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おそ松さん 2F/[능력마츠] 그 마도사의 사정

[능력마츠/사제마츠/오소카라/쵸로카라/속도카라/TS(여체화)/오소마츠상 소설(おそ松さん Novel )] 그 마도사의 사정 3

※ 세계관과 원작을 포함해 충분히 다른 설정.

※ 어느 정도의 세계관 공유_사제마츠

※ Just Fiction.

 

# 오소마츠상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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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마도사의 사정 3

 

 

 

 

"어라? 토도마츠, 혼자?"

 

 

쵸로마츠의 물음에 토도마츠는 말없이 짐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카라마츠는? 숨겨진 의미를 알아채는 건 눈치가 빠른 어린이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로 먹을 사람이 있대."

 

"아? …설마 그 정령?"

 

"아마도."

 

 

다물린 입에서 한숨이 흐르지 못했다. 토도마츠가 자리에 앉으려는데 문이 열리고 오소마츠가 모습을 드러냈다.

 

 

"에? 카라마츠는?"

 

"…정령이랑 따로 먹으려나봐."

 

"헤에―."

 

"오소마츠 형."

 

 

자리를 향해 가는 오소마츠의 책상으로 먼저 다가간 토도마츠는 그의 책상에 허리를 기댔다.

 

 

"톳-티? 형아 책상 무너질 것 같은데요?"

 

"이 정도로는 안 무너지거든? 그것보다, 오소마츠 형 아까 내 말 들었잖아?"

 

"네 말? 무슨?"

 

"…카라마츠가 우리에게서 선을 긋는다는 말."

 

"아, 응. 분명 들었지? 그게 왜?"

 

"하?"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어오는 오소마츠를 보고 토도마츠는 눈살을 찌푸렸다. 당장이라도 무슨 생각이냐 따져들 생각으로 크게 벌어진 입은 다시 닫혔다.

 

쵸로마츠도, 이치마츠도, 쥬시마츠도, 그리고 자신도. 카라마츠를 좋아했고 의지했으며 아꼈다.

 

하지만 오소마츠에게 있어서, 그 마음은 그들과 조금 달랐다.

 

조금 더 무겁고, 조금 더 빨갛고, 조금 더 뜨거운.

 

그리고, 그건 카라마츠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기 때문에 카라마츠는 사라졌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그들은 카라마츠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

 

또 그렇기 때문에, 오소마츠에게 왜 카라마츠가 지정한 선을 넘어가려 하냐 따질 수 있을리도 만무했다.

 

 

"…이제 그러지마, 오소마츠 형."

 

"아? 뭘?"

 

"특히 공식적인 자리에선 더 그러지마. 얼리지 않아도 분위기가 차가워진다고."

 

"하지만 말이야? 그럴 수 없을 리 없잖아?"

 

"하?"

 

"그럴게, 그 녀석이 얼마 만에 나타났다고 생각하는 거야? 우리가 그 녀석을 얼마 만에 봤다고 생각하는 거야?"

 

 

내가, 그 녀석을, 얼마나 생각했다고 짐작하는 거야? 아무것도 모른다는 눈은 아무것도 모르는 게 아니라, 숨기고 있던 거였다.

 

그리움이, 사랑이, 추억이, 반가움이, 그리고 죄책감이, 흘러 넘칠까봐.

 

짝―. 쵸로마츠가 손바닥을 맞부딪히며 주의를 환기시켰다. 우울해진 토도마츠와 숨기려는 오소마츠는 동시에 쵸로마츠를 바라보았다. 조금 어색한 웃음은 둥글거렸고, 쵸로마츠는 최대한 친절하게 제 동료들을 향해 말했다.

 

 

"일단 점심시간이니까? 이 시간에 어울리는 걸 하자고?"

 

"응. 배고파."

 

"런―치!"

 

 

이치마츠가 고개를 끄덕이고 쥬시마츠가 파닥파닥 팔을 흔들었다. 잠시 서로를 바라보던 오소마츠와 토도마츠는 힘없이 웃었다.

 

응, 그렇네, 배고프네―!

 

여섯이었지만, 다섯이었다. 그 녀석이 학교에 있다는 것만 제외하면, 평소와 다름없었다.

 

하지만 지척에, 부르기만 하면 당장이라도 볼 수 있는 곳에, 잃어버렸던 사람이 있다는 사실 하나가 모두의 일상을 흔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철저하게 그것을 티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자신들의 마음에 깊이 뿌리내린 죄책감을 외면하기 위해, 그리고 오소마츠를 위해.

 

이기적이라 할지라도, 편향적이라 할지라도.

 

 

 

 

토도마츠는 맨 윗층에 위치한 고등학년 담당 위저드들의 숙소를 지나쳐 걸으며 동료들에게 수업에 대해 이야기했다. 오소마츠와 있었던 일, 마츠노 녀석들의 일, 카라마츠가 불과 바람을 사용했던 일까지.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된단 말이지?"

 

"응. 분명 졸업할 때까지만 해도 아이스였던 마법사가 어떻게 마도사가 될 수 있냐는 거지?"

 

"카라마츠의 지금 모습은 졸업할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아. 그렇다는 건 졸업할 때 쯤 완벽발현이 됐고 비슷한 시기에 어디선가 위저드의 의식을 치뤘다는 거잖아?"

 

"하지만 보통 고등학년으로 올라와 클래스가 정해지기 전에 거의 발현하고. 분명 졸업 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아."

 

"그렇지만 졸업 후에도 능력이 발현되는 케이스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는걸―!"

 

"애초에 그때 위저드의 의식을 치뤘다면 어째서 지금 온 건데? 그럴게, 카라마츠가 사라진 건…"

 

"토도마츠."

 

"아."

 

 

궁금한 부분을 지적하던 토도마츠의 허리를 이치마츠가 툭 건드렸다. 너무 지나친 곳을 찔렀다는 자각과 함께 그는 오소마츠를 바라보았다.

 

 

"5년 전이지."

 

 

정확히는, 1,823일이지만! 쓸쓸한 웃음으로 오소마츠가 뒤를 홱 돌아보았다.

 

 

"그렇게 보지 말라구? 카라마츠가 돌아온 이상 언젠간 꺼내질 주제였잖아?"

 

"…오소마츠 형, 날짜를, 세고 있었어?"

 

"아―, 응. 뭐랄까, 우리의 시간은 멈췄지만 세상의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난 그 녀석의 시간도 계속 흐를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이렇게 같은 입장에서 만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으니까 말이야―."

 

 

카라마츠는 파란색이 좋다고 했다. 어째서? 왜 하필 파랑? 그렇게 물어오는 그들에게 카라마츠는, 티처들에게 없는 아름다운 색이지 않나! 하고 당당하게 말했다. 오소마츠의 빨간 셔츠처럼, 쵸로마츠의 녹색 셔츠처럼, 이치마츠의 보라 셔츠처럼, 쥬시마츠의 노란 셔츠처럼, 토도마츠의 분홍 베스트처럼, 자신도 파란 셔츠를 입고 이 곳에서 누군가가 성장하며 자신의 길을 찾는 걸 돕는 훌륭한 위저드가 되겠다고.

 

물―론, 무너진 세상을 마주하는 얼굴로 카라마츠가 사라진 그 날부터, 그런 미래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어쩔래, 오소마츠 형."

 

"아? 뭘?"

 

"데카판. 그 사람은 뭔가 알고 있을 거야."

 

"교장을 찾아가겠다고? 교장이 얘기해줄까? 카라마츠가 이미 부탁해뒀을 것 같은데."

 

"으―음! 난 말이야? 데카판 교장은 의외로 모를 거라고 생각해!"

 

"에? 어째서? 쥬시마츠 형?"

 

"그럴게! 아까 아침에 데카판이 우리에게 카라마츠를 소개하면서, 분명 아무렇지도 않아했어! 이 곳을 졸업한 학생이니까 다들 잘 알지 않냐고, 무엇보다 우리와 특별한 사이였지 않냐고 했잖아! 카라마츠에게서 뭔가를 들었다면 그런 식으로 소개하지 않았을 거야!"

 

"아…, 응, 그럴 수도."

 

"하지만 난 물어보러 갈 거야!"

 

"하? 쥬시마츠?"

 

 

분명 데카판은 아무것도 모를 거라며 얘기해놓고 결론을 꺾어버리자, 쵸로마츠가 쥬시마츠를 돌아보았다.

 

 

"우리가 궁금해하는 걸 교장이 궁금해하지 않았을 리 없는걸! 위저드로서 정식으로 계약하고 취임하는 건데 교장이 물어보는 것에 대해 대충 얼버무릴 순 없었을 거야! 전부는 아니더라도, 뭔가 알고 있는 게 있을 거야!"

 

"교장이 그걸 우리에게 말해주려고 할까…? 어쨌든 개인에 대한 내용이고…"

 

"으―음, 친구를 데리고 온다고 하면 말해주지 않을까?!"

 

"친구?"

 

"내 친구! 번개!"

 

"…평범히 협박의 레벨이잖아, 그거."

 

"오소마츠 형―아도 당연히 함께할 검다―!"

 

 

쥬시마츠가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제 뒤를 따르는 동료들을 바라보며 뒤돌아 걷던 오소마츠의 얼굴에 씨익 웃음이 번졌다.

 

 

"당연하지―!"

 

"하―아, 어쩔 수 없네. 같이 가줄게."

 

"톳-티도―?! 와―이! 다같이 가는 거야―!"

 

"…에?"

 

"아니아니, 우린 간다고 하지 않았으니까?!"

 

"다섯 중에 셋이 가면 따라와야지? 쵸로마츠? 바늘 가는 곳에 실도 가는 거야아―."

 

"네놈을 찔러버리고 싶은 내가 바늘 아니냐? 랄까 위험하니까 제대로 앞으로 걸으… 에."

 

"응? 쵸로쨩? 왜 그래?"

 

"잠, 오소마츠 형."

 

 

쵸로마츠가 말을 하다 말고 걸음을 멈추었다. 뒤로 걷던 오소마츠는 쵸로마츠를 비롯한 동료들의 시선이 제 등 뒤로 향하고 발이 멈추자, 뒤를 향해 몸을 틀었다. 토도마츠가 오소마츠를 불렀지만, 시야에는 이미 그들이 보는 것과 같은 것이 잡힌 후였다.

 

새로 배정받은 듯 보이는 숙소의 문을 열고 나오는 사람은 분명 카라마츠였다. 그리고 그 옆으로 따라나오는 건, 분명 정령이었다.

 

큭큭 웃는 카라마츠의 옆 허공에 몸을 띄우고 따라 웃던 쵸로는 문득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돌렸다. 응? 쵸로, 왜 그러는 건가? 카라마츠도 그의 고개가 향한 방향으로 얼굴을 돌렸다.

 

다섯의 시선과 두 개의 시선이 서로 얽혔다. 조금 전에 띄웠던 미소는 온데간데 없어지고 표정이 눈에 띄게 굳어지는 것을 보고 오소마츠는 가슴의 통증을 외면하기 위해 일부러 더 밝게 웃었다.

 

다섯 위저드들 중에서도 오소마츠와 눈을 마주친 카라마츠는 떨떠름하게 꾸벅 목례를 하고는 휙 몸을 돌렸다. 이번에는 어떤 경고나 목소리 없이 카라마츠를 따라 몸을 돌리는 쵸로를 보고 오소마츠는 조용히 숨을 들이마셨다.

 

셋, 둘,

 

 

"카라마츠으―!"

 

 

커다란 목소리가 복도를 울렸다. 어깨를 움찔 떨 정도로 놀란 카라마츠보다 먼저 고개를 돌리는 쵸로의 얼굴은 일그러져있었기에, 쥬시마츠와 이치마츠는 자신들의 옆에 선 쵸로마츠의 얼굴을 무심코 살폈다. 누가 누군지, 정말 똑같아, 라고 말해오는 시선을 낚아채고 쵸로마츠는, 쳐다보지마라…, 작게 읊조렸다.

 

조금 거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빠르지 않지만 긴 보폭으로 성큼성큼 카라마츠에게 다가간 오소마츠가 말했다.

 

 

"점심 먹으러 가는 거?"

 

"…네."

 

"오호―! 왜 우리와 함께 먹지 않고?"

 

"선약이라서요, 다른 사람과."

 

"헤에―, 정령이 사람인가?"

 

"사람보다 나은 존재지."

 

"흠―. 그럼 내일은? 내일은 우리와 함께 점심식사하는 거, 어때?"

 

"내일도 선약이 있습니다만."

 

"에? 이 녀석이랑?"

 

"함부로 손가락질하면서 낮춰 말하는 거 그만할래?"

 

"그럼 모레는?"

 

"모레도 선약."

 

"그럼 그 다음날은?"

 

"그 날도."

 

"그으―럼! 그그 다음날은!"

 

"…앞으로도 쭉,"

 

 

굵은 눈썹이 위로 치켜올라가고 눈이 가늘어졌다. 이렇게까지 싫다고 돌려말해줬으면 알아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 뒤에 서있는 동료들이 직접 보지 않아도 그렇게 읽을 수 있는 표정을 앞에 두고서도 오소마츠는 평온했다. 평소와 같았다. 옛날과, 같았다.

 

그 사실이 참을 수 없이, 더욱 화가 났다.

 

 

"마츠노 위저드들과 함께 식사할 날은 없을 겁니다."

 

 

그래서 일부러 그렇게 내뱉은 말에, 위저드들은 몸을 움츠렸다. 하지만 오소마츠는 여전히 태연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생각했던 것보다 직접 듣는 것은 데미지가 커서 본인 스스로도 당황했지만, 온 힘을 다해 티내지 않으려 애썼다.

 

 

"어째서?"

 

"그러고 싶지 않으니까요."

 

"어째서?"

 

"위저드들보다 함께 식사를 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저 녀석이 사람이야?"

 

"여기서 그걸 지적한다고?"

 

"그럼 정령도 함께 식사하자."

 

"밥먹다 똥꼬털 불 탈 일 있냐?"

 

"정령이란 녀석이 그렇게 말이 험해서야 원~"

 

"위저드라는 녀석이 그렇게 멍청해서야 어디, 이 세계의 미래가 암울하군."

 

"뭐 임마?"

 

"이만 가보겠습니다."

 

 

오소마츠와 티격태격거리는 쵸로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카라마츠가 시선을 옮겼다.

 

 

"어디 가?"

 

"점심먹으러 갑니다."

 

"같이 먹자."

 

"…후우…. 그만하시죠, 위저드 오소마츠."

 

"응? 뭘? 같이 밥 먹자고 권하는 게 잘못된 거야?"

 

"싫다는 사람에게 계속 권하는 건 잘못된 겁니다. 그리고, 부탁인데 제게 말을 놓지 말아주세요. 불편합니다."

 

 

토도마츠는 카라마츠가 제게 선을 지켜달라 말한 것이 얼마나 정중했던 건지 깨닫고 서늘해지는 가슴을 부여잡았다. 쥬시마츠의 등 뒤로 숨어 호흡을 골랐다.

 

 

"어째서? 위저드들끼리 사이가 좋으면 좋은 거잖아?"

 

"서로 얼굴 붉힐 사이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합니다만."

 

"얼굴이 왜 붉어져? 카라마츠, 나 좋아해?"

 

"이런 미친 새끼가,"

 

"쵸로!"

 

 

쵸로가 오소마츠의 멱살을 거칠게 붙잡았다. 카라마츠가 깜짝 놀라 쵸로에게 매달리자, 쵸로는 쳇, 혀를 차며 밀치듯 손에 힘을 풀었다. 몸은 휘청거렸지만 오소마츠는 넘어지지 않았다. 구겨진 셔츠를 툭툭 털어낼 뿐이었다.

 

 

"카라마츠의 정령 님은 성질이 괴팍하네에―."

 

"누구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진짜 그만하죠, 이제. 점심시간이 아깝습니다."

 

"카라마츠는 우리와 마주쳐서 얼굴이 붉어졌어?"

 

 

끈질긴 오소마츠의 말에 카라마츠는 결국 주먹을 쥐었다. 조용히 한숨을 내쉬고 쵸로는 카라마츠의 손에 들린 도시락통을 빼들었다. 무식한 힘으로 통이 부서지면, 밥도 못 먹을 테니까.

 

 

"네, 붉어졌습니다. 난 당신들이 싫어요. 불편하고, 부담스럽고, 싫습니다. 이렇게 다가오는 것도, 뻔뻔하게 밀어붙이는 것도 싫어요. 그러니까 제발, 부탁이니까, 함부로 거리를 좁히지 말아주세요."

 

 

스커트 옆에서 부들부들 떨리는 주먹을 보고 그들은 다시 한 번 좌절했다.

 

늘 솔직했던 카라마츠에게, 그들은 솔직하지 않았다. 그가 건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따뜻한 것인지 알았기 때문에 그것들을 챙기면서도, 그들은 똑같은 것을 주지 않았다.

 

돌아온 카라마츠는 적어도 동료로서의 선을 그었다. 그것을 넘어가려던 그들에게, 카라마츠는 드디어 가감없이 솔직해졌다. 원하던 모습이었지만, 아팠다. 그제서야 그들은 알았다. 솔직한 건,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그 용기가 없었기에, 실수를 했으면서도.

 

뒤돌아선 카라마츠가 몇 걸음을 내딛지 않았을 때였다.

 

 

"다음 수업은 F 클래스."

 

 

이 와중에 그런 걸 이야기한다고? 더군다나 우리랑 한 마디 상의도 없이? 위저드들이 오소마츠를 바라보았다.

 

카라마츠와 쵸로도 고개를 돌렸다.

 

 

"수업에 늦지 않게 F 클래스로 와, 카라마츠."

 

 

어째서인지 기대한 게 무색해져서, 카라마츠는 한층 더 차가운 눈으로 마지막으로 오소마츠를 바라보고는 다시 걸음을 뗐다.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멈춰 돌아보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 옆에서 날던 쵸로 역시도 또렷하게 질렸다는 얼굴로 카라마츠를 따라 사라졌다.

 

 

"…오소마츠 형―아."

 

"이 바보야, 왜 자꾸 일부러 속을 긁는 거야."

 

"…아―아, 조금, 그냥, 음―. 확인해보고 싶어서."

 

"확인?"

 

"…아아―, 모르겠다아―! 이번 점심은 숙소에서 쉴래."

 

"뭐? 밥은?"

 

"갑자기 안 먹고싶어졌어―."

 

 

평소였으면, 오소마츠 형이 밥을 안 먹어, 무슨 일이야, 위장에 불이라도 붙은 거 아니야? 그렇게 호들갑을 떨어댈 그들이었지만, 지금만큼은 아무런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오소마츠를 잡지 않았다.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은 채로 오소마츠는 제 숙소의 문을 열고 몸을 들이밀었다. 문을 닫고, 침대에 엉덩이를 걸치고서 손을 들어 얼굴을 묻었다.

 

확인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확인했다.

 

정령이 그의 멱살을 잡고 금방이라도 짓누를 듯 노려보고 있을 때, 그에게 매달려 붙잡아세운 건 카라마츠였다. 그 행동을 보고, 그 얼굴을 보고 오소마츠는 확인했다.

 

아직, 너의 마음을.

 

그리고 동시에 더 나락으로 떨어졌다.

 

확인했는데 뭐? 확인해서 뭐? 차라리 원망과 저주, 증오와 같은 감정만 남아있는 상태였다면 덜 괴로웠을 것이다. 지금의 넌 상처의 살아있는 증거, 그 자체였으니까. 그런 네가 여전히 품고 있는 그 마음은, 이젠 내가 갈망할 수도 없는 것이 되어버렸으니까.

 

 

난 당신들이 싫어요. 불편하고, 부담스럽고, 싫습니다. 이렇게 다가오는 것도, 뻔뻔하게 밀어붙이는 것도 싫어요.

 

그러니까 제발, 부탁이니까, 함부로 거리를 좁히지 말아주세요.

 

 

그것은 경고라기보다는 부탁에 가까웠고, 부탁이라기보단 애원이었다.

 

아아, 아프다. 고통스럽다. 가슴이 뜨겁고, 미어진다. 자신의 불은 자신에게 효과를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젖어가는 눈으로 제 몸이 혹시라도 불타고있나 몇 번이나 확인했다. 그럴 리 없다. 이건, 오로지 나의 죗값. 나의, 무게.

 

눈물이 터졌다. 이런 모습, 누구에게도 보여줄 수 없어. 너에게도, 티낼 수 없어.

 

이것마저, 사치일테니까.

 

아아, 그럼에도.

 

그럼에도…

 

기다려서 미안해. 기다려서 미안해. 반가워서 미안해. 뻔뻔해서 미안해. 다가가서 미안해. 미안해서 미안해.

 

사랑해서 미안해….

 

새빨간 셔츠가 검게 물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