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おそ松さん 2F/[능력마츠] 그 마도사의 사정

[능력마츠/사제마츠/오소카라/쵸로카라/속도카라/TS(여체화)/오소마츠상 소설(おそ松さん Novel )] 그 마도사의 사정

※ 세계관과 원작을 포함해 충분히 다른 설정.

※ 어느 정도의 세계관 공유_사제마츠

※ Just F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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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마도사의 사정

 

 

 

 

"…카라마츠…?"

 

 

작은 울림이 바람을 타고 날아들었다. 푸르른 나뭇잎들은 사박사박 흔들리며 서로 부딪히고, 풍력(風力)에 못이겨 나뭇가지로부터 떨어져나와 공중에 흩날리던 이파리들은 저항없이 함께 휘날리는 머리카락을 스쳐 바닥으로 안착했다.

 

돌아본 얼굴은 분명 그가, 아니 그녀가, 아니, 이젠 어떤 성별인지도 상관없을 그 사람이 맞았다. 분명했다. 틀림없었다.

 

빨간 셔츠의 소매가 앞으로 뻗어졌다. 그 움직임에 넥타이 위로 달려있던 목걸이로 된 명찰이 짤각 흔들렸다.

 

손만 뻗는다고 닿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빨간 셔츠의 남자는 발을 뗄 수 없었다. 그 사람을 지키듯 웅장하게 위로, 옆으로 뻗어져자란 나뭇잎 아래 굵게 뿌리내린 나무기둥 뒤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남자는, 분명 함께 지내온 동료와 똑 닮아있었다.

 

 

"그 걸음, 뗄 수 있겠어?"

 

 

초록빛으로 가득한 정원. 초록빛으로 가득한 식물. 초록빛으로 가득한 그 커다란 나무 아래, 자연에 녹아들 것만 같은 눈부신 녹색의 옷을 펄럭이며 둥실둥실 떠다니는 남자는 어느새 자신을 바라보던 눈을 가려버렸다.

 

초록빛으로 가득한 정원. 초록빛으로 가득한 식물. 초록빛으로 가득한 그 커다란 나무 아래, 유달리도 부자연스러워보이는 새파란 원피스가 그 뒤로 모습을 감췄다.

 

자연과 합쳐져 사라질 것만 같던 녹색은, 스스로 분명히 존재하며 절대 눈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 같던 파랑을 녹여버리듯 숨겨버렸다.

 

 

"그 걸음, 뗄 자격이 있어?"

 

 

바닥에 붙어있는 두 발이 타버릴듯 뜨거웠다. 나는 불을 꺼내지 않았는데, 내 불은 나에게 영향이 없는데, 그는 새빨간 옷을 내려다보았다. 아, 그래, 나는 불이다. 모든 것을 태울 수 있는, …어쩌면 나조차 태워버릴지 모르는, 새빨간―,

 

 

"그만 가지."

 

 

거봐, 거봐…! 네가 맞아, 그 사람이 맞아, 너는 카라마츠가 맞아…! 들리는 목소리에 황급히 들어올린 시선 속 뒤를 돌아 걸어가는 얼굴은 미처 보지 못했지만 시야가 흐려졌다.

 

가지마. 가지마. 가지말아줘. 차마 형태를 갖추지 못한 외침은 처절했고 절박했다.

 

닿아줘. 붙잡혀줘. 멈춰서줘. 없는 용기를 끌어내 겨우 움직인 걸음은 다급했고 절실했다.

 

오지 말지 그래? 색이 보일 리 없는 목소리는 녹색이다, 그렇게 감히 느껴버릴 만큼 시원하고 무거웠다. 힐끔 바라보는 작은 눈동자는 나무라는 것처럼도, 경고하는 것처럼도 보였다. 그럼에도 제게는 조각조차 닿지 않는 조금 전의 다른 눈동자가 아파서 빨간 소매로 그는 송골 맺혀있던 땀방울을 슥 닦아냈다.

 

바람이 멈추고, 그 바람을 갖고 몸을 흔들던 나뭇잎들도 완전히 멈추고 그들의 모습이 보이지않게 되고서야 오소마츠는 고개를 돌렸다.

 

초록빛으로 가득한 정원. 초록빛으로 가득한 식물. 초록빛으로 가득한 그 커다란 나무 아래, 네가 바라보던 새빨간 나도 유달리도 부자연스러워보였겠지. 절대 눈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처럼. 그래서 초록빛으로 눈을 가려준 거겠지.

 

그렇게도, 내가 보고싶지 않았겠지.

 

하늘거리던 파란 원피스만큼이나 새파란 하늘 아래 웅대하게 세워진 건물들을 보고 오소마츠는 스러지는 마음을 다시 꾹꾹 빚었다. 절대 함부로 무너지지 말아달라, 그런 바람을 담아 접착제 역할로 쓰일 물은 대놓고 흘리지못한 눈물로 대신했다.

 

응, 오늘은 새로운 위저드(Wizard)가 온다고 했다.

 

어서 맞이하러 가지 않으면…

 

 

.

 

 

.

 

 

.

 

 

.

 

 

.

 

 

매년 몇 백명의 마법사를 배출해나가는 AKATSUKA Magical Academy는 방대한 규모와 학생 수에 걸맞지않게 멘토의 위저드(Wizard)가 몹시 부족했다.

 

나라 전역을 통틀어 유일하게 존재하는 마법사, 더 나아가 마도사 양성 목적에 의의를 둔 매지컬 스쿨을 통해 성장한 마법사들은 대부분 각자가 나고 자란 곳으로 돌아갔다. 자신들이 받았던 것처럼, 마법의 발현과 성장에 막 발을 올린 어린 학생들을 지도하는 멘토 마법사, 즉 위저드(Wizard)가 되는 것은 부족한 스승 수와 연결지어졌다.

 

학생들은 늘어나는데 위저드는 부족하고, 그렇기 때문에 일도 시간도 대부분 스쿨에 투자해야하는 생활을 마뜩찮아하는 것. 많아지는 학생, 줄어드는 교사. 그것을 이유로 또 감소하는 위저드. 악순환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위저드로 들어오는 마법사 하나하나가 소중했는데, 더군다나 평범한 마법사가 아닌 마도사로서의 레벨로 들어오는 위저드에게 교장이자 나라에서 정식으로 지정한 마법사회 대표 데카판은 한참을 고마워했다. 고개라도 숙이려는데 그런 과한 인사는 괜찮다고, 마땅히 할 수 있는 도리라며 말해오는 한때의 제자를 바라보며 한때 나름의 스승이었던 그는 눈물을 훔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재회와 감사로 한참의 시간을 보내고서야 데카판은 교무실로 향했다. 조례 전이기에 수업준비 겸 교장의 특별회의 소집으로 고등교무실에 모여있던 위저드들은 수업을 10분을 남기고서도 오지않는 데카판을 잘근잘근 입으로 씹었다.

 

 

"이런 쿠소팬티늙은이. 30분 전에 불러놓고 10분을 남기고서도 안 와…?"

 

"토도마츠? 교장에게 입이 험하다고?"

 

"뭐 때문에 아침도 대충 때웠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신선한 아보카도 한 조각이라도 더 먹었을 거라고!"

 

"아니, 너 그거 주로 술안주로 먹는 거잖아? 아침부터 술안주로 식사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랄까 그건 톳티가 늦게 일어난 거잖아."

 

"아니야! 어째서 이치마츠 형이 알고 있는 건데?! 고작 20분 늦잠 잔 거라고?!"

 

"맞네, 늦잠. 늦게 일어나서 평소만큼 아침 못 먹고 예민한 걸 교장 탓으로 돌리지마."

 

"어쨌든 그 팬티만 입고 다니는 변태교장이 시간약속을 어기고 있는 건 맞잖아?!"

 

"확실히―!"

 

"그치, 쥬시마츠 형! 오소마츠 형도 뭐라고 좀 해봐!"

 

"…오소마츠 형?"

 

"…아…? 아? 오―, 미안미안! 뭐라고 했어?"

 

 

시끌시끌한 교무실 안, 방방 분개하는 토도마츠와 적당히 그를 말리는 쵸로마츠는 답지 않게 착실히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그것도 모자라 멍한 얼굴로 허공 어딘가를 응시하는 오소마츠를 불러 건드렸다.

 

퍼뜩 정신을 차리고서 오소마츠는 동료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여느 때와 같은 웃음에 가벼운 말투였지만 쵸로마츠와 토도마츠는 걱정스럽게 물었다.

 

 

"뭐야? 오소마츠 형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아아―니?"

 

"그 오소마츠 형이 가만히 자리에 앉아있다니… 게다가 저런 고민있어요― 하는 표정이라니…"

 

"오늘은 데카판의 분재를 불태워버리지도 않았어."

 

"확실―히! 이럴 때일수록 교장이 더 크고 소중히 하는 소나무 분재에 불을 질렀을텐데!"

 

"형아라도 고민은 한다고? 그리고, 교장의 분재에 대해서는 훈련 중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실수니까?"

 

"실수를 웃으면서 하다니 틀림없는 사이코."

 

"이―치맛쨩? 형아 가슴이 좀 아픈데?"

 

"그건 내가 고쳐줄 수 없어."

 

"호에호에―! 늦어서 미안하다스! 오래 기다렸다스!"

 

"이봐 교장! 확실히 지나치게 늦다고!"

 

"시계라는 걸 왜 두는…! 에, 데카판, 운 거야?"

 

"호에―, 반가운 제자와 감동적인 재회를 하다보니 시간이 늦어지는 걸 몰랐다스요! 순수한 감동이라니, 마츠노 위저드들에게서는 절대로 받아보지 못했던 것들이라…"

 

"무슨 뜻이야, 망할 교장."

 

"반가운 제자? 감동적인 재회? 졸업생이라도 찾아온 거야?"

 

"수업시작까지 10분밖에 안 남았다고? 특별회의랄까 빨리 하라고! 우린 교장처럼 수업에 늦으면 불이 쏟아지고 땅이 흔들리니까!"

 

"바람에 옷이 벗겨지기도 하지."

 

"그런 건 말하지 않아도 돼! 이치마츠 형!"

 

"타―핫! F와 P, W 클래스 아이들은 활기차구만요!"

 

"쥬시마츠, T 클래스 아이들이 조용한 건 벼락을 내리치면 학교가 폭파하기 때문이야."

 

"모두에게 소개할 사람이 있다스. 오늘부터 AKATSUKA Magical Academy에서 함께 근무하게 된 새로 온 위저드다스!"

 

 

데카판의 말이 끝나자마자 드륵 문이 열렸다.

 

또각또각. 새 것인지, 바닥에 익숙해지지 않은 듯한 구두굽 소리가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인 교무실 안을 가득 채웠다.

 

허리께에서 살랑거리는 머리카락. 창문 너머의 하늘처럼 새파란 원피스. 조금 굵은 눈썹. 노란 금빛의 목걸이까지.

 

 

"… ― 카라마츠다스."

 

 

잊을래야 잊지 못했던 사람. 지울래야 지울 수가 없었던 사람. 새로 온 식구라며 드러낸 모습을 보고서부터 데카판이 뭐라고 하는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전부 흘려들었지만, 데카판이 꽂아버리듯 말하는 이름은 분명 귀를 찔러들어왔다.

 

그들은 전부 오소마츠를 바라보았다. 제일 동요하고 있어야하는 사람은 제일 흔들림없이 새로 왔지만 늘 이곳에 존재했던 그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은 그제야 오소마츠의 상태를 짐작했다. 설마하니, 알고 있었던 거야?

 

 

"어차피 전부 아는 얼굴들일 거다스! 카라마츠 쨩은 AKATSUKA Magical Academy 졸업생이 아니다스까? 마츠노 위저들과도 각별한 사이였던 걸로 기억한다스!"

 

 

데카판의 말이 들릴 리 없었다. 그들은 이 공간에 갇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과거'라는 공간에 갇혀, '잘못'이라는 것을 되풀이하고, '사랑'이라는 것을 잃어버린 느낌. 그것은 느낌이 아니라 진실이자 현실이었기에, 쵸로마츠와 이치마츠, 쥬시마츠와 토도마츠는 같은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오소마츠와 카라마츠를 바라보았다.

 

분명 본인들도 당사자였지만, 그들보다도 서로 더 깊이 엮여있던 오소마츠와 카라마츠를 번갈아 바라보며 애꿎은 침만 꼴깍 삼켰다. 점점 얼굴이 뜨거워져서, 쵸로마츠는 오소마츠가 넘치는 감정을 조절하는 데 실패라도 했나 그를 살폈다. 하지만 그에게는 터져버리는 기운도 뭣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제서야 쵸로마츠는 깨달았다. 아아, 이것은, 오로지 우리의 책임이구나. 오소마츠 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역시 책임져야 할, 앞으로의 무게.

 

 

"더 좋은 소식도 있다스. 카라마츠 쨩은 불과 물, 번개와 바람까지 다스리는 마도사다스!"

 

 

에? 뭐? 모두는 데카판을 향해 홱 고개를 치켜들었다. 아무것도 읽히지 않는 카라마츠에게는 대놓고 보내는 시선 대신, 흘깃 눈치를 보며 작은 시선의 조각만 던졌다.

 

불과 물, 번개와 대지, 바람의 다섯 원소 중 한 분야에 특출난 재능을 가지는 일반적인 마법사와 달리, 여러 분야를 다룰 수 있는 마도사는 그 수가 얼마 안 되어 대부분 나라로부터 정식으로 임명되는 왕궁마도사가 되었다.

 

그런 부와 명예를 누릴 수 있으면서 이런 숲 속의 학교로 왔다고? 아무리 AKATSUKA 매지컬 스쿨이 몇 백년, 몇 천년의 역사를 가진 정통학교라고는 하나, 왕궁에 소속되는 것보다 영광스러울 리 없다.

 

게다가… 다섯 원소 중 한 분야를 제외한 모든 분야의 마도사라니? 그들은 데카판이 말하는 제자였던 카라마츠를 떠올렸다.

 

분명 그때는, 물과 얼음을 다루는 I 클래스의 토도마츠 밑에서 수업을 받았다. 평범한 실력이었고, 평범하게 상상되는 미래였는데. 네 분야라니, 마도사라니? 당시 카라마츠를 담당했던 토도마츠는 혼란스러웠고, 그 못지않게 카라마츠와 어떤 이유로 가까운 사이였던 다른 이들도 모두 당혹스러웠다.

 

 

"…그럼, 혹시 큐어(Cure)는…?"

 

 

이치마츠가 조심히, 넌지시 물었다. 마법사나 마도사가 사용하는 대자연원소에 포함되지 않는 치유의 힘은 어느 정도의 힘을 가지는 마법사 또는 마도사인지와 상관없이 무작위로 발현되었다. 때문에 바람을 다스리는 W 클래스의 담당교사로서 일하고 있지만, 큐어도 소유하게 된 이치마츠는 AKATSUKA의 양호교사로서도 겸임하고 있었다.

 

랜덤으로 부여되는 큐어지만, 다섯 분야 중 네 분야를 다스린다는 기적과도 같은 소개에 혹시, 싶은 마음으로 물어본 것이었는데 데카판은 언제나처럼 인자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호에! 큐어도 가능하다스!"

 

 

뭐야, 대체 뭐야. 사기적인 캐릭터를 가졌음에도 우쭐거리거나 눈치를 살피긴 커녕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덤덤히 시선을 받아내는 카라마츠를 보고 이치마츠는 삐질 땀을 흘렸다.

 

 

"아직 소개가 더 남았다스. 카라마츠 쨩에게는 정령이 있다스."

 

"뭐?"

 

"뭐?"

 

 

얼마나 폭탄을 던져댈 셈이야, 이런 망할 교장―! 정리도 되지 않는데 계속해서 혼란만 가중시키는 데카판의 흐뭇한 얼굴을 바라보며 쵸로마츠와 토도마츠는 자신들도 모르게 목소리를 내버렸다. 정령이라니? 어떻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에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마법과 정령이 인간들과 공존하는 이 세계에서, 정령은 신의 사자라거나 수호신같은 역할을 하는 초월적인 존재였다. 그러므로 존재의 수 자체를 정확히 계산할 수 없는 정령은 마도사라던가 마법사라던가, 혹은 평범한 인간인가의 여부에 구애받지 않고 살아있는 것들과 계약을 맺었다. 함부로 죽이지도, 죽을 수도 없는 정령과 계약을 맺는 것은 수호해주는 초월의 신이 생긴다는 의미와 비등했지만 그만큼 그 경우가 적었다.

 

이윽고 카라마츠의 뒤에서 스르륵 모습을 드러내 그 옆에 나란히 서게 된 남자를 보고 오소마츠는 눈썹을 움찔 떨었다.

 

…정령이었구나. 나무라듯이, 경고하듯이 그를 막아서던 남자의 눈동자는 지금도 변함이 없어서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와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정말 닮았는걸, 오소마츠는 곧 고개를 돌렸다.

 

오소마츠 뿐만이 아니라 그 곳에 있던 모두는 한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카라마츠의 정령이라며 나타난 남자와 똑같은 얼굴을 한, 본인들의 동료에게로.

 

 

"…쵸로마츠 형―아?"

 

 

쥬시마츠의 자각없는 부름은 들리지 않았다. 쵸로마츠는 그 누구보다 홀린 듯 제 눈 앞에 서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둥둥 떠다니는 몸에 맞춰 팔랑거리는 녹색의 옷을 바라보던 쵸로마츠는 아래로 고개를 내렸다. 초록색의 셔츠가 보였다.

 

녹색의 옷을 입고 있는 쵸로마츠는 대지, 즉 식물을 다스리는 P 클래스의 담당교사였다. 설마… 쵸로마츠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내 이름은 쵸로(緖路, ちょろ)마츠. 대지를 다스리고 있어. 물과 바람도 어느 정도는 가능해."

 

"…쵸로(緖路, ちょろ)마츠라니, 쵸로마츠 형… 숨겨둔 형제?"

 

"정령의 형제라니, 내가 신이냐!"

 

"내 쪽에서도 사양이니까."

 

"윽…!"

 

 

이치마츠의 합리적인 의심에 쥬시마츠와 토도마츠까지 자신을 같은 눈으로 바라보자, 함부로 짐작하지 말라며 쵸로마츠가 반발했다. 그에 인상을 찌푸리며 정령의 쵸로가 팩 쏘아붙이자, 쵸로마츠는 책이나 고서가 아닌 현실에서 난생 처음 마주하는 정령에 입을 다물었다.

 

 

"마지막으로, 카라마츠 쨩이 번개를 다스릴 수 있는 만큼 드래고너 협회에 정식으로 가입하게 될 지도 모른다스. 카라마츠 쨩? 드래고너로서의 경험은 있다스까?"

 

"아아, 있지. 아무래도 번개를 건드리게 되면."

 

"마찬가지로 번개를 다스리는 T 클래스의 위저드 쥬시마츠가 드래고너 협회의 대표다스.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쥬시마츠 군과 함께 따로 하도록 하고, 일단 기본적인 소개는 끝났으니 얼른 수업에 들어가는 게 좋겠다스! 카라마츠 쨩? 정식 취임식은 요청한 대로 생략해주겠지만, 어쨌든 공식적인 위저드로서 모두에게 하고싶은 말이나 각오는 없는 거다스까?"

 

 

데카판의 물음에 카라마츠는 정령의 쵸로를 돌아보았다. 정령의 쵸로는 가만히 카라마츠를 바라보다 입꼬리를 슬쩍 올리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카라마츠는 그 얼굴을 보고 따라서 살짝 웃다 얼굴을 돌렸다.

 

모를 리 없는 얼굴들이 보였다. 이름 한자, 목소리 하나, 손길 하나까지 제 마음 속에서 채 없애버리지 못한 사람들.

 

빨간 셔츠의 오소마츠. 녹색 셔츠의 쵸로마츠. 보라 셔츠의 이치마츠. 노란 셔츠의 쥬시마츠. 분홍 셔츠의 토도마츠. 언젠가 그 사이에서 파란 셔츠를 입고 함께 학생들을 이끌겠다고 호언장담하던 자신이 있었다.

 

어린 만큼 어리석고, 무지한 만큼 모자랐던, 한심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F 클래스와 I 클래스, T 클래스와 W 클래스의 보조를 맡게 된 마도사 위저드, 카라마츠, 라고 합니다."

 

 

쿵 ―

 

너나 할 것 없이 모두의 심장이 떨어졌다. 불에 데인 것처럼, 얼음에 베인 것처럼,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흔들려 부숴진 것처럼, 바람에 스러진 것처럼, 그렇게 각자의 힘에 반한 것처럼 가슴에 통증을 느낀 그들은 분명 알고 있지만, 모르는 것 같은 카라마츠를 향해 울 것 같은 얼굴을 했다.

 

 

"위저드 카라마츠는 합동훈련 외에도, 위저드 이치마츠나 위저드 쥬시마츠가 양호실이나 드래고너회의 일로 수업진행이 곤란할 때처럼 위저드의 부재 시에도 보조 위저드로 수업에 참가할 거다스. 당분간은 특별한 일이 없어도 위저드 마츠노들을 따라 한 클래스마다 수업에 들어가서 적응을 하고, 공식적으로 스케줄이 나오는대로 다시 알려주겠다스."

 

"그, 그럼 P 클래스에는…"

 

 

카라마츠가 유일하게 다루지 못하는 원소가 P 클래스의 대지, 즉 식물이라는 것을 알고 쵸로마츠가 물었다. 흐려지는 뒷말은 신경쓰지 않고 데카판은 당연하다고 고개를 저었다.

 

 

"위저드 카라마츠는 가능분야인 불의 F 클래스, 물의 I 클래스, 번개의 T 클래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바람의 W 클래스만 수업할 거다스. 더불어 드래곤 클래스도 맡게 될 거다스. 다만 드래곤 클래스는 위저드 쥬시마츠와 필수로 합동수업이 진행될 것이다스."

 

 

드래곤은 또다른 생명이기 때문에 더 조심히 수업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스, 데카판이 그렇게 말을 끝냈다. 평소라면 와이―! 너무 기대돼―! 새로운 수업―! 그렇게 떠들었을 쥬시마츠는 소매로 입을 가리고 눈썹을 휘며 카라마츠를 바라보았다.

 

종소리가 울렸지만 모두는 가만히 취하던 자세 그대로를 유지할 뿐이라서, 데카판은 짝 손바닥을 마주부딪히며 주의를 환기시켰다.

 

 

"수업이 시작되었으니 오늘도 힘내주길 바란다스! 위저드 마츠노들과는 잘 아는 사이일테니, 굳이 특별한 소개가 필요없지 않다스까? 위저드 카라마츠?"

 

 

데카판이 카라마츠를 바라보며 물었다. 카라마츠는 웃었다.

 

 

"아아. 괜찮아, 데카판 교장."

 

 

물론, 아주 잘 알고 있으니까 말이야. 낮은 목소리에 모두는 이를 악물고, 입 안의 살을 깨물고, 입술을 씹으며 각자 할 말을 삼키고 넘치려는 과거의 흔적을 주워담았다.

 

가라앉은 눈이 누구를 담고 있나 확인하려 고개를 들었지만, 카라마츠의 눈은 아무에게도 향해있지 않았다.

 

 

"음―, 그럼 첫수업은 I 클래스부터 시작하는 게 좋겠다스. 위저드 토도마츠와는 직속사제지간이고 카라마츠 쨩도 I 클래스의 학생이었으니 괜찮겠다스."

 

"훌륭한 생각이야. 그럼,"

 

 

데카판을 따라 문을 향해 몸을 틀고 카라마츠는 고개를 뒤로 꺾었다. 그 시선은 더이상 예전의 것일 수 없어서, 토도마츠는 톡 건들면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것 같은 표정으로 카라마츠를 바라보았다.

 

 

"잘 부탁드립니다. 위저드 토도마츠."

 

 

그런 눈으로 보지마. 그런 얼굴로 보지마. 그 얼굴이 미련인지, 후회인지, 공포인지, 그 어떤 것도 알 수 없는 사이가 된 지금, 카라마츠는 웃었다.

 

미워하게 된, 한때 사랑했던 사람들과의 재회를 지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