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おそ松さん 2F/[카라마츠 사랑받아라!] 카라마츠가 사랑했던 이야기

[오소마츠상 소설(おそ松さん Novel )/카라마츠 사랑받아라/(약)유메마츠] 카라마츠가 돌아왔습니다

※ 원작을 포함해 충분히 다른 설정.

※ Just Fiction.

 

# 오소마츠상소설

# (약)유메마츠

# 카라마츠

# 카라마츠사변

# 카라마츠 사랑받아라!

# 카라마츠 총우케

 

 

카라마츠가 사랑했던 이야기

 

 

 

 

비가 내렸다.

 

우산도 쓰지 않은 남자를 힐끗힐끗 바라보는 시선들은 느껴지지 않았다. 멋대로 보라지, 멋대로 수군대라지. 내가 봐줬으면 하는 사람은, 내게 속닥여줬으면 하는 사람은 이제 없는데.

 

우중충한 회색빛으로 가득한 하늘에서 내리는 건 물의 형상을 한 칼이었다. 아니면, 나를 위한 너의 눈물이거나.

 

뭐가 되었든 아팠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어깨가 깎여내려가는 것처럼, 빗방울이 떨어지는 머리가 움푹 패이는 것처럼.

 

아아, 차라리 죽었으면. 이대로 저체온증이나, 미끄러져 머리부터 넘어지는 바람에 머리가 깨지는 것도 행운일텐데.

 

그렇게, 너의 곁으로 갈 수 있다면, 어떤 끔찍한 아픔이라도 견뎌낼텐데.

 

쏴아아아 ―

 

걸어가다 보인 어느 신사의 계단을 올랐다. 발을 헛디디는 것도 나쁘지 않지. 이 정도 높이에, 이 정도의 의지면, 떨어져도 죽을 수 있을 것 같군.

 

어느 정도 계단을 올라 몸을 돌리고 아래를 바라보았다. 높은 건 아니었지만 울퉁불퉁한 돌계단이었다. 즉사는 불가능하더라도 서서히 죽을 수 있을 것이다. 젖은 바닥에서부터 튀어오르는 물방울들이 떨어지는 빗방울과 섞여 흩어지면서, 바닥은 선명히 보이지도 않았다.

 

카라마츠는, 한 발을 들었다.

 

 

"윽!"

 

 

다람쥐. 다람쥐였다.

 

빗소리에 묻힌 풀숲 사이에서 툭 튀어나온 그 작은 생명체가 카라마츠의 앞으로 달려나왔다.

 

분명 그 조그만 몸은 제 앞에서 멈춰섰기에, 카라마츠는 다람쥐를 제가 뭉개버릴까 급하게 몸에 힘을 주었다. 그 탓에 뒤로 넘어가버린 몸은 균형을 잃고 엉덩이부터 철퍽 계단에 부딪혔다.

 

다람쥐는 예의 그 새까만 눈동자로 카라마츠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반대편 풀숲을 향해 종종 뛰어갔다.

 

제 죽음을 막아선 다람쥐. 그것이 우연이 아님을 알았다.

 

 

사실, 난 말이야? 동물이랑 대화할 수 있어!

 

고양이랑도?

 

물론이지! 고양이도, 강아지도, 토끼도, 하다못해 동물원의 원숭이나 산에서 만나는 멧돼지와도! 대단하지!

 

오우! 정말 대단하다!

 

 

비겁해. 넌 비겁하다. 네가 보낸 친구를 보면, 내가 널 더 떠올리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는 못하는 건가? 내가 널 더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힘들어할 거라는 걸 모르는 거야?

 

 

"…큭."

 

 

아니, 이런 마음은 올바르지 않다. 깨끗하지도, 투명하지도 않다. 카라마츠는 가슴을 부여잡았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모여 만들어진 웅덩이에 처박힌 새까만 양복이 볼품없이 젖어드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있잖아? 카라마츠. 형제들을 너무 미워하지마. 그들은 그저, 표현이 서툴렀던 것 뿐이야. 너의 사랑을 알기 때문에, 잠시 익숙해졌던 것 뿐이야.

 

널 기다리고 있을 거야. 너에게 많이 미안해하고 있을 거야. 너를 위한 말들을 많이 준비해놨을 거야, 네가 돌아오면, 망설이지 않고 전달되도록.

 

카라마츠, 카라마츠, 나의 상냥하고… 눈부신 카라마츠…. 넌 사랑이 어떤 건지 잘 알잖아? 그것이 얼마나 따뜻한 건지 잘 알잖아.

 

부탁이야, 카라마츠. 널 사랑하는 사람들 옆에서, 네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옆에서, 살아줘. 행복해줘.

 

카라마츠, 형제들에게 돌아가줘….

 

 

식어가는 손을 내뻗으며,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사실은 무서웠으면서, 떠나고 싶지 않았으면서, 기어이 독한 병만큼이나 독하게 말을 내뱉는 그 입술에 입술을 겹친 것을 끝으로, 카라마츠가 사랑했고 카라마츠를 사랑했던 연인은 죽었다. 죽어버렸다.

 

아아. 그래, 난 사랑이 어떤 건지 알아. 그것이 얼마나 따뜻한 건지 잘 알아.

 

하지만 그건, 전부 너로부터 알게 된 것들인데.

 

너 역시도 날 사랑했고, 내가 사랑한 것 역시도 너였는데.

 

그런데 어째서 너의 옆은 허락되지 못한 거야?

 

 

널 좋아하는 것 같다.

 

…같다, 는 뭐야? 마음에 확신도 없이 고백하는 거야?

 

아, 아니다! 좋아한다! 사랑하는 것 같다제―! 아이 러브 유, 인 것이다!

 

풉―! 그걸 이제야 말하는 거야―! 진작에 알고 있었다고 나느―은!

 

저, 정말인가! 메이도 나를 좋아하는 건가! 그, 그럼! 나와 사귀어 주세요!

 

아하하! 영광입니다!

 

 

그녀는 그가 언젠가 돌아갈 사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괜찮다고, 함께 가면 된다고 말했다. 그럴 때마다 카라마츠는, 쓰게 웃으면서 말을 삼켰다.

 

돌아가지 않아도 돼. 괜찮지 않아, 함께 가주지 않아도 돼. 너만 있으면 돼. 날 사랑해주는, 내가 사랑하는 너만 있으면 돼. 사랑하고 사랑해줘도, 사랑해주려고하지 않는 녀석들이 아니라, 내가 주는 것만큼, 그 이상으로 돌려주는 너만 있으면 돼….

 

차라리 솔직하게 전했다면 나았을까. 아니, 그래도 너의 병은 막을 수 없었겠지만. 그럼 마지막 유언이라도, 바꿀 수 있지 않았을까.

 

 

카라마츠, 형제들에게 돌아가줘….

 

 

카라마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털어낼 것도 없이 온몸이 쫄딱 젖어버려서, 카라마츠는 얼굴에서 흐르는 눈물인지 빗물인지 알 수 없는 액체를 닦아내고 또 닦아내며 차박차박 계단을 내려왔다.

 

미안하다. 너의 마지막 소원을 짓밟을 뻔했어. 너의 마지막 말을, 잊을 뻔했어.

 

메이의 오빠이면서 자신을 돌봐준 사람이기도 한 케이토와, 메이의 어릴 적부터 붙어있던 친구라던 류이치는 카라마츠에게 일어났던 일을 카라마츠 사고, 내지는 카라마츠 사변이라 칭했다. 메이는 그렇게 부르지 말라며 그들을 나무랐지만, 길고 긴 설명보다 그렇게 한 단어로 압축하는 게 충격시간이 짧아서 불편하진 않았다.

 

카라마츠 사변. 그것으로부터 정확히 365일, 1년이 지난 지금, 다신 오고 싶지 않았지만 끔찍하리만치 익숙한 길을 걷다 카라마츠는 멈춰섰다.

 

너무나 익은 집. 하지만 그 문은, 그가 열고 들어가기엔 커보였다.

 

들어가고 싶지 않아.

 

돌아가고 싶지 않아.

 

저 안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아.

 

저 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돌아가고 싶어.

 

네가 있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어.

 

나의 연인, 나의 사랑.

 

카라마츠는 고개를 숙였다. 몸이 덜덜 떨려오기 시작했지만, 춥지는 않았다. 춥기는 커녕, 오히려 몸은 따뜻했다.

 

카라마츠는 고개를 돌렸다. 그가 바라보는 건 텅 빈 길의 끝이 아닌, 제 옆에서 어깨를 감싸고 자신을 바라보며 웃어주는 상냥한 얼굴이었다.

 

역시, 넌 내 곁에 있는 거구나. 나를 계속, 사랑해주는 거구나….

 

드르륵 ―

 

문이 거칠게 열렸다.

 

 

"카라마츠!"

 

 

빨간 옷.

 

 

"카라마츠?!"

 

 

초록 옷.

 

 

"…카, 카라마츠…."

 

 

보라 옷.

 

 

"카라마츠 형―아!"

 

 

노란 옷.

 

 

"카라마츠 형!"

 

 

분홍 옷.

 

색색의 옷들이 눈앞에 불쑥 나타났다.

 

흐린 시야로 어렴풋이 보이는 그 얼굴들은 하나같이 새빨갛고, 새파랗고, 울고 있었다.

 

 

"…다녀왔다."

 

 

들어가고 싶지 않아.

 

돌아가고 싶지 않아.

 

저 안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아.

 

저 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돌아가고 싶어.

 

네가 있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어.

 

나의 연인, 나의 사랑.

 

…하지만, 그런 네가 원했으니까. 너의 유언이, 너의 마지막 말이, 곧 내가 살 이유니까.

 

네가 원한다면. 너를 위해서라면. 난 기꺼이. 얼마든지.

 

견뎌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