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おそ松さん 2F/[레스파일] 파란 장미

[오소마츠상 소설(おそ松さん Novel )/레스파일/오소카라/장형마츠] 파란 장미 1

※ 세계관과 원작을 포함해 충분히 다른 설정.

※ Just Fiction.

 

# 오소마츠상소설

# 레스파일

# 오소카라

# 장형마츠

# BL마츠

 

 

파란 장미 1

 

 

 

 

늦을 것 같으니 저녁은 괜찮다고 미리 연락을 한 토도마츠를 제외하고서도 차려진 식사는 네 명 분의 몫 뿐이었기에 쥬시마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삼삼오오 거실로 모여드는 건 쵸로마츠와 이치마츠, 자신과 구석에 웅크리고 누워있는 오소마츠 뿐이었다.

 

카라마츠 형―아가 없다, 쥬시마츠는 혹시 카라마츠의 연락을 놓쳤나 형제 모두가 참여한 단체채팅방을 쑤욱 훑었다. 아무리 봐도 토도마츠의 연락 뿐이었다. 쥬시마츠가 형제들을 돌아보았다. 이치마츠는 차려진 식사를 빤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쥬시마츠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듯 보였다. 쵸로마츠는 오소마츠를 바라보고 있었다. 또 왜 저래, 나이를 먹을대로 먹고 밖에선 구조대원이라는 늠름한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의 뒷면을 보는 듯한 표정이었다.

 

 

"카라마츠 형―아가 없어."

 

"…그러게. 식사가 네 명 분이야."

 

"저녁 안 먹겠다고 연락 온 거 있었어?"

 

 

쵸로마츠의 물음에 쥬시마츠가 휘휘 고개를 저었다.

 

 

"오소마츠 형, 카라마츠는?"

 

 

자신은 2층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고, 이치마츠는 휴일임에도 길고양이들을 돌보러 나간 상태였으며 쥬시마츠는 비번임에도 몸이 근질거린다며 강변에서 운동을 하겠다 나가있었다. 분명 그 때까지는 카라마츠가 집에 있었고, 1층에는 오소마츠 뿐이었으니 그가 알고 있을 거라는 나름대로의 정리 끝에 쵸로마츠가 오소마츠를 툭 건드렸다.

 

카라마츠의 이름이 나오자 웅크려있던 몸이 움찔 떨렸다. 대답없이 움츠러드는 어깨를 바라보고 쵸로마츠는 더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쥬시마츠와 이치마츠는 말없이 자리에 앉았다.

 

 

"…일단 밥 먹어, 오소마츠 형."

 

"…응."

 

"애도 아니고, 연락하지 않았지만 어디 친구라도 만나러 갔겠지."

 

 

분명 카라마츠는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오소마츠를 뿌리치듯 거절하고 나간 카라마츠는 저녁을 먹는 시간이 되었음에도 돌아오지 않았다. 연락은 당연히 없었다.

 

 

"…응."

 

"저녁시간이 지나가니까 알아서 밥도 먹을 거고."

 

"…응."

 

"그러니까 일어나라고."

 

"…응."

 

"오소마츠 형. 똥 쌀래?"

 

"…응."

 

"아―! 성가셔! 랄까, 이치마츠! 밥상 앞에서 똥 얘기 그만둬!"

 

 

역시 전혀 듣고 있지 않았잖아! 쵸로마츠는 이럴 때엔 풀이 죽은 강아지같은 꼴을 하고 있는 장남의 뒷덜미를 낚아채 질질 상 앞으로 끌고왔다. 꾸역꾸역 다리를 구부러뜨리고 머리를 앞으로 고정시켰다. 아래로 축 늘어진 눈썹이 처연해 보였지만 형제들은 단순히 무슨 일이냐 함부로 물을 수가 없었다.

 

 

"일단 먹으라고."

 

 

쵸로마츠가 오소마츠의 손에 젓가락을 들려주었다. 잘 먹겠습니다, 침착한 쵸로마츠의 말을 시작으로 어색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잘 먹겠습니다…, 기어가는 목소리로 오소마츠가 마지막으로 젓가락질을 시작한 순간이었다.

 

드르륵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당연히 카라마츠일 거라 생각하고 젓가락질이 멈추었다. 허공에 들린 젓가락들을 보며 쵸로마츠는 밥과 함께 한숨을 삼켰다. 다들, 너무 드러내있다.

 

…이제 와서.

 

타박타박 발걸음 소리가 점점 선명해지나 싶더니 거실의 문이 열렸다. 눈썹이 얇았다.

 

흔들리는 눈동자들이 이내 떨궈지는 것을 보며, 원래의 토도마츠라면 노골적으로 실망한다며 싫은 소리를 했을 테지만 지금의 그는 그럴 여유가 없었다.

 

토도마츠는 그가 가진 이야기를 누구에게 털어놓아야 하나 고민했지만, 곧 생각을 접었다.

 

이 분위기를 만들어놓은 건 나고, 형들이고, 우리니까. 숨기고 외면했던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는, 그들은, 밀어내는 카라마츠를 계속해서 당겨야 했다. 그것이 속죄든, 자의든.

 

 

"카라마츠 형을 봤어."

 

 

담담한 말에 밑으로 내리깔렸던 시선들이 서서히 들려졌다. 제일 먼저 오소마츠가, 마지막으로 쵸로마츠가 그를 향해 눈동자를 굴렸을 때, 토도마츠가 덧붙였다.

 

 

"여자와 함께였어."

 

 

그때 소리를 내며 떨어진 젓가락이 누구의 것이었는지, 그들은 굳이 눈을 돌려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

 

 

 

 

.

 

 

 

 

.

 

 

 

 

.

 

 

 

 

깜깜했다. 밖에서 본 집도, 들어와본 집 안도.

 

터벅터벅 계단을 올라가다 카라마츠는 몸을 틀었다. 오늘에야말로 그 틈에서 잠에 들 만한 여유가 없었다.

 

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히 문을 밀어 열고 카라마츠는 그냥 부담감을 참아내고 잠에 들지 않은 걸 후회했다.

 

밖으로 통하는 문을 열고 그 앞에 앉아있는 몸은 분명 등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카라마츠는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용히 열었으니 눈치채지 못했을 수도 있다. 카라마츠는 다시 조심히 손에 힘을 주었다.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으려 신경쓰면서 문을 닫던 중이었다.

 

 

"카라마츠."

 

 

오소마츠가 그 기척을 모를 리 없었다. 그래, 동물적 감각 하나는 뛰어난 녀석이었지. 카라마츠는 단념하고 닫던 문을 다시 열었다. 대신 안으로 발을 들여놓지는 않았다.

 

 

"저녁은 먹었어?"

 

"아아. 먹었지, 시간이 몇 신데."

 

"그러게, 시간이 몇 신데."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카라마츠는 가만히 그의 등을 바라보았다.

 

카라마츠는 오소마츠를 거절했다. 그의 뒤늦은 마음을, 뒤늦은 고백을, 뒤늦은 표현을, 뒤늦은 모든 것을. 아아, 거절이라기보다는 외면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맞을지도.

 

거절당한 등은 언젠가 믿었던 듬직했던 등과 달랐다. 그 때보다는 지금이 더 크고, 남자다웠지만, 카라마츠는 차라리 그 때의 작고 제멋대로였던 오소마츠가 더 든든했다. 지금도 제멋대로인 건 맞지만.

 

 

"카라마츠."

 

"졸리군, 올라가겠다."

 

"누구랑 있다 왔어?"

 

 

오소마츠의 물음에 카라마츠는 입을 다물었다. 뭘 알고 묻는 건가? 아님, 그냥? 단지 신경쓰여서?

 

어느 쪽이든 카라마츠는 별로 솔직해지고 싶지 않았다. 솔직한 게 좋은 거라는 건, 전부 옛날의 얘기일 뿐이었다.

 

 

"그게 왜 궁금하지?"

 

"너 여자 생겼어?"

 

 

말이 끝남과 동시에 오소마츠는 카라마츠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달빛을 등진 오소마츠의 얼굴 표정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달빛에 비친 카라마츠의 표정은 여실히 드러났다.

 

다물려지지 못한 입 위로 조금 커진 눈이, 토도마츠의 말이 진실이라는 것을 대신 말해주었다. 오소마츠는 입술을 꼭 물었다.

 

카라마츠는 오소마츠를 거절했다. 그의 뒤늦은 마음을, 뒤늦은 고백을, 뒤늦은 표현을, 뒤늦은 모든 것을. 아아, 거절이라기보다는 외면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맞을지도.

 

차라리 부정했으면 이만큼이나 괴롭진 않았을 텐데. 그렇다면, 내가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다시 전달했을 테니까. 이 마음은 진실된 거라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증명했을 테니까.

 

하지만 그건 꿈이었다. 꿀 수조차 없는, 달콤하디 달아빠진 꿈.

 

 

형―아는 쓰레기야.

 

 

사무실의 뒷편, 흡연을 위해 마련된 벤치에서 하얀 연기와 함께 꺼내진 고백을 제일 먼저 부정한 건 쥬시마츠였다. 늘 밝고 착하기만 했던, 태양같이 빛나서 늘 집 안을, 사무실을, 현장을 밝게 비추었던 쥬시마츠의 비난에 오소마츠는 처음으로 겁에 질렸다.

 

 

카라마츠 형―아를 무시했잖아, 상처입혔잖아. 우리 전부 나빴었지만, 그러니까 더더욱 그런 말같은 거 해서는 안 되는 거잖아. 오소마츠 형―아는 우리보다 더 그래서는 안 되는 거잖아.

 

그럼 카라마츠 형―아가 너무, 불쌍하잖아….

 

 

잘못 끼워맞춰진 톱니바퀴는 잘못된 채로 돌고 돌아 닳아버렸다. 부딪히고, 긁히고, 이가 빠졌다. 그래서 그들은, 오소마츠는, 그것을 멈추었다.

 

더이상 돌아가지 않도록. 더이상 닳지 않도록. 여기서 조금만 더 돌아가면, 조금만 더 닳게 되면, 틀림없이 부숴질 테니까, 빠질 테니까.

 

녹이 슬 대로 슬어버린 그 톱니바퀴를, 멈춰진 그대로 지금까지 품에 안고 살아왔다. 애써 무시하고 신경쓰지 않는 척 해도, 우리는 여섯이서 하나, 내가 너고 네가 나. 수많은 감정으로 포장하고 둘러싸 숨겨놓았던 것을, 쥬시마츠가 처음으로 꺼내들었다.

 

 

그럴 자격 없어, 형―아.

 

쵸로마츠 형―아도, 이치마츠 형―아도, 토도마츠도, 그리고 나도, 오소마츠 형―아까지도. 우린 이제 그럴 수가 없어, 형―아.

 

함부로 소중하다고, 좋아한다고, 함께 하자고 말할 수 없어. 그러면 안 돼, 형―아.

 

우린, 카라마츠 형―아에게 잘못을 저질렀으니까.

 

 

처음이었다. 장남이라는 또다른 이름이 생긴 이래로, 동생의 앞에서 울어본 건.

 

형제들이 품고 있던 과거와 오소마츠의 과거는 같았지만, 달랐다. 아니, 같았지만, 서서히 달라졌다. 주던 사랑의 빈자리를 느끼면서, 받던 사랑의 부재를 실감하면서.

 

그럼에도 솔직히 한편으로는, 괜찮으리라 여겼다. 너는 저 앞으로 뛰어가 버렸지만, 그거야 내가 따라잡으면 될 일이니까. 마음이란 건 쉬이 사라지지 않는 것이고, 늦지만 않는다면 같은 마음이다 톡 터뜨리는 것만으로도 우린 돌아올 수 있었으니까. 응, 그 때의 나는, 미안한 것과 사랑하는 것은 다른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을 처음으로 부정당하면서, 오소마츠는 몸을 떨었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거절 당한다면? 더는 돌아갈 수 없다면?

 

그 때, 나는 어떻게 해야해?

 

커다란 불길 속에서도 단단했던 심장이 조금씩 조여들었다. 막연히 당당했던 마음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두려움과 불안함만이 남았다. 재털이 속 담뱃재 너머로 꺼져가는 불씨처럼, 오소마츠는 조금씩 사그라드는 빛을 겨우 붙잡으며 쥬시마츠에게 매달렸다.

 

두려워. 불안해. 싫어. 돌아가고 싶어. 이어지고 싶어. 용서받고 싶어.

 

이제, 만나고 싶어.

 

쥬시마츠는 처음 보는 형의 모습에 언제나 크게 벌렸던 입을 다물고 무릎을 꿇었다. 아스라이 스러질 것만 같은 사랑을 꼭 쥐고 있는 모습에 가슴이 미어져서, 그는 언제나 자신과 형제들을 감싸안았던 그 몸을 이번엔 자신이 감싸안았다.

 

미안해, 미안해, 형―아, 반복되는 말들 속 단 한 번의 흘러가듯 숨겨진 말이 있었다.

 

 

바라주지 못해서 미안해, 오소마츠 형―아.

 

 

응원받지 못할 사랑이라는 걸, 그때에서야 알았다.

 

넌 그 어린 나이에, 이 마음을 어떻게 숨긴 걸까.

 

이 마음이 처참히 부숴지던 그 때, 넌 어떻게 살았을까.

 

그런 사랑을 그 사람도 했었다는 걸, 그리고 그 사랑을 부숴버린 게 바로 자신이라는 걸, 그때 또 한 번 뼈에 새겼다.

 

오소마츠는 카라마츠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할 말을 고른 듯 다물리지 못한 입에서는 숨이 흘렀고, 조금 커져 요란히도 흔들리던 눈동자는 자신이 던진 돌을 삼킨 호수처럼 이내 잔잔해졌다.

 

그럴 수도 있지만, 아니길 바랐다. 이해는 했지만,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생겼다."

 

 

심장박동이, 사라졌다.

 

 

"…뭐가. 뭐가, 생겼는데?"

 

 

스스로부터 시작한 물음이면서, 오소마츠는 이거야말로 부정하고싶어 재차 물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

 

 

결과가 바뀌지 않았을 때 돌아오는 건 반복된 현실과 또다른 아픔 뿐이란 걸 알면서도 똑같은 걸 물어오는 오소마츠에게, 결과가 바뀌지 않았을 때 돌아오는 건 반복된 현실과 또다른 아픔 뿐이란 걸 알면서도 강조하고 힘을 주며 카라마츠가 말했다.

 

복수 따위는 아니었다. 그런 걸 하기에는, 그때를 떠올리는 것조차 버거워서 카라마츠는 차라리 잊기를 원했다. 이제와서, 이제서야, 전해오는 마음은 뻔뻔하기 그지없었다. 이제와서, 이제서야, 돌아갈 길을 안내하는 형제들이 부담스러웠다.

 

 

"…언제…부터?"

 

"그러니까, 그런 게 왜 궁금한 건가."

 

"왜… 왜 그 사람이 좋은데?"

 

"너에게 대답할 이유같은 건 없는 듯 한데."

 

"어째서야, 어째서…"

 

"오소마츠."

 

 

찔러오는 달빛에 분열할 것처럼 오소마츠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 얼굴을 보는 건 통쾌하지도, 안쓰럽지도 않았다. 사실, 별 생각이 없었다. 그런 자신에게 스스로조차 놀랄 만큼.

 

 

"시간이란 건 빠르고 자연스러운 거다."

 

 

변화하는 것 역시도, 당연한 거다. 카라마츠가 말했다.

 

 

"…미안해, 카라마츠."

 

 

지나가려던 발목을 목소리가 붙들었다. 누군가 발등에 못이라도 박아놓은 것처럼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카라마츠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쥐었다. 듣고싶지 않다. 기억하고싶지 않다. 필사적으로 다른 생각을 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입은 멋대로 움직였다.

 

 

"…뭐가, 미안하다는 거지?"

 

"…전부, 전부… 전부 다…. 그때도, 지금도… 미안해…. 미안해애…, 카라마츠…."

 

 

윽. 카라마츠가 신음했다.

 

너는 지금 무슨 표정을 짓고 있지? 어째서 울고 있는 거야? 내가 널 받아주지 않아서? 사과하게 만들어서? 너를 두고 다른 여자를 사랑한다 말해버려서?

 

어떤 추측이든 가슴이 욱신거렸다. 입술이 메마르고 코가 찡하니 아파왔다.

 

 

"…이제 와서?"

 

 

그래서 온갖 힘을 끌어모아 아무렇지도 않은 척 낼 수 있는 마지막 말은 저것 뿐이었다.

 

빠르지 않은 걸음으로 계단을 올라 문을 열고 닫는 소리가 들렸다.

 

툭, 떨어진 눈물이 다다미로 스며들어 자국을 남겼다.

 

 

오소마츠 형―아. 우린 이제 돌아갈 수 없어. 그러길 원할 수도 없어. 그러니까 다들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거야. 그게 우리의 죗값이니까.

 

 

언젠가 쥬시마츠가 말했다.

 

 

오소마츠 형. 이번 동창회, 난 안 가고 싶어.

 

오소마츠 형. 그 뮤지컬 티켓, 동료들이라던가 가지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줘. 난 그 뮤지컬 보고싶지 않아.

 

오소마츠 형. 엄마와 아빠가 이틀 뒤에 여행갈 때, 짐이 많으니까 운전 좀 해달래. …이번엔 형 차례야.

 

 

형제들이 각자의 이유로 속죄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동창회에 주로 나오는 녀석들 사이에서 꼭 한 번씩 이야깃거리로 삼아지는 마츠노 형제들의 이야기를 듣기 싫어하는 이치마츠도. 카라마츠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주연을 맡았던 연극의 뮤지컬 티켓을 억지로 받아오면서도 버리진 못하는 토도마츠도. 엄마와 아빠가 카라마츠의 덕을 보며 아카츠카 항공에 대한 혜택을 사용할 때마다 물러서려는 쵸로마츠도. 카라마츠의 기타를 자신의 배트와 함께 보관하는 쥬시마츠까지.

 

회피이면서도, 이건 도리였다. 생각하기조차 꺼려하는 그를 위해, 더이상의 이야기를 만들지 않고, 그 회상에 참가하지 않고, 혹시 모르는 재회를 피하려는 노력.

 

오소마츠는 몸을 웅크렸다. 다다미에 묻힌 울음소리는 거실을 빠져나가지 못했다.

 

 

 

 

.

 

 

 

 

.

 

 

 

 

.

 

 

 

 

"카라마츠, 벌써 가는 거니?"

 

"아아. 집에 들러 챙길 것들이 좀 있어서."

 

"역시 헤어지는 건 늘 아쉽구나. 다음 휴식 때도 들를 거지?"

 

"…물론이야, 엄마."

 

"그래, 고맙구나. 당분간은 여섯 명 전원이 모이는 모습을 볼 수 있겠구나. 너희가 모여있으면 옛날 생각도 나고 그래서 기쁘단다."

 

"…아아, 엄마가 기쁘다면 뭐든. 몸도 안 좋다면서, 무리하진 마."

 

"역시 카라마츠는 든든하구나. 이 녀석들은 아직도 자는 건지 원, 쉬는 날이니까 푹 쉬는 건 알겠지만 네가 간다는데…"

 

"아아, 괜찮아. 내가 일찍 가는 거니까."

 

"어머, 내 정신 좀 봐. 물을 올려놓고서는. 그럼, 카라마츠. 또 보자. 늘 조심하렴?"

 

 

카라마츠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다급한 발걸음으로 마츠요가 쏙 들어갔다. 텅 빈 현관, 어느 모습도 볼 수 없는 카라마츠는 표정을 갈무리했다. …엄마를 위해서니까, 엄마가 원한다면….

 

카라마츠는 몸을 돌려 문을 잡았다.

 

 

"카라마츠 형―아."

 

 

익숙한 목소리에 나가려던 몸이 끼익 급정거했다. 돌아본 곳에는 어느새 쥬시마츠가 서있었다. 웬일로 벌어져있지 않은 입을 보고 카라마츠가 말했다.

 

 

"일찍 일어났군. 비번인데, 더 자지 않고."

 

"카라마츠 형―아. 이렇게 일찍 일어나는 거 힘들지 않아?"

 

 

잠이 많은 카라마츠로서는 조금 힘들긴 하지만, 그것보단 일어나서 형제들과 아침인사를 나누는 게 더 힘들다는 말은 하지 못했다. 카라마츠는 입꼬리를 올렸다.

 

 

"살면서 힘들지 않은 일을 아예 안 하고 살 순 없잖아."

 

 

그러니 이 곳으로 오는 거고. 올라간 입꼬리는 자연스러웠지만, 자신을 보는 눈동자는 자연스럽지 않았다. 그래서 쥬시마츠는 돌아가는 둘째 형을 위해 웃어줄 수 없었다.

 

 

"…아침은? 아침이라도 먹고 갈 순 없는 검까?"

 

"아아, 어제 늦게까지 뭔가를 먹었더니 배가 고프지 않아서 말이야."

 

"그, 그럼 카라마츠 형―아 간다고 오소마츠 형―아들을 깨울 테니까,"

 

"쥬시마츠."

 

 

돌아가려던 몸을 불러세운 카라마츠를 바라본 쥬시마츠의 눈썹이 휘었다. 위선적으로라도 올라가있었던 입꼬리가, 내려와있었다.

 

 

"다른 형제들은 더 자도록 둬."

 

"…하지만,"

 

"너도 내일부턴 일 조심히 다녀와라. 그럼."

 

 

드르륵 문이 열렸다.

 

 

"카라마츠 형―아."

 

 

쥬시마츠는 견딜 수 없었다. 일부러든 무의식적으로든, 카라마츠는 변했고 자신은 그대로였다. 그 변화를 야기한 것이 자신들이라는 것에, 피해를 본 것이 카라마츠라는 것에, 결국 남아버린 건 자신들이라는 것에.

 

 

"…언제… 언제쯤… 우릴 다시, 브라더, 라고… 불러줄 거야?"

 

 

떨림을 숨길 생각도 못하고 눈치를 보며 건네는 질문에 카라마츠는 웃었다.

 

 

"글쎄."

 

 

별 어려운 것도 아니라는 듯.

 

 

"내가, 용서할 수 있게 되면?"

 

 

쥬시마츠는 알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카라마츠의 자리가 비어있었던 건, 카라마츠가 일찍 일어났기 때문이 아니라고.

 

따로 보관해놓은 1인용 이불에선 카라마츠의 냄새가 났다. 오늘 뿐만이 아니라, 그가 다녀간 날에는 항상.

 

카라마츠는 형제들과 같은 방이 아닌, 객실에서 자고 있었다. 오늘 뿐만이 아니라, 그가 다녀간 날에는 항상.

 

쥬시마츠는 알고 있었다.

 

자신 뿐만이 아니라, 아마 형제들 모두가 그 사실을 알고 있으리란 것을.

 

집에 들러주는 것도, 몸이 좋지 않은 엄마의 부탁 때문일 뿐이라는 것을.

 

하지만 알아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들은 여전히 후회했고, 돌아갈 수 없다.

 

그래서 오늘도 여전히, 쥬시마츠는 텅 빈 현관에 한참을 서 있었다.