

 

어째서인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그때는 카라마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 평소와 다름없는 실없는 대화와 한창 뜨거운 나이의 시모네타, 날카로운 태클과 능글맞은 방어, 간간이 섞여있는 몸개그. 분명히 일상이었지만, 가슴 속 어딘가가 가려웠다. 긁고 싶었지만, 손이 닿지 않아 괴로운. 그리고 그건 모두가 같았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오후가 되고 쵸로마츠의 성화에 못이겨 결국 수업에 참석한 오소마츠는 이미 한 번 카라마츠에 대한 것을 물어보지 말라 큰소리 친 전적이 있었고, 무엇보다 당사자가 있는데 굳이 오소마츠에게로 갈 이유가 없던 학생들로 카라마츠의 자리는 복작복작했다. 덕분인지 아침보다 한결 조용한 오후를 보낸 오소마츠와 달리, 여전히 질문공세에 시달린 토도마츠와 이치마츠, 쵸로마츠는 귀찮고 성가시다며 이를 갈았다.

 

 

"그런데 저 녀석 말이야, 점심은 누구랑 먹은 거야?"

 

"친구라도 생겼어? 오소마츠 형?"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같은 반이니까."

 

"톳티도 이치마츠와 같은 반이지만 이치마츠가 누구와 친하고 누구와 안 친한지는 다 모르잖아?"

 

"반대였으면 몰랐으려나, 싶지만 난 다르다구. 어둠마츠 형과 필요 이상으로 가까워지는 용감한 사람을 못 알아챌 리가 없으니까?"

 

"결론은 오소마츠 형이 관심이 없다는 거네."

 

"내가 왜 저 녀석한테 관심을 가져야되는데."

 

"몸이 약한 녀석이라고 엄마가 그랬잖아. 같은 집에 같은 학교에서 생활하면서 밥 먹는 걸 한 번도 못 본 건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직접 물어보면 되잖아?"

 

"응, 그러니까 오소마츠 형이 물어보라고."

 

"하아?! 내가 왜!"

 

"장남이잖아."

 

"장남이잖아."

 

"장남이잖아."

 

"이럴 때야말로 장남이라고 몰아붙이지 말라고 너희! 평소의 취급은 굉장하면서!"

 

"이럴 때마저 장남역할을 하지 않으면 그저 쓰레기니까."

 

"기회를 주는 거라고."

 

 

이 쓰레기 동생들이! 이익, 오소마츠는 자리에 멈춰서 부들부들 주먹을 쥐고 떨다 신경질적으로 팩 몸을 돌렸다.

 

 

"야! 너 점심은…! 어라?"

 

 

텅 빈 길에는 카라마츠가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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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왓!"

 

 

내던져지듯 밀쳐져 바닥으로 넘어진 카라마츠는 고개를 들쳐올렸다. 전혀 눈에 익지 않은 두 얼굴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얼굴에 걸려있는 미소의 의중을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분명 호의가 아닐 거라는 생각에 카라마츠는 팔을 타고 주륵 흘러내리는 가방끈을 단단히 어깨에 걸쳐멨다.

 

 

"무슨 볼일이냐."

 

"아니, 그냥 좀 확인하고 싶어서? 근데 진짜 그 녀석들이랑 똑같이 생겼네?"

 

"너 말이야, 진짜 마츠노? 진짜 그 녀석들의 형제야?"

 

 

카라마츠는 써봤자 거기서 거기라는 소중한 친구들의 말을 무시하며 최대한 머리를 굴렸다. 확인이라는 명목이었지만, 멀쩡히 길을 가던 사람의 입을 막고 좁은 골목으로 끌고가는 것부터가 정상적인 호기심과는 달랐다. 그리고 호기심은, 적의와도 달랐다.

 

 

"그게 너희와 무슨 상관이지?"

 

"어라라~ 이 녀석, 진짜로 다른 뭔가 있는 게 아니야? 마츠노 놈들의 형제라고 긍정하지 않잖아?"

 

"아침에 빨간 녀석이 이 녀석에 대한 걸 자신에게 묻지 말라고 짜증을 냈다고 했지?"

 

"점심도 따로 먹었다니까. 마츠노 녀석들은 옥상에 모이는데, 이 녀석은 혼자 체육창고로 들어갔어."

 

"푸핫! 그 먼지 잔뜩인 곳에서 혼자 밥 먹은 거야~? 불쌍해서 눈물이 다 나네!"

 

"아니야! 나는…!"

 

 

카라마츠는 무심코 쥬시마츠를 입에 올리려다 말을 멈추었다. 어째서 자신에게 이러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 녀석들은 형제들에게 호의적인 녀석들이 아닌 것 같고, 형제들에게 숨겨가면서까지 자신과 점심을 보내주었던 쥬시마츠의 이름을 거론하고 혹시라도 그 일이 형제들의 귀에라도 들어가게 되면 쥬시마츠가 곤란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는 뭐?"

 

"…비켜. 사과라면 안 받아도 괜찮으니, 집에 가겠다."

 

"사과? 야, 얘 지금 사과란다. 웃기는 새끼 아니야 이거."

 

"야. 누가 누구한테 사과를 해. 사과를 받아야되는 사람이 누군데."

 

"뭐?"

 

 

퍽 ― .

 

가까이 다가와 카라마츠 앞에 쭈그려앉은 남학생이 손을 휘두른 건 순식간의 일이었고,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곧바로 파악할 새도 없이 휘청거리는 몸을 땅을 짚어 반사적으로 지탱한 카라마츠는 눈을 깜박였다. 낄낄거리는 경박한 웃음소리 위로 톡, 작은 소리가 겹쳤다. 회색빛 시멘트 바닥에 동글게 떨어지는 핏방울은 카라마츠의 얼굴이 만들어낸 그림자 때문인지 새까매보였다.

 

아. 피다. 찢어진 건가. 상처가 나면 안 되는데. 내 상처는 빨리 아물지 않는데. 케이토가 다치지 말라고 했는데. 아픔을 인지하기 전에 맞았다는 느린 파악이 된 카라마츠는 가방끈을 다시 어깨 위로 고정시키고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왜 때리는 거지?"

 

"왜 때리냐고? 그야 네가 마츠노니까. 우리가 마츠노들에게 진 빚이 좀 있거든? 근데 마침 새로운 마츠노가 생겼네? 그럼 네가 대신 갚아야지."

 

"무슨 논리냐 그건."

 

"아니면 아니라고 하면 되잖아? 넌 마츠노가 아니라고, 그 녀석들의 형제가 아니라고 해. 그게 사실이라면."

 

"윽,"

 

"거봐. 어쨌든 너도 마츠노라는 거네~"

 

"그 녀석들은 말이야, 자기들이 한 잘못같은 건 생각하지도 않고, 인과응보로 자기의 형제들 중 누군가 당하고 있으면 어디선가 불쑥불쑥 나타나서 배로 날뛰는 녀석들이라고? 정말 징글징글하지."

 

"그러고보니 이 녀석, 아까 그 녀석들보다 한참이나 뒤떨어져서 가고 있었지? 따라오던 녀석이 사라졌는데도 아직까지 조용한 게 좀 이상하지 않아?"

 

"크큭, 어쩌면 안 찾고 있는 거 아니야? 확실히 이 녀석 형제들에게서 취급이 이상하잖아?"

 

"어이. 너 진짜 뭐냐? 어디 숨어있다가 이제야 나타난 거야? 같은 반인 빨간 녀석이랑도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밥도 따로 먹고. 너 혹시 왕따냐? 형제들 사이에서 동떨어져있는 녀석이야?"

 

"할 말은 다 끝났나."

 

"뭐야? 으악!"

 

 

퍽 ― .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카라마츠는 제 앞에 있던 남학생을 다른 남학생 쪽으로 당겨 밀었다. 우악스러운 힘에 놀랄 새도 없이 날아간 몸들이 한데 엉켜 벽에 부딪히고, 카라마츠는 재빨리 자리를 벗어났다.

 

무분별한 싸움은 피하고, 웬만한 유혈에선 도망치자. 그것이 카라마츠의 규칙이었다. 몸이 약해 정해진 신념과도 같은 것이었지만, 카라마츠는 의외로 힘이 어마어마하게 강했다. 그러니 두 명까지는 상대할 수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제게 했던 것처럼, 두 녀석의 뺨도 후려치고 기절한 녀석들에게서 도망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카라마츠는 당장 확인하고 싶었다. 안 찾을 거라고? 카라마츠는 토도마츠가 스마트폰의 액정으로 슬쩍슬쩍 자신을 훔쳐보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속닥거리는 말 속에 제 이름이 섞여있다는 걸 알 수 있었던 것은 온 신경을 그들을 향해 쏟고 있어서였다. 그러니 뒤에서 기습적으로 덮쳐오는 손길도 알아채지 못했던 거다.

 

따라오던 몸이 갑작스레 사라졌다. 정상적이라면, 찾았을 거다. 이름을 부르고, 조금 더 깊은 관계라면 온 길을 되돌아갔을 수도 있겠지. 인정하지 않는다 어쩐다 해도 형제였다. 같은 얼굴의 같은 성, 같은 학교에서 같은 집으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부정하고 싶었다. 그래도, 그럼에도.

 

하지만 제 앞을 가로막듯 나란히 걸어가던 뒷모습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온 길을 되돌아가서 날 찾고 있지는 않을까, 잠시 들었던 멍청한 생각은 곧 접혔다. 그럴 리가. 카라마츠는 제 스마트폰을 꺼내들었지만, 아무 연락도 남아있지 않은 화면을 보고서야 누구도 제 연락처에 대해 모른다는 것을 떠올렸다. 쥬시마츠에게서도 번호는 받았지만, 제 것은 알려주지 않았으니.

 

 

쵸로마츠 형―아들도 곧 카라마츠 형―아를 형―아라고 불러줄 거야.

 

카라마츠 형―아도 우리의 형제인걸….

 

 

턱을 타고 흘러내리는 피를 소매로 스윽 닦아내고 카라마츠는 멈춘 걸음을 뗐다. 확인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

 

 

.

 

 

.

 

 

.

 

 

.

 

 

.

 

 

"…그 얼굴 뭡니까."

 

"제, 제이슨."

 

"뭐냐고요."

 

 

제이슨은 카라마츠의 얼굴을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직접적인 접촉이 없는데도 고통이 일어서 카라마츠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 얼굴을 보고 제이슨은 안 그래도 가는 눈을 더 가늘게 떴다.

 

제이슨은 그렇지 않아도 네 명의 형제들만 돌아온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던 참이었다. 아무리 사이가 좋지 않더라도 같은 학교에서 돌아오는 거라면, 카라마츠라면, 뒤에서 조심스럽게 떨어져 돌아오는 그림을 상상했는데.

 

여어, 제이슨, 자연스럽게 인사하며 손을 흔들고 돌아오는 형제들은, 쥬시마츠는 안 걸렸을까? 제이슨이 잘 숨겨줬겠지, 제이슨은 참 무르다니까, 특히 쥬시마츠 녀석한테 말이야아―, 그렇게 실없는 대화를 하고 있었고, 제이슨은 그들에게 카라마츠에 대해 물을 수 없었다.

 

그래서 혹시 몰라 조금 더 기다렸더니 어딘가 나사가 하나 빠져 고장난 얼굴을 하고 돌아오는 녀석의 얼굴이 이 모양이다. 제이슨은 카라마츠와 마주했던 아침을 회상하며 턱에 힘을 주었다.

 

그는 카라마츠의 앞날을 지레 짐작했다. 제이슨은 마츠노 가의 쌍둥이 형제들을 잘 알았고, 또 언제나 당당한 그들의 학교생활에 대해서도 역시 잘 알았다. 항상 자신감이 넘치는 녀석들의 옷을 빨 때 핏물이 나오던 날의 횟수만큼이나 그들에게 이를 갈고 있을 사람들은 많을 테고, 그 와중에 새로 온 이 녀석은 호기심으로부터 소문의 중심이 되었을 게 뻔하다. 게다가 그들이 집에서도 무시하는 존재를 밖이라고 살갑게 챙겨줬을 리도 없을 테고, 쥬시마츠는 아직 형제들에게 카라마츠에 대한 제 의견을 어필하지도 못하는 상태가 아닌가.

 

화풀이가 필요한 녀석들에게, 마츠노이면서 다른 형제들에게 외면당하는 카라마츠만큼이나 좋은 타겟은 없었을 것이다.

 

상냥하고, 여린 이 녀석은, 상냥하고, 여리기 때문에 버티지 못할 거라고.

 

첫날부터 뺨을 맞고 오다니, 내일부턴 어떻게 될지, 제이슨은 미간을 구겼다. 가면을 쓰고 있어 카라마츠가 이 얼굴을 보지 못하는 게 다행이었다.

 

 

"뺨만 맞은 겁니까? 다른 곳은요? 다친 곳은 또 없습니까?"

 

"아, 그게, 아, 다른 마츠노 군들은 돌아왔나?"

 

"오래된 것 같지는 않은데, 설마 돌아오던 길에 당한 겁니까? 그래서 혼자 돌아온 겁니까?"

 

"아? 그게 말이지? 이건 그냥, 그러니까,"

 

"둘러대지마."

 

 

입꼬리에 달린 채로 굳어버린 피를 보며 혀를 찬 제이슨은 카라마츠를 데리고 뒷문으로 향했다. 공간으로 들어선 카라마츠를 어제와 똑같은 자리에 앉혀놓고서 제이슨은 구급상자를 꺼냈다.

 

살살 연고를 발라주는데, 우물거리는 입을 따라 상처가 움직이는 바람에 제이슨은 가만히 있으라며 카라마츠의 턱을 꽉 부여잡았다. 아각, 카라마츠는 벌어진 입에서 침이 흐를까 걱정했다.

 

 

"그 녀석들은 문제아들이에요."

 

"아?"

 

"내가 도련님들의 학교생활을 전부 아는 건 아니지만, 확실히 얌전한 생활을 하고 있는 건 아닐 거라는 건 압니다. 담배냄새에 절어있는 가쿠란, 허구헌 날 피가 묻어있는 셔츠. 단추는 어디서 잃어버리고 왔냐고 물으면 첫째 도련님이야 태연하게 나뭇가지에 걸렸다고 되도 않는 핑계를 대지만, 쥬시마츠같은 경우에는 눈을 피하면서 말을 얼버무립니다. 그런 것들을 보면, 그 녀석들이 착한 학생이 아니라는 건 알 수 있어요."

 

"아, 그런가…?"

 

"그래서 솔직히, 오늘 아침에 당신이 학교에 가는 것을 걱정했습니다. 그 녀석들이 집에서도 안 하는 케어를 학교에서 할 리가 없으니까. 날뛴 만큼 적은 많아지기 마련이고, 어째서인지 그 녀석들로부터 무시당하는 새로운 사람은 충분히 표적이 될 만하니까요."

 

"…마츠노 군들에게, 빚이 있다고 하더군. 사과를 받아야 한다고."

 

"어째서 도와달라고 하지 않은 겁니까? 셋째 도련님이라면 본인들 때문에 다치는 건 빚을 지는 것 같아 싫어서라도 당신을 도와줬을 텐데."

 

"…나는… 너무 갑작스럽게 끌려갔고, 도움을 청할 새도 없었다. 마츠노 군들은 그저 조용히 뒤따를 뿐인 내가 사라진 지도 눈치채지 못했을 지도 모르고, 애초에… 부른다고 와줄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으니까."

 

 

찢어진 입술에 약을 펴바르고, 제이슨은 카라마츠의 부은 뺨을 쓸었다. 아프지 않냐는 말에 아무런 감각이 없다며 카라마츠가 고개를 저었다.

 

 

"…집에 돌아오면서 생각해보니, 조금 걱정이 되더군."

 

"무슨 걱정?"

 

"오늘과 같은 일이 내일 또 일어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

 

"…오늘은 어떻게 빠져나온 겁니까?"

 

"두 명 뿐이었어. 내가 몸이 약하다고 하더라도, 이래봬도 힘은 세거든. 두 명까지는 상대가 가능해. 하지만 제이슨의 말까지 생각해보면, 어쩌면 내일부터 다른 녀석들로부터 시비가 붙을 지도 모르고, 내가 그런 상황들을 피해갈 수 있을까, 싶어."

 

 

뜨거운 뺨에 작은 얼음팩을 가져다대고 제이슨은 카라마츠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가라앉은 눈으로 카라마츠가 제이슨을 불렀다.

 

 

"제이슨."

 

"네."

 

"오늘 쥬시마츠와 함께 밥을 먹었어."

 

"들었습니다."

 

"그렇군, 벌써 들은 거군. 쥬시마츠는 체육창고에 어느 정도 지분이 있는 것 같아. 체육창고의 열쇠를 가져올 수 있다고, 쥬시마츠와 체육창고에서 만나 밥을 먹었는데, 그걸 그 녀석들이 본 모양이야. 내가 혼자 체육창고에서 밥을 먹었다고 생각하고 있더군. 하지만 난 거기서 쥬시마츠의 이름을 말할 수가 없었어."

 

"…그런가요."

 

"쥬시마츠가 다른 마츠노 군들에게까지 숨겨가며 나와 점심을 먹어준 것을 아는데, 내가 쥬시마츠를 언급해버려 다른 형제들이 알게 되기라도 하면, 쥬시마츠가 곤란해질 테니까. 마츠노 군들도 쥬시마츠도, 서로를 정말 좋아하는 형제들인데, 내가 그 마음을 갈라놓을 순 없잖아?"

 

 

그 형제라는 울타리 안에 왜 당신은 들어가지 않냐고 말하려던 제이슨은 입을 다물었다. 괜히 애꿎은 얼음팩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뺨을 맞고 나서, 왜 맞아야 하냐는 내 질문에 녀석들이 말했다. 그럼 마츠노가 아니라고, 마츠노 군들의 형제가 아니라고 부정하라고. 그렇다면 날 그저 보내줬을 지도 모르지. 하지만 차마 말할 수가 없었다. 새로 생긴 가족이고, 무시당하는 존재이면서도, 난 마츠노가 아니라고, 그들의 형제가 아니라고 부정할 수가 없었어."

 

 

욕심이 났다. 그것만으로도 막연한 희망이 생겼고, 차가운 시선과 외면에 부딪히면서도 아무렇지 않을 수 있었다. 어쨌든 피가 섞인 형제라고 하고, 어쨌든 그들과 같은 공간에 있으니까. 게다가, 처음으로 형, 이라는 소리도 들었으니까, 그것도 무려 피가 섞였다는 동생에게서.

 

하지만 오소마츠 형―아들에게 카라마츠 형―아와 함께 점심을 먹겠다고 떳떳하게 말하지 못했어, 하고 울먹거리며 푹 고개를 숙이는 쥬시마츠를 보고서 카라마츠는 깨달았다. 아무렇지 않은 게 아니라, 아무렇지 않은 척인 거다.

 

 

"친구들은 마츠노 군들은 먼저 걸어오거나, 형제를 건드리지 않는 이상은 싸우지 않는다고 했다. 다들 마츠노 군들을 좋은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었어. 그러니 나쁜 건 그 녀석들일 거다. 내가 다른 친구들에게서부터 듣고 생각한 마츠노 군들은, 장남이라 남자답고, 멋있고, 상냥하고, 성격이 좋고, 따뜻한 사람들이니까."

 

"…당신에게 이렇게 대하는데도 그런 사고가 가능한 겁니까?"

 

"그것과 이것은 별개의 문제다. 좋은 사람인 것과 낯선 것은 직결되어있지 않으니까. 시간이 해결해줄 거라고 생각한다. 알아가는 건 그때부터 해도 늦지 않아."

 

"그럼 그때까지 당신이 짊어져야하는 것들은요?"

 

 

카라마츠가 그제야 제이슨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칙칙한 눈동자는 이미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쥬시마츠에 대한 미안함, 오늘에 대한 충격, 앞으로에 대한 걱정, 만약 걱정했던 일이 생겼을 때의 고통, 그리고 혹시 모를 불안함까지. 그 모든 것들을 그동안 끌어안고 있어야 하는 당신은 혼자잖아요. 그럼 당신의 곁에는 누가 있어주죠?"

 

"…그건…"

 

"쥬시마츠에게 더이상 점심을 함께 해주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면서요. 쥬시마츠가 도련님들과 사이가 틀어질 것 같다고 생각되면, 쥬시마츠도 밀어낼 거잖아요, 당신."

 

"…나한테는 제이슨이 있다."

 

"윽. …이봐요, 난 당신같은 학생이 아닙니다. 아침부터 오후까지 학교에 있어야하는 당신 곁에는 누가 있냐고 묻고 있는 거잖아. 모든 일은 학교에서 일어날텐데."

 

"…그 전까진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당신 뇌라는 걸 갖고는 있는 거야?"

 

 

시원한 쿨밴드를 뺨에 철썩 붙여주고 제이슨은 구급상자를 정리했다. 자리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있는 카라마츠를 돌아보고 제이슨은 한숨을 쉬었다. 정작 당사자인 사람이 저렇게 움츠러들어있고, 뻔할 것 같지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자신이 나설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서 제이슨은 그저 카라마츠의 상처를 살필 뿐이었다.

 

 

"저녁 먹기 전에 씻으시죠. 팔이랑 얼굴에 물 튀지 않게 조심하고요. 얼굴의 밴드는 내일 정도면 떼버려도 될 겁니다."

 

"아아. 고마워, 제이슨."

 

 

제이슨의 시선의 마중을 받으며 방으로 올라온 카라마츠는 방마다 딸려있는 욕실과 화장실에 새삼 놀라며 샤워를 마쳤다. 붕대와 밴드가 붙은 팔과 얼굴에 물이 닿지 않게 하는 건 꽤나 어려운 일이어서 시간은 더 걸렸고, 여차저차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있던 카라마츠는 스마트폰을 들었다.

 

케이토에게 연락을 취하고 싶었지만, 카라마츠는 스스로가 거짓말이나 둘러대는 것에는 소질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자연스럽게 아픈 곳이나 다친 곳은 없냐, 다친 팔의 부위는 괜찮냐 물어오는 케이토에게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해 어버버거릴 것이고, 그럼 케이토는 걱정할 것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걱정을 끼칠 수는 없었다.

 

스마트폰을 이리저리 만져보던 카라마츠는 몸을 일으켰다. 역시 익숙하지 않은 기기조작은 어려웠다.

 

 

스마트폰은 톳-티가 정말 잘 알아! 다음에 톳티한테 이것저것 배우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쥬시마츠의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되면 정말 좋겠군, 하고 대답한 건 진심 중에서도 진심이었다. 아무래도 토도마츠의 애칭이 톳티인 것 같은데, 그 이름을 부르며 자신도 언젠가 그와 살갑게 대화하고 스마트폰에 대해 들을 수 있으면 정말 좋을 거라고, 미련하게 상상했다.

 

스마트폰을 책상에 내려놓는데 똑똑, 하고 노크소리가 들렸다. 네, 하고 대답을 해도 들어오는 모습이 없어서 문을 열어 밖을 내다본 카라마츠는 계단을 내려가던 오소마츠와 시선을 맞부딪혔다.

 

그 앞을 먼저 내려가는 쵸로마츠의 뒤에서 자신을 가만히 바라보다 함께 내려가는 오소마츠를 보고 카라마츠는 저녁을 먹을 시간이라는 것을 알고 걸음을 재촉했다.

 

불러주었다.

 

비록 목소리가 아니었지만, 노크 하나와 시선 뿐이었지만, 카라마츠는 조금 들떠버렸다. 그래서 문턱에 서서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카라마츠, 점심의 카라아게는 맛있었니?"

 

"아아! 정말 맛있었다! 할머니가 만들어준 것과 똑같은 맛이 났다제!"

 

"후후. 당연하지. 할머니에게서 받은 레시피대로 만든 거란다."

 

"그, 그런 건가!"

 

"엄마와 아빠는 이미 밥을 다 먹었으니, 다들 맛있게 먹으렴."

 

"아아! 고맙다제, 마미!"

 

"그래, 어머, 카라마츠? 얼굴이 왜 그러니? 다친 거야?"

 

 

마츠요가 주방을 나가기 전 카라마츠의 얼굴에 붙은 밴드를 발견하고 가리키며 물었다. 아, 맞다. 오소마츠가 불러주었단 것에 들떠 둘러댈 핑계를 생각하지 못했던 카라마츠가 멈칫했다.

 

그제야 카라마츠의 한쪽 뺨에 자리한 밴드를 발견하고서 쥬시마츠는 눈을 크게 떴고, 이치마츠와 쵸로마츠는 눈썹을 움찔 떨었다. 토도마츠는 흐응, 턱을 괴었지만 쵸로마츠는 평소처럼 태도에 대해 지적하지 않았다. 눈에 띄게 굳어버린 카라마츠를 보며 오소마츠가 톡톡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아―, 아까 농구하다가 넘어져서 얼굴이 조금 부었어. 괜찮을 거야."

 

"그러니? 조심해야지, 카라마츠. 넌 상처를 입으면 낫는 속도가 남들보다 느리니까 더 주의해야해. 린도 선생님이 그러더구나."

 

"…아, 아아…. 알고 있다제…."

 

"그나저나 벌써 친구들과 농구를 할 정도로 사이가 좋아진 거구나. 다행이네. 그럼, 맛있게들 먹으렴?"

 

 

마츠요가 정말로 주방을 빠져나가고, 마츠요가 사라진 문을 바라보던 카라마츠는 짚고 있던 의자 등받이를 꾹 쥐었다.

 

 

"뭐해? 밥 먹자고?"

 

 

어서 앉아―. 그렇게 말하며 웃는 얼굴을 보며 카라마츠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