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おそ松さん 2F/[카라마츠 사랑받아라!] 카라마츠가 사랑했던 이야기

[오소마츠상 소설(おそ松さん Novel )/카라마츠 사랑받아라/(약)유메마츠] 카라마츠가 사랑했던 이야기 2

※ 원작을 포함해 충분히 다른 설정.

※ Just Fiction.

 

# 오소마츠상소설

# (약)유메마츠

# 카라마츠

# 카라마츠사변

# 카라마츠 사랑받아라!

# 카라마츠 총우케

 

 

카라마츠가 사랑했던 이야기 2

 

 

 

 

「 너 진짜 돌아간 거야? 」

 

「 카라마츠. 이렇게 돌아가는 거야? 」

 

「 힘들면 우리와 있어도 돼. 무리하지 않아도 돼. 」

 

「 카라마츠 」

 

「 우리에겐 메이만큼이나 너도 소중해, 카라마츠. 」

 

「 부탁이야. 힘들면 얘기해줘. 여전히 돌아가고 싶지 않다면 우리 옆에 있어줘. 」

 

「 전화 기다리고 있을게, 카라마츠. 」

 

「 괜찮아. 괜찮을 거야, 카라마츠. 메이도 좋은 곳으로 갔을 거야. 」

 

「 있잖아, 카라마츠. 」

 

「 메이도 널 많이 사랑했어. 」

 

 

화면을 가득 채운 수많은 문자들을 보면서도 누구도 입을 열 수 없었다.

 

좋은 곳으로 갔을 거라고? 아무리 눈치가 없고 아는 것이 없다고 해도, 그 한 마디로 유추할 수 있는 최악의 이야기는 한정되어 있었다.

 

메이, 이 사람도 그 이름을 언급했다. 오소마츠는 눈에 익은 이름에 통화버튼으로 손을 가져다댔다. 하지만, 상대방으로부터의 전화가 더 빨랐다.

 

깜짝 놀란 오소마츠는 몸을 움찔거렸다가, 형제들과 한 번씩 시선을 맞췄다. 마지막으로 쵸로마츠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신호로 삼고, 오소마츠는 화면을 톡 건드렸다.

 

 

- …카라마츠?

 

 

카라마츠의 이름을 친근하게 부르는 목소리는, 상냥했지만 메어있었다. 물에 잔뜩 젖어 갈라진 목소리였다.

 

대답이 없는 스피커 너머를 향해 그 사람은 몇 번이고 카라마츠의 이름을 부르다가, 한번 훌쩍였다.

 

 

- …많이 힘들지. 응, 알아. 힘들겠지?

 

"……."

 

- 있잖아, 카라마츠. 메이는 행복했다고 했어. 너를 위해 아낌없이 좋아한다 말할 수 있어서, 사랑받을 가치가 없다 여기는 네가 사실은 눈이 부실 정도로 반짝반짝 빛난다는 것을 증명해보일 수 있어서, 마지막까지 너와 손을 잡을 수 있어서,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고 했어.

 

"……."

 

- …응, 사실은, 사실은 말이야? …많이 무서웠대. 죽고싶지 않았고, 억울하고 또 억울해서 발악하고 싶었대. 한 게 없는데, 그게 원통할 정도로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아파야 하고, 결국 곧 죽어야만 하니까, 그게 두렵고 싫었대.

 

"……."

 

- 그러던 와중에 네가 나타났대. 누구보다 깊고 많은 사랑을 가지고 있으면서, 정작 자신을 향한 마음은 텅 비어있는 네가 보였대. 그래서 메이는, 그 순간 깨달았대. 아, 이 짧은 인생에도 목적이라는 게 있었고, 의미라는 게 있었구나. 나의 남은 모든 것들을, 저 사람에게 주면 되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대. 그래서, 아까운 시간을 버둥거리는 게 아니라, 너를 위해 쓰고 싶었대. 너와 함께, 너와 같이. 그리고 메이는, 결국 성공했대.

 

"……."

 

- 네가 부족한 믿음으로 자신을 믿겠다 말해줬을 때는 희망이 보였고, 진실된 눈으로 메이, 너도 나에겐 소중한 사람이다, 그렇게 말해줬을 때는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했대. 사랑을 알려줬고, 사랑을 알았으니, 너를 돌려보내고 싶었대. 서툴지만 너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가족에게.

 

 

윽, 이치마츠가 작게 신음을 흘리고 재빨리 제 입을 틀어막았다. 다정한 목소리가 담담하게 건네는 것은 카라마츠가 지난 시간동안 받았던 것, 카라마츠에게 지난 시간동안 주기 위해 노력했던 누군가의 관한 것, 그리고, 카라마츠가 끝내 잃어버린 것에 대한 것이었다.

 

 

- 끝까지 카라마츠, 네가 돌아가고 싶지 않다, 라고 한다면, 사실은, 너와 함께 가고 싶었대. 너의 형제들에게, 당신들이 상처입힌 이 사람은 사실 이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 보여주고, 떳떳하고 당당하게 멋있는 너와 함께 하고 싶었대. 상냥한 너 대신, 잘못했다고 사과하는 형제들이 좋아하는 반찬을 낼름 뺏어먹고, 알람시계를 오전 7시가 아닌 오후 7시로 맞춰서 언젠가 취직할 회사에 지각하게 하고, 고로케 안에 와사비를 잔뜩 섞은 고기를 넣어서 매워 괴로워하는 형제에게 콜라 대신 간장을 건네고, 그렇게 귀여운 복수를 하면서 함께하고 싶었대.

 

"……."

 

- 하지만 자기는 가지지 못할 미래니까, 카라마츠가 결국 힘들어 한다면, 나와 류이치가 카라마츠의 또다른 형제가 되어달라고 했어. 카라마츠, 메이는, 너에게도, 우리에게도, 마지막 부탁을 남긴 거야.

 

"……."

 

- 그러니까, 카라마츠. 만약, 네가 돌아간 그 곳에서 정말 힘들다면, 있잖아? 다시 우리에게로 돌아와. 네가 사랑하는 사람은… 흑, 네가 사랑했던 내 동생은, 너의 곁에 있겠지만, 계―속, 너의 곁에 있겠지만 말이야? 그것만으로는 버겁다면, 우리에게로 돌아와도, 메이는 결국 너와 함께할 거야. 그러니까, 그러니까… 부담없이 돌아와도 돼, 카라마츠. 우린, 항상 너를 기다리고 있을게.

 

"……."

 

- …카라마츠. 메이를, 내 동생을, 사랑해줘서 고마워. 그 아이를 웃게 해줘서 고마워. 나와 류이치를, 즐겁게 해줘서 고마워. 또다른 가족이 되어주고, 소중하다 말해줘서 고마워. …그 아이를 위해 대신 울어줘서, 그 아이가… 메이가 웃으며 가게 해줘서 고마워…. 고마워…, 고마워, 카라마츠으….

 

 

전화 너머로 남자가 흐느꼈다. 함께 소리없이 흐느끼던 형제들은 자신들이 느끼고 있는 감정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혼란? 충격? 슬픔? 아니, 이건… 그것보다 더 깊고 울퉁불퉁한…

 

 

"…아파…."

 

 

모두는 홱 고개를 돌렸다. 잔뜩 찡그린 얼굴로, 카라마츠가 꿈틀거렸다.

 

뚝 전화를 끊어버린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에게 달려가는 형제들을 바라보다 눈을 벅벅 문지르고 방을 빠져나왔다.

 

쏴아아아 ―

 

비는 여전히 쏟아졌고, 하늘은 여전히 우중충했다. 모든 인원이 2층으로 올라갔기에 1층은 조용했고, 오소마츠는 조용히 거실의 문을 열었다. 한 손에는 카라마츠의 스마트폰을, 한 손으로는 파카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려던 오소마츠는 이내 다시 담배를 집어넣었다.

 

손가락을 몇 번 두드리는 것만으로도 조금 전의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남자와 곧바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에서 정보화 시대의 편리함에 대해 실없이 생각했다.

 

신호음이 세 번을 이어가던 중이었다.

 

 

- 카라마츠?

 

 

여전히 잔뜩 메이고 갈라진 목소리가 조금은 조급하게, 전화를 받았다.

 

오소마츠는 입을 뻐끔거리다 크게 심호흡을 했다. 카라마츠, 카라마츠? 끊임없이 들려오는 이름은 상대방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어했다. 당연하다. 3분이 넘어가는 혼자만의 독백 동안, 들려오는 목소리는 없었고 난데없이 전화가 끊겼다. 당황스럽겠지.

 

오소마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입술에 스며들던 눈물이 짰다.

 

 

"안녕하세요. 마츠노 카라마츠의 형이자 마츠노 가의 장남, 마츠노 오소마츠라고 합니다."

 

 

 

 

.

 

 

 

 

.

 

 

 

 

.

 

 

 

 

카라마츠의 열은 아침이 되어 많이 낮아졌고, 새벽에 비친 비로 인해 공기는 차가웠지만 하늘은 맑았다.

 

카라마츠는 어제부터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프다고 중얼거리며 움찔거린 것도, 잠꼬대 또는 무의식의 표현이었으니, 응, 한 번도 깨어나지 않은 게 맞았다.

 

아무리 열이 떨어지고 안색이 좋아졌다고는 해도, 카라마츠는 아직 의식이 없었고 혼자 둘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내가 남을게."

 

 

웬일로 카라마츠의 옆에 있겠다 자원한 이치마츠에게 의아한 눈빛을 보내다가도, 오소마츠는 이치마츠의 머리에 툭 손을 얹고 씨익 웃었다.

 

 

"잘 부탁해."

 

"응. 이 쪽도, 잘 부탁할테니까."

 

 

오소마츠는 퉁퉁 부은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이 퍽 우스워서, 이치마츠 역시 마찬가지로 띵띵 부어버린 눈을 하고서 피식 웃었다. 그 못지 않게 붕어마냥 뚱뚱해진 눈두덩이를 한 쵸로마츠가, 카라마츠가 일어났을 때, 괜찮겠어? 하고 물어왔다. 카라마츠가 어떤 일을 겪었든, 또는 그것에 플러스되어서 형제들에 대한 태도는 이전과 달라졌을 게 당연했고, 하필 이치마츠는 이전의 카라마츠와도 가장 사이가 좋지 않은 형제라고, 쵸로마츠는 생각했기에 그런 질문을 한 거였겠지. 이치마츠는 잠시 시선을 떨궜지만 응, 하고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빨리 가자고―, 곧 시간이 다 될 거야."

 

"손님을 기다리게 하는 건 안― 돼!"

 

"우핫―. 톳-티도, 쥬시마츠도, 눈 굉장하네에―!"

 

"오소마츠 형이야말로 뚱땡이 마카롱같은 눈이니까!"

 

"뭐야 그거? 형아를 먹고싶다는 소리?"

 

"그런 썩은 눈깔 먹을 수 있겠냐!"

 

"너무해!"

 

 

언젠가와 같은 풍경이 점점 멀어지는 것을 보며, 손을 흔들던 이치마츠는 또다시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징글징글하네, 그렇게 쏟아냈는데도 또 나올 물이 있다니. 사람의 인체라는 건 신기했다.

 

안돼. 이치마츠는 눈을 손으로 꾸욱 누르고는 찰싹 제 양 뺨을 때렸다. 얼얼한 감각에 눈물이 휙 달아났다. 더이상 울 순 없다, 울어서는 안 된다, 일어났을 때의 카라마츠에게 달라진 태도를 연습하지 않으면―. 이치마츠는 2층을 향해 올라갔다.

 

 

 

 

.

 

 

 

 

.

 

 

 

 

.

 

 

 

 

토도마츠가 이끈 곳은 형제들은 늘 지나치기만 했던 골목을 입구로 둔, 늘어선 뒷길에 중간 즈음에 위치한 작은 카페였다. 그런 골목을 지나면 이런 곳이 있었구나, 전혀 몰랐어, 두리번 두리번 고개를 돌려가며 길 여기저기를 살피는 쵸로마츠에게, 이런 건 세상과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걸 해야 발견할 수 있는 거야, 라고 토도마츠가 조금 우쭐한 목소리로 말했다. 한심하단 눈빛 그만둬, 쵸로마츠에게서 째릿 날카로운 눈초리를 받은 토도마츠는 가볍게 그것을 무시하고 스마트폰으로 한번 시간을 확인한 후 문을 열었다.

 

어서 오세요―. 가볍게 인사를 건네는 직원보다 더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가게에서 유일하게 존재하는, 벽과 붙어있는 다인용 자리에 앉아있는 남자였다.

 

텅 빈 작은 카페에 여러 명이 앉을 수 있는 긴 원목 테이블의 가운데에 가만히 앉아있는 남자를 보고서 형제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침을 꼴깍 삼켰다.

 

저벅저벅, 그를 향한 발걸음은 무거웠다.

 

느껴지는 기척에 남자가 문득 고개를 돌렸다. 흐렸던 눈동자가 선명해지고, 남자는 싱긋 웃었다.

 

 

"반가워."

 

 

남자의 건너편으로 향한 토도마츠는 멈칫 걸음을 멈추었다. 으앗, 왜 그래, 토도마츠? 쵸로마츠가 토도마츠의 어깨를 붙잡으며 묻자, 토도마츠가 조금 떨떠름한 표정으로 맨 끝의 자리로 들어가 앉았다.

 

각자의 자리에 음료가 놓여져 있었다. 모두가 좋아하는, 각각 다른 종류의 음료들이.

 

그것을 보고 무심코 자리를 찾아 앉게 된 형제들 중, 오소마츠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야, 우리가 전부 좋아하는 것들인 줄은 어떻게 알고?"

 

"아, 카라마츠가 얘기해줬거든."

 

"…카라마츠가?"

 

"그 녀석, 미워한다 미워한다, 라고는 해도, 차라리 애증으로 바뀌면 바뀌었지, 사랑을 전부 바꿀 수는 없는 녀석이니까."

 

 

무의식 중에서도 형제들의 이야기를 많이 헀어, 예를 들면, 쥬시마츠 군은 어린아이같아서 달콤한 걸 좋아할 것 같지만, 의외로 쓴 커피같은 걸 잘 먹는다거나? 남자가 쥬시마츠의 앞에 놓인 블랙커피를 가리키며 말했다. 헤― 벌어진 입 위의 눈썹이 아래로 처졌다.

 

 

"우리가 네 명만 올 거라는 건 어떻게 알고,"

 

"카라마츠를 제외한 다섯 형제들 중에, 카라마츠를 간호하는 사람이 한 명쯤은 남아야 할 테니까. 그럼 넷만 오게 될 거잖아?"

 

 

그런 것쯤은 전부 알고 있다는 듯, 남자는 쉽게 말했다.

 

 

"카라마츠의 상태는 어때? 어제 장남 군에게서 전화로 대충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저체온증에, 욕탕에 너무 오래 있어서 현기증이 겹쳐 온 것 같은데. 아, 나는 참고로 의사."

 

"…의사?"

 

"응. 지난 1년 동안 카라마츠를 치료해준 사람이기도 해."

 

 

치료, 그 한 단어에 토도마츠가 고개를 푹 숙이고 쵸로마츠가 입술을 꾹 깨물었다. 오소마츠가 눈을 찡그리자, 남자는 옅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난 너희를 탓할 생각은 없어. 너희 스스로 많은 반성을 했을 거고, 이번 기회로 카라마츠가 얼마나 소중했는지 확실히 깨달았을 테니까."

 

"…윽,"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앞으로는 잘 할 거라고 생각해."

 

"다, 당연하스루!"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카라마츠가 너희의 곁에 남았을 때의 이야기."

 

 

남자의 말에 토도마츠가 퍼뜩 고개를 쳐올렸다. 그 눈에서 또르륵 굴러떨어지는 방울을 보고, 이런, 그렇게 중얼거리며 남자는 제 겉옷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건넸다.

 

 

"어제 내 말을 들은 건 카라마츠가 아니라 형제들이라고 했지? 그래서 장남 군이 내게 전화를 한 거고?"

 

"오소마츠. 나, 마츠노 오소마츠."

 

"아, 응, 오소마츠 군? 아, 나는 케이토야. 린도 케이토. 대충 들어서 알겠지만, 카라마츠와 연인 사이였던 린도 메이의 오빠이기도 하니까."

 

 

인척(姻戚)이 될 뻔했네―. 케이토는 그렇게 말하며 슬프게 웃었다.

 

 

"…린도 메이… 라는 사람은, 정말…"

 

"응, 죽었어."

 

 

너무나도 덤덤히 꺼내오는 말에 오히려 괴로워진 쥬시마츠가 주먹을 꼭 쥐었다. 긴 소매가 손바닥으로 말려들어와서, 손톱에 손바닥이 패이지는 않았다.

 

 

"…왜, 그렇게,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응? 하하, 아무렇지도 않다니. 어제 들었잖아? 엄청 힘들어. 여기로 오는 동안에도, 음, 솔직히, 몇 번이나 땅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 내가 넘어진 것 뿐이었지만."

 

 

케이토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쵸로마츠는 그제야 케이토의 눈 밑에 드리워진 거무죽죽한 그늘을 보았다.

 

 

"메이는 몸이 엄청 약했어. 희귀병도 앓고 있었는데, 개발된 치료법도 없었어. 그걸 위해서 의사가 된 거기도 해, 나는. 근데, 아무리 노력해도, 만들 수가 없었어."

 

 

그 아이를 살릴 만한 힘을 가질 수가 없었어. 케이토는 눈을 감았다.

 

 

"의사가 됐고, 지식이 있는데도, 내 동생의 병 하나 고칠 수가 없다는 게 너무 슬펐어. 그 아이는, 솔직히 무서웠으면서도, 자신의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듣고 카라마츠를 만나서, 정말 끝이 다가왔다는 걸 직감한 후에야 엄청 행복하다는 얼굴로 날 달래줬어. 괜찮다고, 애써줘서 고맙다고. 응, 그런 녀석이었어, 메이는, 내 동생은. 그래서 카라마츠와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 끝없이 상냥한 카라마츠와, 끝없이 다정한 메이가, 참 잘 어울려서, 영원히 행복했으면 좋겠다―, 뭐 그런, 동화같은 결말을 상상한 거지."

 

 

그럴 순 없는데. 끝이 거의 다 왔는데.

 

 

"메이는 고민했었어. 카라마츠가, 자신은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고 자꾸 우울해지니까, 메이가 직접 사랑을 주고 싶다고. 하지만 그래버렸다가, 카라마츠가 자신이 떠난 후에 혼자 남았다고 힘들어할까봐, 그 마음을 전달하지는 않으려나―, 하고."

 

"그럼…?"

 

"메이에겐 어렸을 때부터 친하게 지낸 친구가 있어. 류이치라고, 카라마츠와도 금방 친해졌지. 류이치가 카라마츠에게 전달해줬어. 류이치 녀석, 답답한 건 싫어하는 녀석이거든. 메이는 어쨌든 상냥했고, 카라마츠가 그런 메이를 좋아하지 않을 리 없는데, 남은 시간도 얼마 없는 사람들이 엇갈리는 건 웃기지도 않는 일이라면서, 류이치가 카라마츠에게 메이에 대해 이야기해줬어. 카라마츠가 어떻게 했을 것 같아?"

 

"달려갔겠지, 그 애한테."

 

 

오소마츠의 대답에 케이토가 후핫, 하고 웃었다.

 

 

"맞아, 바로 달려가서 고백했어. 대단하잖아?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에게, 그럼에도 함께 있겠다 마음을 고백하는 일이란 건. 당장의 마음 뿐만이 아니라, 그 후의 마음에 대해서도 충분히 생각할 만한 일이잖아? 하지만 카라마츠는 그러지 않았어. 생각할 시간이 아깝다고, 곧바로 박차고 달려가더라고."

 

"…카라마츠는… 그 애는…"

 

"둘 다 많이 좋아했고, 행복해했어. 응, 너희는 좋은 형제를 뒀네. 고마워."

 

 

어째서, 어째서 당신이 고맙다고 해오는 거야? 그건, 우리가 할 말이잖아? 우리가 어리석어서 상처입힌 그 녀석을, 치료해주고 보살펴주고, 소중한 감정까지 만들어준 걸 고맙다고 해야하는 건, 오히려 우리잖아? 우윽, 토도마츠가 또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푹 숙이자, 쥬시마츠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마워. 카라마츠를, 살려줘서."

 

"고마워…."

 

"고맙습니도루왕…."

 

"…고마워어―, 윽, 고마워, 고마워요…."

 

 

고개를 푹 숙여오는 형제들을 바라보고 케이토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기울이며 웃었다.

 

그때, 오소마츠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발신인이 이치마츠인 것을 보고, 오소마츠는 빠르게 전화를 받았다.

 

 

"이치마츠? 무슨 일, …뭐, …에? …조금만 기다려, 금방 갈테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 막아줘!"

 

 

벌떡 자리에서 일어서는 오소마츠를 따라 쵸로마츠와 쥬시마츠가, 토도마츠가 덜컹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 오소마츠 형? 왜 그래? 설마 카라마츠에게 무슨 일이라도,"

 

"오소마츠 형?!"

 

"케이토! 당신 의사라며! 카라마츠의 소중한 사람 중 하나라며!"

 

 

그럼 도와줘, 부탁이야! 그 녀석을 구해줘! 오소마츠의 다급한 외침에 케이토 역시 자리에서 일어섰다.

 

 

 

 

.

 

 

 

 

.

 

 

 

 

.

 

 

 

 

많이 울기도 했고, 우느라 밤잠을 설친 것도 있어서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곁에 앉아있다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눈을 뜬 카라마츠가, 눈살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이치마츠의 발을 밟지 않았다면, 계속해서 졸아대다 결국 잠에 들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발에서 묵직한 아픔이 느껴져 이치마츠는 크악, 하고 부릅 눈을 떴다. 발을 부여잡으며 시야에 들어온 이불이 나뒹굴고 있어서, 자리에 존재하지 않는 몸을 찾으러 돌린 눈에 카라마츠가 비쳤다.

 

창문을 열고 몸을 내던지려는 카라마츠가, 비쳤다.

 

 

"카, 카라마츠!"

 

 

몸을 튕기듯 자리를 박차고 달려가 그 몸을 뒤에서 와락 껴안았다.

 

 

"…놔, 이거, 놔."

 

"카라마츠, 카라마츠… 이러지마, 하지마. 하지말아줘. 그만둬줘. 그만해."

 

"놔. 놔! 놔―!"

 

 

있는 힘껏 버둥거리는 카라마츠는 좋지 않은 컨디션에 성하지 않은 몸이라 하더라도 형제들 중 가장 힘이 센 사람이었다. 이치마츠는 띵해질 정도로 팔에 힘을 주고 카라마츠를 이불로 내동댕이쳤다. 이불로 풀썩 쓰러진 카라마츠가 신음을 흘리며 꿈틀거리는 동안, 재빨리 오소마츠에게 전화한 이치마츠는 금방 오겠다는 대답을 끝으로 다시 비틀비틀 창가로 다가오는 카라마츠에게 몸을 던졌다.

 

 

"비켜! 비켜!"

 

"카라마츠! 카라마츠 형! 부탁이야! 제발이니까!"

 

"비키라고! 비켜!"

 

 

꽉 쥔 주먹이 허공을 휘둘렀다. 그것에 맞으면 참 아플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자신은 지금껏 이 주먹을 카라마츠에게 얼마나 휘둘렀나 생각했다. 내가 때렸을 때는 괜찮았으면서, 카라마츠가 때리는 것은 아플까 무섭다고? 하, 이거야 정말 쓰레기인 거잖아.

 

그러면서도 그 주먹은 최대한 접촉해도 이치마츠의 파카를 스치기만 할 뿐, 고통이 느껴질 만한 거리로는 가까이 오지 않았다. 이렇게 아파하면서, 이렇게 고통스러워하면서, 눈에 보이는 것도 없는 상태에서도 자신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게 하려는 카라마츠의 몸이 뜨거웠다.

 

뜨거워, 뜨거워, 당신의 마음은 이렇게도 뜨거워, 불에 타는 것처럼, 불이 타오르는 것처럼.

 

그 몸을 붙들고 함께 버둥거리며 이치마츠는 빌고 또 빌었다. 제 마음의 소리가 닿기를 바라며, 목소리를 직접 낼 용기는 없으면서 빌고 또 빌었다.

 

당신의 고통을 나눠줘, 형의 아픔을 우리에게 넘겨줘, 카라마츠가 가진 슬픔을 우리에게 미뤄줘. 우리가 당신 대신 아파할테니까, 당신 대신 슬퍼할테니까, 이제 그만, 당신은 편해져줘.

 

 

"윽, 카라마츠, 카라마츠…."

 

"이거, 이거… 놓으라고…."

 

"미안해, 미안해, 카라마츠 형…. 미안해, 잘못했어. 그러니까 아프지마, 죽으려고 하지마."

 

 

우리에게서 사라지지 말아줘. 이치마츠가 주문처럼 내뱉었다.

 

 

"…큭, 이치…마츠…."

 

"카라마츠―! 이치마츠―!"

 

"카라마츠! 이치마츠! 괜찮아?!"

 

"카라마츠 형―아! 이치마츠 형―아!"

 

"카라마츠 형! 이치마츠 형!"

 

 

카라마츠에게서 분명하게 불린 제 이름에 이치마츠가 퍼뜩 고개를 드는 순간, 드르륵 거칠게 열린 문 너머로 형제들이 우르르 쏟아졌다.

 

쥬시마츠와 오소마츠가 이치마츠에게서 떼어낸 카라마츠를 꽉 붙잡고, 토도마츠와 쵸로마츠가 이치마츠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카라마츠는, 놔! 이거 놔줘, 제발! 계속해서 소리치며 발버둥쳤고, 쥬시마츠는, 카라마츠 형―아! 위험해! 하고 카라마츠를 꼬옥 껴안았다. 오소마츠가, 카라마츠! 제발, 우릴 봐줘!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줘! 하며 파닥거리는 카라마츠의 양손을 부여잡았다. 오소마츠의 몸까지 휘청거렸지만, 카라마츠는 몸을 가만히 두지 않았고, 오소마츠 역시 그의 손목을 놓지 않았다.

 

 

"카라마츠!"

 

 

그러던 카라마츠가 문득 움직임을 멈춘 건, 천천히 문가를 돌아보며 초점을 맞춘 건,

 

 

"…케이토?"

 

"카라마츠, 괜찮아. 괜찮아, 카라마츠."

 

"…진짜, 진짜 케이토야? 진짜? 정말, 우윽…, 케이토가 온 거야…?"

 

"응, 왔어, 카라마츠. 진짜 내가 온 거야, 괜찮아. 그러니까 괜찮아. 이제 괜찮아…."

 

"윽, 케이토… 케이토, 케이토오…."

 

 

쥬시마츠와 오소마츠가 물러서고, 다가온 케이토가 무너져가는 몸을 껴안자, 팔이 움츠러드나 싶더니 그 품 안으로 들어가며 카라마츠가 케이토의 옷을 꽉 부여잡았다.

 

거칠어진 호흡을 고르라며 등을 쓸어주는 손길은 다정했고, 괜찮다며 속삭여주는 목소리는 상냥했다.

 

흐트러진 형의 모습에 토도마츠가 이치마츠의 품에 안겨 오열했고, 소리없이 굵은 눈물을 흘려대는 쥬시마츠를 오소마츠가 제 가슴팍으로 끌어당겼다. 믿을 수 없다는 듯한 얼굴로 몸에 힘이 풀려 주저앉은 쵸로마츠의 손을 꼬옥 붙잡고 이치마츠가 눈을 질끈 감았다.

 

 

"케이토, 메이가 보고싶다…."

 

"응, 응, 그래, 카라마츠."

 

"메이가 보고 싶어, 메이와 함께 있고 싶어."

 

"응, 응."

 

"아직 많이 좋아해, 잊을 수 있을 리가 없어. 메이가 없는 곳에서 살 수 있을 리가 없어."

 

"카라마츠."

 

"…흑, 안돼, 난 그럴 수가 없다, 케이토…. 메이가 부탁한 마지막 말을 들어주고 싶었는데, 그럴 수가 없어, 난 약하니까, 너무 약하니까."

 

"아니야, 카라마츠. 너는 절대 약하지 않아. 강한 메이가 사랑했던 사람인걸, 넌 강해. 약하지 않아."

 

"윽, 윽, 케이토. 케이토…."

 

"여기 있어, 카라마츠. 천천히 숨 쉬어도 돼. 괜찮아, 괜찮을 거야."

 

"흑, 메이의, 윽, 곁으로… 흐윽, 가고 싶어."

 

 

카라마츠의 마지막 말에 형제들은 울던 것을 멈추었다. 가슴이 차게 식었다. 고통스럽게 얼굴을 찡그린 케이토가 카라마츠의 등을 두드리고 그 몸을 꽈악 껴안았다.

 

 

"이 곳에 있고 싶지 않아, 아픈 곳에 있고 싶지 않아, 케이토."

 

"…카라마츠…."

 

"돌아가고 싶어. 날 사랑해주던 곳으로, 내가 사랑하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다."

 

"…카라마츠, 괜찮으니까…"

 

"메이가 없는 곳에 있고 싶지 않아…. 무서워, 무섭다고, 케이토."

 

"…카라마,"

 

"메이의 곁으로, 윽, 가고 싶어."

 

 

살고싶지 않아.

 

오소마츠의 다리가 꺾이고, 쥬시마츠는 그와 함께 다리에 힘을 주고 서있기를 포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