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おそ松さん 2F/[카라마츠 사랑받아라!] 카라마츠가 사랑했던 이야기

[오소마츠상 소설(おそ松さん Novel )/카라마츠 사랑받아라/(약)유메마츠] 카라마츠가 사랑했던 이야기 1

※ 원작을 포함해 충분히 다른 설정.

※ Just Fiction.

 

# 오소마츠상소설

# (약)유메마츠

# 카라마츠

# 카라마츠사변

# 카라마츠 사랑받아라!

# 카라마츠 총우케

 

 

카라마츠가 사랑했던 이야기 1

 

 

 

 

1년. 정확히 1년 째 되는, 카라마츠가 사라진 후의 365일 째의 날이었다.

 

 

"비 오네."

 

"비가 와!"

 

 

낮은 목소리로 비소식을 알린 건 이치마츠가 가장 먼저였다. 그의 발치에 길게 누워 한 가닥의 바보털을 뿅뿅 흔들고 있던 쥬시마츠가 맞장구쳤다. 그제서야 그들은 밖에서부터 들어오는 쏴아아, 요란한 빗소리를 알아챌 수 있었다.

 

아, 비가 오네. 여느 때와 같이 구직잡지를 읽던 쵸로마츠도, 스마트폰을 톡톡 두드리던 토도마츠도 닫힌 문을 바라보았다. 그 너머에는 바로 흙이 있고, 하늘이 있었다.

 

카라마츠는 잘 있을까.

 

누가 뱉은 말인지, 누구를 바라보아야 하는지를 헤매던 때는 지났다. 너의 마음이 나의 마음이니까, 누가 누구든 똑같으니까.

 

토도마츠는 닫힌 문 너머를 응시하는 쵸로마츠를 흘깃 바라보았다. 늘 같은 페이지에 멈춰있는 눈은 단 하나의 글자도 읽지 않으면서 질리도록 그것을 쳐다보고 있는 자신의 셋째 형이 미련해보였지만, 그렇게해서라도 일상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가상했다. 쥬시마츠는 닫힌 문 너머를 응시하는 쵸로마츠를 바라보는 토도마츠를 훔쳐보았다. 수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주고받고 SNS를 들락거리는 것이 그날을 되짚어 카라마츠의 행방에 대한 단서를 얻기 위해서라는 걸 알아서, 쥬시마츠는 막내가 가엾고 대견했다.

 

 

"그러고보니, 2층의 창문 닫지 않으면."

 

 

토도마츠가 몸을 일으키려 바닥을 짚자, 쵸로마츠는 시선을 돌리지 않고 말했다.

 

 

"오소마츠 형이 2층에 있으니까."

 

 

토도마츠는 그렇구나, 다시 자리에 앉았다.

 

 

 

 

빗방울이 투둑 툭 떨어지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오늘이라는 날 동안 일어나는 사소한 것들이라도, 오소마츠는 전부 신경썼다. 그 날과 다른 것, 그 날과 같은 것.

 

그 날은 날이 좋았다. 해가 떴고, 하늘이 밝았다. 오늘은 비가 온다. 해가 없고, 하늘이 어둡다.

 

저기, 카라마츠. 넌 어디 있어? 괜찮은 거야? 몸은 다 나았어? 혹시 비를 맞고 있는 건 아니지? 너는 쥬시마츠와 곧잘 비를 맞으면서 뛰어다니곤 했잖아. 뭐어―, 주로 빗속을 활보하는 쥬시마츠를 데려오려다 오히려 끌려다니던 거였지만.

 

잘, 지내고 있어?

 

심한 짓을 했다는 건 알았다. 잠결이든 장난이든, 너무했다는 건 알았다. 그래서 그 녀석이 돌아오지 않았을 때, 대화하고 싶지 않다는 치비타에게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소리치고, 부탁했던 거다.

 

 

내가 카라마츠를 어딘가로 보낸 건 맞아. 하지만 그건 그 자식이 원해서였다. 난 분명, 너희에게 기회를 준 것처럼 카라마츠에게도 기회를 줬어. 너희는 그 기회를 날렸지만, 카라마츠는 그 기회를 잡은 것 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여기까지니까, 돌아가라! 병신들아!

 

 

조금 화가 난 것 같은 말투로 치비타에게서 매몰차게 쫓겨났다. 바로 그날, 모두가 침울하게 목욕탕을 간 사이 집에는 카라마츠의 전화가 왔었다. 자리를 비운 형제들 대신 전화를 받은 마츠요는, 돌아온 형제들에게, 카라마츠가 북쪽의 작은 마을에서 잠시 머물겠다는구나, 친구와 배우게 된 일이 있다네, 하고 전해왔다.

 

응, 그 녀석, 과연 여섯쌍둥이니까, 우리가 집을 비우는 시간같은 건 당연히 알고 있었을 거야. 놀랍지도 않은 타이밍에도, 혹시, 오늘 목욕탕을 가지 않았더라면, 그 녀석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으려나. 때늦은 미련같은 건 타박타박 복도를 걷는 발자국 소리에 하나, 그림자에 하나, 호흡하는 숨소리에 하나, 수없이도 많은 곳에 묻어나왔다.

 

그리고 그로부터 또 얼마 후에는, 치비타로부터의 전화를 쵸로마츠가 받았다. 치비타는 많이 누그러진 목소리로, 정중하지만 담담히 말했다고 한다. 그날 너희를 그렇게 쫓아낸 건, 너희에게 화가 나있기도 했고, 너희가 끈질기게 물어오게 되면 내가 카라마츠와의 약속을 저버릴 것 같아서였어, 카라마츠도 나의 친구지만 너희도 마찬가지니까, 짜샤, 라고. 그러니까, 음, 그때의 태도에 대한 건 미안해, 그렇게 사과해오는 치비타에게, 순간 침착해지지 못한 쵸로마츠는, 작은 단서라도 줄 수 없을까, 하고, 후의 자신이 돌이켜 짚어보면, 분명 꼴사나우리만큼이나 젖은 목소리로 물었다고 한다. 분명 그때에도 조금 전에도, 카라마츠를 위해서라도 말해줄 수는 없다고 못을 박았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질척하게 들러붙어오는 똑같은 요구에 싫증이 났을 법한 치비타였을 거라면서도, 그 녀석에 대한 건 걱정하지 마, 라고 또다시 거절한 치비타는 조금 무뚝뚝했지만 분명 친절했어서, 쵸로마츠는 낙담한 심정으로 전화를 끊고서 조금 울었어야 했다고, 하지만 역시 그 녀석은 카라마츠를 소중히 여겨주는 좋은 친구라고 말해왔다.

 

쏴아아아아 ―

 

수많은 지난 날을 떠올리고 머릿속에 되심으며 오소마츠는 이거야 안 되겠다며 끝내 자리에서 일어섰다. 세차게 내리는 비는 끊기지도 않고 지속적으로 곤두박질쳤다.

 

어느새 눈으로 확인이 가능할 만큼이나 물에 젖은 턱에 쌓인 물기를 촤악 촤악 밖으로 밀어냈다. 축축히 젖은 손을 툭툭 털어내고, 수건이 필요하겠네, 그렇게 생각하며 오소마츠가 창을 닫기 전 아래를 내려다본 건 무의식이었다. 그래, 그러니, 억세게 내리는 빗속에서, 금방이라도 쓸려내려갈 것처럼 우두커니 서있는 카라마츠를 보자마자, 뭐야 저게, 환영인 거야, 되도 않는 불안을 밀어버리고 달리게 된 것은, 역시 본디 무의식이었다.

 

우다다다 야단스럽게 뛰쳐나가는 빨간 파카를 눈으로 좇으며 형제들이 단순히 뭐지, 라고 생각할 때 벌떡 일어선 것은 토도마츠였다.

 

 

"카라마츠 형,"

 

 

분명 오소마츠가 혼비백산 달려나가면서 중얼거린 이름은, 카라마츠, 그날 이후 한번 뱉기에도 죄악감에 몸서리가 쳐지던 그 이름이 확실했다.

 

토도마츠의 몸이 문을 넘어감과 동시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어선 형제들은 얼마나의 몸이 지나갈 수 있는지는 한정적인 열린 문으로 몸을 욱여넣어 빠져나왔다.

 

내 신발이든 너의 신발이든 발에 걸리는대로 신고서, 또는 어떤 것에 발을 쑤셔넣을 틈조차 필요로 하지 못해서, 엉망인 짝의 신발로, 얼얼한 맨발로, 그들은 문을 열고 쏟아지듯 우르르 몰려나왔다. 맞지도 않은데 아무렇게나 구겨신은 발뒷꿈치에, 방어구도 없이 대놓고 바닥으로 처박은 발에 슬슬 물이 들어왔다.

 

카라마츠.

 

카라마츠.

 

카라마츠.

 

카라마츠 형―아.

 

카라마츠 형.

 

각자의, 제일 편하고 사랑스러운 호칭으로 하나의 이름을 불렀다. 아아, 언제나 입 끝에서 맴돌고 가슴께에서 빙글거렸던 그 이름. 이 세상에 오직 하나, 너만을 가리켰던 그 명사.

 

 

"…다녀왔다."

 

 

우렁찬 빗소리에 묻힐 것만 같은 나직한 목소리를 잡아채자마자 한꺼번에 달려든 색깔에 암흑은 그저 먹혀버렸다. 몸 여기저기를 붙잡고, 껴안고, 매달리는 손길에 카라마츠가 무슨 얼굴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형제들은 그저 울었다.

 

자신만큼이나 큰 남자 다섯을 지탱하는 것은 형제들 중 가장 힘이 센 카라마츠만이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것도 제 몸이 넘어져 짓눌리지 않도록 바닥을 짚어 지탱하는 것이 다였기 때문에 젖기도 젖어 인지하지 못하는 추위로 덜덜 떨려오는 팔과 어깨의 진동을 느끼고서 제일 먼저 이성을 찾은 쵸로마츠가 형제들을 떼어내고 카라마츠를 일으켰다.

 

들어가자, 먼저 씻는 거야, 밥은, 아, 점심이 지났으니까 먹었으려나, 일단 비를 맞았으니까 감기라도 걸리지 않게 몸을 따뜻하게 하지 않으면, 음, 그럼 따뜻한 차라도, 카라마츠는 보리차를 좋아하니까, 끓여놓은 보리차가 있을 텐데, 욕조에 물도 받아야하고, 잠옷도…

 

차례를 지키지 않은 말이 급하게 막무가내로 튀어나왔다. 끌고 가는 손은 차가운 빗물에 젖었으면서도 뜨거웠고, 어깨를 감싸고 머리의 물기를 털어내는 손들도 역시 젖어있어 물기를 털어내는 데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 모든 손들이, 벌벌 떨리고 있었다. 우산은 커녕 제 몸을 가릴 무언가도 없이 이 폭우를 뚫고 온 제 몸 만큼이나.

 

 

널 기다리고 있을 거야. 너에게 많이 미안해하고 있을 거야. 너를 위한 말들을 많이 준비해놨을 거야, 네가 돌아오면, 망설이지 않고 전달되도록.

 

―― 넌 사랑이 어떤 건지 잘 알잖아? 그것이 얼마나 따뜻한 건지 잘 알잖아.

 

―― 널 사랑하는 사람들 옆에서, 네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옆에서, 살아줘.

 

―― 형제들에게 돌아가줘….

 

 

만약 그녀가 곁에 있었다면, 그 아이는 조금 전의 부름이, 달려드는 색깔이, 두서없는 말들이, 떨려오는 진동이, 사랑, 사랑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 모든 것들이 사랑이라고 친절하게 알려주는 목소리도, 이정표도, 웃음도 없다. 그 존재 자체가 사라졌으니, 카라마츠는 알 수 없었다.

 

조금 전의 부름이, 달려드는 색깔이, 두서없는 말들이, 떨려오는 진동이, 사랑, 사랑이라는 것을.

 

 

 

 

분명 추위를 느낄 수 없었는데, 집에 돌아온 순간 거짓말처럼 입술이 새파랗게 질려버렸다. 왜 이러지, 아직 몸이 다 낫지 않은 건가,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덜덜거리는 몸은 몹시도 이질적이어서 카라마츠는 후흐 떨리는 호흡으로 발을 질질 끌며 욕실로 향했다.

 

젖어 달라붙은 옷을 벗는 것을 도와주겠다는 토도마츠의 손을 무심결에 내쳐버린 것도 지각하지 못하고, 찝찝한 옷가지들을 훌렁 벗어던지고 카라마츠는 황급히 욕실로 들어섰다. 아직 물이 채 가득차지 못한 욕조에 발부터 집어넣었다. 느리게 올라오던 수면이 몸을 받아들임과 동시에 쑤욱 올라왔다.

 

틀어놓은 수도꼭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돌아왔다."

 

 

콰아아아 쏟아져내리는 물줄기는 폭포마냥 거셌다.

 

 

"…돌아왔는데,"

 

 

내 마음이 아직 거기 있어. 눈을 감으면 류이치가 가슴으로 통통 공을 트래핑하는 모습이 보이고, 케이토가 하얀 가운을 휘날리며 바람을 맞는 모습이 보인다.

 

카라마츠, 이리로 와. 발랄한 목소리로 그렇게 부드러울 수도 없는 미소를 지으며 손짓하는 너의 모습이,

 

 

"커헉! 컥, 콜록, 커흑―!"

 

 

쿠룩, 아무 형체도 없던 수면 위로 생겨난 거품이 터지는가 싶더니 아래에서 흩날리던 검은 머리카락이 축 늘어진 미역마냥 붙은 머리가 불쑥 튀어나왔다. 목구멍이 따끔거리고 코가 매웠다. 죽 흘러내리는 콧물보다 입에서 무방비하게 튀어나오는 침들이 물에 섞여들었다.

 

한참을 고통스럽게 콜록거리며 숨을 보충하던 카라마츠는, 무슨 일이야! 카라마츠! 괜찮은 거야! 금방이라도 부숴질 듯 쾅쾅 두들겨지며 흔들리는 문 너머로 아른거리는 실루엣과 익숙한 외침에 소리쳤다.

 

 

"오지마!"

 

 

불투명한 유리 위로 들쳐올라갔던 주먹이 문득 멈추었다. 습기로 가득찬 욕실 안을 울린 목소리는 절규같았다.

 

 

"…괜찮으니까, 오지마…."

 

 

쥐어짜내듯 내뱉은 말에 문 밖에서는, 윽, 하는 신음이 들렸다.

 

 

"…그럼, 카라마츠, 형아 밖에 있으니까, 무슨 일 있으면 꼭,"

 

"가줘."

 

 

오소마츠의 말을 끊고 카라마츠가 말했다. 더이상 밖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흘긋 바라본 문에는 아직 흐릿한 사람의 인영이 서있었다.

 

 

"가줘, 부탁이야."

 

 

못을 박듯 한번 더 꽂아넣은 말에 오소마츠는 인상을 찌푸렸다. 이런 표정, 카라마츠는 볼 수 있을 리도 없고 보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알았어, 알았으니까, …제발 조심해."

 

 

애원같은 부탁을 남긴 채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 카라마츠는 고개를 숙였다. 출렁거리는 물은 그의 몸만을 투영할 뿐 카라마츠의 얼굴은 비춰주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이런 꼴사나운 얼굴 따위, 스스로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카라마츠는 알고 있었다. 제 몸이 물 속으로 점점 잠기고 있다는 것을. 물에 젖은 등은 물에 젖은 욕조에 기대어있다 점차 미끄러졌지만, 그 물이 턱을 지나 입술에 닿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몸에 힘을 주지 않았다.

 

카라마츠, 이리로 와. 발랄한 목소리로 그렇게 부드러울 수도 없는 미소를 지으며 손짓하는 너의 모습이,

 

 

―― 살아줘.

 

 

그 한 마디에, 분명 같은 목소리였지만 조금 더 뜨거웠고 애달팠던 마지막의 말에 번쩍 정신이 들었다.

 

푸학 빠져나온 머리가, 죽으려던 몸이 다시 찾은 공기에 적응하는 동안 조여오듯 생각했다.

 

그 아이가 내게 그랬을 리가 없는데. 죽어가면서까지 나의 마음을, 나의 사랑을, 나의 안위를 걱정해주던 그 아이가, 죽고나서도 내게 죽지 말아달라 흔적을 남긴 그 아이가 그랬을 리가 없는데.

 

카라마츠, 이리로 와. 발랄한 목소리로 그렇게 부드러울 수도 없는 미소를 지으며 손짓하는 너의 모습이,

 

너무나 달콤해서. 유혹이라는 퇴폐한 단어로도 표현이 안 될 만큼 갈망하고 있어서.

 

네가 있는 곳으로 내가 접근하려는 것조차 절대 인정해주지 않을 네가 내게 어서 오라 불렀을 리가 없는데.

 

나는 또 포기할 뻔 했다. 나는 또, 약해져 네게 손을 뻗을 뻔 했다.

 

그런 건 안 된다고, 카라마츠는 생각했다. 그야, 네가 말했으니까. 부탁하고, 당부했으니까. 그것을 위해 내가 이 곳에 온 거니까.

 

 

"…윽,"

 

 

쭈글쭈글해진 손가락이 뺨에 닿았다. 뚝뚝 흐르는 물이 젖어버린 머리카락이 아니라, 눈으로부터라는 것을 알아채고서 카라마츠는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메이… 메이, 윽. 메이…."

 

 

보고싶다. 너에게로 가고싶어. 닿았으면 좋겠어, 너와 함께 하길 원해.

 

남은 생은 너와 살아가고 싶었다….

 

허공에 들어차 울린 작은 목소리는 이젠 의미가 사라진 언젠가의 맹세였고, 문에 모습이 비치지 않도록 욕실의 밖 벽에 기대있던 오소마츠에게 들리는 줄도 모르고, 카라마츠는 한참을 물 속에서 울었다.

 

 

 

 

.

 

 

 

 

.

 

 

 

 

.

 

 

 

 

두 시간이 지나가는데도 욕실에서 나오지 않는 카라마츠를 찾아간 이치마츠는, 카, 카라마츠 형…, 하고 불렀는데도 아무런 기척이 없는 욕실에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언젠가였다면 절대로 부르지 않았을 낯선 호칭이었지만, 잠깐의 서투름과 낯부끄러운 익숙함이 후회보다 낫다는 걸 깨닫게 해준 지난 1년의 시간은 매우 힘들었기에, 이치마츠는 더이상 외면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퐁, 물이 떨어지는 청아한 소리만이 대답으로 돌아오고, 이치마츠가 한번 더 불러보아도 역시 욕실에서는 대답이 없었다. 저기, 들어갈테니까, 미안, 이 세 마디로 아직 어떻게 대해야할지 감을 잡을 수 없는 형의 마음이 많이 노하지 않길 빌며 욕실 문을 열기 전까지, 이치마츠는 혹시, 설마, 하는 의심을 가지고 있었다.

 

카라마츠는 그날의 전과 같은 모습이었지만, 어둠의 대명사라는 본인이 보기에도 어두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상습적이지는 않지만, 죽음에 대해 생각을 해본 적도 있는 이치마츠는 그 얼굴을 알았다. 금방이라도 사라지고 싶다는 얼굴, 그것은 언젠가 이치마츠 본인의 것과 똑 닮아있었다.

 

뜨끈한 물에 오래 앉아있어봤자 되는 상태라고는 쭈글쭈글한 노인의 주름이 손가락이고 발가락이고 가득하게 되거나, 산소부족으로 현기증을 일으키거나였다. 하지만 카라마츠의 상태에 대해 안 좋은 생각을 하고 있는 이치마츠로서는 만약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조심히 문을 열었을 때 뿜어져나온 열기 너머로, 흐릿했던 선이 선명해지고 그 몸이 축 늘어져있는 것을 보자마자 이치마츠는 아무나 좀 와, 라고 자신도 깜짝 놀랄 목소리로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

 

몸이 흔들리자 넘실대다 제게로 쏟아지는 물은 신경도 쓰지 않고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코 밑으로 손가락을 가져갔다. 욕실을 가득 채운 공기만큼이나 뜨거운 숨이 손가락 마디를 감싸는 것을 느끼고, 이치마츠는 안도했다.

 

무슨 일이냐며 재빨리 달려온 형제들 중 맨 앞에 있었던 것이 마침 쥬시마츠였기에, 이치마츠는 쥬시마츠와 어렵지 않게 카라마츠를 욕조 밖으로 꺼냈다. 욕실의 밖에서, 쵸로마츠가 수건으로 몸의 물기를 닦아내고, 쥬시마츠가 적셔진 양말을 벗어던지고 카라마츠를 2층의 방 안으로 업어 옮겼다. 옷장에서 꺼내든 잠옷을 카라마츠에게 입힌 오소마츠는 그 사이에 쵸로마츠가 펴둔 이불에 카라마츠를 눕혔고, 그 와중에 물수건을 적셔온 토도마츠가 카라마츠의 얼굴을 그것으로 톡톡 눌러 문지르고 이마에 올렸다.

 

하반신이 전체적으로 젖어버린 이치마츠가 바지를 갈아입고서 카라마츠의 옆에 앉았다. 다섯 형제가 둘러앉아 카라마츠를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규칙적으로 오르락내리락 움직이는 가슴을 보며 쵸로마츠는 문득 생각했다. 살아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란 적도 있었는데, 살아서 돌아오니 이젠 일어나길 바라고 있다. 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변덕스러운가.

 

1년 동안 주인없이 보관되어있었지만, 끊임없이 세탁하고 깔끔히 정리해놓은 탓에 잠옷은 돌발상황에도 어려움없이 주인에게 잘 맞아들었다. 다신 볼 수 없을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하게 되어버릴까 지레 겁먹고 있었는데, 이렇게 돌아온 형제가 자신들과 같은 공간에서 숨쉬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고서 토도마츠가 문득 눈물을 뚝뚝 흘렸다.

 

 

"…카라마츠 형이 이상해…."

 

"…우리에게 차가울 만도 하지, 그런 짓을 해버렸는걸."

 

"…아니, 아니야…. 그게 아니라, 다른 의미로, 카라마츠 형―아가 이상해…."

 

 

쵸로마츠가 한숨을 내쉬며 말하자, 쥬시마츠가 겁에 질린 건지 불안에 떠는 건지 모르겠는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훌쩍거리던 토도마츠도, 카라마츠를 걱정스레 내려다보던 쵸로마츠와 이치마츠도 쥬시마츠를 돌아보았다.

 

 

"…마치, 마치 뭔가를 잃어버린 것 같아. 우리에게 화가 났다던가, 싫어한다던가, 그런 게 아니라… 뭔가, 카라마츠 형―아 스스로가 뭔가를 잃어버린 것 같아."

 

 

쥬시마츠 자신도 확신이 없는 말이었기에 뒷말은 점점 작아졌지만, 가라앉은 침묵 속 그것을 똑똑히 들은 쵸로마츠와 이치마츠는 다시 카라마츠를 내려다보았다.

 

물수건 아래로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손가락으로 슥 닦아내며 오소마츠가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우리에게서 떠나있던 1년 동안, 카라마츠에게 또다른 일이 있었던 거야."

 

 

메이, 분명 카라마츠가 조용히 울부짖었던 이름은 그것이었다.

 

오소마츠는 거기서 시작하자고 했다. 카라마츠를 아프게 한 건 우리인데, 이제와서 카라마츠를 지키겠다 다짐하는 것은 모순적인 일 아니냐며 조심히 불안해하는 쵸로마츠에게, 오소마츠는 말했다.

 

 

"자격이 없다고 하면, 만들어내면 돼. 난 카라마츠의 형아이고, 카라마츠에게 용서를 구할 방법은 이것 뿐이야."

 

 

너희도 카라마츠의 동생들이잖아? 부드럽고 단호한 목소리가 형제들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머뭇거리면서도 비장하게 하나 둘 씩 끄덕여지는 고개의 수를 세고 오소마츠는 작게 미소지었다.

 

네가 슬퍼한다면, 우리가 위로해줄게. 이젠, 놓치지 않도록, 우리가 제대로 널 지켜줄게.

 

카라마츠의 스마트폰이 울린 것은 그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