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おそ松さん 2F/[유메마츠] Extra 松_히로인[S]

[오소마츠상 소설(おそ松さん Novel )/유메마츠] 3. 카라마츠 사변 후, 히로인(Heroine)_3

※ Just Fiction.

 

# 오소마츠상소설

# 유메마츠

# NL마츠

# 카라마츠사변

# 카라마츠

 

 

히로인 3

 

 

 

 

웅얼웅얼 조금의 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무거운 눈을 뜨자 감각이 확 들이닥쳤다.

 

 

"When it comes to China, Lung Chen knows better. I've never learned Chinese and been to China."

(중국과 관련해서는, 룽첸이 더 잘 알아. 나는 중국어를 배운 적도, 가본 적도 없는걸.)

 

- Hmm. Then Can you connect me with him?

(흠. 그럼 그 사람과 연결시켜줄 수 있어?)

 

"I'll try, but I'm not sure. Because I know that he is mainly in charge of IT technology-related fields and rarely has a history of pure literature. Besides, since the task he is in charge of now is a simultaneous translation of the two countries, he may be busy and reject your offer. Are you gonna be okay?"

(말은 해보겠지만, 확신은 못 해. 그럴게, 그는 주로 IT 기술에 대한 분야를 담당하고, 순수문학에 대한 전적은 거의 없거든. 게다가 그가 지금 맡고 있는 업무가 두 나라의 동시번역이기 때문에 그는 바빠서 네 제안을 거절할 수도 있어. 괜찮겠어?)

 

- Then there's nothing I can do about it, but I still ask you.

(그럼 어쩔 수 없겠지만, 그래도 부탁할게.)

 

"Okay. I'll pass on your proposal and get back to you."

(알았어. 네 제안을 전달하고 다시 연락할게.)

 

- Thank you! Anyway, I miss you. I will contact you when I go to Japan!

(고마워! 그나저나 보고싶다. 일본에 가게 되면 연락할게!)

 

"I miss you too. I really hope to meet you. Take care."

(나도 보고싶다. 꼭 만나고 싶어. 잘 지내.)

 

 

타다다다― 타자소리와 겹쳐들리는 통화소리가 뚝 끊겼다. 액정이 꺼진 것을 확인하고 메이는 다시금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조용히 그 모습을 바라보던 카라마츠는 메이의 모습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키보드 하나를 쉬지않고 두드리다가도 옆에 놓인 다른 키보드도 한 손으로 두드렸다. 키보드 두 개를 왔다갔다하는 손의 속도가 가히 경악할 만큼 빨라서 그는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모니터 밑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두 손이 미련해보일 만큼, 화면에 고정되어있는 눈동자는 흔들리지조차 않았다.

 

얼마나 그녀의 근무를 바라보고 있었는지 자신도 모르는 새 머리를 들고 있어서 뒷목이 뻐근했다. 카라마츠는 그제야 입을 열었다.

 

 

"멋있군."

 

"아, 일어났어?"

 

"정말 정신나간 속도야. 번역가 겸 작가란 형님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군."

 

"왜 그걸로 오빠가 너한테 거짓말을 하겠냐…. 그리고 '정신나간'은 뭐야 칭찬이야?"

 

"당연하다."

 

 

카라마츠가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아까 통화한 건 누구인가?"

 

"아아. 미국에 있을 때 같이 일하던 동료야. 중국 쪽 순수문학 분야의 저명인사를 알려달래서."

 

"메이는 중국에 가본 적이 없는가?"

 

"없어. 가본 곳이라고는 한국이랑 미국 뿐이고, 중국어도 하나도… 랄까 너 영어 할 줄 알아? 어떻게 통화내용을 알고 있는 거야?"

 

"영어는 조금 할 줄 안다. 너도 나에게 발음이 훌륭하다고 칭찬해주지 않았나!"

 

 

병원에서 나오던 와중에 나누었던 대화를 상기한 메이는 조금 놀랐다. 그건 그냥 한 말이었는데.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현지인과 통화하는 것을 듣고 알아듣는 것은 조금 할 줄 아는 수준이 아니었다. 어쩌면 조금 달라보일지도? 메이는 한번 안경을 쓱 밀어올리고 조금 더 타자를 치더니, 문득 손가락을 멈추고 다시 카라마츠를 돌아보았다.

 

 

"배 안 고파?"

 

"배?"

 

"점심 지났거든. 너 꽤 오래 잤어."

 

"에.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난 대충 먹었는데. 뭐 먹을래?"

 

"…나중에 카라아게 3만엔만큼으로 갚겠다."

 

"배 터져 죽어."

 

 

카라마츠를 부축해 아래층으로 내려온 메이는 앞치마 끈을 질끈 묶었다. 냉장고를 뒤적거리며 뒤에 앉아있는 카라마츠에게 물었다.

 

 

"카라아게 좋아해?"

 

"당장 내일 세상이 무너진다면 먹고싶은 음식 1위지, 카라아게는."

 

"너한테는 심-플이라는 게 없는 거야?"

 

 

여러 수식어구 다 물리치고 결론은 좋아한다는 거네, 그것도 엄청. 잠시 후 메이는 부스럭 부스럭 무언가를 꺼냈다.

 

 

"냉동이지만."

 

"나와 결혼해주겠는가?"

 

"지랄하지마."

 

"에."

 

 

손에 들린 냉동 카라아게를 보고 카라마츠가 벌떡 고개를 들었다. 메이가 미간을 잔뜩 구겼다.

 

얼마 있지 않아 카라마츠의 앞에는 노릇노릇 먹음직스럽게 튀겨진 카라아게와 미소국이 놓여졌다. 기름진 고기로 느끼할까봐 곁들여준 적생강절임 아마즈쇼가가 평범한 것들과는 다르게 곰돌이 모양이었다. 그 귀여운 모양에 깜짝 놀란 카라마츠가 젓가락으로 하나를 집어들었다.

 

 

"맙소사 이게 대체 뭔가! 어떻게 이런 사랑스러운 아마즈쇼가가 존재할 수 있는 거지!"

 

"카이가 편식을 하거든. 아삭아삭거리는 채소는 안 먹으려고 한다니까? 그런 모양이라면 조금 눈길은 주지 않을까 해서."

 

"효과는 어떤가?"

 

"엑설런-트."

 

 

메이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그 모습에 제가 다 뿌듯해져 카라마츠는 크게 웃은 후 집어들었던 아마즈쇼가를 입에 집어넣었다. 새콤달콤한 게 맛있었다.

 

 

"동생은 언제 오지?"

 

"5시에 내가 데리러 가."

 

"나도 같이 갈까?"

 

"괜찮겠어?"

 

"아아! 몸이라면 별로,"

 

"아니, 말고. 우리 집에서 나가자마자 너희 집이잖아? 지척이라고?"

 

 

예상치 못하게 나온 형제의 이야기에 카라마츠가 눈에 띄게 굳어버렸다. 저렇게까지 딱딱해지리란 건 몰랐지만, 메이는 결국 또 한 번의 선택지를 건넸다.

 

 

"음. 내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려고는 안 했는데."

 

"아?"

 

"돌아갈 생각이야?"

 

 

목적지가 없는 말이었지만 카라마츠는 그녀의 어의를 알았다. 분명 메이의 얼굴은 카라마츠가 실례라고 여기는 호의가 실례라고 곤란해하거나 눈치를 주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지만, 카라마츠는 그 말을 듣자마자 잠시 발이 아래로 빠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여긴 남의 집이었다. 그것도 한 동네, 건너편 집에 살면서 몇 년을 있는지도 몰랐던 이웃의 집. 돌아가고 싶지 않아 밤을 부탁했고, 편안한 마음에 안일해져 끼니를 빚졌다. 이미 주인이 있는 방에서 주인을 몰아내고 주인의 자리에서 잠까지 잤다. 어제 만나 도움을 받은 은인과도 같은 여자의 침대에서 휴식까지 취했다. 지금까지로도 충분히 부끄러운 일이라고, 카라마츠는 생각했다.

 

 

"아니아니.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대충 알겠거든? 내가 지금 묻는 건, 언제까지 여기 있을 것이냐가 아니라 네 마음이 준비가 됐냐야."

 

 

메이가 단호한 표정으로 카라마츠에게 말했다. 젓가락을 집은 손이 테이블 위로 안착했다.

 

 

"실례고 나발이고 이 쪽에서 괜찮다고 했으니까 그 부분은 신경쓰지 말고. 돌아가서 형제들을 마주할 준비가 됐어? 그들의 사과를 받고 풀어질 여유가 생겼어?"

 

"여유…."

 

 

메이의 말을 한 번 더 곱씹으며 카라마츠는 곰곰이 생각했다.

 

솔직해지자면 형제들이 지난 밤 집에 들어가지 않은 자신을 걱정할까 확신이 없었다. 어쩌면 다섯이서 맞이한 아침을 신경쓰지도 않고, 남은 아침식사를 본인들끼리 더 나눠먹었을 수도 있겠지. 그렇게 짓궂은 면을 좋아했지만, 그렇게 짓궂기에 상처받았다.

 

상처받고 나아지고자 다시 돌아갔다가, 또다시 같은 상처를 받고 더 나아가 좌절까지 할까봐 겁이 났다. 

 

 

"…난 길-티 가이다."

 

"또 왜. 뭔 죄책감이 맨날 생겨? 안 피곤해?"

 

"나는… 이기적인 놈이라서, 내가 더 망가질까봐 돌아가기를 망설이고 있다. 부족한 동생이고, 모자란 형이지. 녀석들이 내게 안쓰럽다고 하는 것도 이해가 돼."

 

"아니―, 너 진짜 돌대가리야?"

 

"돌, 뭐?"

 

 

메이가 가슴을 쿵쿵 내리쳤다. 곧 그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너 정말 중증이다. 길티고 나발이고 미련함이 아주 흘러넘쳐."

 

"왜, 왜 욕을 하는 건가!"

 

"네가 더 망가질까봐 돌아가기를 망설이는 건 이기적인 게 아니라 당연한 거야. 부족한 동생? 모자란 형? 부족하고 모자란 건 누구의 기준인데? 누가 정하는 거? 그리고 네가 안쓰러운 건 그 갈비뼈를 부러뜨리는 중2병 말투 때문이라고!"

 

"…당연해?"

 

"그래. 여기서 안 당연한 건 없어졌다고 신경도 쓰지 않는 거나, 시끄럽다고 맷돌같은 거나 던지는 너의 그 망할 형제들이라고!"

 

"하지만…"

 

"지금 그 자식들 편들기만 해봐. 똥꼬털을 태워버릴테니까."

 

"그건 쵸로마츠의 말투다! 이상한 거 따라하지 마라!"

 

 

울먹거리는 카라마츠를 씩씩거리며 바라보던 메이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조금 진정하자. 메이는 카라마츠에게 일단 마저 먹으라며 손짓했다. 저 카라아게는 식으면 맛이 떨어졌다.

 

 

"넌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그걸 왜 나한테 묻는 거야?"

 

"그냥, 그냥 물어보는 거다. 네가 하라는 대로 하지는 않을 테니 안심해."

 

"내가 돌아가라고 해도 안 돌아갈 거야?"

"…그건…"

 

"…난 널 이해해.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 날 소중하게 여겨주지 않는다는 거, 어떤 기분인지 잘 알거든."

 

"에? 메이는 왜…"

 

"그래서 난 너희 형제들 싫어."

 

"조, 좋은 형제들이다."

 

"이 세상에 야구 배트 던지는 형제들이 좋다고 말하는 건 너밖에 없을 거야."

 

"…야구 배트는 동생의 소중한 것이다! 그 소중한 것을 나에게 던졌다는 것은 나도 소중하다는 것 아니겠는가?"

 

"소설쓰고 앉아있네. 소중했으면 그걸로 같이 놀아야지, 그걸 면상에 냅다 던져?"

 

"……."

 

 

내가 본 게 있는데. 콧방귀를 뀌며 메이는 의자에 등을 기댔다. 괜히 눈치만 보면서 카라마츠는 애꿎은 카라아게만 젓가락으로 쿡쿡 찔렀다.

 

 

"그래도 돌아갔으면 좋겠어."

 

"…에?"

 

"너희 여섯 명은 너희만의 관계가 있잖아. 그건 나같은 타인이 함부로 판단하고 잴 만한 게 아니고. 내가 여기서 뭐라뭐라 태클을 걸어도 네가 돌아가겠다, 그들은 좋은 사람들이다 말해버리면 결과는 그런 거야. 그러니까 그 잘난 형제들이 정말 좋은 놈들이라고 여겨지면 돌아가서 사과받고 제대로 형제노릇 하는게 좋다고 생각해."

 

"……."

 

"그래도 어쨌든 카라마츠 널 다치게 만든 형제들은 나에게 있어 미친 놈들일 뿐이지만. 너희들의 관계는 너희들이 풀어야지."

 

"…할 수 있을까."

 

 

카라마츠는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카라아게는 거의 줄어들지 않은 채였다.

 

 

"나는 오소마츠처럼 동생들을 전부 알아주지도 못하고, 쵸로마츠처럼 꾸준히 노력하지도 못하고, 이치마츠처럼 조용히 모른 척 하지도 못하고, 쥬시마츠처럼 주변을 밝게 해주지도 못하고, 토도마츠처럼 융통성있게 풀어주지도 못해. 그래서 그런 부족한 부분들을 형제들이 지적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오소마츠가 전부 알아주는 동생들 중에 너도 있을 거 아니야? 그럴게, 어쨌든 너도 오소마츠의 동생이잖아."

 

"에?"

 

"뿐만 아니라 넌 지금까지 형제들에게 너대로 있고자 노력했고, 상처를 받아도 모른 척 했잖아. 융통성있게 풀어주지 않는다는 건 강직하다는 거고, 내가 단 하루동안 봐온 너는 충분히 밝아."

 

 

너무 밝아서 갈비뼈가 아프지만. 굳이 뒷말을 하지 않고 메이는 어깨를 으쓱였다.

 

 

"내 말은, 너도 솔직해지면 된다는 거야."

 

"솔직?"

 

"스스로를 부족한 동생이고 모자란 형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지금까지처럼 마츠노 카라마츠로 밀어붙여. 대신 참지도 말고, 모른 척 하지도 마. 화가 나면 화를 내고, 서운하면 토라져도 돼. 다른 형제들 다 하는 거, 너라고 하지 말란 법 없잖아?"

 

"…그래도 되는 건가."

 

"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렇게 하는 게 당연한 거야. 그게 사랑이고, 형제고, 가족이야."

 

"……."

 

"그리고 어쩌면, 겉보기와는 다르게 속은 너랑 비슷할 수도 있고. 그래도 나였으면 반쯤 죽여놨을 테지만."

 

 

카라마츠는 잠시 아무런 말 없이 눈 앞에 놓인 미소국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고민하고 있는 그를 재촉하긴 싫었지만, 그녀는 진심으로 그가 사랑하는 형제들에게 있어 진실된 카라마츠이기를 바랐기에 강수를 두었다.

 

 

"그리고 너, 아까 자면서 쥬시마츠 쥬시마츠 이름을 몇 번을 불렀는지 알아?"

 

"내가?"

 

"강변에서 어린애들이 야구라도 한 모양인데. 자면서 그 소리를 들었는지 계속해서 쥬시마츠를 불렀다고. 나가서 데려올 뻔했어."

 

"…아아, 그랬던가, 내가…."

 

 

사실 그런 적은 없지만. 메이는 가슴이 찔리는 듯한 감각을 애써 무시했다.

 

내가 할 일은 다 했다. 이제 그의 선택만이 남았다.

 

그의 결론을 대충 확신한 메이는 조금 마음을 놓았다. 그리고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노을이 질 무렵, 잠시 나갔다 오겠다던 카라마츠는 노을이 완전히 지고서야 돌아왔다. 

 

코앞에 집이 있는데도 괜찮다고 나갔다 온 것만 봐도 이미 그가 한 결심은 절반 이상 눈치챈 메이는 카라마츠가 웃으며 인사를 하고서야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괜찮겠어?"

 

"아아! 직접 풀어낼 거다. 원한다면 답해줄 녀석들이고, 언제나처럼 지나갈 일이야."

 

"그럼 다행이네."

 

"응! 정말 많은 신세를 졌다!"

 

"신세라니, 좀 더 머물러도 되는데."

 

"아니다 형님! 형님의 소파는 정말 푹신했다. 나는 더이상 그 곳으로부터 형님을 내쫓을 수 없다. 형님의 몸에까지 길-티한 나의 흔적을 남길…"

 

"심-플 몰라? 심-플? 담백하게 인사만 하고 가라 좀!"

 

"카아마츄 형아! 또 보고시푸!"

 

"아아. 카이, 내가 보고싶으면 우리 집으로 놀러와라! 메이와 너, 그리고 형님은 언제든지 마츠노 가 프리패스를 이용할 수 있다!"

 

"푸이패?"

 

"그건 또 뭐야. 언제부터 너희 집이 디즈니 랜드였어?"

 

"메이. 정말 많은 은혜를 입었다. 고맙다는 말로는 전부 표현이 안 되는군."

 

"그런 거창한 거 한 적 없는데…. 데려다주고 올게, 오빠."

 

"괜찮다! 바로 앞인데?"

 

"다녀와. 카라마츠! 또 놀러와. 카이도 형아 빠이빠이~"

 

"빠이빠이!"

 

 

문을 닫고 나온 메이는 카라마츠와 건너편 집을 향해 걸었다.

 

목발을 짚고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심장이 덜컹덜컹 거렸다. 고작 하루만에 돌아가는 집인데, 손에 땀이 나는 듯 했다. 힐끗 바라본 카라마츠의 얼굴이 너무 비장해서 메이는 그를 쿡 찔렀다.

 

 

"전쟁터 나가? 너네 집 가는데 왜 긴장을 그렇게 해?"

 

"아아. 그래보였나."

 

"문 그냥 열게."

 

 

드르륵 문을 열자, 밝은 현관이 보였다. 그 안으로 들어가는 카라마츠의 뒤를 따라 천천히 발을 옮겼다. 목발을 세워두고 현관에 앉아 신발을 벗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안에서 누군가 나왔다.

 

 

"카라마츠 형―아! 형―아 왔어!"

 

"형, 어딜 갔다가 오는… 에? …누구?"

 

 

역시 정말 똑같이 생겼다. 분홍색의 후드를 입은 남자와 노란색의 후드를 입은 남자가 모든 행동을 멈추었다.

 

 

"혀어어엉―! 오소마츠 형―! 카라마츠 형이 여자를 데려왔어! 쵸로마츠 형! 나와봐!"

 

"카라마츠 형―아…. 어제 안 들어온 게 설마…"

 

"오 마이 쥬우시마츠,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신발 여기 둘게. 조심히 올라가."

 

"아아. 놀랐을 텐데 미안하다. 여긴 내 동생, 다섯째 쥬시마츠. 여긴 막내 여섯째, 토도마츠."

 

 

다른 한 짝의 신발을 바닥에 내려두자 카라마츠가 한 명씩 소개를 했다. 이윽고 우당탕탕 요란한 소리가 나더니 얼굴이 세 개 더 나타났다.

 

…이렇게 한꺼번에 실제로 보다니. 진짜… 말도 안 나오게 신기할 정도로 똑같다.

 

 

"…쿠소마츠 주제에 여자를 데리고 왔어."

 

"어제 나를 구해준 카라마츠 걸-이다. 은인이지."

 

"은인이 부탁할게, 카라마츠 걸-이라고 부르지마."

 

"에."

 

"…너 이 앞에 사는 애 맞지? 어제 길에서 넘어졌던."

 

 

쵸로마츠와 무언가를 속닥이며 뒤에 서있던 오소마츠가 제일 앞으로 나왔다. 그 손가락이 가리키는 메이를 향해 눈 12개가 향했다.

 

조금 부담스러울지도. 메이는 생각했다.

 

똑같은 얼굴 6개. 각기 다른 색깔도 6개. 마음 속으로 모두의 이름을 한 번씩 되뇌여보던 메이는 또다시 엄습한 아찔함에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비틀거리거나 넘어지진 않았다. 그랬으면 얼마나 창피했을까, 다행이었다.

 

잇새로 새어나온 한 번의 신음 후 고통은 가셨다. 머릿속이 맑아지자 한결 기분이 나아졌다.

 

 

"카라마츠. 이 애가 널 구해줬다고?"

 

"내 생명의 은인이다."

 

"흐응―. 일단 넌 들어가서 좀 쉬지 그래? 손님은 우리가 배웅할 테니."

 

"아니, 메이가 돌아가는 것까지는 보고…"

 

"우리가 어련히 할게. 랄까, 카라마츠의 손님이면 우리의 손님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그래, 먼저 들어가서 좀 쉬어. 병원 꼭 다시 가보고."

 

 

다섯 몸에 가려져 메이가 보이지 않았다. 그건 메이 쪽에서도 마찬가지라서, 메이는 몸을 기울여 빼꼼 고개를 내밀고 인사 후 손을 흔들었다.

 

카라마츠는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필요했다. 집에는 도착했으니, 메이의 말대로 솔직한 카라마츠가 될 준비. 그래서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메이를 향해 웃어준 후, 이제는 조금 익숙하게 2층을 향해 올라갔다.

 

 

"들을 얘기가 많은 것 같은데."

 

"완전히 들어가면 하지? 혹시라도 들으면 어떡해."

 

 

오소마츠의 말에 메이가 답했다. 허, 입에서 실없는 바람이 튀어나왔다. 탕-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모두의 귀에 들렸다.

 

 

"카라마츠가 들으면 안되는 내용인가?"

 

"그럴지도? 형제를 너무 사랑하는 카라마츠 입장에선 내 얘기가 난처할테니까."

 

 

메이가 말했다.

 

자신보다 키도, 덩치도 큰 남자들이 현관에 서있는 자신보다 한 층은 더 높은 바닥에 올라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통로가 보이지 않을 정도의 인원, 그 각자의 눈에서 이어지는 시선은 몹시 버거워서 메이는 조금 긴장했다.

 

 

"이야아―! 우리집 차남이 보기와는 다르게 순진무구해서 말이야~ 그래도 우리의 사랑하는 형제인데, 낯선 여자와 하룻밤이라니! 형아는 조금 충격인걸! 그치, 쵸로쨩!"

 

"제발 남의 귀 앞에서 그 이름으로 부르지 좀 마라."

 

"에, 그럼 우리끼리 있을 때는 그렇게 불러도 된다는 거?"

 

"그럴 리가 있겠냐!"

 

"왜 못마땅해하는 거야?"

 

 

쵸로마츠가 오소마츠의 등에 주먹을 꽂았다. 그 우스꽝스러운 광경에 메이는 조금 전의 긴장이 눈 녹듯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때리는 쵸로마츠도, 맞는 오소마츠도, 그리고 그 주변에 말없이 서있는 다른 형제들도.

 

모두 아무렇지 않아 보였지만 공기로 분위기를 읽어내는 작가의 재량을 충분히 가진 메이는 알 수 있었다. 모두의 눈빛이 같았다.

 

경계심.

 

그래서 그녀는 어이없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이 한 것은 생각하지도 않고, 자신들과 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으로, 자신들이 알지 못하는 시간에 대한 불평으로, 자신들의 영역에 함부로 닿은 타인에 대한 경계심으로 똘똘 뭉쳐 그에게 상처입힌 것을 합리화하는 꼴이 한심해서.

 

그래서 메이는 다시 물었다.

 

 

"왜 못마땅해하는 거야? 왜 그런 눈빛으로 나를 보는 거지? 카라마츠를 저렇게 만든 건 내가 아니라, 너희인데?"

 

"…누구야? 왜 카라마츠 형이랑 같이 돌아오는 거지?"

 

"돌아오다니, 토도마츠."

 

 

토도마츠의 말을 오소마츠가 막았다.

 

 

"애초에 여긴 저 아이의 홈이 아닌데."

 

 

어쭈. 해보자 이거지? 내려다보는 시선을 거두지 않은 채로 오소마츠가 말했다. 토도마츠의 말에 대답한 것 같지만, 그가 메이에게 한 말이라는 것을 알아서 메이는 기가 찼다. 나도 집이 있거든? 여기서 30초면 가거든? 어이가 없네. 올라오는 한숨을 꾸욱 눌렀다.

 

 

“나에 대해서는 저기 장남 형아한테 듣고. 내가 어제 카라마츠를 발견하고 병원에 데려다줬어. 어떤 나쁜 사람들이 이것저것 던졌더라고. 글쎄, 야구 방망이랑 맷돌도 던졌다니까? 진짜 나쁘지 않아?”

 

 

메이가 오소마츠를 향해 말했다.

 

사실 그 좁은 창문에 남자 다섯이 다닥다닥 붙어있었기에 누가 뭘 던졌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지만, 이치마츠와 쥬시마츠의 몸이 움찔 떨리는 것을 보고 야구 방망이와 맷돌이 누구의 무기였는지 확인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경계심 짙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 표정변화를 보고 메이는 마음이 약해졌다. 거봐, 속은 다 비슷할 거라고 했잖아. 카라마츠에게 건넸던 제 주장에 한층 더 자신감을 얻었다. 하지만 사정이 있다고, 뉘우친다고 한 일은 사라지지 않는다.

 

카라마츠가 어떤 결정을 내리고 어떻게 행동을 하든 더 이상 자신과는 상관없었지만, 적어도 그가 그녀의 집에서 머물고 그녀가 그것을 허용하는데 어느 정도의 책임이 있는 형제들에게, 자신이 이 정도까지 하는 것쯤은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메이는 말했다.

 

 

“머리에 엄청난 혹이 생겼어. 팔다리에 하얀 붕대 보이지? 저 볼에 붙인 거 봐. 덕분에 밤에 고생했어―.”

 

“그걸 왜 네가 책임지는데?”

 

“책임 안 졌는데? 그걸 왜 내가 져? 너희가 져야지. 뒷감당은 너희 몫이야. 난 단지 쓰러진 사람을 병원에 데려다준 것 뿐.”

 

“집에는 왜 안 보냈지? 그렇게 다쳤으면 집에는 먼저 연락을 해줬어야지. 게다가 너는 카라마츠의 집이 어딘지도 알고 있었을 텐데.”

 

“저렇게 만든 원인이 그 집에 있어서. 본인이 그렇게 해달라고 해서.”

 

“…카라마츠가?”

 

 

쵸로마츠의 말에 메이는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그 대답에 되려 놀란 건 쵸로마츠였다.

 

 

“원래는 그냥 가려고 했어. 저 몸으로 들어가면 형제들의 귀찮은 질문 공세에 시달릴까봐, 내가 대충 설명하고 그냥 가려고 했어. 근데 너희들 표정이 너어―무 마음에 안 들어서 말이야, 같잖게.”

 

“가, 같잖다니… 말이 너무 심하잖아….”

 

“누구 입이 그런 소리를 하냐. 심한 게 나일까? 이 많은 사람들 중에, 심한 게 나같아?”

 

 

가만히 듣고 있던 이치마츠가 뻐끔뻐끔 입을 열었다. 소심하게 새어나오는 반박보다 그런 이치마츠의 손을 가만히 잡아끄는 쥬시마츠의 모습이 더 애처로워서 메이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너희야말로 심하단 생각 안 해?”

 

 

질문을 마치고 잠시의 시간을 주었다. 뭐라고 말하나보자, 어디 들어줄테니. 그런 심보로 침묵을 가지고 있었건만,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마저 말했다.

 

 

“장난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날의 행동도, 그리고 어쨌든 너희의 사랑하는 동생 또는 사랑하는 형을 부축하고 돌아온 나에게도 정상적이지 않다는 생각은, 아무도 안 하는 거야?”

 

“읏…”

 

“단 한 번도 너희 욕을 하지 않았어. 내가 대신 화를 내는 중에도 너희의 상냥하고 미련한 형제는 오히려 너희가 좋은 형제이고 가족이라면서 편들어줬어. 근데 너희 형제는 이게 뭐지?”

 

“그건 우리끼리의,”

 

“시끄러워. 너희끼리의 일이면 내가 끼어들게 하지 말았어야지. 본인들이 저렇게 만들어놨으면서, 그걸 치료해온 사람한테 뭐? 너희끼리의 일?”

 

“…….”

 

“카라마츠에게 미안해, 가 먼저라는 생각은 안 들어?”

 

 

메이의 말이 대못으로 변해 각자의 신체 어딘가에 각각 박혔다.

 

누군가의 손을, 가슴을, 머리를. 새빨개진 얼굴로 분한 듯 씩씩거리는 토도마츠의 눈가에 눈물이 맺혀있었다.

 

혼나는 기분이었다. 마츠요나 마츠조가 아닌, 생판 모르는 남에게. 그래서 부끄러웠고, 수치스러웠고, 자존심이 상했다.

 

 

“나한테 욕먹는다고 창피해하지마. 그런 꼴을 나한테 보이고 너희의 그런 꼴을 대신 감싸줘야했던 카라마츠는 더 창피했을테니까.”

 

 

화악 얼굴이 붉어짐을 느낀 쵸로마츠는 오소마츠의 등 뒤로 몸을 숨겼다. 저도 모르게 움직인 몸이라서 스스로도 당황했다. 빨간 후드 주머니에서 빠져나온 주먹이 다리 옆에서 미세하게 떨렸다. 그것을 깨달은 쵸로마츠는 오소마츠도, 그리고 그들 외의 다른 형제들도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으리란 것을 짐작하고 고개를 숙였다.

 

 

“너희는 그 유명한 여섯쌍둥이고, 그만큼 유대관계든 뭐든 일반사람들보다 더 돈독할 거라는 걸 알아. 그래서 웬만하면 끼어들지 않으려고 했어. 근데 내 예상보다 더 같잖은 너희의 반응도, 나에 대한 경계심 때문에 저 모양으로 돌아온 카라마츠가 혼자 계단을 올라가는데도 아무도 도와주러 가지 않는 모습도 모두 실망스러워서 한마디 하려고 남았어.”

 

 

메이가 주먹을 꾸욱 말아쥐었다.

 

 

“너희 형제들의 일에 끼어든 건 미안하게 생각해. 어쩌면 아무것도 모르는 타인의 입장에서 함부로 너희들을 판단하는 것도 옳은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그래서 미안해.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줘.”

 

 

질끈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다. 어깨 너머 머리카락이 기울여진 상체를 따라 흘러내리는 것이 느껴졌다. 귀와 뺨에 흩날리는 머리카락이 닿았다.

 

 

“카라마츠는 너희가 생각하는 것보다 너희를 더 사랑해. 너희가 나보다 더 잘 알 거잖아? 그러니 제발 솔직해줘. 너희가 솔직해지지 않으면, 카라마츠는 상처받지 않을 수가 없어. 감추지 말고 드러내줘. 제발,”

 

 

마지막 말은 차마 뱉을 수가 없었다.

 

이 말은, 나에게도 족쇄같은 말이라서.

 

내가 누군가에게 하기에는, 아직 어떠한 상처가 남아있는 말이라서.

 

그럼에도 메이는 곧 입을 열었다. 친구를 위해 시작한 말은 마무리지어야했다.

 

 

“익숙해져서, 소중한 걸 잃지 말아줘.”

 

 

눈을 뜨고 고개를 들었다.

 

형제들의 표정은 처음의 표정처럼 모두가 똑같았다. 하지만 그 얼굴에 담긴 의미가 달라진 것을 알아서 메이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안심했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어떤 말도 오가지 않았고,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그 숨막히는 정적에 나갈 타이밍을 찾을 자신이 없던 메이는 손을 쥐락펴락하다 어색하게 외쳤다.

 

 

“어, 어쨌든 카라마츠는 괜찮으니까 병원 데려가주고! 이제 저, 적당히 싸워라 니트들아! 미안했다! 안녕!”

 

 

엉망으로 마지막 인사를 마친 메이는 도망치듯 문을 열고 밖으로 빠져나왔다. 상황에서 벗어나자마자 심장이 터질 듯 뛰었다.

 

이렇게까지 지를 생각은 없었는데. 저도 모르게 그의 상황에 이입이 되어 진심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 집을 나오고서야 달아오르는 얼굴을 감싼 메이는 일단 집에 돌아가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집 앞에 다다르자, 또 갑작스런 두통이 찾아왔다.

 

풀썩 주저앉아버린 메이는 머리를 붙잡고 몸을 움츠렸다. 으아, 너무 아파. 서서히 멎어가는 느낌이 나지 않아 메이는 제 집 현관 앞 울타리를 붙잡았다. 여기까지 와서 집에 들어가지를 못하다니.

 

신음을 제외하고는 말 한 마디조차 나오지 않아서 그저 끙끙대고 있는 메이의 몸을 어느 순간 무언가 감싸안았다.

 

 

“메이!”

 

 

케이토였다.

 

 

“으… 오빠….”

 

“괜찮아? 왜 이러는 거야, 머리가 아파?”

 

 

케이토는 메이의 몸을 일으켜 부축했다. 집에 돌아간 케이토는 당장 내일부터 시작될 메이의 프로젝트를 걱정하며 카이를 미리 제 방에서 재우고 빈 침대에 메이를 눕혔다.

 

이불까지 꼼꼼하게 덮어주고 한참을 메이의 곁에서 토닥이던 케이토는 메이가 잠에 드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방으로 돌아갔다.

 

 

.

 

 

.

 

 

.

 

 

.

 

 

.

 

 

2층 방 창가에 앉아 밖을 바라보던 카라마츠는 메이의 모습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집으로 돌아가려면 시야에 잡혀야하는데, 한참이 지나도 메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메이의 모습이 보이자 카라마츠는 반색했다. 그러나 곧 그녀가 바닥에 주저앉자 그녀의 이름을 부르려했다. 하지만 어딘가 이상한 상태의 메이가 자신을 돌아보는 것보다는 집에서 케이토가 그녀를 데리러나오는 게 빠를 것 같아 카라마츠는 후드 주머니에 들어있던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집으로 돌아오기 전 교환했던 케이토의 번호로 급하게 문자를 보냈다. 얼마 안 있어 케이토가 나와 메이를 일으켰다. 집으로 들어가며 카라마츠를 향해 시선을 던지는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 카라마츠는 문이 닫힐 때까지 그 곳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문이 열리는 소리에 카라마츠는 고개를 돌렸다.

 

 

“아, 모두들 왔군.”

 

 

어째서인지 모두의 얼굴이 어두웠다. 쥬시마츠와 이치마츠는 어둡다는 표현보단 창백했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였다.

 

 

“이봐, 오소마츠. 무슨 일 있는가? 왜 다들 얼굴이 어두운 거지?”

 

 

카라마츠의 말에도 오소마츠는 대답하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는 것조차 하지 않았다. 카라마츠는 그저 당혹스러웠다.

 

너의 형제들이 싫어, 그렇게 말하던 메이가 혹시 나가기 전 뭐라고 했나싶어 카라마츠는 형제들의 안색을 살폈다. 하지만 아무 소리도, 무엇도 듣지도, 보지도 못한 그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방도가 없었다.

 

이래서는 미리 올라와 마음의 준비를 한 의미가 없었다. 솔직해지기로 했고, 솔직하고자 한다. 그래서 카라마츠는 메이의 말대로 마츠노 카라마츠를 밀고나가기로 결정했다.

 

 

“모두들, 할 얘기가 있다.”

 

 

그제서야 모두의 눈이 천천히 카라마츠를 향했다.

 

무서웠다. 할 얘기가 있다는 카라마츠의 표정은 평소와 같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단단해서, 그들은 상냥하고 미련한 제 형제가 할 말이 두려웠다.

 

그렇게 상처를 줘놓고, 막상 상처를 받으려니 벌벌 떠는 스스로의 모습들이 너무나 모순적이어서 또 한 번 수치스러웠다.

 

처음 보는 여자가 실망스럽다고 한 말이 어쩌면 맞을지도 모르겠다고, 모두는 그렇게 카라마츠를 바라보았다.

 

 

“어제, 나는 다쳤다.”

 

 

이야기는 어제로 거슬러 올라갔다.

 

 

“너희는 각각 나에게 어떤 물건들을 던졌고, 나는 다쳤다. 그리고 그때 메이가 날 병원으로 데려다줬다. 치료를 했고, 치료비도 전부 메이가 냈다.”

 

 

어쩔 줄 몰랐지만, 그에게는 지갑도 돈도 없었다. 그래서 메이가 자신을 위해 부담을 지는 것을 바라만 보아야했었다.

 

 

“화가 났었다. 이런 와중에도 연락은 커녕 불이 꺼진 창문을 보고 너무나 화가 났었어. 그래서 다른 가족도 있는데, 폐를 끼쳐가면서까지 메이의 집에 머물렀다. 그 가족들은 나에게 제 자리를 양보해가면서까지 잠자리를 마련해주고, 일하는 시간을 쪼개면서까지 식사를 차려주었다. 그래서 더 화가 났었다, 너희가 해주어야하는 것들을 남에게서 받고 있는 내 처지가.”

 

 

토도마츠가 뚝뚝 눈물을 흘렸다. 그래서 카라마츠는 살짝 웃고 토도마츠를 향해 자유로운 손을 뻗었다.

 

 

“토도마츠, 이리 와.”

 

“…하지만…”

 

“화가 났었다, 전부 과거형이잖아? 나는 지금 화가 나지 않았다. 그저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었으면 하는 것 뿐이야.”

 

 

토도마츠는 기어가듯 그에게로 다가갔다. 붕대 때문에 꼬옥 안을 수는 없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해서 토도마츠는 조금 더 품을 파고 들었다. 옷이 젖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너희가 나에게 너무했다고 생각한다. 화가 났었고, 너희의 얼굴을 보고싶지 않았어.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듣고 싶었다. 너희가 익숙함으로 포장하는 진심을. 사과를, 받고 싶어.”

 

 

담백했다. 분노도, 후회도 아닌 그저 고백. 그 말에 따라 고백한 건 쥬시마츠가 먼저였다.

 

 

“…미안. 미안해, 카라마츠 형―아….”

 

 

토도마츠 못지않게 뚝뚝 눈물을 흘리는 쥬시마츠를 향해 카라마츠는 손을 뻗었다. 긴 소매로 눈을 벅벅 문지르며 토도마츠 옆에 자리를 잡은 쥬시마츠는 토도마츠처럼 그의 품에 파고들었다.

 

 

“…미안해, 미안해 형…. 잘못했어…. 다치게해서 미안해… 많이 미안해, 흐엉!”

 

 

띄엄띄엄 전하는 사과에 카라마츠는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가슴이 뜨거웠다. 품에 안긴 쥬시마츠나 토도마츠의 온기 때문이 아니라,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열기였다.

 

 

“…미안. 카라마츠 형.”

 

“…미안해… 맷돌… 던져서….”

 

 

쵸로마츠에 이어 이치마츠가 솔직히 사과했다.

 

 

“미안해, 카라마츠. 아프게 만들어서. 혼자 둬서. 정말 미안하다.”

 

 

오소마츠가 눈을 질끈 감으며 말했다.

 

끝났다. 머릿속 잔뜩 엉킨 실이 풀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이걸로 충분했다. 화는 풀린지 오래였고, 정말 사랑받고 있다는 걸 느꼈다. 익숙함에 포장된 진심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아서, 카라마츠는 메이를 떠올렸다.

 

 

돌아갔으면 좋겠어.

 

너희 여섯 명은 너희만의 관계가 있잖아. 그건 나같은 타인이 함부로 판단하고 잴 만한 게 아니고. 내가 여기서 뭐라뭐라 태클을 걸어도 네가 돌아가겠다, 그들은 좋은 사람들이다 말해버리면 결과는 그런 거야. 그러니까 그 잘난 형제들이 정말 좋은 놈들이라고 여겨지면 돌아가서 사과받고 제대로 형제노릇 하는게 좋다고 생각해.

 

넌 지금까지 형제들에게 너대로 있고자 노력했고, 상처를 받아도 모른 척 했잖아. 융통성있게 풀어주지 않는다는 건 강직하다는 거고, 내가 단 하루동안 봐온 너는 충분히 밝아.

 

너도 솔직해지면 된다는 거야.

 

참지도 말고, 모른 척 하지도 마. 화가 나면 화를 내고, 서운하면 토라져도 돼.

 

그게 사랑이고, 형제고, 가족이야.

 

어쩌면, 겉보기와는 다르게 속은 너랑 비슷할 수도 있고.

 

 

그녀의 말을, 그 말을 하던 순간의 그녀의 눈동자를 떠올렸다.

 

 

 

 

한번 크게 울고 웃은 후, 다시 원래의 분위기를 찾은 형제들은 카라마츠의 옷을 갈아입혀주었다.

 

 

“혹시 메이가 돌아가기 전에 뭐라고 하진 않았나?”

 

“그 여자애 이름이 메이야?”

 

“아아. 린도 메이. 우리랑 동갑이다, 2n살.”

 

“에에! 고등학생인 줄 알았슴다!”

 

“진짜 다들 똑같은 얘기를 하는군.”

 

“나랑 오소마츠 형도 어제 처음 봤을 때 고등학생인 줄 알았어.”

 

“그래서, 메이에게서 어떠한 말은?”

 

 

카라마츠의 말에 형제들이 눈을 도르륵 굴렸다.

 

 

“뭐라고 했어. 어―엄청 혼났지. 무서웠어.”

 

“에. 화, 화를 냈나?”

 

“화도 내고, 비꼬기도 하고, 부탁도 했지.”

 

“오소마츠 형도 무서웠지! 여긴 돌아올 곳이 아니라고 하는데 나 오줌 쌀 뻔했어!”

 

“쥬시마아츠!”

 

“돌아올 곳이 아니라니? 형님. 메이에게 뭐라고 한 건가?”

 

“아―. 그게, 말이지~”

 

 

카라마츠의 눈썹이 움찔 떨렸다. 결국 모든 대화를 이야기해주고서 형제들은 또다시 카라마츠의 눈치를 보며 삐질삐질 땀을 흘렸다.

 

조금 전 안기라며 인자하게 웃던 카라마츠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안 그래도 부리부리한 눈썹을 있는 힘껏 치켜올린 카라마츠의 얼굴이 무서워서 쥬시마츠와 이치마츠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쵸로마츠의 등 뒤로 숨었다.

 

 

“왜 그런 말을 한 건가!”

 

“그, 그치만~ 나는 카라마츠가 동정을 떼버렸다고 의심하기도 했고…”

 

“무슨 소리야! 그런 관계가 아니란 말이다!”

 

“알아! 아는데 그때는! 괜히 분하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했고… 자존심도 상해서…”

 

“그래, 카라마츠 형! 같잖다느니 싫다느니 얘기하니까 우리도 기분이 나빠져서 그랬어!”

 

“…애초에… 애초에 내가 다시 돌아가도록 노력해준 건, 메이란 말이다!”

 

“…에?”

 

 

카라마츠의 고함에 모두가 영문을 몰라 되물었다. 주먹으로 빨려들어간 이불이 꾸깃꾸깃 구겨졌다.

 

 

“메이는… 나에게 한 너희들의 행동 때문에 너희가 싫다고 했던 거야. 돌아가라던가, 화해하라던가 그런 종용이 아니라, 사과를 받을 마음의 여유가 생겼냐고, 그렇게 물어봐주었다. 내 마음은 이기적인 게 아니라 당연한 거라고 말해주었어.”

 

“…….”

 

“그럼에도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오소마츠처럼 동생들을 전부 알아주지도 못하고, 쵸로마츠처럼 꾸준히 노력하지도 못하고, 이치마츠처럼 조용히 모른 척 하지도 못하고, 쥬시마츠처럼 주변을 밝게 해주지도 못하고, 토도마츠처럼 융통성있게 풀어주지도 못하지만… 나도 오소마츠의 동생이고, 지금까지 형제들에게 나대로 있고자 노력했고, 상처를 받아도 모른 척하고…. 융통성은 없지만 강직하고, 태양같은 쥬시마츠처럼은 아니지만 충분히 밝으니까 괜찮다고 말해주었어.”

 

“에…”

 

“그리고 어쩌면, 겉보기와는 다르게 형제들의 진심은 나와 비슷할 수도 있다고 해주었단 말이다!”

 

 

카라마츠의 말에 형제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다물었다.

 

 

“나를 구해준 건 그 아이인데… 이제 소중한 친구가 되었는데… 너희와도 다시 연결할 수 있게 도와주었는데…. 왜 너희는 그 아이를 그렇게밖에 대우해주지 못한 건가!”

 

 

카라마츠는 제일 끝자리로 자리를 옮겨버렸다.

 

메이와 제일 많은 말을 주고받았던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의 제일 반대편 끝에서 잠들었고, 쥬시마츠가 카라마츠의 옆자리에서 그의 허리를 꼭 껴안은 채 잠들었다.

 

그날 밤 꿈에 나타난 메이는 활짝 웃으며 카라마츠에게 몇 번씩이나 말했다.

 

다행이다,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