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おそ松さん 2F/[능력마츠] 그 마도사의 사정

[능력마츠/사제마츠/오소카라/쵸로카라/속도카라/TS(여체화)/오소마츠상 소설(おそ松さん Novel )] 그 마도사의 사정 4

※ 세계관과 원작을 포함해 충분히 다른 설정.

※ 어느 정도의 세계관 공유_사제마츠

※ Just Fiction.

 

# 오소마츠상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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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마도사의 사정 3

 

 

 

 

우려와 달리 오소마츠와의 수업은 별 게 없었다. 오히려 오소마츠는 토도마츠의 수업보다 더 활기차고 유하게, 이론만으로는 풀어지지 않는 분위기를 조절해가며 수업했다. 가끔 꾸벅꾸벅 졸고 있는 오소마츠(F)에게 분필을 날려대며 그와 부딪히긴 했지만, 이미 한 번 토도마츠와의 수업에서 거하게 환영인사를 치룬 경험을 포함해 힘든 시간은 아니었다.

 

오히려, 내가 I 클래스가 아니라 F 클래스였다면, 이런 수업을 받았으려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여서 스스로에게 질렸으니까.

 

수업 종이 치기 바로 전, 주섬주섬 짐을 정리하는 오소마츠와 그 옆의 카라마츠를 빤히 바라보던 오소마츠(F)는 문득 손을 들어 위저드를 불렀다.

 

 

"쌤―."

 

"응? 어느 위저드를 부르는 거지? 마츠노 오소마츠 군?"

 

"음―, 별로, 아무나 상관은 없지만요? 카라마츠 쌤은 무슨 클래스였어요? 오소마츠 쌤의 F 클래스였어요?"

 

 

별로 곤란한 질문도 아닐텐데, 카라마츠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느리게 깜박이는 눈이 망설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오소마츠가 입을 열었다.

 

 

"네가 알아서 뭐하게 임마."

 

"우―와, 쌤, 너무 과보호하는 거 아니에요―? 단순히 물어볼 수도 있는 거잖아요오―."

 

"넌 안 돼. 정보를 하나 캐치하면 팔아먹는다던가, 그걸로 뒤에서 음흉한 짓을 할 거잖아?"

 

"날 뭘로 보고!"

 

"꼬맹이지―."

 

 

우씨! 뿌우 볼을 부풀리며 씩씩거리는 오소마츠(F)를 뒤로 하고 오소마츠는 수업의 끝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림과 동시에 드륵 문을 열었다. 아직 교실에 있는 카라마츠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서 오소마츠는 안 나와? 입모양을 만들어 턱짓했다.

 

카라마츠는 교무실로 향하는 동안 오소마츠와 어떤 말도 섞지 않았다.

 

무슨 클래스였냐고? 그 간단한 질문에도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던 건, 대답이 또다른 질문으로 이어질까 걱정했기 때문이었다. 여러 분야를 다루는 마도사이면서 어째서 한 클래스에서 머물렀냐는 질문이 돌아올까봐, 그 질문에 이어 정확히 능력이 언제 발현된 거냐는 질문이 또 돌아올까봐, 그 모든 질문들이 결국, 그 날로 이어질까봐.

 

카라마츠는 생각에 잠겨 오소마츠가 자신이 들어올 수 있도록 문을 잡아주고 있는 것도 알지 못했다.

 

 

 

 

.

 

 

 

 

.

 

 

 

 

.

 

 

 

 

학생들이 기숙사로 돌아가고, 위저드들도 퇴근을 한 밤. 하늘에는 달이 뜨고 별이 빛났다.

 

정원에는 커다란 나무가 있었다. 성인 남성 넷이 양 팔을 넓게 벌려야 둘러쌀 수 있는 두꺼운 기둥을 가진. 그 나무는 건물의 높은 지붕만큼이나 커다랗고 높았다.

 

쵸로의 도움으로 나뭇잎이 가리는 일 없이 앉으면 하늘이 선명히 잘 보이는 굵고 튼튼한 가지를 차지할 수 있게 된 카라마츠는 살랑 불어오는 바람을 온 몸으로 느끼며 눈을 감았다.

 

익숙한 곳. 소중했던 곳. 추억과 아픔이 모두 보관된 곳이었지만, 솔직히 이 곳으로 돌아온 순간 마음이 편해졌던 것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이었다. 물론 그 때는, 이런 좋은 자리같은 것도 찾을 수 없었지만.

 

카라마츠는 자신 없이 환영회를 열고 있을 고등학년의 위저드들과 교장의 술자리를 상상하려다가 고개를 저었다.

 

 

- 뭐 하고 있냐.

 

 

문득 옆에서 들려오는 반가운 목소리에 카라마츠는 팩 고개를 돌렸다. 고작 제 팔목 정도의 크기로, 친구의 모습을 한 홀로그램이 카라마츠의 옆에 앉아있었다.

 

 

"치비타!"

 

- 반지, 잘 착용하고 있네! 짜샤!

 

 

킬킬 웃는 목소리가 반가워 손을 뻗었다가 일렁이는 홀로그램에 화들짝 놀라 손을 다시 거둬들였다. 그 행동은 시간이 얼마나 지나도 변함없이 한결같아서, 치비타는 팔짱을 끼며 웃어재꼈다.

 

 

- 얌마. 이게 홀로그램이라는 걸 넌 왜 꼭 만져보려고 하고나서야 눈치채는 거냐?

 

"아아, 너무 반가워서 나도 모르게!"

 

- 크큭―! 나도 반갑다고! 짜샤!

 

 

치비타는 제 모습의 홀로그램이 흘러나오는 근원지인 카라마츠의 왼손의 반지를 바라보았다.

 

과학을 연구하는 도시, 메카폴리스의 연구원 치비타는 자신이 친애한다는 뜻으로 건넨 반지가 여전히 카라마츠의 왼손 검지에서 빛나고 있는 것을 보고 미소지었다.

 

 

"플라워는 잘 지내고 있나?"

 

- 얌마! 그 녀석에게는 하나 쨩이라는 이름이 있다고!

 

"에, 하지만 그건 치비타가 부르는 애칭이잖아? 안심해라! 멋대로 부르지 않을 테니!"

 

- 이…! 뭘 부끄러운 말을 하고 있는 거야 짜―샤!

 

"으―응?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치비타? 사랑은 위대한 것이니까!"

 

- 너에게 마력억제약과 그 말투를 고치는 약을 같이 줘야 했는데.

 

"아?"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 치비타를 바라보다 카라마츠는 푸흐 웃음을 터뜨렸다.

 

 

- 그 녀석은 잘 지내. 네가 얼마 전에 다녀간 후로는 더 잘 웃는 것 같아.

 

"다행이군. 치비타가 맛있다고 했던 쿠키의 레시피를 알려달라길래 플라워에게 알려줬는데."

 

- 응!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만들어주고 있어! 네가 만든 것과 똑같은 맛이 난다고!

 

"본심은?"

 

- …네가 만든 것보다 조금 더 맛있는 것 같아.

 

"흐―흥. 사랑은 역시 위대하다제…!"

 

- 두 번이나 말하지마! 멍청아!

 

 

치비타는 마치 진짜로 때릴 것처럼 주먹을 바닥에 쿵쿵 내리찍었다. 홀로그램 형태의 그로서는, 충격도 받지 않았지만.

 

 

- 얼마 후면, 그 녀석의 생일이야.

 

"오? 벌써 그렇게 된 건가."

 

- 정령들은 생일이 딱히 없다지만… 하나 쨩은 네가 구해준 날이 자신이 태어난 날과 같다면서 그 날을 제 생일로 정했어. 그래서 그 날은 네가 꼭 왔으면 좋겠다더라. 보고싶대.

 

"아아. 나도 오랜만에 플라워가 보고 싶군. 그녀와 쵸로가 함께 피워내는 꽃은 향기가 참 좋았지. 시들지도 않고."

 

- 네가 걸어준 그 꽃은 아직도 우리 집 벽에 시들지도 않고 잘 걸려있다고! 얼마 전엔 하나 쨩이 새로 피워낸 꽃 한 송이를 열쇠고리로 만들어줬어! 내가 보기엔 네녀석 것도 따로 만든 것 같아. 꽃잎을 코팅해서 펜덴티프로 만들어 목걸이에 걸어놨어, 엄청 예쁘다고! 네녀석이 빨리 보고 해실해실 웃는 걸 보고싶대.

 

"오우! 정말인가! 기대되는군! 꼭 보고 싶어!"

 

- 그러니까 카라마츠, 무리가 되지 않는다면 그녀의 생일에 와줬으면 좋겠어. 네가 오지 못한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역시 너를 만나고 너 없이 지내는 생일은 처음이라 어색할 것 같아.

 

"그렇게 얘기해줘서 고맙다, 치비타. …아직 정리할 것도 많고 정해진 것도 거의 없어. 온 목적에 대해서는 시작하지도 못했고. 하지만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보도록 할게."

 

- 고맙다, 카라마츠.

 

 

별 말씀을, 친구잖아? 카라마츠는 그렇게 환히 웃으면서 치비타의 홀로그램과 연결된 반지를 가리켰다.

 

떠나는 길을 출발하는 카라마츠에게 치비타가 건네준 반지는 메카폴리스의 특산품이기도 한, 홀로그램 반지였다. 연결된 기계와 반지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공간의 제약없이 상대를 만날 수 있는 홀로그램 기능을 가진 그 물건을 받은 후부터, 카라마츠는 이렇게 치비타와 가끔 만나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쵸로가 있다고 해도, 카라마츠에게 있어서도 역시 소중한 친구들과 떨어지는 것은 외로운 일이 아닐 수 없기에, 그것은 카라마츠에게 있어 보물과도 같았다.

 

 

- 아, 카라마츠. 약은 먹었어?

 

"아아, 아직이다."

 

- 뭐? 어서 먹어! 때를 놓치면 고생하는 쪽은 너라고 임마!

 

"알고 있다고, 치비타. 다만 아직 잠이 안 와서 밤하늘을 보러 나와 있었거든. 조금 이따 들어가면 바로 먹겠다."

 

- 잠이 안 와? 불면증인 거냐?

 

 

카라마츠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오늘은 이 곳으로 돌아온 첫 날이기도 하고, 조금, 긴장같은 게 되어버려서 말이야. 하하, 마주해도 아무렇지 않을 자신이 있었는데 말이지? 역시 아직은 아닌었던 것 같다."

 

 

5년이나 지났는데. 치비타는 쓰게 웃으며 하늘을 향해 고개를 치켜드는 친구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정확한 일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지만, 치비타는 카라마츠가 AKATSUKA Magical Academy를 졸업한 마도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더불어 그 곳을 졸업한 후의 카라마츠에 대해서도. 때문에 어째서인지 카라마츠가 그 곳에 대한 이야기를 별로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또 어째서인지 그런 마음을 가지면서도 그 곳으로 돌아가겠다고 한 것에는 목적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카라마츠는 치비타의 친구였다. 동시에 제 연인을 구해준 은인이기도 했다.

 

계약자가 없던 식물의 정령이었던 하나는 연약했고, 계약자가 없는 정령을 찾아 사냥하고 다니는 헌터에게 붙잡힐 위기에 처해 다친 하나를 구한 카라마츠는 우연히 메카폴리스에서 치비타를 만나 하나와 이어주었다.

 

치비타에게 있어 친구이자 그런 고마운 사람인 카라마츠가, 그 곳에서 이루어야하는 목적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런 표정을 지으면서까지 쓸쓸해하는 것이 보기 좋을 리 없었다.

 

 

- 얌마 카라마츠! 그 곳에서 정 힘들면, 다시 돌아와라! 평범히 떠돌아다녀도 괜찮고 여행을 해도 괜찮지만, 우린 언제나 널 환영하니까! 기다리고 있다고!

 

 

치비타가 제 가슴을 팡팡 두드리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말하자, 카라마츠는 조금 휘어져있던 눈썹을 씩씩하게 세우고 씨익 웃었다. 내밀어진 작은 주먹에 제 주먹의 온기가 닿을 리는 없겠지만, 카라마츠는 주먹을 쥐고 그것에 부딪혔다.

 

 

"치비타?"

 

- 어―이, 쵸로! 오랜만이다 짜샤!

 

"아, 쵸로."

 

"어쩐지 반가운 목소리가 들린다 했어. 응, 오랜만이네―. 잘 지냈지?"

 

 

어느새 카라마츠가 앉아있던 나뭇가지 위로 불쑥 올라온 쵸로가 싱긋 웃었다.

 

 

- 쵸로, 이 녀석 좀 잘 챙겨줘라. 잠이 안 온다고 이 야밤에 달을 보고 있지를 않나, 아직 약도 안 먹었대. 카라마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 약은 하루가 지나기 전에 꼭 먹어야 한다고.

 

"아아, 알고 있다. 아직 시간이 좀 남았으니까 괜찮아."

 

"그렇게 태평한 태도 하지 말라고, 너. 확실히 지금은 밤이고, 랄까 왜 안 자고 나와있는 건데? 불면증인 거야?"

 

"Oh…. 치비타도 아까 같은 걸 물었다. 엄마가 두 명이 됐군."

 

- 너같은 자식 낳은 기억 없다!

 

"너같은 자식 낳은 적 없거든!"

 

"에."

 

 

동시에 소리치는 치비타와 쵸로를 번갈아 바라보던 카라마츠는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 모습에 서로를 바라보고는 쵸로와 치비타도 푸흡 웃어버렸다.

 

 

- 어쨌든, 다음에 꼭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네녀석들 둘 다.

 

"아아. 나도 고대하고 있겠다, 치비타."

 

"다음에 볼 때까지 잘 지내고 있어, 치비타."

 

- 네놈들도!

 

 

호탕한 웃음과 함께 지직거리던 홀로그램이 반지로 쏘옥 빨려들어갔다. 제 검지 손가락에 껴져있는 반지를 만지작거리는 카라마츠의 입가에는 아직 잔미소가 남아있어서 쵸로를 가만히 그 얼굴을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그래, 카라마츠. 너에겐 그런 웃음이 어울려. 아까처럼, 그런 얼굴로 그런 말을 내뱉는 너는, 너 스스로가 너무 괴로워보이니까.

 

 

"카라마츠. 너, 잠이 안 오는 거야?"

 

 

쵸로가 카라마츠의 곁에 엉덩이를 붙여 앉으며 물었다.

 

 

"아아, 응, 조금. 아무래도 긴장을 한 모양이다."

 

"긴장? 아―, 하긴, 오늘은 첫 날이라 시끌벅적했지?"

 

"하지만 즐거웠다! 마츠노 형제들도 귀여웠고, 학생일 때의 나를 보는 것 같아서 새롭기도 하고."

 

"응, 그랬구나."

 

"하지만 우린 목적이 있어 온 거잖아? 내 생활이 안정되는 대로 바로 시작하도록 하지."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 카라마츠."

 

"하지만, 난 쵸로가 얼른 편해졌으면 좋겠는걸."

 

 

카라마츠가 쵸로를 바라보았다.

 

아아, 이 상냥한 사람. 상처입고 아팠으면서도, 다른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기억을 감내하는 당신이 너무 상냥해서, 눈이 부셔서.

 

쵸로는 손을 움찔거리다 이내 주먹을 꽉 쥐었다.

 

사실 말이야? 난 그 날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

 

카라마츠가 듣는다면 에, 어째서, 그렇게 이해하지 못할 말을 애써 지워버리고 쵸로는 챙겨온 물통과 약통을 꺼내들었다. 잘그락, 약통에서 약을 하나 꺼내 카라마츠의 손에 쥐어주자 카라마츠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웃었다.

 

 

"들어가서 자기 전에 먹으려고 했는데."

 

"방에도 없고. 이럴 줄 알고 챙겨왔어. 미리 먹는 게 낫잖아? 자, 얼른 삼켜. 여기 물도."

 

"고맙다."

 

 

카라마츠가 약을 입에 털어넣는 것을 보고 물통의 뚜껑을 열어 건넸다. 두 손으로 물통을 잡고 꿀꺽꿀꺽 물을 삼키고는, 푸하, 입구에서 입을 떼어냈다. 물통을 다시 가져간 쵸로는 뚜껑을 닫았다.

 

카라마츠의 눈이 나른해졌다.

 

 

"쵸로."

 

"응, 말해, 카라마츠."

 

"이제 약도 먹었고, 조금은 더 밖에 있어도 될까?"

 

"…대신 졸리면 바로 돌아가야 하니까. 약을 먹고서 30분은 마력을 사용할 수 없어지잖아? 얼른 잠드는 편이 어느 면으로 보나 나아."

 

"하지만 지금은 곁에 쵸로가 있으니까."

 

"…진짜, 너 말이야―."

 

"쵸로."

 

"…응, 왜."

 

"하늘과 더 가까운 곳으로 데려다 줘."

 

 

응? 쵸로. 그렇게 재촉하는데도 쵸로가 지긋 바라보기만 하자, 카라마츠는 눈을 한 번 깜박이다 뒤로 몸을 기울였다.

 

붙잡을 새도 없이 밑으로 추락하는 몸을 잽싸게 받아든 쵸로가 버럭 성을 냈다.

 

 

"카라마츠! 위험하잖아, 뭐하는 거야! 내가 조금이라도 늦었어도…!"

 

"결국 받아줬잖아? 믿고 있으니까 이런 것도 가능한 거다."

 

"…아―! 그러니까 너 말이야, 진짜!"

 

"쵸로. 조금만. 조금만 더 있다 들어가도록 하자. 날 지붕으로 데려다줘, 날아줘."

 

"…조금이라도 졸면 바로 끝이니까!"

 

"아아. 약속이다, 약속."

 

 

카라마츠를 안아든 몸이 부웅 떠올랐다. 학교의 건물들 중 제일 높은 지붕으로 올라간 쵸로는 조심히 카라마츠를 앉혔다. 혹시 발이라도 헛디뎌 떨어지게 되면, 지금의 카라마츠는 제 몸의 중력도, 바람도, 물도, 그 어느 것도 마력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평범한 인간이기에 다칠 게 확실하니까.

 

카라마츠가 안정된 자세로 후아―, 편하게 숨을 고르자, 쵸로는 그제서야 카라마츠의 곁에 앉았다.

 

밝게 빛나는 둥그런 달이, 그들의 앞에서 유독 찬란했다.

 

 

"쵸로."

 

"응."

 

"얼마 후에, 플라워의 생일인 거 알지?"

 

"아―, 벌써 그렇게 됐나?"

 

"플라워가 우릴 보고싶어 한다더군."

 

"응―, 치비타도 그런 눈치였고. 그 녀석들,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더라? 메카폴리스를 떠나서 왕궁에 머물다 왔으니… 거의 한 달이네."

 

"시간이 빠른 것 같다."

 

"빠르네."

 

"…쵸로."

 

"응."

 

"그 전까지, 이 곳에서 찾을 수 있을까?"

 

 

쵸로는 입을 다물었다. 카라마츠 역시 답을 바라고 한 질문은 아니었기에 잠시 침묵했다.

 

 

"…카라마츠."

 

"아? 뭐지? 쵸로."

 

"졸리지 않아?"

 

"…조금."

 

"옮겨줄게. 눈 좀 붙여."

 

"…여기서? 그래도… 되는 건가?"

 

"난 날 수 있으니까? 틀림없이 데려다줄게. 그러니까 좀 자도 돼. 너, 하늘 보면서 자는 거 좋아하잖아."

 

 

기댈래? 쵸로가 어깨를 내밀자, 카라마츠는 헤―, 하고 웃었다. 머리를 기대기 무섭게 고르게 들려오는 숨소리에 쵸로는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거봐, 졸렸으면서.

 

힘들었겠지. 버거웠겠지. 상처를 입은 곳으로, 속아버렸던 곳으로, 상처를 준 사람들을, 속여버린 사람들을, 다시 마주하게 된 이유는 오직 자신이었다. 그것에는 숨겨진 사실이 있고 또다른 이야기가 있었지만, 쵸로는 지금 이 순간, 모든 게 아무렴 좋았다.

 

제 어깨에 기대 잠든 가여운 이 사람이, 좋았다.

 

그 모든 것의 유일한 이유가 나라는 게, 그것만으로도 좋을만큼.

 

 

 

 

쵸로는 얼마 있지 않아 잠든 카라마츠를 데리고 방으로 돌아갔다. 침대에 몸을 눕혔다. 마력은, 이미 돌아온 후였다.

 

그는 치비타와 카라마츠가 대화를 나누던 나무로 다시 향했다. 홀로그램에는 기척이 없고, 분명 그 곳에는 카라마츠의 기척 뿐만이 아닌 다른 것이 더 있었다.

 

뭐, 상관없으려나. 어차피 알게되어봤자 극히 일부분일 뿐, 그것으로 너희가 바꿀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카라마츠가 앉았던 가지에 앉은 쵸로는 나뭇잎들로 새어들어오는 밝은 달빛을 가리려다 다시 손을 거뒀다. 오늘은 왠지, 저 밝은 달을 바라보며 잠들고 싶은 기분이라.

 

쵸로는 눈을 감았다. 비추는 달빛을 가리지 않고, 나뭇잎들이 쵸로의 몸을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